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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똑바로 내 두눈을 봐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10

 
똑바로 내 두눈을 봐 #33
작성일 : 19-11-10 23:50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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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식사를 먼저 마친 여주가 소파에 엎드려 발을 동동 굴렀다. 뭐에 그렇게 재미있는지 집중한 여주는 바로 옆까지 다가온 민석이를 느끼지 못했다. 등에 닿는 그의 손길에야 눈길을 돌리는 그녀였다.

 

 "뭐해?"

 "아, 수정이가 수영이 결혼 준비하면서 찍은 사진 보내줘서 보고 있었어."

 "아, 수영이."

 "그러고 보니까 오빠는 수영이 결혼식에 어떻게 온 거야?"

 "나? 난 태민이가 불러서 갔지."

 "이태민 이거는 왜 나한테 귀뜸도 안 해주고."

 

 툴툴거리는 여주를 일으켜 세워 자신의 방으로 이끌었다. 뚜비가 밖에 있는데 문까지 닫아버린 그가 음흉하게 웃었다.

 

 "야, 죽을래?"

 "장난이다, 장난. 그리고 오빠한테 야, 죽을래?"

 "네가 자꾸 변태같이 굴잖아!"

 "야, 내가 언제!"

 

 언제기는, 혀를 찬 여주는 민석이를 지나쳐 침대에 엎드렸다. 수정이가 보내준 사진이 꽤 되는 모양인지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런 여주의 옆에 비집고 누운 그도 여주와 붙어 사진을 구경했다.

 

 "우와, 이건 언제야?"

 "아, 그거 고등학생 때 백일장 시(市) 대회에서 인터뷰했어. 거기 대상 받았었거든."

 "여주야, 진짜 너무 예쁘다."

 "뭐라는 거야."

 

 어깨를 툭 치곤 재빨리 다른 사진으로 넘겼다. 순서는 엉망진창이지만 너무나도 예쁜 그녀였다. 사진 속 여주와 친구들은 모두 사이가 좋아 보였다. 그 가운데 기범이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친구를 빼앗긴 기분이었을 테니 자신에게 날을 세웠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기범이란 애랑 많이 친해?"

 "..나쁜애는 아니야 삐뚤어져서 그렇지."

 "어쩌다가 친해졌어?"

 "으음, 기범이가 중학교 다닐 때 강당에서 나 싫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여주는 이번만 솔직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다 이야기 하지 않기로 했다. 강당에서 여주가 싫다고 소리친 기범이는 맞지만 입학하고 쭉 5개월 동안을 기범이는 여주가 좋다며 따라다녔었다. 대차게 차였지만 말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민석이가 기범이를 더 미워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섰다.

 

 "태민이랑은 어떻게 친해졌어?"

 "태민이? 같은 날 같은 반으로 전학 왔었거든. 걔랑 나랑."

 "그랬구나."

 "왜, 걔가 이상한 소리 해?"

 "이상한 소리는. 너랑 만나는데 태민이랑 수정이가 엄청 도움 줬었거든?"

 

 자꾸만 들러붙는 민석이를 발로 밀어대며 벽으로 몸을 돌렸다. 덥석 안은 여주를 들어 침대 위에서 반 바퀴를 굴러 여주를 내려다봤다. 어느새 손에 들렸던 휴대폰은 저 멀리 밀려난 지 오래다.

 

 "야, 죽을래?"

 "너 다음 주부터는 우리 집 오지 마."

 "이젠 오라고 해도 안 와! 저기로 안 비켜?"

 

 있는 힘껏 밀치는데도 꿈쩍 않던 민석이는 츕츕, 하는 낯부끄러운 입맞춤을 하고선 여주의 옆에 누워 저 멀리 밀려났던 그녀의 휴대폰을 만졌다. 허락도 없이 물건을 만지는데도 별말이 없어 힐끔 바라보자 목까지 빨개진 여주가 몸을 벌떡 일으켜 배로 주먹을 꽂았다.

 

 "죽어!"

 

 야, 아무리 그래도 남자친구한테 죽으라니..

 

 

 *

 *

 

 

 요즘은 뚜비 때문에 바깥 데이트는 상상도 못 한다. 전 주에 잠깐 마트에 들려 혼자 뒀더니 온 집을 초토화를 시켜 치우는 시간으로 데이트 시간을 다 보낸 뒤로는 꼭 집에서만 했다. 그날도 그러한 이유로 침대에 붙어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와, 이거 맛있겠다."

 "치즈스틱? 그러게."

 "아, 갑자기 치즈스틱먹고싶네. 만들까?"

 

 SNS에 뜬 치즈 스틱 만드는 방법을 본 민석이는 치즈스틱이 먹고 싶다며 재료를 사려는지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돌리자 이미 결심이 선 듯한 그였다.

