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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사랑할 수 없는 우리
작가 : 현서
작품등록일 : 2016.10.4

39살의 인아. 실패한 유학 생활의 업적으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아직도 소박한 사랑을 꿈꾸고 있지만 얼마 전 실연까지 당했다.
그런 가운데 친구 선영의 결혼과 태라의 승진 소식은 인아를 더욱 움추려들게 만든다.
그런 인아에게 명문대생 훈남의 수현이 다가와 한없는 친절을 베푼다.
인아는 수현때문에 설레기도 하고, 잃어버린 청춘을 생각하며 슬프기도 하다.
수현은 왜 인아에게 다가온 것일까?

 
기억(1)
작성일 : 16-10-14 14:46     조회 : 590     추천 : 0     분량 : 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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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흘러간다. 벌써 고등학생이 되다니.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서울 근교라고는 하지만 작은 시골 동네에서 중학교 하나, 고등학교 하나 밖에 없었기에 나와 우리 동네 아이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옆 건물인 고등학교로 등교하는 것만이 달라졌을 뿐이다. 새로이 친구를 사귄다거나 하는 기대감은 그 누구도 갖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입학식 이후, 우리의 예상과는 엄청나게 다른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학교 때보다 30분이나 빨라진 등교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학교에서 점심과 저녁을 모두 먹고, 밤늦게까지 야자라는 것도 해야 한단다. 도시락을 두 개나 들고 다녀야 했고, 하루 스물 네 시간 중 14시간을 학교에 있어야 한다. 그나마 집에 있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그리고 학교에 있는 시간은 오직 공부, 공부를 하는 시간이다.

 

  오죽하면 부모님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인사하지 않고, 담임 선생님께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는 유머까지 나돌았으니까. 이 나라의 고등학생은 대학을 가기위한 전제의 삶이지 고등학생으로서의 주체적 삶이란 따로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와 영주가, 그리고 선영이와 태라가 같은 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 같이 한 반이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그런 행운을 바란다는 건 너무나 욕심이라는 걸 우리도 잘 안다. 단지 둘씩이라도 같은 반이 된 것으로 우리는 만족하기로 했다. 우리는 점심시간이면 운동장 스탠드에 모여앉아 수다를 떨었다.

 

  “영어 선생님 진짜 신승훈 닮지 않았냐?”

 

  태라는 입학한 지 일주일 만에 영어 선생님과 혼자만의 사랑에 빠졌다.

 

  “얼굴 하얗고 안경쓰면 다 신승훈 닮았냐, 왜 서태지 닮았다고 하지.”

 

  “에이, 서태지는 아니지. 우리 종훈씨는 발라드가 어울려.”

 

  태라는 영주의 핀잔에도 아랑곳 않고, 이 지긋한 고교생활 3년이 지나면 곧 결혼이라도 할 것처럼 굴었다.

 

  “야, 14년이나 차이야. 너가 한창 예쁠 때 영어 선생님은 아저씨가 될 거라구.”

 

  가장 현실적인 선영이가 태라를 구박한다. 태라는 사랑에 그깟 나이 차이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반박한다.

 

  그보단 영어 선생님을 좋아하는 수많은 경쟁자가 더 문제이다. 키는 좀 작지만 곱상한 얼굴에 자상한 성격으로 영어 선생님은 많은 여학생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태라는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영어공부만 하기로 결심한다.

 

  “키 차이는 어쩔건데?”

 

  우리 중에서 가장 키가 큰 태라는 영어 선생님보다도 키가 크다.

 

  “내가 어디서 봤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없는 걸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데, 반대로 난 키가 크니까 남자 키가 크건 작건 그런 건 상관하지 않거든. 그럼 영어 선생님은 키가 큰 나를 다른 아이들보다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보기가 안 좋다고요.”

 

  스탠드에 모여 수다를 떨 때도 영주는 꼭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도 빼 놓지 않고 듣고 있는 영주가 한마디 끼어든다.

 

  “내 말이...”

 

  하며 영주의 말에 장단을 맞추던 선영이가 스탠드를 굴러 운동장으로 떨어졌다. 무릎이 까지고 피가 철철 흘렀다. 우리는 모두 놀라 선영이를 부축해 양호실로 데리고 갔다.

