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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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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1-11 07:39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5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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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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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릴리와 만나기로 했다. 실은 마이클이 릴리를 소개시켜준다고 했던 것도 잊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머릿속이 많이 복잡했다. 시험 때문이기도 하고, 서류가 너무 지체됐기도 하고, 그리고 캐서린 이모가 며칠 감기에 시달리기도 했다.

  나는 온갖 걱정들 때문에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정도였다.

 

  내 머릿속이 많이 복잡했었다.

 

  릴리는 마이클의 말처럼 예뻤고, 학교에서 가장 예쁜 사람을 뽑으라면 난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릴리라고 말 할 정도로 예뻤다.

  아주 예뻤다.

  그렇게 예쁜 릴리를 그간 한 번도 스친 적이 없다는 거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렇게 예쁜 릴리의 존재를 모르고 4년을 보냈다니……

 

  “마이클한테 얘기 들었어.”

 

  릴리가 말했다.

  마이클이 무슨 얘기를 했을까.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마이클은 내 욕을 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릴리의 목소리는 아주 간드러졌다.

  이름처럼 백합이 내는 소리 같았다. 그만큼 새 하얗고, 깨끗한 소리였다.

 

  릴리의 눈은 아름다웠다. 나는 릴리의 눈을 보고 사랑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 마치 엄마의 눈을 보는 거 같았다. 눈동자에서 수영을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런 나를 말려야 했다.

 

  “나도 얘기 들었어.”

 

  아주 조금이었고,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들은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거짓 없이 대답했다.

 

  “뭐라고 들었어?”

 

  릴리가 말했다.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몸을 이루는 성분이 호기심인 거처럼, 대답을 꼭 해줘야 될 거 같았다. 하지만 정확한 대답은 할 수 없었다.

 

  “착하고 예쁘다고.”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뭐야, 시시하네.”

 

  릴리가 말했다. 김빠진 콜라 같았다.

 

  릴리는 도대체 어떤 말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나는 네가 정말 멋진 친구라고 들었거든. 마이클의 친구들 중 가장 생각 깊고, 의젓하고, 어른스럽고, 용감한 친구.”

 

  마이클이 나를 생각 깊고, 의젓하고, 어른스럽고, 용감하다고 생각했다니 나는 다시 한 번 마이클에게 감동했다.

  나를 이렇게 생각하면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증이 폭풍우처럼 몰아닥쳤다.

 

  “음. 그래 보이긴 해. 네 눈 되게 맑아. 좋은 사람 같아. 마이클이 그렇게 칭찬하는 친구는 없거든.”

 

  릴리가 말했다. 사랑스러운 눈을 가진 릴리가 내 눈을 보고 맑다고 했다. 칭찬이었다. 최고의 칭찬.

 

  릴리는 예쁘장한 것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릴리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 나탈리와 비슷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나탈리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건 아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일뿐, 그리고 나탈리가 내가 최근에 만난 여자이기 때문이다. 캐럴라인을 제외하고…….

 

  “릴리, 너도 그래. 너도 좋은 사람 같아.”

 

  내가 릴리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좋은 사람에게 듣는 좋은 사람이라는 말, 나는 그걸 최고로 생각하고 있다.

 

  “고마워. 우리 배고픈데 뭐라도 먹을까?”

 

  릴리가 말했다.

 

  정말 배가 고팠다.

  늦잠을 잔 나머지 아침을 먹지 못했다. 내 배에서는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망했다. 화단에 핀 백합 한 송이를 꺾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도 모르는 릴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백합 같던 모습에서 팬지의 모습이 보였다.

 

  릴리와 함께 오게 된 곳은 학교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갈 곳이 없었다.

  첫 데이트로 온 곳이 학교 근처라니. 그것도 패밀리 레스토랑. 그리고 첫 데이트 식사로 햄버거는 아주 우스운 메뉴이다.

 

  패밀리 레스토랑과 햄버거에 대한 걱정도 잠시, 나는 친구들을 만나지 않을까, 나는 괜찮은데 릴리가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무슨 일 있어?” 릴리가 물었다.

