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갔다
작가 : 청사진
작품등록일 : 2019.9.1

나이 서른하나, 브래지어 끈이 내려갈 일이라고는 브래지어 줄이 기분 나쁘게 쓱 한쪽으로 말려 내려갈때 말고는 없다! 단호하게, 없다! 그냥 제기랄, 없다! 그렇다, 아무것도 없던 적막한 인생에 구원처럼 나타나 한 줄기 빛처럼 살포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줄 그러한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사소하고도 기막힌 사랑 이야기이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17. 내가 주워갈게, 그 마음.
작성일 : 19-11-10 23:30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759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겨울이 벌써 성큼 왔는데, 마음은 아직 가을빛>

 

  회사 출근 길, 늘 스치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주홍색의 감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감나무로 회사로 들어가는 언덕베기 길에 있어 늘 출근길마다 자연스레 눈길을 주게된다. 그 감나무를 올려다 볼때마다 슬금슬금 머릿속으로 이러한 생각이 찾아든다.

 

  '다들 저 익은 감은 안 먹고 뭐하나?'

 

  사실, 머릿속에 슬금슬금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더 있다. 너무 많이 익어 감나무 밑에 으깨져 떨어진 감들을 밞지 않도록 피해 걸으며 나는 곧잘 이러한 생각에 빠진다. 너무 달도록 익으면 쉽게 물러지는구나. 어쩌면 마음이란 것도 비슷하게 너무 달기만하면 아주 쉽게 물러지는 건 아닐까하고 나는 종명이에대한 내 마음을 떠올리며 생각한다. 에이, 감은 감이고! 나는 나지! 내 신세로 말 할 것 같으면 회사출근 길은 앞에 둔 그저 직딩이 일 뿐이다! 출근 길이면 언제나 내가 늘 줄기차게 부르는 공식 노래가 있었으니! 그것은!!!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아흐!!!"

 

  출근 길부터 지쳐있는 하루하루 회사가 싫은 직딩이에게 그날, 일이 결국 터졌다. 일은 점심시간을 얼마 앞두지 않은 오전시간에 일어나고 말았다!!!!!

 

  "사장님, 저희 공모전에 뽑혔던 프로젝트는 도대체 언제부터 들어가는 겁니까?"

 

  전국각지에서 브래지어를 주문한 고객들의 택배를 택배송장을 붙여 운반하던 때 였다!!! 사장님께 그렇게 힘차게 외친 이는 바로 다름 아닌, 주란 언니였다. 회사에 입사한 뒤, 장덕철씨와 주란언니 그리고 나 세 사람은 내내 현장의 박스 옮기기와 택배송장을 출력해 택배를 출고하는 일, 그리고 주문접수 전화를 받거나 현장을 돕는 일로 이 개월의 기간을 거쳐가고 있던 때 였다. 이 개월을 넘어가면 느낀 건..... 사장님은 어쩌면..... 우리가 공모전에 냈던 디자인이 기다리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을 품게 만들고는 우리를 최저임금으로 쓰는 악덕 고용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일었다.

 

  메일함에 비법이라고 올려두신 열람하고 또 열람하여 눈으로 본 문장이 입으로 술술 나오도록 참고하라던 '이수용 사장의 브래지어에 관한 철학' '브래지어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마법의 법칙'같은 뜻이 모호한 비법들은 막상 열람해 보았지만 고기없는 고기 뷔페마냥 정작 중요한 부분은 빠진 채 적혀져 있는 기분이랄까..... 이걸 보고 우리끼리 무얼 헤쳐나가라는건지 전혀 방향을 모를 문서랄까..... 싶었다!

 

  "이게 다 피가되고 살이 된다는 걸 젊은 사람들은 왜케 모를까잉. 힘들다고 나태해지기부터 하면 안되지 않는겨?"

 

  물론 피가 되고 살이 되기는 하겠지요..... 사장님. 하지만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막 퍼먹고 있는 저희 모습은 뭐 랄까..... 조금 처량하고도 슬픕니다..... 나는 그 사이 브래지어가 한가득 든 무거운 택배박스를 매일같이 너무 많이 옮겨댄 탓에 손목의 인대가 늘어난 상태였고, 체력이 좋다던 주란언니도 점점 데친 시금치마냥 시들시들해져가고 있었다. 또 덕철씨도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며칠 전부터 몸살이 왔다고 하였다.

