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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똑바로 내 두눈을 봐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10

 
똑바로 내 두눈을 봐 #39
작성일 : 19-11-10 23:56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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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주, 얼른 방에 가서 자라."

 

 거실에 앉아 영화를 보던 여주는 안방에서 나온 엄마의 눈치를 보다 결국 한 소리를 듣고 방으로 들어갔다. 몸을 추스르는데 일주일로는 턱도 없다고 생각한 두준이 두 달이나 병가를 내게 된 여주였다. 물론 그 사실에 대해 정확히 전해 들은 부모님은 여주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감시 중이었다.

 

 "너 글 쓴다고 버티지 말고 자라!"

 

 방에 들어가서 글을 쓰다 자려는 여주의 계획을 알아챈 엄마의 외침에 여주는 입을 비죽이며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눕자 휴무여서 본가로 돌아온 줄만 아는 민석이에게 전화가 왔다. 쓰러질뻔했다는 걸 알면 버럭 성질을 낼 그이기에 숨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응, 왜?"

 "나 안 보고 싶어?"

 "보고 싶기는,"

 "뭐야, 나 진짜 안 보고 싶은 거야? 난 여주 보고 싶어서 집 앞인데?"

 "엑? 미쳤어?"

 "나 보러 안 나올 거야?"

 

 칭얼거리는 민석이를 달래려 겉옷을 챙겨입고 방문을 열자 모두가 방문을 닫고 잠에 든 듯 했다. 살금살금 문을 닫고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열자 손에 맥주캔을 들고 환하게 웃는 그가 보였다.

 

 "언제 왔어?"

 "사실 아까부터 왔는데 너 영화 보는 거 같아서 망설였지이."

 

 팔짱을 끼며 어리광부리는 그를 이끌고 대문 앞에 나란히 쭈그리고 앉았다. 평소라면 휴무를 같이 보냈을 둘인데 여주는 어쩐 일인지 쉬고 싶다며 약속 잡기를 거절했다. 그게 못내 마음에 걸린 민석이 고민 끝에 찾아온 거였다.

 

 "무슨 고민 있어?"

 

 여주의 표정이 밝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그가 물어오자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계획대로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알아챈다면 걱정만 살게 분명했다.

 

 "오빠는 사회 생활한 지 얼마나 됐어?"

 "나는 2년 정도?"

 "그렇구나. 안 힘들어?"

 "힘들 때도 있지. 왜, 우리 여주 힘들어?"

 

 다정하게 볼을 쓰다듬으며 말하는 그에 울컥한 여주는 애써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말없이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그의 품이 좋았다. 대뜸 안겨 오는 그녀를 말없이 토닥였다. 이건 필히 무슨 일이 있다는 건데 말하고 싶지 않아 하니 캐물을 순 없었다.

 

 "나 내일도 쉬고 모레도 쉰다? 두 달이나 쉬래."

 "응?"

 "나 병가냈어."

 "뭐? 병가?"

 

 화들짝 놀란 그가 여주를 살폈다. 그제야 손등에 보이는 여러 바늘 자국에 마음이 아팠다. 그녀가 이야기 꺼내기 전에 알아채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손을 뻗어 뼈만 앙상한 여주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여주가 손을 숨겼다.

 

 "많이 아팠어?"

 "그냥 조금."

 

 거짓말, 조금 아프다며 두 달이나 병가인 게 말이 돼? 속으로 생각하던 민석이는 여주를 품에 더 안았다. 말없이 안긴 여주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자꾸만 그에게 어리광을 피우게 되는 자신이 무섭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말없이도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은 그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힘들게 해?"

 "설마, 그냥 내가 내 욕심의 무게에 못 이긴 거야."

 "무슨 욕심?"

 "나 열아홉에 처음 사회에 뛰어들었다? 나이가 어리니까 거래처 사람들이 나 엄청나게 무시했었어. 일이나 제대로 하겠냐며 어설프게 굴 거면 다른 팀원들한테 피해 주지 말고 퇴사나 하라고."

 

 허공을 보며 읊는 여주였다. 한 번도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없는 그녀였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민석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힘에 부치는듯 보였다.

 

 "난 돈이 필요해서 회사에 입사했으니까 회사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내 몫을 다하려고 노력했어. 남들 출근 시간보다 족히 2시간은 먼저 출근했고 퇴근도 남들보다 배로 늦게 했어. 차가 끊겨서 회사 휴게실에서 잠잘 때도 많았어."

 

 항상 회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고 느꼈던 건 사실이었다. 여주가 품으로 파고들며 말하는데 너무 안쓰러워 눈물이 날뻔했다. 자신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그녀지만 집에서는 맏이였고 회사에서는 제 할 몫을 훌륭히 해내는 팀원이었다.

 

 "그래서 내 몸을 돌보지 않았던 거야. 나는 내 일이 돈이 더 중요했으니까."

 "여주 몸보다 중요한 건 없어."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두 달을 쉬어버리면 내가 작업하던 건 다른 팀원한테 넘어가는 거잖아. 그러면 그 사람은 나 때문에 두 배로 일하게 되는 거고 난 또 피해를 준거잖아."

 "모두가 이해해줄 거야. 많이 노력했잖아, 여주는."

 "난 왜 이렇게 쓸모가 없지?"

 "그렇지않아."

 

 시무룩한 여주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 올려 자신을 바라보게 한 그는 꽤 듬직하게 웃어 보이며 두어 번 입을 가볍게 맞추고 마지막에는 꽤 오래 맞대었다.

 

 "자꾸 속상하게 그렇게 말할래? 난 여주가 너무 소중한데 여주는 스스로를 너무 소중하지 않게 대하잖아. 응? 난 여주가 아픈 거 싫어. 차라리 이기적이었으면 좋겠어."

