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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섯개의 돌
작가 : 글쓰는토깽이
작품등록일 : 2019.10.4

여섯개의 돌(분노, 나태, 교만, 탐식, 색욕, 탐욕, 질투)을 이용해 붉은용을 현세에 강림시키려는 여섯 순교자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사라진 자들의 시간 (2)
작성일 : 19-11-19 21:23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8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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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두두두둑-!!”

 

 천마산에 질의 외침이 울려 퍼지자 나무 위에 얹혀 있던 눈들이 일제히 떨어져 내렸다.

 

 “안돼!, 아직 죽어 선 안돼-!”

 질은 민영의 심장에 충격파를 연이어 쏴 댔다.

 “깨어나-! 왜 이걸 당신이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해-!”

 그러나 이미 그녀는 숨이 완전히 끊어져 심장에 손상만 줄 뿐이었다.

 여러 번의 충격파에도 그녀의 심장이 다시 뛰질 않자 마음이 급해진 그는 결코 떠올려서는 안되는 최후의 방법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두 번 다시 사용하지 않겠다고 신께 맹세를 한 저주받은 피의 계승!

 바토리, 그녀를 살려 내기 위해 마지막으로 사용한 그 때의 맹세로 신의 믿음을 받아낸 그였다.

 지금 다시 피의 계승을 한다면 신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거란 걸 아는 질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숨이 완전히 끊어진 그녀에게서 반지의 주인에 대한 얘기를 꼭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 여자도 살려 달라고 했단 말이지…”

 질은 자신의 왼쪽 손바닥을 오른손 엄지 손톱으로 길게 그어 상처를 냈다.

 이내 상처에서 피가 송골송골 맺혀 나왔다.

 그는 민영의 입을 벌여 왼쪽 손으로 쥐어짜낸 피를 흘려 넣으며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 피를 마시는 자여, 그대는 나의 의지와 나의 피를 이어받아 나의 자식이 되리니 나의 계승자여 이제 깨어나라.”

 

 그가 주문을 마치자 그의 손에서 흐르던 피도 때를 맞추듯 멈추었다.

 

 그 때였다.

 

 창백했던 민영의 얼굴이 핏빛으로 변하더니 그녀가 눈을 번쩍 떴다.

 

 “꺄아아아아아악!!!~~~”

 

 눈을 뜬 그녀는 하늘을 향해 활짝 펼친 양손을 뻗으며 슬픈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어느 시간이 흐른 후 질은 피눈물을 흘리며 누워있는 그녀에게 애처로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내 기억 때문에 그런 거니까 그렇게 슬퍼할 필요는 없어.”

 

 “네. 그렇지만 너무 무섭고 아픈 기억이네요.”

 민영이 뺨으로 흘러내리는 피눈물을 닦아내며 질을 올려다봤다.

 

 “흠… 실은 그 기억 때문에 그쪽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꼭 있어, 사실 그게 당신을 되살린 이유이기도 해. 그리고 미안하게 됐어.”

 질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민영을 내려다봤다.

 

 “?”

 민영은 옆에 앉아 자신을 내려다보는 이 젊은 외국인 남자가 자신을 그냥 살린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미안하다니? 저를 살려주셨는데 왜 그런 말을 하시는 거죠?”

 질의 미안한 낯빛에 더욱 의문이 드는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는 일단 일어나 앉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를 보며 살짝 뜸을 들인 질이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난 뱀파이어야. 흡혈귀라고 부르기도 하지.”

 “그건 기억 속에 남아있어 알고 있어요.”

 “그런데, 내가… 흐음…. 내가 누군가를 살리려면 나의 피를 마시게 해야 돼. 물론 나의 의지가 동반 되어야만 하지.”

 “그런데요? 그게 미안한 거랑 무슨 상관인거죠?”

 “그게 말야, 내가 살린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이 아냐… 흡혈귀야… 나처럼 말이지.”

 “그렇…네?!!! 뭐라구요?!!!”

 민영은 자신이 뱀파이어 즉, 흡혈귀가 됐다는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을 때 때마침 산 등선 너머 동이 서서히 터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벽이 찾아온 걸 알려주듯 산 밑에서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남편이 말야~ 어쩌고 저쩌고~~ 꺄하하하하”

 “어제 내가 그걸~ 어쩌고 저쩌고~~~꺄하하하하하”

 

 등산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자 질은 일어서며 살짝 미간을 모으며 민영에게 말했다.

