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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로미오를 죽이는 방법
작가 : 빠빠빵
작품등록일 : 2019.11.10

모든 것을 잃어버린 특전사 출신의 여자.
자신을 이용하려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그를 지키려 하지만, 정작 그의 진짜 적은 자기자신이었다.

 
2. 발키리, 전쟁의 처녀
작성일 : 19-11-10 23:52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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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란 캄란이 움찔했다.

 

 [아, 아. 농담이야. 농담. 이언. 미안해.]

 

 그러자 이언이 무서울 정도로 환하게 미소지었다.

 

 [나도 농담이야.]

 

 그는 총을 품에 집어넣더니,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에 캄란이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워우. 콜트 m1911 인가봐. 명불허전이지. 그런데 네가 들고 다니기엔 좀 오래 된 거 아냐?]

 [...한국에서부터 들고 온 거야. 할아버지가 형과 나에게 주신 선물이지.]

 [뭐? 한국에는 총기반입이 불가인 거 아냐?]

 [그러니 할아버지의 특별한 선물이었지. 어릴 적부터 호신총이었어. 총알은 딱, 세 발만 들어있고. 딱, 필요할 때만 쓰라고 하셨지.]

 

 이언이 미소 지으며 샴페인을 입에 갖다 댔다.

 

 [그러니 지금은 아니야. 걱정 마.]

 

 캄란은 그의 섬뜩한 미소에 떨떠름하게 웃었다. 이언이 샴페인을 한입 들이킨 뒤, 내려놓았다.

 

 [그럼 우리, 거래를 시작해볼까.]

 

 

 ***

 

 

 어두운 외곽 도로. 군용 지프차가 쌍 라이트를 빛내며 달리고 있었다. 차에 탄 준장의 얼굴이 비장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몇 시간 전을 떠올렸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군인을 그만두라니요.”

 

 딸인 하진이 준장을 바라봤다.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법도 했다. 그러나 준장은 애써 그런 딸의 시선을 피하며 무뚝뚝하게 내뱉었다.

 

 “이제 이쯤하면 군인 생활은 오래 하지 않았냐. 이제 그만 둬라.”

 “무슨 소리세요. 그런 소리 마세요. 전 죽을 때까지 대한민국 군인입니다.”

 “두번 말할 것 없다. 내가 소령 승급도 하지 말라고 해뒀어.”

 

 그 말에 하진이 분노하여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감정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딸이었다. 아내가 죽었을 때도 울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뭐라...구요?”

 “어차피 여자는 진급도 더 이상 힘들어. 몸만 버리고 좋을 것도 없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오는 게 낫지. 그러니까...”

 

 그러자 하진이 배신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눈물이 눈에 차오르고 있었다.

 

 “어떻게 아버지가...저한테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으십니까.”

 

 준장이 그런 하진의 모습에 움찔거렸다.

 

 “다른 사람이 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전 아버지가 그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준장이 입을 앙다물었다. 각진 턱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설마 김규형 대위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뭐?”

 

 그 말에 준장이 고개를 돌렸다.

 

 “오늘 김규형 대위가 프로포즈한다는 거, 듣고 이러시는 거 아니냐구요.”

 “프로포즈?”

 “여자는 결혼이나 하고 애나 낳으라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준장은 차갑게 굳어지더니, 다시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 말이 맞다. 그러니 다시는 군인 생활할 생각은 하지 말고 처박혀 있으란 말이다.”

 “아버지!”

 

 준장이 문을 차갑게 닫았다. 그리고 이중위를 노려봤다.

 

 “오늘 못 나오도록 앞을 지키게. 알았나?”

 “네..넵”

 

 문 안에서 하진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준장은 고개를 저었다. 어느새 그는 다시 어두운 도로로 돌아와 있었다. 도로가 점점 밝아오고 있었다. 새벽이었다. 준장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절대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

 

 

 캄란이 이언의 눈치를 보더니 볼을 살짝 긁었다. 캄란의 저 제스처는 곤란한 얘기를 한다는 징조였다.

 

 [저, 그런데 우리 거래 말인데, 자한기르 장군한테 얘기해보긴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힘들 것 같아. 알다시피, 러시아와 이스라엘에서 어필을 많이 하고 있잖아.]

