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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로미오를 죽이는 방법
작가 : 빠빠빵
작품등록일 : 2019.11.10

모든 것을 잃어버린 특전사 출신의 여자.
자신을 이용하려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그를 지키려 하지만, 정작 그의 진짜 적은 자기자신이었다.

 
3. 죽었지만 살아있는
작성일 : 19-11-10 23:52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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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루미늄 책상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콘크리트 벽의 밀폐된 공간. 하진의 앞에는 특수전투사령관과 나란히 앉은 검사가 앉아 있었다. 검사는 그녀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사망통지서였다. 방위사업청 지휘정찰사업부장 강계룡 공군준장. 하진은 순간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오늘 새벽에 강계룡 준장이 차량전복사고로 사망했네. 강하진 대위.”

 

 특전사 출신으로 천 번이 넘는 강하훈련에도 절대 지지 않는 멘탈의 소유자였던 하진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고는 견디기 힘들었다. 하진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불행은 그것만이 끝이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김규형 대위를 죽인 후였네.”

 

 하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버지가 규형씨를...죽였다고요?”

 “김 소령이 하필 자네 아버지와 할 얘기가 있었나봐.”

 

 사령관이 턱으로 검사를 가리키자, 검사가 하진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강계룡 준장님이 군수기업인 제웅그룹과 커넥션이 있다는 제보가 있었습니다. 국방기밀을 넘기려한 것이죠. 이 부분에서는 제웅 관계자 측의 자백 또한 이미 확보했구요. 기무사령부 소속인 김규형 대위는 그 부분을 조사 중이었습니다.”

 

 제웅 그룹은 그녀도 들은 바가 있었다. 동북아시아 통틀어서 최대 방산기업으로, 우리나라 무기는 물론 전 세계에 최첨단 무기를 공급하는 글로벌 방위기업이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국내외 정재계 곳곳을 뿌려대는 탓에, 몇 년에 한 번씩 방위산업청 소속의 사람들이 제웅과 방산비리로 얽혀 들어가기가 십상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왜, 하필 왜!

 

 “…안타깝게도 조사 결과 강계룡 준장은 죄목이 밝혀질 것이 두려워 김규형 대위를 죽이고 자살을 시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쿵. 심장이 두 번째 내려앉았다. 거짓말이다. 그럴 리가 없다. 하진의 꽉 문 입술에서는 어느새 피가 새어 나와 있었다. 그러나 곧 초조한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을 가두면서까지 군인에서 내보내려던 이상한 행동들이. 그녀는 고개를 마구 세차게 흔들었다. 이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규형의 미소가 생각났다. 그때 규형은 차마 그녀에게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그런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하진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제…제가 다 밝히겠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반드시…”

 “강하진 대위.”

 

 홍 검사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아버지를 잃은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저희 측에서는 이미 피의자인 강 준장을 소환하여 대조하는 특별수사단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그러니까, 강하진 대위도 저희 물망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사령관님께 수사협조를 드린 것이구요.”

 “그..그럴 수가...”

 

 하진이 황망하다는 듯 사령관을 바라봤다. 사령관이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더니, 검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잠시 나가있을 수 있나?”

 

 검사가 이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이 뭔가 생각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강하진 대위. 자네는 나의 부하이자, 내 친한 친우인 강계룡 준장의 딸이지.”

 

 하진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기 때문에 하는 말이야. 이대로 가면 자네는 바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걸세. 그때가 되면 나도 도와줄 수가 없어.”

 

 하진이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사령관의 눈동자가 역광 속에서 빛이 났다.

 

 “지금 여기서 문을 열고 나가게.”

 “그게..무슨 소리이십니까?”

 “여기까지는 내가 덮어줄 수 있어. 그러니 여기서 나가. 도망치란 말이야.”

 

 하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어째서 제가 도망가야 합니까.”

 “군 검찰은 증거가 있으니 끝까지 자네를 물고 늘어질 거야. 자네는 결국 고통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군복을 벗게 될 걸세. 그래도 좋나?”

 

 하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청초한 두 눈이 강인하게 빛났다.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사령관이 허탈한 듯 미소 지었다. 마치 그녀가 아닌 그녀의 너머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자세는 좋아.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나가. 나가서 기다리게.”

 “하지만...”

 “자네는 이게 정말 진짜 강 준장이 했다고 생각하나?”

 

 그 말에 하진이 멈칫했다.

 

 “진실을 알려면 밖으로 나가.”

 

 하진은 사령관을 쳐다봤다. 사령관이 턱을 괸 채 그녀를 바라봤다.

 

 “내가 주민등록을 사망말소로 처리해주지.”

 “그렇다는 것은...”

 “자네는 이제 죽었지만 살아있다는 거야.”

 

 ***

 

 인천공항. 그는 공항 앞에 회색의 잘빠진 부가티 베이론이 서 있었다. 이를 이언이 향해 위용있게 걸어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포스는 가히 범접할 수가 없었다. 주위의 여자들이며 남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벌린 채 그를 쳐다보았다.

 

 분노로 휘감은 그의 자태는 가히 세렝게티 초원의 최고 포식자와 같았으니까. 그런 그의 부가티 뒤에는 제웅의 비서실장인 박실장이 검은색 세단과 함께 서 있었다. 이언이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박실장. 오랜만이야.”

 

 그는 자신의 부가티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박실장이 쭈뼛쭈뼛한 표정으로 그런 이언의 눈치를 봤다.

 

 “도..도련님. 저...그게...사모님이.. 전화 받으시라는데요.”

 

 박실장이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언이 얼굴을 찌푸렸다. 핸드폰에서 어머니가 대뜸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너 미쳤니? 내가 한국 오지 말라고 했잖아. 왜 오는 거야, 왜!]

 

 이언이 차갑게 미소지었다.