 “이런, 일단 가야겠군. 지금 그 모습은 저들에게 오해 사기에 딱 좋아 보이니까.”

 

 질이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에 그제서야 민영은 자신이 벌거벗은 상태라는 걸 알아챘다.

 “압-! 박사장-! 이~개쌔끼가-! 진짜-!”

 자신의 옷을 전부 벗겨 놓은 박사장을 욕하며 그녀는 질이 좀 전에 자신의 몸에 걸쳐준 재킷을 손으로 바짝 당겨 가슴 앞을 가렸다.

 

 “저기, 일어설 수 있겠어?”

 민영이 생긴 거와는 다르게 거친 성격의 소유자라고 느낀 질은 앞으로 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뇨. 설 수 있는 힘이 전혀 없네요.”

 아직 몸에 힘이 전혀 안 들어가는 걸 느낀 민영은 고개를 저으며 질의 손을 잡았다.

 

 “흐음, 할 수 없군. 잠깐 실례하지.”

 그는 몸을 숙여 민영을 양팔로 들어올려 안았다.

 

 그때, 밑에서 들리던 사람들의 소리가 이제 코앞까지 들려왔다.

 “이거 서둘러야겠군. 꽉 잡아.”

 

 “네. 허-억-!”

 그녀의 말이 아직 끝나기 전에 민영을 품에 안은 질은 순식간에 산 밑으로 날아가듯 달려 내려갔다.

 

 

 

 1973년 2월 봄이 오기전 서울

 

 “우르르릉~ 콰광~!!”

 

 이른 저녁 광화문을 향해 달리는 버스 위로 번개가 번쩍하더니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따당- 따당- 따다당- 쏴아아아~”

 

 그리고 버스 창가에 앉아있는 영신이 밖을 바라보고 있는 차창으로 한두 방울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아~ 우산 안 가져왔는데?”

 영신은 자신의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쏟아져 내리는 비를 바라보더니 커다란 눈을 살짝 찡그렸다.

 그녀는 시청에서 일하는 남편의 도시락을 챙겨서 바삐 나오느라 아침부터 흐린 하늘을 본체만체 한 걸 후회되는 중이었다.

 

 “끼~익-!”

 

 비기 쏟아지는 하늘을 보며 덜렁대는 버릇을 후회하고 있는 그녀가 타고 있던 버스가 어느새 북촌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올라가는 길 앞 정류소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그녀는 손으로 머리를 가리고 정류소 앞에 있는 동네 슈퍼 안으로 얼른 뛰어 들어갔다.

 

 “아니 영신아-! 꼴이 그게 뭐야? 우산은 어쩌구~ 왜 비를 맞고 다녀.”

 슈퍼 주인 혜숙이 잠깐 맞은 비였지만 워낙 쏟아붓는 통에 옷이 금세 젖은 영신을 보고 반 걱정하며 나무라듯이 말했다.

 

 “글쎄, 그게 헤~ 그냥 그렇게 됐네요~”

 어릴 적부터 부모가 없던 자신을 챙겨주던 동네 터줏대감 혜숙이 건네주는 수건을 받으며 영신은 배시시 웃었다.

 

 실은 그녀가 비 오기 전에 집으로 올 시간은 충분했었다.

 점심 전에 도시락만 건네줄 때만 해도 비가 오지 않아 얼른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그녀는 이왕 나선 김에 뱃속에 있는 아기를 위해 새로운 적금 통장을 만들기로 하고 은행으로 갔다.

 하지만 그녀가 은행에서 만든 통장을 웃으면서 손가방에 넣고서 집으로 가기 위해 은행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눈길이 앞에 보이는 길 건너 빵집 간판을 향하면서 그녀의 맘을 바뀌어 버렸다.

 그렇게 웃으며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간 그녀는 좋아하는 카스텔라를 맘껏 먹으며 나중에 뱃속의 아이가 크면 같이 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유를 곁들인 카스텔라를 실컷 먹은 그녀는 소화를 시키기 위해 이리저리 구경하며 걷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걸 보고 난 그제서야 버스에 오른 것이었다.

 

 “으이그~ 웃기는, 애를 가진 산모가 몸조심해야지! 너 또 이리저리 구경하다 그랬지-! 그지~ 으휴~”

 오전에 영신이 버스를 타고 나간 걸 본 혜숙은 저녁이 넘어서 비까지 맞고 들어오는 그녀에게 듣기 좋은 잔소리를 해댔다.