 

  선영이는 양호실로 가는 내내 무릎에서 흐르는 피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넘어지는 그 우스꽝스러운 풍경을 누가 봤는지 못 봤는지에만 신경쓰고 있었다.

 

  양호선생님은 선영의 상처 난 다리를 치료해주고, 다른 상처가 없나 발목 종아리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다고 하셨다.

 

  선영이가 괜찮다는 말에 우리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태라의 웃음을 시작으로 모두가 함께 빵 터졌다. 선영이 넘어지던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다 같이 생각한 것이다. 선영이는 화를 냈지만 선영이가 화를 내면 낼수록 한 번 터진 웃음은 사그라들 줄 몰랐다.

 

  양호선생님도 알만하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지으신다. 한참을 웃는데 파티션 뒤로 양호실 구석에 있는 침대에서 어떤 남학생이 조용히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또 동시에 웃음을 멈췄다.

 

  “선생님 저 이만 가볼게요.”

 

  “왜 점심시간 아직 남았는데, 조금 더 쉬지 그래.”

 

  “코피 좀 난 것 뿐인데요 뭐”.

 

  “얘네들이 너무 시끄럽지? 신입생이라 그래. 오빠인 니가 이해해라.”

 

  “아니예요. 안녕히 계세요.”

 

  남학생은 양호선생님께 공손히 인사를 하고 밖으로 양호실을 빠져 나갔다.

 

  “와, 잘 생겼다. 선생님 누구예요?”

 

  선영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고 3 학생 잘 생겼지? 게다가 공부도 완전 잘한다. 전교 1등.”

 

  “저렇게 잘 생긴 얼굴을 내가 봤으면 기억 못할 리가 없는데.”

 

  “작년에 서울에서 전학 왔어. 너희들이 볼 일이 없었지. 행여라도 어떻게 해 볼 생각은 마. 저 남학생한테 편지하거나 만나자고 하거나 비슷한 액션만 취해도 엄마가 바로 달려와서 야단치신다. 공부 방해된다고 전학도 아마 그래서 왔다지.”

 

  이렇게 선영이와 양호선생님이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에 난 숨을 쉬고 있었던가?

 

  남자라곤 좀처럼 관심이 없는 영주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절로 나왔으니, 그의 빛나는 용모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태라가 그렇게 좋아하는 영어 선생님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졌다.

 

  며칠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인구가 따라 나선다.

 

  “왜? 넌 더 천천히 가도 되잖아.”

 

  “누나가 고등학생 되니까 등교시간 아니면 누나랑 말 한마디 할 시간도 없잖아. 일찍 가면 조용해서 책 보기도 좋아.”

 

  감동이다. 누나와 함께 등교하겠다고 30분이나 더 자도 되는 아침의 단잠을 포기하는 내 사랑스런 동생 인구와 함께하는 등교 길이 이 어두운 시절을 버티게 해주는 하나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래도 넌 지금 한참 클 나이라 잠이 중요하단 말야. 공부 잘 해도 키 작은 남잔 매력없어.”

 

  “에구, 동생 잘 가르치십니다. 우리 이사하기 전엔 어차피 이 시간에 집에서 나왔잖아.”

 

  인구는 작년에 중학교에 입학해 이제 2학년이 되었다. 인구가 중학교에 입학한 후 공부도 썩 잘하자 엄마는 인구가 등하교 시간에 시간 빼앗기지 말고 공부하라고 학교 근처로 이사를 했다. 난 내내 그렇게 다녀도 신경도 안 쓰더니만... 이렇게 나와 엄청난 차별을 받고 있는 인구지만 절대로 미워할 수 없는 동생이다.

 

  “내가 키가 작아서 창피해?”

 

  “아니. 너 아직 다 크지도 않았는데, 웬 창피...”

 

  인구가 또래들보다 좀 키가 작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절대 창피하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오히려 사랑스럽고 귀엽다. 지금은.

 

  “근데 왜 갑자기 키 타령?”

 

  “우리 학교에 너무 멋진 영어 선생님이 계신데, 키가 작아.”

 

  “근데 그 선생님이 키가 작은 게 누나랑 무슨 상관이야.”

 

  “태라가 완전 좋아해.”

