“오른다는 건 힘든 일이지.”
“중력을 거슬러야 하잖아.”
그런 당연한 소리를, 수km의 창공에서 낙하하며 읊조린다는 것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먹먹한 울림을 가지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꾸역꾸역 중력을 거스르려 해. 하늘을 원하기 때문이야. 그 텅 빈 곳을 원해.”
“밀도가 덜하면 그만큼 무언가 그려 넣을 틈이 생기거든. 매료된 거지.”
너와 마주본 채 나란히 낙하하는 그는 질서 없이 나부끼는 검정색 앞머리 뒤에서, 싱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은 누구보다도 하강을 사랑한 거야. 이상들이 뛰노는 곳. 인력이 생겨날 만큼, 엄청난 밀도로 꽉꽉 뭉친 곳. 그곳으로. 하늘을 원하는 건 정상에 서기 위해서지만, 누군가를 발 아래 두기 위한 가장 빠른 수단은 하강인걸.”
[하지만 그건-]
“여차하면 하늘도 너의 발 아래에 둘 수 있지.”
너는 말했지만, 그는 너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여. 그냥 잠자코 들으라는 거지.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야. 들어줄게. 지금 네가 발을 아래로 둔 채 낙하할 수 있다면. 들어줄게.”
뿌연 수증기가 지나치고, 까맣게 타오른 새 떼의 한 가운데를 지나치다가 그의 뺨에 부딪힌 몇 마리의 새들이 요란스레 대형을 흩뜨린 다음, 또 그 새들의 무리가 발 밑으로 까마득히 사라지는 동안. 너가 정말로 반듯이 선 낙하를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라도 했는지, 그는 침묵한 채 기다리다가.
“사람은 머리부터 떨어지게 되어 있어.”
“-그렇게 태어났어.”
그는 그렇게 말했다. 인간이 홀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상승은, 결국 하강이라며, 그렇게 말하며. 당최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자기 혼자 실컷 늘어놓더니, 구름 너머로 땅이 보이기 시작한 지 채 몇 초가 지나지 않아 그는 어느 동요도 보이지 않고 머리부터 지면과 충돌했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
화려한 마무리는 항상 지양하거든
누가 뭐래도 난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니까
현실에서 마무리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개 하강하는 중의 경치고
정주해 있을 수 있는 순간이란 애초에 인간에겐 주어지지 않았어
상승하거나 떨어지거나
그 반복이고
딱히 난 둘 모두에게 부정적이지 않아
누구든 떨어지려면 상승해야 하거든
다만 상승하기 위해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지
비행을 비상이라 착각하지만 않았으면 해
요즘은 돈만 있으면 누구든 날 수 있지만
1년 365일 비상할 수 있는 사람은 모든 방향을 고개 들고 우러러 볼 수 있는 사람 뿐이야.
딱히 감동적인 이야기는 아니지.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걸 우리는
정신병이라고 부르니까.
사족도 여기까지만 할게.
아 그리고
너는 어떻게 되었냐면
그건 나도 모를 일이야
애초에 그를 따라 하강하고 있었는지도
나는 모를 일인 거지.
그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