 "난 지금도 충분히 이기적이야."

 "아니, 방금도 내가 너 걱정할까 봐 숨기려고 했잖아. 속상해, 여주가 이럴 때마다."

 "안 그럴게."

 "응, 노력하자. 같이."

 

 

 *

 *

 

 

 수영이가 태민이네 본가로 들어와서 지낸다는 소식을 들은 여주는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했다. 오랜만에 태민이의 부모님께도 인사드릴 요량으로 마트에 들려 음료수도 살 생각에 어느새 콧노래가 나왔다. 마트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 평소답지 않게 촐랑거리는데 옆으로는 한 남자가 지나쳐갔다. 그리고 여주와 그 남자는 동시에 뒤를 돌아 서로를 확인했다.

 

 "이진기?"

 "아, 김여주."

 

 그를 안 본 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반가운 얼굴이었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인 듯 훌쩍 다가와 가까이 서 있는 그였다. 앳된 얼굴은 성숙했고 비슷했던 키도 어느새 저렇게까지 큰 건지 여주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다.

 

 "너 이 새끼 많이 컸다?"

 "너야말로 많이 컸다?"

 "의리 없는 새끼 나보단 수정이냐?"

 "뭐래, 근데 너 좀 예뻐진 거 같다?"

 "뭐라니? 난 원래 예뻤거든?"

 

 재수 없게 말한 여주는 민망한 듯 곧 크게 웃었다. 여주에게 진기는 학창 시절 내내 함께 보낸 제일 친한 친구였다. 여전히 한동네에 사는 녀석인데 좀 채 들을 수 없었던 진기의 소식이었다.

 

 "넌 그새 남자친구도 생겼다며."

 "뭐, 그렇지. 너는 여자친구 없냐?"

 "있을 리가."

 

 어느새 나란히 음료수를 사 들고 태민이네로 향하는 둘이다. 그간 서로가 뭘 하고 지냈는지 알 수가 없던 두 사람은 할 말이 너무 많았다. 수영이를 만나러 가는 길 내도록 둘은 수다가 그치지 않았다.

 

 "대학 생활은."

 "우리 집 형편 알잖아."

 "그래서?"

 "으아, 모르겠어. 힘들어 죽겠다 진짜.“

 

 신음하는 그를 보자니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들었다. 둘이 누구보다 친해질 수가 있었던 건 서로의 처지에 아주 많이 공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어떤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 여주의 안색을 살피던 그는 곧 실수를 눈치채고 남자친구에 대해 물었다.

 

 "김종인 친구야."

 "아, 종인이 형? 수정이네는 아직까지 만나는 거야?"

 "그렇지, 정수정이 걔를 좀 따라다녔냐?"

 "맞아, 푸핳! 종현이가 오라고 해도 안 가던 교회를 종인이형 때문에 다녔잖아."

 

 초등학생 때의 일이 떠올라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아주 어렸을 때지만 수정이는 참 용감했다. 13살 당시 고등학생이던 종인을 졸졸 쫓아다니며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졸랐다. 너무 어린 그녀가 그의 눈엔 귀여워만 보였을 텐데 저의 나이 18살이 돼서야 고대하던 그의 마음을 얻었다.

 

 "신기하다."

 "그치? 지금은 서로 좋아죽잖아."

 "사람 일이라는 게 참 모를 일이야 그렇지?"

 "그럼, 너랑 이렇게 5년 만에 만나게 될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었는데."

 

 여주의 말에 진기는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그래도 그를 안 만나는 5년이란 시간 동안 여주는 그의 어머니를 꾸준히 찾아뵈었었다.

 

 "넌 우리 엄마 꼬빡 찾아왔다며."

 "그랬지, 어머니 혼자 계시니까."

 

 어느덧 다다른 익숙한 아파트에 여주는 그저 웃어 보이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도 없이 오가던 아파트 그들의 놀이터였던 태민이의 집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비밀번호를 누르려다 아주머니가 계신다는 수영이의 말을 떠올리곤 초인종을 눌렀다.

 

 "어머! 여주야, 진기야. 둘 다 너무 오랜만이다."

 

 손을 잡은 아주머니는 여주와 진기를 집으로 서둘러 당겼다. 거실로 들어가자 식탁에 앉아 밥을 먹던 수영이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손에 들린 음료수를 건넸다.

 

 "어쩜, 이렇게 오랜만이니? 진기야, 학교는 잘 다니고?"

 "그럼요, 열심히 다니죠. 아주머니는 잘 지내셨어요?"

 "나야 뭐, 보다시피. 근데 여주는 못 본새 더 예뻐졌네? 애인이라도 생겼나?"

 

 10대 학생들처럼 까르르 웃는 아주머니에 여주는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아직은 민석이의 존재를 밝히는 게 두려움이었다. 점심은 먹었냐는 다정한 물음에 고개를 내저었다.

 

 "우와, 잘 먹겠습니다아."

 "엄청 맛있어요!"

 

 엄지손가락을 펴며 호들갑을 떨며 먹자 자신이 마치 칭찬을 받은 양 수줍어 몸을 배배 꼬던 수영이도 숟가락으로 밥을 떠 입에 넣었다. 태민이와 자취방에 살 때는 밥도 안 먹고 자꾸만 과자를 찾아 걱정이 되었는데 밥을 챙겨 먹는 모습을 보자니 안심이 됐다.

 

 "그래도 다행이네. 옆에서 아주머니가 챙겨주셔서."

 "으응. 아ㅈ, 아니 어머니랑 산책도 다닌다? 너무 좋아."

 

 어쩌면 축하받지 못할 아이였는데 이렇게 좋은사람들 덕에 축복 속에서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며 수영이는 요즘 너무 마음이 편했다.

 

 "예쁘게 낳아줘. 내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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