 

  통장의 월급은 들어왔다가 스쳐가기를 반복하는데, 어째 피로는 한번 왔다하면 떠나지를 않고 등어리에 매달린 것 마냥 줄곧 따라다닌다..... 나이 탓인가...... 아니다! 나이탓을 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때였다. 사장님이 주란언니를 바라보며 먼저 선공을 치듯 이렇게 말하였다.

 

  "김주란씨는 전공이 무역 아니덩가? 그때 왜 이력서 받을 때 보니껭 전공이 무역이던데. 디자인에 D자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 험하고 궂은 일은 죄다 싸그리 피하고 디자인부터 할라켕! 김주란씨는 그 말부터가 잘못 되었어."

 

  허허허허허허허..... 헛기침이 막 나오는 오전의 시간이었다. 저도 디자인의 D자는 모르겠지만 사장님이 매일 언어폭력으로 사람을 시름시름 앓게 만드는 장본인이라는 건 알고 있지요!라고 받아칠려다가 이번달 월급을 떠올리며

 나는 비굴하게 꾹 그 말을 목구녕으로 도로 간신히 밀어넘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사장님, 제가 디자인에 D를 좀 압니다. 제 전공은 안 살펴보셨나보죠? 애니메이션전공이고 디자인 사무소에서 일했던 경력도 쭈욱 밑으로 나열해 놓았었는데."

 

  몸살로 마스크를 낀채 콜록콜록 거리던 장덕철씨가 무슨 정신이 번쩍 들었던지, 마스크를 싹 벗고는 끼고 있던 뿔테안경까지 싹 벗어버리더니 우수 어린 눈빛을 발산하며 그러나! 소신있고도 참 패기있게 사장님을 바라보며 똑부러지게 말하고 있었다. 뭐야, 장덕철씨 개멋져...... 저렇게 멋진 캐릭터였던가!!!!! 눈이 번쩍 떠지는 순간이었다. 마치 위기상황이면 뿔테안경을 벗어 변신하던 히어로 슈퍼맨이 떠올랐다. 역시..... 우리 중에 대상은 이런 의미로 대상감이였구나.....

 

  "정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그러면 뭐 내일부터 디자인 들어가면 되지! 유난들이여!"

 

  그렇게 우리는 입사 이 개월차에 드디어! 박스 옮기기를 벗어나 다른 일에 주어졌다!!!!!

 

  고난과 역경을 함께하면 더 서로가 든든해지고 끈끈해지는 법! 사장님과 한바탕 오전의 일을 마무리하고 점심을 먹으러가는 우리는 전우애를 불태우며 회사 근처 식당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장덕철씨가 잊고 있던 '청정구역' 멤버들을 떠올리는 말을 꺼내었다.

 

  "참, 내일 모레 공연 잊지 않았죠?"

 

  그러자 주란 언니가 표정부자 만치로 얼굴 가득 당연한 걸 왜 묻는냐는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당연한거 아니에요. 아! 지난번 공연 이후로 또 경복씨를 볼수있다니!!!!!"

 

  언니 입에서 경복씨라는 말이 너무 자연스레 흘러나와 당황한 내 옆으로 나보다 더 당황한 기색을 한 덕철씨가 주란언니를 바라보며 눈이 동그래져서는 혼잣말로 이렇게 말하는 것 이었다.

 

  "주란씨는..... 경복씨 취향이 아.....닌데....."

 

  뭐야 지난번에 집 가는 방향이 한번 같다고 경복이랑 한번 같이가더니 이제는 취향까지 아나? 경복이가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타입이 전혀! 네버! 아닌데..... 그나저나 주란언니는 그런 덕철씨의 말을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혼자 경복이를 만날 생각에 들떠 이미 마음만큼은 공연장에 가 있는듯 하였다. 나는 그런 주란언니와 덕철씨를 보며 괜스레 '청정구역'멤버들 얼굴이 떠오르다가 불쑥, 껌정머리 옥수수집 후계자 녀석의 얼굴이 떠올라 괜스레 볼이 발그레해졌다.

 

  뭐야..... 가을타는게 이렇게나 오래가나? 이제는 겨울이 오는데? 에라이, 모르겠다. 손목인대가 쭉쭉 늘어나더니 마음까지 쭉쭉 늘어난 기세다. 정말로, 에잇! 모르겠다!

