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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똑바로 내 두눈을 봐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10

 
똑바로 내 두눈을 봐 #36
작성일 : 19-11-10 23:52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3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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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한 달 동안 쉬어?"

 "그렇다니까."

 "그럼 우리 한 달 동안 여행갈까?"

 "됐거든, 내가 오빠 뭘 믿고 여행을 가냐?"

 "치이,"

 

 오늘도 역시 거실 소파에 앉아 뚜비와 장난치는 여주가 민석이의 말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입술을 삐죽이던 민석이 곧 방에서 차려입고 나온 예림을 흘겨봤다.

 

 "잘 놀고 있어, 여주는 다음에 보자."

 "네- 작은누나."

 

 배웅까지 완벽히 마친 여주는 아예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 모습을 보던 민석이 슬쩍 다가와 살을 붙여 앉았다. 여주가 발로 밀어 떨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수정이네가 에버랜드 가자던데 같이 갈까?"

 "으으, 그 닭살 짓을 보고 싶어?"

 "우리가 더 닭살 떨면 되지?"

 "누구 좋으라고?"

 "나 좋으라고?"

 

 배시시 웃는 민석이의 얼굴에 입을 한번 맞춘 여주가 그의 허리를 껴안았다. 홍콩도 해외라고 스킨쉽이 많이 늘어버린 여주였다.

 

 "이렇게 해주면 좋아?"

 "응, 좋아 죽어."

 "흐엑? 오빠 죽으면 어떠케애."

 

 역시, 여시가 분명하다.

 

 

 *

 *

 

 

 "김여주!"

 

 조수석에서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드는 수정이를 향해 한번 웃어 보인 여주가 민석이와 뒷좌석에 올랐다. 오랜만이라며 툴툴거리는 수정이에게 선물로 산 립스틱을 건넸다.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부르는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종인이었다.

 

 "드디어 내 소원 이뤄지네."

 "뭐가."

 "김여주랑 더블데이트하는 게 내 소원이었거든."

 "웃기네."

 

 퉁명스러운 대답과 다르게 한번 웃어 보인 여주는 민석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한숨 잘 생각이었다. 그 광경을 처음 본 수정이와 종인이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 정도는 익숙한 민석이는 자신들을 신기하게 보는 시선이 느껴지긴 하는 건지 그저 헤벌쭉해서 여주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너네, 커플 맞긴 맞구나?"

 "당연하지?"

 

 잠이 들지는 않았을 텐데 눈 하나 꿈쩍 않고 기대있는 여주는 민석이에게 손을 뻗어 품을 더욱 파고들었다. 아무래도 민석이를 원 없이 기쁘게 할 요량인가보다. 결국,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은 채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헐, 티 익스프레스!"

 "대미친, 빨리 가서 줄 서자."

 

 애인을 데리고 온 건지 애들을 데리고 온 건지 수정이와 여주는 신이 나서 남자친구를 버려두고 둘이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기 바빴다. 홀로 남은, 아니 정확히 애인에게 버려진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섯 살이나 어려서 아직은 애인과 있는 것보다 놀이기구가 좋은가보다.

 

 "너 저거 못 타잖아."

 "지는."

 

 종인이의 말에 민석이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둘 다 높은 거 빠른 거 떨어지는 거 못 탄다. 어쩌면 그래서 둘 다 신이 난 거였을 수도 있다. 둘이서 데이트 오면 항상 걷기에만 바빴던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못 탄다고 뺀 적은 없었는데 시무룩해진 민석이가 신이 나서 앞장서 걷는 여주를 바라봤다.

 

 "자기들끼리 신났어."

 "그러게, 우리 버리고 들어가 버릴 줄은."

 

 아예 티 익스프레스 줄로 사라져버린 둘에 한숨을 쉬며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멀뚱멀뚱 앉아 언제 내려올지도 모르는 둘을 기다리는데 꽤 곱상하게 생긴 여자가 다가왔다. 힐끔 바라보던 민석이는 종인이를 툭툭 건들며 옆으로 가라고 말했고 여자는 자리를 옮기는 그들을 따라왔다.

 

 "남자들끼리 놀러 오셨어요? 저희 같이 노실래요?"

 "아뇨, 여자친구랑 왔는데요."

 

 꽤 용기를 내서 물은 것 같은데 민석이는 칼같이 대답하곤 아예 자리를 떠버렸다. 괜히 민망한 종인이만 고개를 꾸벅이며 뒤따랐다.

 

 "매정한 새끼, 넌 여주만 여자냐?"

 "당연하지."

 

 혀를 차던 종인이는 여주와 수정이가 탈 티익스프레스를 올려다봤다. 여자애들끼리 저 무서운 걸 어떻게 타겠다고 올라간 건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360도 도는 모습을 보던 민석이도 종인과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 저거 할래?"

 "뭐."

 "호러메이즈."

 "너랑 나랑? 미쳤냐?"

 "진짜 미쳤냐? 애들 오면 하자고."

 

 예민하게 말하며 서로를 더럽다는 듯 훑은 종인이 민석이 가리키는 호러메이즈를 보던 종인이가 고개를 설레서래 저었다. 겁먹었냐고 깝죽대는 그의 머리통에 손바닥을 메다꽂은 종인이 단호하게 말했다.

 

 "여주 겁 많아, 안돼."

