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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냇가의 꽃들
작가 : 누리아리마리소리
작품등록일 : 2019.10.1

시냇가에 아무렇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처럼,
여러 계층의 개성 있고, 사연 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익을, 그리고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가혹하고 억울하여,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날 한 장소에서 모이게 된다.
급작스럽게 사건에 모두 휘말리게 되고, 계획 없던 동행이 시작된다.
서로를 경계하고 못 믿던 그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차츰 서로를 알아가면서, 끈끈한 인연이 되어 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는 계속 추격해 오고...
시냇가의 꽃들에게, 추운 봄이라도 찾아올 것인가?...

 
16화. 발렌타인의 과거 2
작성일 : 19-11-11 17:22     조회 : 430     추천 : 0     분량 : 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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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0년 전 여름...>

 

  끝이 보이지 않는 2차선 차도 양 옆으로, 울창한 수풀이 우거져 있다.

 멀리서부터, 한 대의 빨간색 스포츠카가 굉음을 내며 달려오고 있다.

 

  스포츠카 안 운전석에는 10대 중, 후반쯤 되어 보이는

 넝마차림의 소년이 심각한 표정으로 운전 중이다.

 차안은 오래도록 청소를 안 한 듯 곳곳에 먼지가 쌓여있다.

 조수석 창문은 흉물스럽게 깨져있다.

 운전석 핸들너머에는 적색과 청색 두 가지 색의 회전 경광등이 고정되어 있다.

 

  “후아아아아아아앙!”

 

  한 소년이, 오른손에 권총 한 자루를 움켜쥔 채

 식은땀을 흘리며 운전에 집중하고 있다.

 

  “훅 훅 하하”

 

  얼마 후...

 얼굴에 식은땀이 범벅이 된 채 거듭 쉼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소년.

 

  “후웁~ 하아~”

 

  얼마동안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고개를 조수석 쪽으로 돌리는 소년.

 깨진 조수석 창문을 향해 총을 겨눈 후 세 발을 연거푸 발사한다.

 

  “탕! 탕! 탕!”

 

  그러는 와중 스포츠카는 쭉 뻗은 도로를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간다.

 

  마지막 발사된 총탄이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울창한 숲을 헤쳐 나간다.

 숲을 빠져나온 총탄 앞에 시원한 개울가가 나타난다.

 개울가 위를 번개 같은 속도로 주파한다.

 조그만 바위언덕을 타고 올라선다.

 그 꼭대기엔 조그만 통나무집이 자리한다.

 통나무집 열린 창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총탄.

 

  식탁위에 한 뼘 거리를 두고 일렬로 꼿꼿이 세워져 있던 담배 세 개비.

 모두 비켜나가고 나무로 된 뒷벽에 박히는 총탄.

 

  총탄이 박힌 벽을 따라서 왼쪽으로 서서히 둘러본다.

 식탁 끝을 지나고 나니 식탁 옆 의자에 안전거리를 두고

 무심한 얼굴로 앉아 있는 근육이 우람한 사내가 보인다.

 

  통나무 벽 틈새에서 간간이 새어 들어오는 햇빛에

 사내의 삭발머리가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난다.

 언뜻 봐도 중후한 중년 비주얼이다.

 

  총탄이 벽에 박힌 후에도 담배 세 개비는 그대로 세워져 있다.

 무표정한 얼굴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한 뼘 거리를 두고 통나무 벽이 자리한다.

 

  사내의 눈높이 위치에 빨간색과 파란색 스위치 버튼이 나란히 붙어있다.

 재빨리 벽 쪽으로 손을 뻗어 망설임 없이 빨간색 스위치 버튼을 누른다.

 

 

  “큐슈와와와와왕!”

 

  굉음이 흐르는 스포츠카 안에서, 소년은 아직도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핸들 너머의 두 개의 빨간색과 파란색 회전 경광등에

 숨 막히는 긴장감과 초조함이 감돈다.

 

  긴장된 눈동자 속 동공이 광적으로 흔들린다.

 식은땀이 흐르는 목으로 타고 넘어가는 메마른 침.

 두 개의 회전 경광등이 금방이라도 작동할 듯 도사리고 있다.

 

  차바퀴가 더욱 거칠게 굴러간다.

 회전 경광등에 고정된 소년의 광기어린 눈빛.

 

  조금 후...

 빠르게 회전하는 적색 경광등.

 

  숨이 멎을 듯이 놀라는 소년.

 눈가에 짧은 고뇌가 스친다.

 금세, 공포감으로 가득 차오르는 눈동자.

 이내, 핏발이 뻗치는 광기어린 눈빛이 되어,

 가속페달을 힘껏 밟는다.

 

  바로 그때...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소년의 머리가 무참히 터져나간다.

 

  스포츠카는 심하게 이리저리 흔들리다, 균형을 잃고 전복된다.

 그런 후, 처참하게 몇 바퀴를 구른 후, 처량하게 뒤집어져 나뒹군다.

 

 

  2차선 차도 인근 야산 울창한 숲을 지나자

 갈대로 덮여 있는 가파른 산이 나타난다.

