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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갔다
작가 : 청사진
작품등록일 : 2019.9.1

나이 서른하나, 브래지어 끈이 내려갈 일이라고는 브래지어 줄이 기분 나쁘게 쓱 한쪽으로 말려 내려갈때 말고는 없다! 단호하게, 없다! 그냥 제기랄, 없다! 그렇다, 아무것도 없던 적막한 인생에 구원처럼 나타나 한 줄기 빛처럼 살포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줄 그러한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사소하고도 기막힌 사랑 이야기이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16. 껌정 길고양이 '오물이'
작성일 : 19-11-10 23:27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5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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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칫국물 묻은 옷을 금자락 옷으로 바꿔주세요! 주님!>

 

  이솝우화 은도끼와 금도끼를 보며 어린시절의 나는 생각했었다. 저 놈 봐라! 욕심을 계속 부리니까 딱, 지금 저꼴이났지! 그런데..... 지금 내가 딱, 바로 그 꼴이다.

 

  점심에 회사에서 먹다 칠칠맞게 흘려 김치찌개 국물이 벌겋게 묻은 내 분홍색 스웨터 앞자락을 슬쩍 내려다보다가

 그 보풀나고 낡은 분홍색 스웨터와는 정반대로 보이는 눈 앞에 마네킹에 걸린 보라색 신상 원피스를 나는 연이어 빤히 바라보았다. 아니, 바라본다기보다는 노려보고 있다. 스파크가 튄다. 신상 보라색 원피스와 나와의 거리 차이는 단지 몇 개월의 할부로 끊을 것인가의 거리차이만이 놓인 상태다. 그렇다. 나는 친구 유미가 일하는 백화점에 회사가 일찍 끝나 윤미를 오랜만에 만날 겸 들렀다가 그렇게 덜컥 지난번 신상 초록원피스를 샀던 그 매장 앞에 서버린것이다. 겨울신상으로 나온 별로 따듯해보이지도 않는데 가격표의 숫자만큼은 사악하게 치솟은 보라색 원피스와 나는 그렇게 운명처럼, 맞딱드렸다. 무려, 겁도 없이!

 

  일단 차분히 가격표의 숫자를 보며 이번달 월급들이 빠져나가 소멸될 예정의 월급 경로들을 빠르게 떠올린다. 이번달에는 연말을 맞아 변변치 않은 딸을 이렇게 키워주신 크나큰 감사함으로 엄마와 아빠의 선물도 살 예정이었고..... 떠나가는 올해의 쓸쓸함을 따듯한 음식과 술로라도 달래기위해 친구들 몇명과 조촐히 모여 굿바이 연말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기에 예상치 못한 지출이 꽤 크다... 지난달에 긁은 카드값들까지 모조리 싹 다 떠올리다가 나는!!! 생각하였다!!!!!!! 그래도! 이 원피스 안사면 후회하면서 잠자다가 이불을 발로 막 걷어차며 공룡울음소리를 낼 것 같아!!!!!!

 

  그렇다... 그렇게 공룡소리를 내며 미치는 것 보다는....... 아침마다 사장님의 커피심부름과 십분전에 꼬박꼬박 도착해도 왜 이리 늦었냐는 모진 구박을 당해도!!!!!! 그래, 이 보라색 원피스를 손에 넣어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내 기꺼이 견디리!!!!! 그 고난과 수모!!!!! 너와 함께라면!!!! 너 같은 금자락 옷이라면 그 수모와 맞바꾸어도 좋아!!!! 외치며 나는 터벅터벅 그 매장 안으로 들어가 그렇게 지난번 신상 초록색 원피스를 고이 담아 안고 나오던 때처럼 그렇게 보라색 신상 원피스를 품에 안아든 것 이다!!!!!!

 

  이맘 때가 되면 서로 부르지 않아도, 아무도 찾지않아도, 그 누구 한명이 이제 슬슬 연말모임을 열어야하지 않나? 어떻게 이제 한번 모여볼까?하면 잽싸게 모이는 그 모임... 흥청망청 내 이러다가 또 한살 더 먹을 줄 알았지요!를 주제로 한 그 굿바이 연말모임의 핵심 멤버이자 돈 계산과 관련한 총무를 맞고 있는 유미가 유니폼을 갈아입고는 어느새 백화점 1층으로 내려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내 손에 들린 쇼핑백을 보고는 옳다구나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주 또 질렀구만."

 

  그렇습니다. 질렀습니다. 아니, 질러야만 했습니다!!!! 매일같이 퇴사를 외치고 싶다가도 퇴사소리가 목구녕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턱 막혀 앓아 누운사람처럼 내뱉지를 못하는 제가!!! 차마 무엇하나 내지르지 못하는 제가!!!!!! 이렇게 원피스 한벌 정도는 누구 눈치보지 않고 맘껏 지를 자유가 있지 않습니까!!!!! 외치고 싶었다!!!! 그렇죠? 나의 굿바이 연말모임 동기님?!!!! 나는 눈빛으로 유미에게 홀연 그렇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런데 이 지지배 눈치없이 내 그 눈빛을 딴 방향으로 꺽으며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닌가.