 

 ******************************

 

  <내가 주워갈게, 그 마음.>

 

  종명이게서는 내내 연락이 없었다. 나를 잊은건가? 내가 별로 중요한 사람이..... 그 만큼은 아니었나? 어쩌면 일이 바빠서.....? 나는 그 무렵, 시름시름 마음 앓이를 시작 하였다..... 이럴꺼면 그렇게 대자로 화장실에서 나자빠져있던 날에! 운명처럼, 왕자님처럼 짠!하고 나타나지를 말던가. 아니지, 동창회에서 그렇게 사람 마음 헷갈리게 웃어주지를 말던가. 아니지!!!!! 그 보다도 더!!!!! 제일 괴로운 건!!!!! 나는 이렇게 푹 종명이가 좋아져 버렸는데 종명이의 마음은 그런 것 같지않아 외로움만 커진다는 거다..... 결국에는 나만 혼자 좋아한 것 같이 왜 마음은 외롭게 만들냐고!!!!! 그게 제일 나쁘다..... 처음부터 다정하지를 말던가..... 그 다정함은 지금 어디로 모두 증발된 것 일까. 나는 터벅터벅 공연장으로 향하며 그런 생각에 빠져있었다.

 

  오늘은 덕철씨와 주란언니가 고대하던 '청정구역'멤버들의 공연이 크게 열리는 날이었다. 짜식들, 점점 왜 이리 인기도 치솟고 커져..... 아주 이제는 훨훨 나비처럼 날아 갈 기세다. 나는 자꾸만 쪼그라드는데 그래도 우리 '청정이들'은 나와 다르게 잘나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멀리 공연장 입구에서 내가 온 것을 발견하고 손 흔드는 주란언니가 보였다. 이번 공연은 좌석 지정이 되어있지 않아 먼저 온 순서로 맨 앞줄부터 입장하는터라 새벽같이 나왔다는 주란언니였다.

 

  "언니 뭘 그렇게까지..... 얼굴도 빤히 아는사이면서! 공연 끝나고 또 보면 되지!"

 

  나의 그 말에 주란언니는

 

  "영선! 영선은 덕심이 부족해..... 덕심력부터 일단 키워!!!!!"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날라왔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부터 빨강색 더플코트를 입은 덕철씨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는 빠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뭐야, 뭐야! 덕철씨 뭘 저렇게 주섬주섬 들고 오지?"

 

  고개를 쭉 내밀며 멀리서 달려오는 덕철씨를 빤히 바라보는 주란언니의 눈짓에 나도 따라 덕철씨를 빤히 바라보았다. 덕철씨는 한손에는 '괴물같은 밴드 청정구역'이라고 적힌 응원문구와 또 한손에는 보온병으로 보이는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덕철씨 뭐야 혼자만 어디 여행왔어요?"

 

  그렇게 묻는 주란언니를 향해 덕철씨가 부끄러운 듯 서 있다가

 

  "다들 추운날 야외 공연이니까...... 생강차 좀 싸와봤어요....."라고 수줍게 말을 떼는 것 이었다.

 

  '청정구역'멤버들보다 추운 건 이렇게 대기줄에서 빤히 서 있는 우리가 더 춥지 않을까요? 묻고 싶었지만 정성이 갸륵한 덕철씨의 마음을 훼손시키고 싶지 않았다. 아무렴 어떤가! 야외공연에다가, 오늘은 주말이고, '청정구역'멤버들은 훨훨 더 비상하고 있으며, 내 곁에는 이렇게 든든한 회사 동지들이 있지 않는가! 그런데 이 많은 것 중에 하나가, 없긴 없다. 종명이..... 영화 '사랑은 개차반'을 영화관에서 함께 볼 때 우리는 저렇게 싸우지 말자며 귓속말하던 그가 없다. 내가 떠나온 것일까, 떠밀리듯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것 인가.....

 

  에이! 복잡해! 복잡한 마음에는 역시 음악이 최고다! 공연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일단 커다란 공연장 풍경에 한번 아연히 놀랬다가! 그 커다란 공연장을 채워가는 관객들의 수에 놀랬다가! '청정이들'말고도 인기있는 가수들이 대량 포진한 공연순서에 또! 한번 더 놀랬다! 뭐야,뭐야. '청정이들' 이렇게 큰 거야? 그 기라성같은 선배들이랑 한 공연장을 채우다니!!!!!! 물론 내가 이렇게까지 들떠 말하면 멤버들 모두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원래 인기있는 가수들 사이 이제 막 자라나는 새싹 같은 밴드들도 듬성듬성 껴 넣어주는거지!"라고 웃으며 겸손하게 말할게 분명하지만 녀석들은 분명..... 떴다!!!!!!