 "아, 왜! 그리고 그래서 하는 거거든?"

 "내가 봤을 땐 헤어질 것 같은데."

 "이씨, 재수 없게!"

 

 아무래도 걱정인지 종인이는 호러메이즈 표 4장을 들고서 연신 한숨이었다. 공포 영화도 못 보는 애를 저 귀신분장 바글바글한 곳에 등 떠미는 민석이의 생각이 너무 뻔해서 한심했다.

 

 "이제라도 취소해."

 "아, 안돼."

 "이런 거 아니어도 이제 잘 붙어있잖아."

 "아니, 겁먹은 게 귀여우니까..“

 

 말끝을 흐리는 그를 보며 종인이는 경악했다. 이 새끼, 뭐야. 진짜 변태 새낀가 봐.

 

 "아, 시러어."

 

 벌써부터 겁을 집어먹은 여주가 민석이의 팔을 붙들고 늘어졌다. 소용없음을 깨달은 여주는 곧 수정이를 바라봤지만, 워낙 매니악한 수정이는 사악하게 웃을 뿐이었다.

 

 "아, 종인이오빠아."

 "미안하다."

 "다들 진짜 이러기야? 나 오줌 쌀 수도 있어!"

 

 잘 부르지도 않던 오빠 소리까지 하는 걸 보니 정말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냉정하게 고개를 저어버리는 민석이에 여주는 정말 당장이라도 눈물을 떨 굴 것만 같았다. 나쁜 새끼, 민석이를 한번 욕한 종인이 여주의 어깨를 다독이며 자신이 뒤에 서 있을 테니 너무 걱정 말라고 했다. 그런데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자꾸만 줄 밖을 힐끔거렸다. 앞에 선 줄이 줄어들 때마다 여주가 입술을 깨물며 울먹였다.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퇴출구에서 새어 나오는 비명소리에 여주는 벌써부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오빠아, 민석오빠. 꼭 해야 해? 응?"

 "이미 예매했잖아."

 

 진짜 뭐 저렇게 못된 애인이 있는지 단호하게 얘기하는 그를 종인이는 노려봤다. 저렇게까지 무서워하는데 꼭 데리고 들어가야겠는지. 점점 퇴출구와 가까워질수록 공포에 질린 비명이 귀를 찔렀다. 퇴출구 바로 앞 무념무상 멍하니 실성한 여주였다. 그때였다.

 

 "으앙! 무서워!"

 

 장난을 치겠다며 퇴출구 앞 비장의 카드로 서 있던 귀신이 여주의 앞에 등장했다. 진짜 놀란 여주는 민석이의 허리를 껴안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모습을 본 종인이는 민석이가 왜 그렇게까지 기를 쓰고 데리고 들어가려는지 알 것도 같았다.

 

 "으으, 오빠아. 그냥 가면 안돼? 응?"

 "이제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결국 입구까지 다다른 여주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민석이를 괴롭혔다. 이제라도 그만할까 싶었지만 아까 동동 구르던 여주가 귀여워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아, 어린 학생들이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이렇게 네 분 말고 학생들이랑 같이 입장하셔도 되나요?"

 

 안내원의 말에 꽤나 난처한 표정으로 종인이가 웃어 보였다. 여주와 한 약속 때문에 거절을 하려는데 울먹이던 여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이렇게 무서운데 아직 어린 학생들이 걱정이 됐나보다. 그렇게 어린 학생들에 여주와 민석이 순으로 선 그들이 문을 열고 입장했다.

 

 "오빠, 나 버리지마. 알겠지?"

 "알겠어, 지켜줄게."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아이의 허리춤을 꼭 잡은 여주가 벌써부터 눈을 감고 민석이에게 다시 한번 재차 부탁했다. 웃음이 나오려는 걸 심각한 여주에 다부지게 대답했다.

 

 "으아, 못 가겠어요."

 

 여주 못지않게 울먹이며 말하는 어린 학생들에 여주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허리춤을 잡은 손을 풀고 뒤를 돌았다.

 

 "ㄴ, 나가게?"

 "아니, 오빠가 앞장서. 내가 뒤에서 갈게."

 "괜찮겠어?"

 "...으응, 괜찮아."

 

 거짓말, 대답 느렸으면서. 그래도 여주의 고집은 꺾을 수 없기에 민석이가 앞장을 서곤 여주가 제일 마지막에 섰다. 울컥울컥 차오르는 눈물에 여주는 숨죽여 울었다. 곧 아이들을 데리고 민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는 소리에 음산한 노랫소리, 자꾸만 튀어나오는 귀신들에 여주는 엉엉 울며 뒤따랐다. 5분도 안 걸리는 시간이 마치 5일이라도 지난 것 같았다. 퇴출구를 나온 여주는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지 못하고 엉엉 울어버렸다. 이렇게까지 대성통곡할 줄 몰랐던 민석이는 쭈뼛쭈뼛 다가가 여주를 토닥였다.

 

 "내가 안 한다고 했잖아! 무섭다고오!"

 

 한참을 울던 여주는 뒤늦게 민석이의 품인 걸 알아채곤 가슴팍에 제 얼굴을 부비며 소리쳤다. 곧 뒤이어 나온 수정이는 이 상황에 당황했고 종인이는 알고 있었는지 혀를 찼다.

 

 "수고했어, 김민석 저 못돼 처먹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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