 

  산자락을 따라서 그 꼭대기까지 솟아 올라간다.

 

  산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군용 쌍안경으로 전방을 내려다보고 있는

 북한 장교복을 입은 교관이 보인다

 등과 어깨에 도깨비 문양의 로고(Logo)가 박혀있다.

 매 마른 땅처럼 피부가 건조하고 40대 중반처럼 보인다.

 

  검은 그을음이 날리고 자동차 파편으로 어질러진 도로를 따라가는 쌍안경.

 이윽고 아무렇게나 일그러져 있는 스포츠카를 발견한다.

 

  “후훗... 아직 한 에미나이도...

 통과를 하지 못 했구만 기레... 이거! 이거!!

 남쪽 아새끼들! 빌빌대는 건! 알아줘야 돼 갔구만!!!

 내래... 오늘... 기대하고 오진 않았드랬어!...

 기레두 이건!... 기레가지구!... 잘도!... 후후...

 간나새키들!.. 고저 총알이 아깝구나야!!”

 

  교관이 옆으로 내려다 본다.

 서슬 퍼런 저격 총의 조준경이 보인다.

 

  앳된 모습의 넝마차림인 발렌타인

 저격 자세를 풀지 않은 채, 대기 중이다.

 

  총구에서는 아직도 뜨거운 연기가 홀연히 피어오르고 있다.

 

  그 뒤로 수십 명의 소년 소녀들이 역시 지저분한 넝마차림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훈련병이라기엔 아직 한참 어린 나이다.

 

  소총을 겨눠 든 채, 살벌하게 그들을 에워싸고 있는 교관의 부하들.

 부하들의 북한 군복 등과 어깨에도 역시 도깨비 문양의 로고(Logo)가 박혀있다.

 

 망원경으로 여전히 전방을 내려다보고 있는 교관의 뒷모습마저도 공포스럽다.

 

  잠시 후,

 교관은 전방을 내려다보던 망원경을 차분히 내린다.

 훈련병 쪽을 향해 험상궂은 얼굴로 천천히 돌아선다.

 

  눈과 얼굴 주변에 칼에 베인 상처가 여러 개 드러난다.

 떨고 있는 훈련병들을 바라보며 비열하고 비정한 미소와 눈빛을 흘린다.

 

  “자... 세 개중에서.. 두 개만 맞히면! 통과라우!!... 히히..

 자... 잘들 해보라우!!... 히힛...”

 

  사시나무 떨 듯 하는, 훈련병들을 보며 낄낄댄다.

 

  “남쪽 아 새끼들!... 고저 볼만 하구나야!! 히히...”

 

  엎드려서 저격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발렌타인.

 교관은 낄낄거리던 시선을 옮겨 발렌타인을 유심히 본다.

 

  “저격수는... 자세 풀고... 차타라우...”

 

  “넵!!”

 

  잽싸게 움직인다.

 옆에 대기하던 부하가 발렌타인을 데리고 사라진다.

 

  교관이 훈련병 중 아무나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야! 너!”

 

  지목당한 소녀는 얼빠진 얼굴로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열 살이 갓 넘어 보이는 소녀.

 눈에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이 그렁그렁하다.

 

  바지 주머니에서 풍선껌을 꺼내 우악스럽게 씹어대는 교관.

 주저앉아 흐느끼며 떨고 있는 소녀를 잠시 동안 멍하니 바라본다.

 소녀의 옆에 가까이 있던 부하에게 가벼운 눈짓을 한다.

 

  “쾅!쾅!”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들고 있던 소총으로

 주저앉아 있는 소녀를 향해 거침없는 사격을 가하는 부하.

 

  머리와 가슴에 무차별 총격을 입고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지는 소녀.

 총살당한 소녀의 뒤에서 사색이 된 채 소리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움찔거리기만 하는 훈련병들.

 

  영문도 모르는 얼굴로 땅바닥에 쓰러져 주검이 된 소녀를

 또 다른 부하가 서둘러 수습하여 다른 곳으로 옮긴다.

 

  모두가 벌벌 떠는 가운데,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는 차가운 눈빛의 한 소녀.

 지옥의 개를 유심히 바라보는 교관.

 

  “너!... 에미나이!...”

 

  “옙!!”

 

  교관이 두려워하지 않는 지옥의 개에게 다가간다.

 

  “간~나... 지금 뭐.. 내래~! 오지게! 쎈년 입네다~!

  이카는! 기네!!... 죽고 싶은 거이가?!”

 

  흠칫 놀란다.

 눈앞까지 다가오는 교관.

 미동도 하지 못하는 지옥의 개.

 

  지옥의 개의 눈을 바라보는 교관.

 망부석처럼 꼼짝도 않는 지옥의 개.

 

  천천히 시선을 거둔 후,

 넝마위로 부풀어 오른 지옥의 개의 육감적인 가슴을 지긋이 내려다보는 교관.

 음흉한 미소가 귀에 걸린다.

 

  “간~나...”