 

  “누나 말 모순인 거 알아? 키 작은 남자 매력 없다며? 키 작으면 태라 누나처럼 키 크고 예쁜 여자가 좋아해주고 좋네 뭐.”

 

  인구의 말을 듣다보니, 어이없게 웃음이 나왔다. 나의 모순을 인정하는 웃음이다.

 

  “그러네. 근데 태라가 이뻐?”

 

  “그럼. 누나 친구 중에서 태라 누나가 제일 예뻐.”

 

  “선영이가 더 예쁘지 않아.”

 

  “선영이 누난 예쁘긴한데 내 취향은 아니야.”

 

  거기서도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인구는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이다. 나의 지나친 웃음에 약간 기분이 상한 것도 같아 빨리 설명을 할 필요가 있었다.

 

  “태라 말이 맞나보다. 태라가 어제 그랬거든. 키 작은 남자들이 자기처럼 키 큰 여자 좋아한다고. 인구 너 혹시?”

 

  인구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발개진다.

 

  “태라한테 말해 볼게. 영어선생님 대신 우리 인구는 어떠냐고.”

 

  인구는 강하게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난 교문 앞에 이를 때까지 인구를 놀리다가 학교로 뛰어 들어갔다. 이렇게 즐거운 등굣길이 3년 동안 계속 될거라 생각했다. 그 땐.

 

 

  쉬는 시간 사이사이 선배들이 동아리를 홍보하러 교실에 들르곤 했다. 뭐 딱히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던 나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지만 공부하기도 벅찬 고교생활이라는데 동아리 활동은 공부에 더 방해만 될 것 같아 그냥 조용히 지내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만난 선영이는 호들갑을 떨며 영어 소설반에 들어가자고 했다. 우리가 같은 반도 아닌데 같은 동아리라도 들어가 우리의 우정을 돈독히 하자는 게 선영의 설명이었다.

 

  다른 동아리도 아니고 공부하는 동아리니까 일석이조가 아니냐는 말까지. 공부에선 늘 적극적인 영주는 그 말에 쉽게 ‘오케이’ 했고, 담당 선생님이 태라가 좋아하는 영어 선생님이라는 말에 태라도 ‘오케이’를 했다. 근데 난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었다.

 

  선영이는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영어는 곧잘 했다. 딸 부잣집 막내인 선영이는 벌써 형부라는 존재가 있었는데, 그것도 외국인이다. 선영은 자신의 형부와 얘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영어가 늘었고, 자신도 형부같이 멋진 외국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도 하는 아이다.

 

  나만 문제였다. 우리 중에 영어를 제일 못하는 내가 과연 그 동아리에서 버텨낼 수 있을지 정말 걱정이다. 선영은 나를 설득하기 위해 온갖 아양으로 나를 설득하기에 이르렀고 마음을 합친 셋은 모두 나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억지로 승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영어라는 게 나에겐 엄청난 부담이었지만, 이젠 어쩌면 영어가 재미있어 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우정을 지킨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 될 줄이야.

 

 

 “누나, 영어 못하잖아.”

 

  다음 날 등굣길에 내가 영어소설반 동아리에 들어야 한다고 하자 인구는 불쑥 이렇게 대꾸한다.

 

  “그러니까, 선영이 그 기집애가. 이건 거의 강제야. 지금이라도 난 못하겠다고 할까?”

 

  “그냥 한 번 해 봐. 혹시 알아? 영어가 재밌어질지. 해보고 안 되면 그 때 나와도 되잖아.”

 

  “인구 넌 좋겠다. 공부 잘해서...”

 

 

  영어 소설반 동아리 첫모임이 있던 날, 난 잠시 원망스러웠던 선영이가 급 사랑스러워졌다. 영어 소설반에 양호실에서 보았던, 내 숨을 멈추게 했던 그 오빠가 있었던 것이다. 역시 정보가 빠른 선영이는 미리 알고 우리를 이곳으로 끌고 온 거였다. 영어 소설 반에는 여학생의 수가 단연 우세였다. 여학생들이 문학을 더 좋아하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마 그 오빠의 영향도 클 거라는 생각은 나만 하는 걸까?

 

  김진혁. 2, 3학년 언니들 사이에서 그 오빠에게 말 한마디 건넬 수 없었지만, 그의 이름을 알고 매주 이렇게라도 가까이서 얼굴을 본다는 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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