 

 “으흐흐흥~ 잘 아시면서~”

 영신이 가게 쪽방으로 들어가며 혜숙에게 능청스럽게 말했다.

 

 “저거~ 저거~ 에휴… 아직 애야 애~ 아- 불 밑으로 들어가서~ 좀 누워~!”

 방으로 들어가자 마자 TV를 켜는 영신에게 혜숙이 눈을 흘기며 난로 위에 올려 놓은 주전자에서 보리차를 따랐다.

 

 “네에~ 네에~”

 연신 대답하는 영신은 정작 TV 앞에서 떠날 줄 모른 채 저번 달부터 방송한 <시댁>이라는 드라마에 빠져들고 있었다.

 한참 드라마속 주인공 또순이 홍세미의 살아가는 모습에 빠져 있던 그녀는 집에 아직 TV가 없어 매일 저녁마다 이곳으로 와 드라마를 보고 퇴근한 그녀의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드르르륵~”

 

 “안녕하세요. 안사람 안에 있죠?”

 영신의 남편 진수가 비에 젖은 우산을 접으며 난로에 앉아 자신을 보며 두툼한 입술로 미소 짓는 혜숙에게 물었다.

 

 “으그~ 매번 그렇게 들어와서 나한테 물어보지 말고 앞으로 그냥 들어가~”

 혜숙은 어릴 적부터 봐온 진수가 아들 같아 그의 엉덩이를 두들기며 웃음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매번 이렇게 신세 져서 죄송해요.”

 진수는 영신이 이곳에 매일 들락거리는 게 미안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나 혼자 있는 거 보다 야 좋으니까 넘 마음 쓰지 말어.”

 혜숙이 따뜻한 보리차를 잔에 담아 진수에게 건네며 말했다.

 

 “네, 고마워요 아주머니.”

 

 “고맙긴, 뭘-“

 혜숙은 고맙다는 말을 하는 진수를 뒤로 하고 쪽방으로 걸어갔다.

 

 “야~ 영신아 니 서방왔다. 얼른 집에 가~”

 쪽방문을 훨쩍 열어 재 낀 혜숙이 누워있는 영신을 불렀다.

 

 “네~ 안 그래도 막 끝났어요.”

 영신은 일어나 TV를 끄며 혜숙에게 대답했다.

 

 “그래, 오늘은 어땠어? 재밌게 봤어?”

 진수가 자신에게 다가와 팔짱을 끼는 영신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응. 너무 재밌었어.”

 앙증 맞은 입술을 내밀며 그에게 애교를 떠는 영신이었다.

 

 “꼬르르륵~”

 그때 비쩍 마른 진수의 배에서 얼른 저녁밥 먹자는 신호가 들려왔다.

 

 “어머~ 자기 배고프지 얼른 집에 가요. 아줌마 나 두부 한 모 가져갈게요.”

 영신은 진수의 팔에서 떨어져 두부를 봉지에 집어넣으며 혜숙에게 말했다.

 

 “이거, 이것도 가져다 같이 해먹어.”

 

 “이게 뭐에요?”

 영신은 혜숙이 건네 주는 검정 비닐봉지를 받아 들고 안을 열어보며 물었다.

 

 “소고기 쪼금 들었어. 찌개에 두부랑 같이 넣어 먹어-, 파도 팍팍 넣고.”

 혜숙이 별거 아니라는 듯 손사레를 치며 영신에게 말했다.

 

 “헤~ 고마워요. 아줌마 역시 아줌마 밖에 없다니까~”

 영신은 두부 담은 봉지를 소고기가 담긴 봉지 안으로 넣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둘은 혜숙의 배웅을 받으며 슈퍼마켓을 나와 같이 우산을 쓰고서 집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아가~ 내~ 아가~ 어딨니~?”

 

 그렇게 한참 오르막을 올라가던 영신의 귓가로 저 멀리서 일본어로 말하는 여자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우산을 두들기는 빗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아가~ 내~아가~어딨니~?”

 

 또다시 그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흠칫 놀라며 여자의 구슬픈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쳐다봤다.

 그곳은 이 마을 최고 부자로 알려진 박흥식의 집 앞이었다.

 

 “방금 들었어요? 저 앞에서 웬 여자가 일본말로 뭐라고 울면서 말하던데.”