 [왜 이래. 우리의 콜롬비아 우정이 여기까진 거야? 이번 바스타바르 프로젝트는 우리 제웅에게 정말 중요한 거야. 그리고, 우리 JWFX-7106에는 독자적인 추력벡터제어기술로 만든 최첨단 센서 통합체계가 있어. 미국 F-22 랩터만큼 뛰어나다는 건 너도 알고 있잖아.]

 [하지만 이언…]

 

 캄란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젠장, 자기한테 떨어질 돈이 맘에 안 든다는 거군.’

 

 이언은 느긋한 웃음을 지은 채 캄란의 능글거리는 두 눈을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난 듯 캄란에게 몸을 기울였다.

 

 [내기 하나 할까? 내가 이기면 너는 이번에 우리를 밀어주는 거야. 내가 지면 군말없이 물러날게. 수수료는 그대로 쏘고.]

 

 

 ***

 

 

 새벽녘, 두려움이 가득찬 눈으로 외곽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남자. 그의 얼굴에는 눈물 자욱이 가득했다. 그런 그의 눈앞에, 저멀리 반대차선에서 차 한 대가 오는 것이 보였다. 군용지프였다.

 

 그는 다른 한손으로 조수석에 놓인 자신의 m1911을 쥐었다. 그는 실성한 듯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는 밝아오는 새벽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가 미소 지었다.

 

 “이젠 별이 보이지 않아.”

 

 갑자기 그의 차가 군용지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

 

 

 솔깃한 캄란이 술을 먹다 말고 귀를 쫑긋하자, 이언은 캄란 뒤의 8등신 미녀를 고개로 가리켰다. 여자는 이언을 농염한 눈빛으로 한번 쳐다보았다가, 고개를 돌려 동료들과 함께 다시 춤을 추었다.

 

 [중국과 프랑스 혼혈인가보군. 매력적이야.]

 [뭐? 그걸 어떻게 알아?]

 [혼혈인데 프랑스인처럼 입을 오므리잖아. 게다가 자부심 넘치는 중국인 아니면 모를 법한 상하이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었고. 친구, 아무튼 저 여자가 앞으로 5분 안에 그녀가 내게 말을 걸 거야.]

 [어떻게…아니. 말도 안돼. 그녀한테는 내가 아까 말을 걸어 봤었다고.]

 [할 거야? 말 거야?]

 [좋아, 맘대로 하라고! 하지만 경고하는데 내가 아까 그녀에게 물어봤을 땐…]

 

 캄란이 그러기가 무색하게도 여자가 바로 이언에게 다가왔다.

 

 [你好。宝宝,能喝一杯酒吗?(안녕. 스위티. 술 한 잔 줄 수 있어요?)]

 [Bien sûr, mademoiselle.(물론.) ]

 [Oh, vous parlez bien français.(오, 당신 프랑스어를 잘하네요.)]

 

 이언이 캄란에게 웃으며 윙크한 후 웨이터에게 손짓을 했다. 웨이터가 여자에게 샴페인을 부어주고 있었다. 얼빠진 캄란이 어깨를 들어 올린 채 고개를 저었다.

 

 [이제 그럼 우리 거래하는 거지?.캄란.]

 [이런…내가 미쳤지, 또 당했군. 내기의 귀재에게!]

 [오, 그냥 관찰을 좋아하는 게이머라고 해두지.]

 

 그런데 여유롭게 웃던 그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손목시계를 황급하게 들여다봤다. 11시가 좀 넘었다.

 

 [이런...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늦었을 것 같은데.]

 [왜 그래? 이언?]

 [아니, 형한테 전화를 해야 돼서.]

 

 그는 테이블에 둔 폰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화면을 바라보던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 화면에는 평소와는 다른 낯선 형의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 절대 한국에 오지마.

 

 이에 이언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고?”

 

 그때 연이어 전화벨이 불안한 듯이 울렸다.

 

 

 ***

 

 

 하진이 문을 마구 두드렸다.

 

 “이중위! 문 열어!”

 

 문밖의 이중위가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대위님...준장님이 명령하셔서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문 열라고. 명령이야!”

 [죄송합니다.]