  “어? 아니, 햄버거 괜찮겠어?” 내가 말했다. 햄버거는 내 걱정거리 중 하나였다.

  “응. 나 햄버거 좋아해. 그리고 나 여기 되게 좋아해.”

 

  릴리가 말했다.

  릴리는 웃으면서 말했고, 또 다시 붉은 팬지의 모습을 보였다.

 

  “의외네.”

 

  의외였고, 입 밖으로 나오면 안 될 말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던 말이 입 밖으로 나왔고,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뭐가? 내 겉모습만 보고?” 릴리가 물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입 밖으로 나오면 안 됐다고 했던 것이다.

 

  “그냥, 여자애들 햄버거 잘 안 먹잖아. 다이어트 한다고…….” 변명이었지만, 맞는 말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맛있는 걸 먹어줘야겠어.”

 

  릴리는 말을 끝내자마자 보기 좋게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 먹었다.

  릴리의 먹는 모습이 예뻤다. 얼굴이 예쁘면, 다 보기 좋은 거 같다.

 

  “아, 맞다. 마이클 말로는 네가 스탠포드에 와서 단 한 번도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는데 정말이야?”

  “내가?”

  “응.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남자 여자 많이 만나잖아. 되게 난잡할 정도로.”

 

  릴리의 말에 단 1초의 시간 동안 그웬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확하진 않았다. 하지만 아주 짧은 시간이었고, 그 짧은 시간동안 내가 그웬과 했던 모든 일들이 스쳐갔다. 난잡하진 않지만……, 아니, 어떻게 보면 아주 난잡한 거 같기도…….

 

  “정말 없는 거야?”

 

  릴리가 물었다.

  그웬을 떠올린 그 1초 사이에, 덕분에 그웬은 금방 스쳐갈 수 있었다.

 

  “응. 없어.”

  “그럼 여자를 만나 본 적도?”

  “아니, 그건 있지.”

  “그렇지? 난 또 네가 여자 한 번 못 만나 본 사람인 줄 알았어.”

 

  릴리의 말에 난 헛웃음이 나왔다. 이건 긍정이 아니었다. 부정 섞인 웃음이었고, 그 웃음은 릴리가 아닌 마이클에게 하는 웃음이었다.

 

  “마이클이 내 얘기를 뭐라고 한 거야?”

 

  내가 물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궁금증이었다. 너무 궁금했다. 나는 최근에 마이클에게 아주 많이 감동을 했기 때문이다.

 

  “아니, 마이클은 너에 대한 험담은 하지 않았어. 그냥 내 친구들이 네가 문제가…… 아니 그게 아니고……. 아, 여자를 안 만났잖아. 그래서 여자한테 관심이…… 미안.”

 

  릴리는 오해했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 오해는 나를 화내게 하거나 내게 큰 문제가 되거나 하지 않았다.

 

  “괜찮아. 나는 그런 오해에 화내지 않아. 오해할 수도 있어. 거짓이니까. 난 그런 걸 중요하게 여기거나 신경 쓰거나 하지 않아.”

 

  완벽한 진심이었다.

 

  나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오해를 할 수도 있고, 나는 그보다 더 큰 오해를 겪어본 적 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오해는 모래사장 속 모래알 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녀석들은 불같이 화낼 텐데. 마이클이 사람 하나는 잘 보는 거 같아.”

  “그거 칭찬 맞지?”

  “아니, 칭찬 아니야.”

  “뭐?”

  “농담. 칭찬 맞아. 완전 칭찬이지.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야.”

 

  릴리의 칭찬에 간지럽지도 않은 머리를 긁적였다.

  내 모습에 릴리는 코웃음을 치며 웃었다. 릴리는 웃을 때 양 눈을 감는데, 눈가 주름에 예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서로 잘난 거 잘 알고 있으니까, 다른 얘기로 넘어가자. 난 너에 대해 정말 궁금한 게 있었어.”

 

  릴리가 말했다.

 

  나는 시험문제 유출이라도 한 듯 릴리의 대답 중 일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릴리는 내 목젖이 위 아래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사실 너 언제 취재 하러 가는지 가장 궁금하고 싶은데 너한테 부담될 거 같고, 우리 오늘 처음 만났잖아. 그래서 구체적인 건 물어보지 않을 거야, 오늘은.”