 

  공연은 정말이지 순삭!이었다. 이런 순간 삭제가 따로없었다. 밴드 '청정구역'이 등장했을 때, 앞전 가수들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함성소리가 다소 작았지만 어느덧 '청정이들'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객석에서 수근수근 "쟤네 누구야?" 내지는 "청정구역?" 하는 물음표 띤 말들이 곳곳에서 조그맣게 들려오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져왔다. 그 물음표는 '청정구역' 밴드의 음악과 만나 "오! 좋다." "저 밴드 괜찮지 않아?"가 곧 되었다!!!!! 오! 내 마음은 괜스레 풍선을 매단 듯 껑충껑충 하늘 높이 치솟아 올라가고 있었다. 나름 '구매니저' 자존심이 치솟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주란 언니와 덕철씨는 '청정구역'이 소개 될 때 부터 이미 함성아닌!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지만! 얼마 후 순간삭제로 끝난 공연 앞에서 벅참 내지는 허탈함을 동시에 풍기고 있었다.

 

  "그렇게나 좋았어요?" 묻는 나의 말에 두 사람은 이내 합심해

 

  "역시 덕력이 부족해!!!!!"를 외치던 순간이었다.

 

  오늘도 공연 후 뒷풀이 겸 파티를 혹시 하냐며 덕철씨가 수줍게 묻기에 나는 얼른 곧장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껌정머리 옥수수집 후계자 녀석에게로 뒷풀이를 할 예정이면 우리도 껴달라고 메시지를 보내두었다. 그런데 영, 답이 느린 것이 어째 아무래도 오늘은 좀 큰 공연이라 긴장감 더하기 공연을 끝맞치고 나서도 분주한 부분들이 아직 많이 남은건 아닐까 싶었다.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오늘은 무리겠다고 두 사람에게 말하자 덕철씨와 주란 언니가 잔뜩 풀 죽은 표정이 되어버린 것이 느껴졌다. 그러지말고 우리끼리라도 치킨집에 가서 치킨에 맥주가 어떠냐고 물어도 둘 다 영혼이 가출한듯 영 기운 없는 얼굴들이었다. 그때!!!!! 때마침 울리지 않던 나의 휴대폰이 울렸다!!!!! 혹시, 설마 종명이????? 내 마음은 사실 공연을 보는 동안에도 내내 종명이에게 가 닿아있었다. 계속 마음 어딘가가 찝찝하였던 것 이다..... 그러나, 휴대폰 안으로 뜬 연락은 어쩌면 나보다도 주란 언니와 덕철씨가 더 반가워 할 법한 연락이었으니..... '청정구역' 공식리더 녹색머리 녀석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 이었다. 전화가 울리기에 받아보니 껌정머리 녀석이 바빠 얼른 리더에게 대신 전화를 해보라고 했던 터라고 했다.

 

  우리는 그 날 공식리더가 이끄는 공식리더와 꽤나 친분이 있다는 형이 하는 술집에 갔다. 녹색머리 공식리더는 교회오빠 이미지로 내내 어필하고 있지만 실상 알고보면 제일 마당발에 실세다..... 그 합주실로 쓰이는 지하실 공간도

 녹색머리 공식리더가 아는 형으로부터 소개받은 공간 아닌가! 물론, 곰팡이내 나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지만.....! 어쨌든 그 사이 팬이 더 늘어난 것 같다며 내가 축하한다고 운을 떼자 멤버들 모두 빙그레 웃으며 기뻐하는 눈짓이 한 눈에 보아도 느껴졌다. 으아, 보람있다! 성장형 밴드라니! 이렇게나 껑충 성장했다니! 콩나물 키우듯이 해준것도 없는데 쑥쑥 자란 녀석들을 보니 괜스레 뿌듯하고도 벅찬 마음이 밀려왔다. 우리는 연말 분위기를 내며 '건배'를 연신 외쳤다!!!!!

 

  그때였다. 늘 울리지 않고 잠잠하기만 해서 죽었니 살았니를 외치고 싶은 내 휴대폰이 울린 것은!!!!! 집에서 엄마가 전화했나 싶어 슬쩍 바라보니, 그 안에는 내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종명이의 연락이 닿아있었다!!!!! 헉!!!!! 일단 놀란 숨 좀 고르고, 그리고 애써 태연한 척 해야지! 그리고 심호흡 좀 해볼까하며, 나는 놀라고 벅찬 마음을 진정하며 얼른 술집을 빠져나와 떨리는 손으로 종명이의 연락을 받았다.