 

  지옥의 개의 가슴 한 쪽을 덥썩 움켜쥔다.

 

  “...?!...”

 

  잠깐 움찔하지만 다시 정자세를 취한다.

 

  교관은 지옥의 개의 가슴을 탐욕스럽게 여기 저기 주무른다.

 

  “고조~ 에미나이~ 상당하구나야~! 낄낄낄”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는 지옥의 개.

 무반응에 점점 표정이 굳어지는 교관.

 이내 주무르던 가슴을 놓아버리고 휑-! 하니 돌아선다.

 

  “총 잡으라우!...”

 

 

  한적한 2차선 도로 위에 좀 전과 같은 차종의 스포츠카가 정차해 있다.

 차 안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앳된 모습의 발렌타인

 

  잠시 후

 눈을 부릅뜨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는 발렌타인.

 

  “쿠콰아아아아아앙!”

 

  스포츠카는 격렬한 굉음을 내며 출발 한다.

 타이어가 타들어가면서 희뿌연 연기와 함께 차도에 검은 타이어자국이 남는다.

 

  차체가 흔들릴 정도로 광속을 하는 스포츠카 안

 발렌타인의 귓속으로 거친 배기 음이 파고든다.

 

  “쿠아아아아앙”

 

  “후~”

 

  쉼 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으려 애쓴다.

 얼굴에 식은땀이 맺혀간다.

 

  얼마 후

 좌우를 살핀다. 조수석으로 고개를 돌린다.

 오른손에 권총을 쥐고 조수석 창밖을 향해 조준한다.

 

  차창 밖으로 이름 모를 나무들이 무수히 쏜살같이 자나간다.

 창밖을 겨냥하는 총구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독이 서린 눈빛으로 세 발의 총탄을 발사한다.

 

  “탕! 탕! 탕!”

 

  나무의자에 앉은 채 식탁위의 담배 세 개비를

 무료하게 바라보고 있는 근육이 우람한 사내.

 

  얼마 후...

 세 발의 총소리와 함께 통나무 뒷벽에 연이어 박혀 들어가는 세 발의 총탄.

 

  굉음을 내는 스포츠카 안에서,

 겨눈 총을 거두지 않은 채 조수석 창밖을 바라보는 얼이 빠진 얼굴의 발렌타인.

 서서히 조수석 좌석에 총을 내려놓는다.

 핸들 너머 회전 경광등을 초조하게 바라본다.

 

  군용 쌍안경을 든 교관 옆에서

 저격 자세를 잡고서 조준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지옥의 개.

 

  스포츠카의 동선을 따라 저격총의 조준경이 예리하게 따라 움직인다.

 조준경 속으로 스포츠카가 점점 가까워진다.

 

  조준경 속에 스포츠카 안 발렌타인의 심각한 얼굴이 잡힌다.

 

  운전석에 머리를 바짝 기댄 채 눈을 내리깔고

 긴장하며 두 개의 회전 경광등을 바라본다.

 

  지옥의 개가 숨죽인 채 방아쇠에 손가락을 가져간다.

 방아쇠가 서서히 당겨진다.

 

  흥분과 긴장감에 싸여있던 발렌타인의 눈빛이 점차 침착해져 간다.

 

  눈빛은 점점 고요해진다...

 

  “끼이이이이익!”

 

  스포츠카에 급브레이크가 걸린다.

 2차선 차도에 거칠게 멈춰 선다.

 

  차 안에서 두 개의 회전 경광등을

 서늘하게 바라본다.

 

  곧 이어

 빠르게 회전하는 푸른 경광등.

 

  “후우~”

 

  그제야 양 손을 올려 얼굴과 목을 어루만지며 흥분을 쓸어내린다.

 왼손을 내리기 전 운전석 차창 밖으로

 손가락 욕(법규)을 처연히 쏘아준다.

 

  그 모습을 조준경으로 지켜보던 지옥의 개.

 차가운 미소를 머금는다.

 

  한편 통나무집에서는,

 두 동강이 나서 땅바닥에 떨어진 담배 두 개비를 주워

 나무의자 옆 쓰레기통에 버리는 근육이 우람한 사내.

 

  식탁 서랍에서 담배 두 개비를 주섬주섬 꺼낸다.

 식탁위의 작은 홈에 두 개비의 담배를 정성스레 꼿꼿이 세운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그것도 잠시, 무심하게 변하는 표정...

 

  “쿠아아아아아앙!”

 

  자신감에 찬 눈빛을 가득 머금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는 지옥의 개.

 자연스럽게 권총을 들어 조수석 창밖을 조준한다.

 

  “탕! 탕! 탕!”

 

  조수석 창문 밖으로 연이은 총성과 함께 세 발의 불빛이 터져 나온다.

 

  여전히 무료하게 식탁 위의 담배 세 개비를 바라보고 있는 사내.

 

  잠시 후,

 바람을 가르는 총탄소리가 세 번 연이어 들리고

 

  담배 세 개비가 차례로 튕겨 나간다.

 
작가의 말
 

 빼빼로 데이~

 모두 행복한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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