 

  "딱 보니까, 종명이랑 약속 때 한껏 예쁘게 차려입을려고 샀네."

 

  에휴...... 이 사람아.... 틀렸습니다.... 한 없이 틀렸네요....... 틀려도 너무 빗나갔어요....... 나는 유미에게 팔짱을 끼며 얼른 추우니까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있는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며 유미를 재빨리 돌려세웠다. 종명이라는 이름만 나와도 회사 퇴사를 외치고만 싶던 때처럼 목구녕이 아니, 가슴 어딘가가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종명이와 나는 한동안 그렇게 계속 냉전중이다. 냉전 중인 서로의 마음에 그 사이, 폭탄이 휙 하니 던져진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바로 그 종명이와 사귀었던 구여친이라던 꽃이씨의 등장이 그러했다. 사실...이름 뒤에 씨도 붙여주고 싶지않다. 에이 수박씨같은 여자!!!! 에이!!!!! 참외씨같은 여자같으니라고!!!!! 아니다! 호박씨같은 여자같으리니라고!!!!! 왜 알콩달콩하던 우리의 연애에 끼어든거냐는 말이다!!!!!!

 

  종명이와 시내로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주말 저녁 사건이 또 터졌다..... 지난번 전화기 화면에 뜬 '우리 꽃이'로 저장된 번호가 떴던 그날 이후 우리는 의도치않게 냉전 아닌 냉전 사이를 겪고 있었다. 물론 내게 너무 과분한 남자 종명이의 그 우리 꽃이인지 저짝 꽃이인지 그 여자마저 나는 둥글게 품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때마침 그 애써 에두르고 감싸안아보려던 그 마음에 휙하니 폭탁이 날라와 떨어졌으니... 그것은... 종명이와 함께 있을 때 또 '우리 꽃이'로 저장된 번호가 다시 걸려온것이었다...........

 

  종명이는 운전중이였고, 종명이의 휴대폰은 차 안에 울려퍼지는 음악 재생을 위해 자동차 앞 테이블 선반에 반듯하게 놓여져 있는 상태였다. 그때였다. 종명이의 휴대폰이 아주 빠르게 울렸다. 순간 차창 너머를 바라보고 있던 내가 시선을 돌렸을 때.... 자동차 앞 테이블 선반에 놓여있던 휴대전화 너머로..... 보였다.... 왜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않나.... 또 다시 '우리 꽃이'였다.

 

  이런 발암물질같은 것들!!!!!!!!! 아니, 종명이는 왜!!!!!! 전화기에 저장된 '우리 꽃이'를 나와 그런 냉전 아닌 냉전 사이를 겪으면서도 수정해두지 않았던가!!!!! 아니지!!!! 저 우리 꽃이인지 저짝 꽃이인지하는 저 여자는 왜 또 전화를 하는 것인가!!!!!!! 둘은 도대체 어떤 발암물질같은 관계로 맺어져 있길래!!!!! 내게 이런 시련을 주는가!!!!! 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종명이에게 당장 이렇게 말하였다.

 

  "미안한데.... 나 기분이 너무 안좋아서 차에서 내릴래 세워줘....."

 

 ******************************

 

  <껌정 길고양이 '오물이'>

 

  발길이 닿는데로 그저 갔다. 어디로가면 좋을까.... 막상 종명이에게 화가 난 내 마음을 보여주고자 당장 차에서 내려달라고는 했지만...... 차마 이런 기분을 가지고 집으로 가자니 집에 가서도 그 심술궂은 마음이 계속 샘솟아 혼자 내내 끙끙거릴 것만 같고....그렇다고 누군가를 부르자니 홀쭉하고 빈곤한 내 휴대폰 주소록 속의 저장된 번호들속에 그 누구하나 맘놓고 편하게 부를 이도 없었다.... 이럴때면 친구 유미를 부르고 싶은데 유미는 오늘 소개팅이있다고 며칠전부터 잔뜩 들떠있었던 모습이 빠르게 떠올랐다.... 주란언니도 오늘 가족모임이있다고 지방에 내려간다고했으니.... 그렇다고 이 기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갈수도 없고... 그래서 나는 그저 발길 닿는데로 언제가도, 어떤모습이어도, 늘 품어주는 그곳으로갔다. 그런데 막상 그곳에 도착했지만 쉬이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 쭈그려 앉아 오늘 종명이와의 일들이 떠올라 슬금슬금 떠올리며 나는 훌쩍훌쩍 울고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뭐하냐?"