 

 “아니? 못 들었는데 당신이 잘못 들은 거 아냐?”

 진수는 영신이 우산을 잡고 있는 자신의 팔을 손에 힘을 주며 당기자 몸이 절로 숙여졌다.

 

 “정말 못 들었어요? 분명 저 앞에서 들렸는데?”

 영신은 자신이 당긴 팔 때문에 몸을 숙인 진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럼, 내가 저쪽으로 가서 확인 해볼게. 여기서 잠깐 기다려봐.”

 팔을 잡은 영신의 손을 떼낸 진수가 우산을 영신에게 건네 주고서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그때였다.

 

 “아가~ 내~ 아가~ 어딨니~?”

 

 이번엔 진수의 귀에도 일본말을 하는 여자의 목소리가 빗소리 사이로 들려왔다.

 

 “들리죠. 봐요- 내가 뭐랬어요. 근데 뭐라고 말하는 거예요?”

 영신은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잠시 했던 진수에게 물었다.

 

 “아가 내 아가 어딨니 라고 하는 것 같은데?”

 빗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진수가 컴컴한 어둠속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계속해서 들려오는 여자의 말을 영신에게 알려줬다.

 

 “아가라니… 어-? 점점 이쪽으로 오는 거 같은데?”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무서워진 영신은 진수의 팔을 잡아당겼다.

 

 “우리 저쪽으로 돌아가자.”

 진수는 불안한 느낌이 들어 어두운 골목으로 시선을 고정한 상태로 영신의 어깨를 감싸 안고 오른쪽 골목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내 아기-!!! 내 아기-!!! 내 아기!!!!”

 

 어두운 골목에서 일본말을 빠르게 내뱉으며 흰옷을 입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

 여자는 귓불까지 찢어져 있는 입을 연신 벌려 일본 말을 빠르게 내뱉었고 입을 벌릴 때마다 찢어진 입에서 피가 스멀스멀 흘러내리고 있었다.

 영신은 그 여자를 보고 기절할 것처럼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진수는 저 여자의 희멀건 눈이 옆에 서있는 영신의 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보였다.

 뭔가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진수는 영신의 손을 꼭 잡고 뒤돌아 뛸 준비하고 천천히 뒤로 한발짝 움직였다.

 

 “!”

 

 순간, 여자가 빠르게 내뱉던 일본말을 멈췄다.

 

 “꺄아아아아아아-!!!!”

 

 그러더니 갑자기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진수는 달려드는 여자를 보고 기겁하며 영신의 손을 붙잡은 채 뒤로 몸을 돌려 달렸다.

 

 “내 아기야!!! 내 아기야!!! 내 아기야!!! 내 아기야!!!”

 여자는 그들이 뒤돌아 달리자 더욱 소리를 지르며 그들의 뒤를 쫓았다.

 

 한참을 여자에게서 도망쳐 달려 내려오던 진수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그 자리에 멈춰서서 헐떡이는 숨을 가라앉혔다.

 “하-아 하-아 괜찮아? 하-아 이제 안 쫓아오는 거 같아.”

 영신의 손을 잡은 손을 놓으며 진수가 뒤에 서있는 영신을 돌아봤다.

 

 그 순간 영신의 다급한 목소리가 진수의 귓속으로 들렸다.

 

 “오빠-!“

 

 “헛-!!”

 “철퍼덕-!”

 뒤를 돌아본 진수는 숨이 멎을 듯이 놀라며 뒤로 넘어졌다.

 

 어찌된 일인지 바로 뒤에 서있는 건 영신이 아니라 그 여자였다.

 넘어진 진수의 눈에 영신이 여자의 뒤에서 주저앉아 비를 맞으며 덜덜 떨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진수와 영신이 비를 맞으며 앉아 있는 곳은 조금 전 여자를 처음 본 그곳이었다.

 결국 그렇게 뛰었지만 그곳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여자는 몸을 숙여 자신의 얼굴을 진수의 코앞에 가져다 댔다.

 

 “으-으-으-으-으”

 진수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자의 흉측한 얼굴을 보자 굳게 닫은 이빨 사이로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절로 나왔다.

 

 “내 아기야- 내 아기야- 내 아기야-”

 여자는 몸을 일으켜 머리를 180도로 돌려 뒤에서 주저앉아 덜덜 떨고 있는 영신의 배를 쳐다보며 일본말을 연신 빠르게 내뱉았다.

