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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26
작성일 : 19-11-18 16:09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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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너무 안일한 거 아니야?”

 

  귀에 익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니 삐딱한 자세로 문에 기대어 서 있는 제이미가 있었다. 제이미는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뭐가?” 마이클이 물었다.

  “너희가. 데이브랑 앤디가 취재 하러 가는 거,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닌데 너희 지금 아무 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하잖아.”

 

  제이미가 그 이유를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당황 하지도 말문이 막히지도 않았다.

 

  “그래서 도망 간 거야? 무섭다고?” 이번에는 조셉이었다.

  “야, 그건 아니지! 내가 뭐가 무섭다고 도망 가. 어차피 우린 대학생 기자 신분이고 어차피 안 될 거 아니까 신청 안 한 거야.”

 

  제이미는 당황했다.

  당황하지 않은 척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당황한 표정과 말투는 숨길 수 없었다.

 

  “안 될 거 알면, 도전 삼아서 신청해보면 되잖아.” 앤디가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넌 안 무섭다고 하는데, 솔직히 전쟁 안 무서워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나도 무서워. 무서운 데 가고 싶어. 군인이 되고 싶은데 될 수 없으니까, 가는 거라고.”

 

  다시 한 번 앤디가 말했다.

  앤디의 음성은 높아졌고, 목소리는 거칠었다. 제이미의 뻔뻔한 태도에 화가나있었다.

 

  “그럼 너 혼자가면 되지. 데이브는 왜 끌고 가냐? 안 그래 데이브?”

 

  제이미가 물었다.

 

  제이미는 나를 보고 말했고, 나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그들이 결정했던 시간에는 난 없었고, 난 돌아와서 이 모든 일을 알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해야만 했다.

  내가 대답을 해야 친구들의 시선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해야만 했다.

 

  “나도 가고 싶은데. 어차피 대학에서 취재하는 거 보다 전쟁 나가서 취재하는 게 나한테 더 도움 될 거 같거든. 타임지에 들어가는 거 말이야.” 내가 말했다.

 

  내 말에 제이미는 거짓말 하지 말라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나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었다.

 

  “난 거짓말 안 해. 나도 최근에 깨달았어. 내가 에디 형처럼 취재하고 싶었다는 거.”

 

  “……벡스터.”

 

  제이미는 말문이 막혔다.

 

  제이미는 나를 억울하게 끌려가는 수용자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었다. 부글부글 끓던 속에서 이상 모를 쾌감이 느껴졌다.

 

  “안 해. 때려치워. 너네 같은 인간들이랑은 도저히 못해먹겠다. 교내 기자건 뭐건 내가 너네 고발할 거야!”

 

  제이미가 나가버렸다.

 

  문은 쾅하며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제이미가 강조하며 말한 ‘고발’이라는 단어에 겁먹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문이 닫히자 하나 둘 씩 웃음을 터트렸고, 크리스는 배를 잡고 웃었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처럼 웃을 수 없었다.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미친놈……” 크리스는 웃으며 욕을 했다. “들었어? 고발한대잖아.” 크리스는 웃음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내가 말했다. 아주 작은 소리가 방 안을 울려 퍼질 정도의 소리가 되었다.

  “누가? 쟤가? 그렇지. 저 머리로 스탠포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몰라.” 크리스가 말했다. 제이미를 무시하는 음성이 가득 담겼다.

  “아니, 우리가. 그럴 거 까진 없었잖아.” 내가 말했다.

 

  크리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진심이야?”

 

  크리스가 나를 보며 물었고, 방 안의 웃음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는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가까이로 오더니 자신의 팔에 내 목을 걸었다. ‘헤드락’이었다. 크리스는 나를 어린 애 다루 듯 내 목에 건 팔에서 힘을 뺐고, 반대편 손으로는 주먹을 쥐고 내 머리를 지압하듯 눌렀다.

  아팠다.

 

  “뭐야! 빨리 풀어! 미친 크리스!” 내가 소리쳤다.

 

  나는 주먹으로 크리스의 갈비뼈를 있는 힘껏 내리쳤고, 크리스는 내 행동으로 인해 재빨리 팔을 풀었다.

 

  “아프잖아!” 크리스가 소리쳤다.

  “먼저 한 게 누군데.” 나는 소리치지 않았다.

 

  먼저 시작한 크리스는 양 쪽 눈에 쌍심지만 켜둔 채, 아무 말이 없이 날 노려보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앤디와 조셉 그리고 마이클은 그만 하고 점심 먹으러 가자며 화제를 돌렸지만, 나와 크리스 사이에 남은 감정을 죽일 방법은 없었다.

  그 방법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존재한다면 그건 시간이다.

 

  크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들, 심지어 내 시선 까지도 크리스에게 향했다. 크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책상 위에 올려진 가방을 들고 문 앞까지 걸어갔다. “나 집에 간다.” 제이미처럼 나갔다. 문에 스트레스 푸는 것처럼. 문은 쾅 소리를 냈지만, 제이미처럼 웃지 않았다.

 

  “오래 갈 거 같지?” 조셉이 물었다. 그 물음에 마이클과 앤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나조차도.