 

 "만드는 재료비가 더 들어. 사 먹자."

 

 그렇게 이야기한 지 일주일 전, 여주는 마트 봉투를 뒤적거리고 있다. 동생인 태형이는 그 장면이 생소한 건지 부엌을 기웃거린다. 힐끔 바라본 여주는 식탁을 두드리며 앉으라고 했고 태형이는 신이 나서 앉았다.

 

 "뭐할 거야?"

 "치즈스틱."

 "으엥? 치즈스틱, 사 먹으면 되잖아."

 "그러게."

 "누나 남자친구는 누나 요리 못하는 거 모르지? 그러니까 이런 거 시키지."

 "시키긴 뭘."

 "설마 누나 스스로 하는 거야? 누나, 미쳤어?"

 

 여주는 평생을 부엌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굶고 말아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형이는 어쩐지 여주의 변화 아닌 변화에 소름이 끼쳤다.

 

 "우와, 이걸 수정이 누나가 들어야 되는데."

 "오빠, 김종인 친군데?"

 "헐, 미쳤나 봐 오빠래. 누나 재중이형한테도 오빠라고 안 하잖아."

 "내가 언제 이 새끼야!"

 

 옆에 놓인 스트링 치즈로 태형이 머리를 맞추던 여주가 안방 문을 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정리하는 척을 했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둘을 보던 엄마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깐족거릴 거면 그냥 꺼져."

 "싫어, 구경할래."

 "그럼 입 다물어라."

 

 머리까지 질끈 묶고 비장한 표정으로 손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트링 치즈를 벗기고 차곡차곡 쟁반에 쌓던 손이 슬쩍 집어 먹으려던 태형이의 멱살로 향했다. 반응이 없기에 모르는 줄 알던 그는 식겁해서 집었던 치즈를 던졌다.

 

 "안보이겠냐?"

 "아니, 난 반응이 없길래."

 "하나 없어지는 거로는 문제없으니까 뒀지. 맞을래?"

 "이미 멱살 잡았잖아."

 "아, 그래서 때리라고?"

 

 티격태격 치즈 스틱 만드는 것도 까먹고 투닥거리다가 요란스레 울리는 제 휴대폰에 정신을 차린 여주가 멱살을 놓았다.

 

 "응, 왜?"

 "오늘 10시에 오는 거 맞지?"

 "응, 왜?"

 "빨리 보고 싶어서."

 "응, 끊을게."

 "너무해."

 

 전화를 끊은 여주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이 저질러놓은 짓을 바로 보곤 마음을 먹은 듯 다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사건건 장난을 걸던 태형이도 이제야 입을 다물고 여주가 하는 양을 지켜봤다.

 

 "우와, 그게 치즈스틱이야?"

 "이상하냐?"

 "누나가 한 거치곤 잘했네."

 

 갓 튀긴 치즈스틱을 베어 물며 말하는 태형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통으로 옮겨 닮는 그녀였다. 뭘 또 인정하고 그러냐,

 

 

 **

 

 

 behind story

 

 딩동, 경쾌한 벨 소리에 뚜비에게 질세라 신이 나서 달려 나가는 민석이었다. 그런 민석이에 덩달아 빨리 달리던 뚜비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현관문에 부딪혔다.

 

 "히익! 무슨 일 있어?"

 

 문을 열자 놀란 표정의 여주가 보였고 민석이는 별일 아니라며 웃었다. 발밑에서 안아달라고 채근하는 뚜비를 안았다. 안긴 뚜비는 여주가 들고 있는 쇼핑백에서 나는 냄새를 킁킁거리며 달려들었다.

 

 "뭐 사 왔어?"

 "음, 일단 봐."

 

 뚜벅뚜벅, 비장하게 걷는 여주가 식탁으로 가 주섬주섬 챙겨온 걸 풀었다. 덩달아 비장한 표정의 민석이가 옆에 섰다.

 

 "이게 뭔데?"

 "치즈스틱."

 "아?"

 

 치즈스틱을 저렇게 비장하게 꺼낼 일인가. 먹어보라는 여주에 힐끔거리며 하나를 입에 넣었다. 방금 한 건지 뜨끈뜨끈한 게 맛있었다. 자신도 처음 요리해주던 날 저랬을까?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데 괜히 장난이나 걸어볼까 싶었다.

 

 "맛있다. 잘했네."

 "아, 그래?"

 "응, 근데 이거 몽둥이야? 엄청 두껍다. 헿-"

 "....개새끼,"

 "여주! 장난이야! 여주우- 여주야!"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여주였다. 제발 장난칠 때 안칠 때 구분 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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