 그리고 여자는 창백한 자신의 두 손을 뻗어 비에 젖은 영신의 배 위에 얹었다.

 

 그 순간 영신은 자신의 배 안으로 차가운 뭔가가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안돼-!!!”

 영신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의 두 팔을 잡고 배에서 손을 떼내려고 힘을 줬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여자의 차가운 팔을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진수- 오빠- 여보… 도-와…줘-요-!“

 영신은 창백하게 변한 얼굴을 하고서 덜덜 떨고 앉아있는 진수에게 도와 달라고 말했다.

 

 “오빠~!!!!”

 

 “영신아!!! 안돼!! 저리 떨어져!!!”

 영신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을 부르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진수가 여자의 팔을 움켜잡고 힘을 줬다.

 

 그런데 아무리 힘을 줘도 꿈쩍도 않던 여자의 손이 갑자기 영신의 배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여자의 양손에는 갓난아기가 들려져 있었다.

 여자는 몸을 일으켜 아기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여자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는 잠을 자듯이 눈을 감고 있었는데 아기의 작은 얼굴이 무척 창백해 보였다.

 

 “오빠-!! 안돼-! 우리 애기-! 우리 애기야-! 어어엉~ 우리 애기라구-!”

 영신이 진수의 팔을 붙잡고 울부짖으며 진수에게 소리쳤다.

 

 “돌려줘-!! 우리 아이 돌려달란 말야-!!”

 진수는 벌떡 일어서며 여자의 품에 안겨 있는 아기에게 손을 뻗었다.

 그런데, 아기를 만진 진수의 손은 허공을 만지는 것처럼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아가~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아가~”

 아기를 품에 앉은 여자는 멍하게 서있는 진수를 스쳐지나 어두운 골목을 향해 걸어갔다.

 

 진수는 이대로 보내면 영신의 배속에 들어있는 아이가 죽을 것 같아 걸어가는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여자를 끌어안은 진수의 팔에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이 전해져 왔다.

 뼛속까지 시려 오는 느낌에 팔을 놓칠 뻔했지만 진수는 입술을 꽉 깨물고 끌어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은 진수를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걸어 나갔다.

 진수는 발뒤꿈치를 바닥에 세우고 있는 힘껏 버텼다.

 그러자 여자가 잠깐 주춤하더니 이내 그를 질질 끌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영신이 그를 돕기 위해 일어서려 했지만, 힘이 풀려버린 다리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눈으로 길가 몇몇 집 중 불이 켜져 있는 곳이 보였다.

 

 “도와주세요~!!! 여기 누가 좀 도와주세요~!!!”

 그리고 영신은 목청을 높여 불이 켜져 있는 집들을 향해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그녀의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를 못 들었는지 어느 누구도 내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몇 번을 그렇게 소리 높여 외치던 영신은 점점 몸에서 기운이 빠지는 걸 느꼈다.

 

 “철푸덕-!”

 결국, 그녀는 빗물이 흘러내리는 차가운 길바닥 위로 쓰러졌다.

 

 “영신아-!! 정신차려-!!! 영신아-!!!”

 진수는 여자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놓고 쓰러진 영신의 곁으로 뛰어와 앉아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으며 정신을 잃어가는 그녀를 깨웠다.

 

 “하느님,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으흐흐흑-”

 진수가 흔들자 정신을 차린 영신이 비가 쏟아져 내리는 어두운 길목으로 사라져 가는 여자를 보며 울면서 신에게 도움을 청했다.

 

 “쿠우우우우우-!!!”

 

 하늘이 영신의 기도를 들었는지 어두운 길목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려나왔다.

 그러더니, 굉음이 울려나오는 곳에서 번쩍거리는 빛이 번개처럼 뿜어져 나왔다.

 

 “과아아아아아~~~!!!”

 

 빛이 번쩍거릴 때마다 영신과 진수의 눈에 거대한 소용돌이에 빗물이 휩쓸려가는 게 보였다.

 아기를 안고 있던 여자도 그 힘에는 더 이상 앞으로 못 가는 듯 걸음을 멈추고 거대한 소용돌이를 흉측한 얼굴로 노려보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점점 극에 달한 듯한 소리가 나더니 거대한 소용돌이가 환한 빛을 뿜으며 뭔가를 툭하고 뱉었다.

 

 그것은 황금빛으로 둘러싸여져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벌거벗은 갓난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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