 

 하진은 문을 두드리다가 주저앉았다. 그녀의 주먹은 문을 두드리느라 껍질이 벗겨져 피투성이였다. 방은 문을 열만한 어떤 것도 없이 애초에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아버지가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었다. 그제야 규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괜찮으시냐던. 하진은 머리를 저었다. 대체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오늘이..프로포즈 날인데...아버지는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이야, 나한테...”

 

 하진은 이마를 감쌌다.

 

 “언제나 아버지는 제멋대로였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조차...”

 

 아버지는 항상 그랬다. 군인 가문 출신의 엘리트 장성이었던 터라, 언제나 무뚝뚝한 명령조에 자기 고집이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도 아버지 고집에 군병원으로 수술을 하러 갔다가 죽었던 것이다. 그녀는 눈물진 눈을 부릅떴다.

 

 “이젠 두 번 다시는 용서하지 않을 거야.”

 

 

 ***

 

 

 [...이언아.]

 

 어머니인 성여사였다. 이상했다. 이런 시간에, 이렇게 전화할 분이 아니었다. 휴대폰 너머로 무거운 적막이 느껴졌다.

 

 “말씀하세요, 어머니.”

 

 그러자 성여사의 침 넘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시언이가 죽었다.]

 

 순간 이언이 얼음처럼 창백해지더니, 굳어버렸다. 툭. 그런 그의 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져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

 

 

 그때였다. 똑똑. 현관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긴장의 침묵이 흘렀다. 하진은 자세를 고쳐 앉아 문에 귀를 갖다댔다. 그러자 잠시후 다시 똑똑. 무거운 노크소리가 다시 들렸다. 집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이에 조금 후 이중위가 경계에 가득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누구십니까?]

 

 하진은 문에 귀를 더욱더 가까이 들이댔다. 그러자 저멀리 작게 현관문 너머의 소리가 들렸다.

 

 [707특임대 소속 중대장 강하진 대위 숙소 맞습니까?]

 [마...맞습니다. 그런데 누구신지...]

 [고등군사법원 소속 군검찰수사관 박재익 중사라고 합니다.]

 

 그 소리에 하진의 눈이 커졌다. 군검찰수사관? 어째서?

 

 [아니..군검찰에서 왜 여기를 오셨습니까?]

 

 하진만큼 당황한 이 중위가 아까와는 달리 쪼그라든 목소리로 다시 외쳤다.

 

 [전해드릴 소식이 있어서 왔습니다.]

 [거, 거기서 말씀하시죠.]

 

 침묵이 흘렀다. 불안했다. 하진은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강계룡 준장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그말에 하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

 

 

 이언이 휘청거리더니 자세를 고쳐잡았다. 바닥에 엎어진 폰에서는 훌쩍이는 어머니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시언이가 자살을 했다고 하는 구나...이언아? 이언아? 듣고 있니?]

 

 이언이 멍하니 폰을 내려다봤다.

 

 [한국에 절대 올 생각하지 마렴. 이언아.]

 

 이에 이언이 분노한 표정으로 폰을 짓밟아버렸다. 놀란 캄란이 뛰어와 그런 이언을 흔들었다.

 

 [이언! 괜찮아? 정신차려!]

 

 이언이 황망한 눈으로 캄란을 봤다.

 

 [사람을 불러줘.]

 [왜 그래? 무슨 일있어?]

 [빨리!!]

 [알..알았어.]

 

 기세에 누린 캄란이 뛰어가 직원을 데리러 갔다. 이언은 소파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가 없다. 형이 그럴 리가.... 심약해서 피 한방울에도 떠는 형이다. 그렇게 죽었을 리 가 없다. 어머니가 분명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는 멍한 눈으로 미소를 지으려 애를 썼다. 그러나 형의 그 문자는....

 

 - 한국에 오지마.

 

 그는 고개를 뒤흔들었다. 그때 캄란이 전담직원을 데리고 왔다. 그러자 이언이 바로직원을 향해 말했다.

 

 [배를 회항시켜. 여기서 가장 가까운 항구로.]

 

 그리고 캄란에게 고개를 돌렸다.

 

 [캄란, 지금 기장한테 연락해서 내 전세기를 대기시켜줘. 부탁할게.]

 

 캄란이 어이가 없어 이언을 바라봤다.

 

 [지금?]

 

 이언이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빛냈다.

 

 [그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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