 

 

 

  크리스는 며칠 내내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내게 말을 걸고 싶어 답답해 죽을 지경 같은데 그깟 자존심이 뭔지, 참. 웃긴 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다.

  마이클도 앤디도 그리고 조셉도 마찬가지였다.

  저 녀석의 눈빛은 거짓으로 행동하는 게 보였다. ‘난 내게 말을 걸고 싶어, 데이브.’ ‘내가 여자를 꼬시고 싶은데 너희에게 조언을 듣고 싶어.’ 크리스의 눈빛에서 나오는 말들이었다. 처음에는 저 녀석의 유치함은 어디까지 갈지 우스웠고 궁금했지만 이제는 우습지 않고 그저 답답함뿐이다.

 

  “크리스.” 마이클이었다.

  크리스를 부른 건 마이클이었고, 크리스는 내 존재를 발견하곤 열여섯 먹은 새침때기 여자애처럼 시선을 돌렸다.

 

  크리스의 잇새로 ‘흥’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환청이겠지만.

 

  “사람이 불렀으면 대답을 해야지. 못 들었다는 말 같지도 않은 변명하지 마.”

 

  마이클이 소리쳤다.

  마이클의 목소리가 커졌고, 우리의 시선은 모두 마이클에게 꽂혔다.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스탠포드 전교생 중 절반이 마이클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마이클의 목소리가 아주 컸다.

 

  “아 진짜 답답한 새끼.”

 

  마이클은 욕을 뱉었다.

 

  심한 욕은 아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쉽게 사용하는 욕이었다. 하지만 언성은 높았다.

 

  크리스는 이제 마이클의 말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되었다. 모든 시선은 마이클과 크리스를 향했고, 그 중간에 껴있는 나와 조셉 그리고 앤디는 그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으니까, 쪽팔리게 그만 좀 해!”

 

  크리스가 소리쳤지만, 겁먹거나 하지 않았다. 크리스의 표정은 화를 내기 보단 팬티만 입은 채로 학교를 달리는 듯한 부끄러움 가득찬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크리스의 태도에 웃음이 세어 나왔다.

  아주 작은 소리로. 그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해 다행이었다.

 

  크리스는 마이클의 팔을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난 듯이 그들을 따라갔다.

 

  절대로 그들 가까이에서 붙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처럼, 일행이 아닌 거처럼, 하지만 조금 치사하게. 아주 자연스럽게 열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그들을 따라갔다.

 

  크리스가 멈춰선 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라 하기에는 크고 작은 소음들이 오가는 곳이었고, 몇 시간 전에도 보았던 곳. 그리고 하루를 가장 많이 보내는 곳이다.

 

  “결국 데려온 곳은 여기네. 싸움 구경만이라도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우린 어쩔 수 없는 기자운명 인가봐.”

 

  조셉이 흐느끼며 말했다. 하지만, 그 또한 장난이었다.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마이클이 물었다.

  마이클은 뒤에서 들리는 조셉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사실 나도 그랬고, 앤디도 크리스도 그랬다. 조셉은 우리 모두에게 무시를 당했지만, 섭섭해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아무 일 없는 척 넘어갔다.

 

  “데이브한테 사과하라고 해.”

 

  크리스는 단호했다.

  나의 사과를 받고 싶은 거였다.

 

  “사과?” 마이클이 되물었다. 확인 사살이었다.

  “그래, 사과. 난 데이브한테 사과 받고 싶어.” 크리스도 확인 사살했다.

 

  마이클은 크리스의 말에 헛웃음을 쳤다. 어이없다는 표정이었고, 나 또한 마찬가지로 어이가 없었다.

 

  “왜 데이브한테 사과가 받고 싶은 건데?” 마이클이 물었다. 정말 궁금하다는 음성이었다.

  “난 데이브한테 배를 맞고 배막이 찢어질 뻔했어.” 크리스는 당당했고, 나는 그런 크리스의 모습에 혀를 끌끌 찼다.

 

  우리가 납득당해 아무 말을 할 수 없게 하려면 의료 서적을 찾아보면 될 텐데, 당당한 크리스의 입에서 나온 말이 겨우 배막이 찢어질 뻔했다니 참으로 어이없었고, 바보 같은 순간이었다.

 

  “미안해.”

 

  나는 그 어이없고 바보 같은 순간을 끝낼 방법을 잘 알고 있었고, 마이클이 크리스를 죽도록 패지 않는 한, 그 순간을 끝낼 사람이 나라는 걸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뭐라고 데이브? 나 못 들었어. 다시 말 해.”

 

  크리스는 제대로 듣기 위해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팠다.

  난 그가 귀를 다 파는 시간을 기다려줬다.

 

  “미안하다고. 네 배막을 찢을 뻔해서 정말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나는 정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읽었다.

  뇌에 새겨진 문장 그대로 읽었다. 면접을 보는 거 보다 훨씬 더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이 목소리로 타임지 면접을 보면 바로 떨어질 것이다.

 

  마침내 크리스는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과를 받아줄게.” 크리스가 말했고, 난 고개를 돌려 마이클을 쳐다보았다. 마이클은 크리스를 죽일까 하는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죽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남자들의 사소한 싸움은 참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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