 

  릴리의 뜻밖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나는 내 한숨 소리에 파묻혀 오늘은 이라는 단어를 듣지 못했다.

 

  릴리는 계속 이어 말했다.

 

  “내일 만나면 내일 물어볼 수도 있고…….”

 

  나는 순간 좌절했다.

  하지만 무릎을 꿇으며 좌절을 하지 않아 무릎에 묻은 흙을 털지 않고 일어설 수 있었다.

 

  “뭐, 언젠간 물어보겠지. 근데 난 내가 묻는 것 보단 네가 말해줬으면 좋겠어. 취재하러 가는 날이 정해지면, 전 날이라도 좋고, 당일이라도 좋으니까. 첫 번째로 알게 되는 사람은 부모님이나 마이클…… 친구들일 테니까,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먼저 알고 싶어.”

 

  릴 리가 말했다.

 

  릴리는 먼저 알려달라는 말을 아주 길게 늘어트렸다. 릴리는 말 하는 재주는 없었다. 나는 돌려 말하는 것 보단 한 번에 알기 쉽게 말하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릴리와는 이 점이 달랐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어차피 나는 취재를 하러 갈 운명도 아니었고, 릴리에게 취재를 하러 간다고 말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그리고 내가 취재를 갔다고 한 들 릴리의 부탁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부모님이 없으니 부모님이 우선으로 알게 되는 존재가 아니다.

  캐서린 이모는 걱정할 게 뻔하다. 절대 알려줄 수 없다. 그렇다면? 분명 친구 녀석들이 먼저 그 소식을 듣고 내게 말해 주겠지.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릴리에게 말했다. “알았어.” 내 눈은 화살처럼 휘었다. 눈가에 주름이 잡혀있다.

 

  “고마워, 데이브.” 릴리가 말했다.

 

  릴리의 웃음은 여전히 예뻤고, 눈은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웃음을 보고 있자니 몸이 나른해져 또 다시 릴리의 눈동자 속에서 수영이 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마가리타 이름이 왜 마가리타인지 알아?”

 

  내 욕심을 회피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조셉에게 배운 쓸데없는 지식을 써먹고 싶어졌다. 조셉은 여자를 꼬시는 용도로 사용했지만, 나는 대화의 용도였다.

 

  “왜?”

 

  릴리가 대답했다.

  다행히 릴리는 마가리타의 이름이 왜 마가리타인지 모르고 있었다. 릴리는 조셉의 진부한 수법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어떤 호텔에 다니엘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다니엘의 여자 친구는 술을 마실 때 소금을 곁들이는 버릇이 있었어. 다니엘은 여자 친구 위해서 소금을 바른 칵테일을 만들었고, 그래서 그 칵테일 이름을 여자 친구 이름을 따서 마가리타라고 지었대.”

 

  내가 말했다.

  원래 앞에 내용이 더 있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전 후의 얘기도 아닌 지금 내 앞에 놓인 잔 안의 마가리타의 유래가 더 중요하다.

 

  “그럼 맨해튼은?”

 

  릴리가 물었다.

 

  나는 당황했다.

  알지 못했다.

  맨해튼이 왜 맨해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걸까. 생각했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만약 릴리가 콜린스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런던에 있는 호텔의 존 콜린스라는 웨이터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쿠바 리브레도 자신 있었다. 왜 하필 생각조차 하지 않은 맨해튼일까. 조셉이 아닌 내 자신을 원망했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변명했다.

 

  “맨해튼에서 만들어서 맨해튼이겠지?”

 

  “그게 뭐야.”

 

  릴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릴리의 눈꼬리가 보기 좋게 휘어지고, 눈가에 주름이 예쁘게 자리 잡았다. 웃음은 거짓이 아니었다.

 

  다행이다.

 

  나의 웃는 얼굴이 릴리에게 어떻게 보이든 신경을 쓰지 않고 따라 웃었다. 나는 웃으면서 내 웃음의 의미를 찾았다. 내 웃음의 의미는 안도감 섞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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