 

 “왜요, 어머니. 저도 형처럼 죽을까봐 두려우셔서 그렇습니까?”

 [너...너...!]

 “또 설마 아직까지 그런 귀인이니 뭐니 하는 미신 믿고 계신 건 아니죠.”

 [너는! 내가 지금 무슨 마음으로 공양을 드리고 있는데...너마저 그러니!]

 

 이언이 한숨을 내쉬었다.

 

 “죽었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머니. 무슨 공상과학 속 좀비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러니 제 생각에는 제 평생 그 귀인 덕을 볼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지금껏 그 덕을 본 적도 없구요.”

 [그러니까 그게 물 건너 있어서 액이 못 쫓아온 거라니까. 한국에 있으면 이제 네가 죽어. 제발. 이언아. 부탁이야.]

 

 어머니의 목소리가 간절했다. 그러나 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수록 그의 얼굴은 단단하게 굳어갈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좋으니 엄마 말 듣고 빨리 비행기 타고 돌아가. 알겠지? 내가 얼른 귀인 찾아볼 테니까 그 때까지..]

 “이제 그딴 소리에 휘둘리는 것도 지쳤습니다. 귀인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시죠. 지금은 형도 없고. 아버지도 어차피 지금 후계자가 필요하신 거 아닙니까? ”

 [뭐...?]

 “옆에서 듣고 계시죠, 아버지?”

 

 폰 너머에서 침묵이 흘렀다. 그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갔다.

 

 “끊겠습니다.”

 

 그는 종료버튼을 누르고 박실장에게 폰을 내밀었다. 그리고 부가티 운전석에 앉았다. 이언이 사이드미러로 박실장의 세단을 바라봤다. 박실장이 운전벨트도 제대로 매지 않았을 때였다. 이언은 갑자기 엑셀을 밟았다. 놀란 박실장이 당황하여 이언을 바라봤다. 이언이 웃었다.

 

 “부가티를 따라잡으려면 적어도 페라리는 가지고 와야지.”

 

 그는 곧바로 속도를 내어 박실장을 금새 따돌렸다. 저 멀리 당황한 박실장의 세단이 따라오다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점점 사그라들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한국이 차창 너머로 스쳐지나갔다.

 

 “형. 나 한국에 왔어.”

 

 이언은 형에게 전해지지도 않을 말을 혼자서 건넸다. 그의 건조한 포커페이스에서 눈동자만이 젖어 있었다. 그가 낮은 한숨을 뱉었다.

 

 “이제 겨우 왔는데 형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이언은 점점 차를 빠르게 몰았다. 형이 죽었다는 그 곳으로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처음부터 믿을 수가 없었다. 언제나 새벽을 극단적으로 무서워하던 형이었다.

 

 이언이 유학을 간 뒤에도 형은 매번 새벽이면 전화를 하곤 했다. 그 때문에 복용하던 약만 해도 여러 개였다. 그런 형이 자살하러 새벽에 스스로 밖을 나갔다고? 먹던 약만 다 털어 넣어도 자살할 수 있었을 텐데?

 

 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타살이라고 생각하기엔 그 누구에게도 혐의가 없었다. 형을 죽여서 좋을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아버지? 지금도 형을 감추기 급급한 아버지가 일부러 형을 자살시켰다고? 아니면 어머니? 이사진? 친척들? 숨겨진 서자라도 있으면 모를까,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아버지가 늘 말했듯 정신적으로 불안한 형이 자신이 없는 동안 병세가 더욱 심해져 자살을 시도한 것일지도 몰랐다. 안 그래도 회사일이 맞지 않아 스트레스가 심한 형이었으니까.

 

 차가 점점 속도가 붙었다. 이언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던 그가 앞을 보더니 얼굴이 찌푸려졌다.

 

 “저건...!”

 

 ***

 

 사령관의 부관이 걱정스레 그녀를 쳐다봤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날도 어두운데. 여기서...”

 

 그의 말대로 날은 이미 어둑해졌다. 게다가 인적도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반드시 그녀에게는 반드시 거쳐야할 시작점이었다. 그녀는 애써 미소 지었다.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차를 몰고 사라졌다. 사고 지점에 한참 못가서 내린 하진은 거기서부터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벌써부터 현장은 깨끗해져있었다. 군에서 급히 뒤처리를 한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봤다. 2차선의 도로. 양옆은 절벽과 돌벽이 자리했다. 이런 곳은 차가 거의 오지 않는 외곽지역이다. 가끔 운 없는 택시나 돌아다닐 것이다. 대체 여기서 왜 전복 사고가 일어났단 말일까? 몸을 낮춰 바라봐도 바닥에는 사람 발자국조차 보이지 않았다. 풀숲은 거미줄마저 그득했다.

 

 “아버지는 대체 왜 하필 여기에 왔단 말이야...”

 

 2차 피해자가 없을 만한 인적 없는 곳이 필요했던 것일까? 자신의 과오를 씻기 위해? 하진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좋게 말하면 청렴결백했고 나쁘게 말하면 지인들에게서 소금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검소했다.

 

 “휴지 한 칸도 벌벌 떠는 사람이 무슨 제웅이랑 방산비리를 저질렀다는 건지...”

 

 하진은 아버지의 마지막에 못되게 군 것 같아 가슴이 울컥했다. 그런 그녀는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멈칫했다.

 

 “이건...”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휴대폰 플래시를 비추었다. 풀숲에 뭔가가 빛이 나고 있었다. 그녀는 살며시 그쪽으로 향했다. 낙엽 더미에 묻혀서 보호색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플래시 빛에 반사되어 겨우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총알?”

 

 하진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전조등 불빛이 닥쳐온 것은. 하진이 놀라 뒤를 돌았다.

 

 끼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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