 

  계단을 막 내려오던 껌정머리 옥수수집 후계자 녀석이 나를 보더니 물었다. 오! 너냐? 짜식... 오랜만에 봐도 잘생겼네.... 그런생각을 하며 괜스레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이려했는데 입꼬리가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나는 그때 무슨 표정을 짓고있었을까. 녀석이 그런 나를 보더니 말했다.

 

  "안에 애들있으니까 마스카라 얼룩진거나 좀 지우고 들어와."

 

  녀석의 목소리가 어째 꽤나 화난 사람 목소리같았다. 괜스레 이 시간에 말도 없이 찾아와서 화난건가 싶어져 마음이 잔뜩 쪼그라들었다... 손으로 쓱 얼굴을 닦고는 녀석의 뒤를 따라 계단을 털레털레 따라내려갔더니 합주실로 쓰이는 지하공간 안에서 불그스름한 불빛이 세어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못보던 붉은 미러볼이 천장에 달려있었다. 동글동글한 미러볼이 마치 노래방을 연상시키듯 뱅글뱅글 돌아가고있었다. 뭐야... 요놈들 크리스마스 분위기라도 낸건가.... 벌써 크리스마스네, 여기는.

 

  "오! 뭐야뭐야!!!! 영선누나!!!!!!!!!"

 

  역시나 매번 먼저 반겨주는 건 햄스터같은 귀염둥이 막내 분홍이였다.

 

  "뭐야 현석이랑 만나서 들어온거예요? 야, 영선누나 오기로 한거였어? 왜 이야기 안했어?"

 

  녹색머리 리더가 그렇게 물으며 슬쩍 껌정머리 녀석의 어깨를 잡아세우자 껌정머리 녀석이 어깨를 터는 시늉을 장난스럽게 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냥 이 앞에 버려져 있길래 주워왔어."

 

  저 녀석봐라. 아주 여전하구만. 그리고 뭐? 주워오기는 뭘 주워와!!!!! 내가 뭐 물건이야!!!!! 그 말에 물끄러미 쏘아보아도 정작 당사자는 이쪽은 쳐다도 안보아 눈알만 아팠다.

 

  그때, 주황머리 사막여우를 닮은 녀석이 나를 잡아끌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누나누나!!! 오물이 안봤죠? 일로 와 봐요. 우리 오물이 얼마나 귀염뽀짝한지 몰라요."

  "오물이?"

 

  그 발꼬랑내날것같은 이름은 뭐니? 그리고 여기있는 너희들 모두가 귀염뽀짝하다는 걸 알고나 그런말을 하는지...

 

  합주실 한쪽에 누런 라면박스로 만든 공간이 보였다. 크게 검은 매직으로 '오물이집'이라고 나름 적은게 보였다. 꼬물이도 아닌 오물이? 도대체 오물이는 어떤 녀석인가?! 그때, 라면박스집 안에서 잔뜩 경계하던 자그마한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우리가 다가가는 기척을 느꼈는지 살짜쿵 걸어 나왔다. 검은색의 털뭉치같은 고양이였다!!!!! 나는 단번에 알았다. 너 구나, 그 청정구역 멤버들이 사랑해서 노래가사에까지 등장시켰던 고양이가!

 

  이런 행운의 고양이같으니라구!!!!!

 

  사막여우를 닮은 주황머리 녀석이 오물이집에서 나오는 오물이를 보며 나보다 더 오물이를 처음보는 사람처럼 팔불출 미소를 숨기지 못한 채 이렇게 말하였다.

 

  "봐요!봐요! 귀엽죠? 사랑스럽죠? 막 깨물어버리고 싶죠?"

 

  그때 빨간머리 경복이가.... 이름은 올드해도 하는 행동은 시크한 우리 경복이가.... 말도 없는 경복이가 이렇게 말하였다.

 

  "너가 깨물면... 죽지 않을까. 양치질도 잘안하니까 입냄새로 먼저 죽겠네..."

 

  그 말에 청정구역 멤버들과 내 입에서 웃음이 세어나왔다.

 

  "야, 맞아맞아. 저 자식 입냄새로 먼저 우리 오물이 질식할거야."

 

  녹색머리 공식리더양반의 말에 한바탕 더 웃음이 몰아쳤다.

 

  이곳에 오기를 잘한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명이와의 일이 웃다보니 조금은 옅게, 잊혀져갔다. 나는 물끄러미 오물이를 품에 안아들었다. 그리고 아무도 듣지 못하겠지만 오물이에게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오물이 너는 행운의 고양이라고 말이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 곁에 있는 넌 분명 행운이 가득한거라고 말이다.

 
작가의 말
 

 사랑 가득! 담아 여러분을 만납니다 :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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