 

  두둥!!!!! 그런데..... 기다리던 그 연락의 주인공의 목소리는 이런 가슴 떨리고 태연하지 못한 나와는 달리 한 없이 싸늘하였다..... 그리고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보고 싶어서 한 전화가 아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사람들이 오가는 번화가의 골목 끝에 자리한 그 술집 앞에 쪼그려 앉아 펑펑 함박눈이 내리듯 눈물짓기 시작하였다. 눈물이 주체 할 수 없이 쏟아져 내렸다. 그때 낯익은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뭐해, 다들 기다리는데....."

 

  그 목소리에 고개를 올려보니 그 자리에 껌정머리 녀석이 서 있었다. 왜 항상 이렇게 얄궂은 순간에만 얼굴을 들킬까..... 이런 표정은 숨기고 싶은데.....

 

  "또 마스카라 지워지게 우네."

 

  녀석이 그러더니 내 앞으로 쪼그려 앉았다. 그러더니 본 적 없던 얼굴로 나를 빤히 보더니 손을 뻗어 쓱 눈가를 닦아주었다.

 

  "지지다. 에이 더러워"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실 없는 농담이 나오냐 묻고 싶었지만 울고났더니 그럴만한 힘 조차 나는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였다.

 

  "에이 더러워. 왜 그러게 그런 더러운거랑 구질구질하게 사귀냐."

 

  뭐야? 네가 뭘 안다고 알듯이 그런말을해!!!!! 알지도 못하는 게 따져 물으려는 데 녀석이 먼저 선수를 쳤다.

 

  "그렇게 마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랑은 절대 사귀는거 아냐."

 

  그러더니 그 가느다랗고 흰 손가락을 쭉 뻗어 살짝쿵 내 이마를 친다.

 

  "뭐야?"

 

  뾰루퉁하게 녀석이 친 이마를 쓸며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해석 불과의 대답이다.

 

  "내가 주워갈게."

 

  뜻 모를 말만 잔뜩 남기기에 진짜 뭐냐고!!!!! 물으려는데 녀석의 입에서 이런 말이 불쑥, 나왔다.

 

  "내가 주워갈게, 그 마음."

 

 
작가의 말
 

 사랑 가득! 담아 여러분을 만납니다 : ) 고맙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는 순간, 사랑이 시… 2019 / 11 / 10 251 0 5789   
19 19. 옥수수 알맹이들만큼 좋아해. 2019 / 11 / 10 247 0 7371   
18 18. 정직원은 못 되도 나름 사람은 되겠습니다 2019 / 11 / 10 250 0 8590   
17 17. 내가 주워갈게, 그 마음. 2019 / 11 / 10 237 0 7590   
16 16. 껌정 길고양이 '오물이' 2019 / 11 / 10 235 0 5281   
15 15.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2019 / 11 / 10 240 0 4960   
14 14. 커피 타나봐? 아니요, 저 가을 타는데요... 2019 / 11 / 10 237 0 7435   
13 13. 망가진 피부는 다시 재생되어도 망가진 마… 2019 / 11 / 10 223 0 4141   
12 12. 가끔은 개소리도 필요하다. 2019 / 11 / 10 244 0 4374   
11 11. 사랑은 개차반? 2019 / 11 / 10 230 1 6399   
10 10. 그 말로만 듣던, 가족 같은 회사 여기 있네 2019 / 11 / 6 244 0 4335   
9 9. <왕뽕 브라몰>에 입사하다! 2019 / 11 / 1 232 0 3950   
8 8. 브래지어가, 돌아왔다! 2019 / 10 / 29 244 0 5882   
7 7. 우리는 청정구역 밴드. 2019 / 9 / 7 234 1 4903   
6 6.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 줘. 2019 / 9 / 6 233 1 5988   
5 5. “... 그쪽 번호가 뭐야?” 2019 / 9 / 5 270 1 8005   
4 4. 말 그대로! 마약 옥수수! 2019 / 9 / 4 249 0 7004   
3 3. 까칠병에 걸린 남자를 만나다. 2019 / 9 / 3 276 0 5943   
2 2. 아무데서나 자빠지면 안 되는 나이. 2019 / 9 / 2 262 1 7348   
1 1. 다정병에 걸린 남자를 만나다. 2019 / 9 / 1 489 1 611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