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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너에게 가는 길
작가 : 사파이어
작품등록일 : 2019.11.10

우주에는 ‘넵툰’이라는 청록색의 신비로운 행성이 있다. 그 곳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그의 딸 ‘라미아’가 거대한 왕국을 이루며 살고 있다.
우주에서는 삶이 무한하고, 아름다움도 사그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삶에 우울증에 빠진 ‘라미아’가 아버지에게 ‘지구’로 보내달라고 간청하는데, 아버지는 심하게 반대를 하다 결국 3년 안에 돌아오라는 약속을 하며 허락한다.
‘라미아’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어떤 범상치 않는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14회
작성일 : 19-11-10 23:15     조회 : 179     추천 : 0     분량 : 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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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두스 산맥에서 에게 해로 이어지는 피오니스 강을 따라 비옥한 평야가 끝도 없이 펼쳐 졌다. 적당한 햇빛과 적당한 비가 내리는 초여름의 피니오스 강변에는 초록의 잎이 무성한 수풀을 이루고 있었다.

 “삼라바.”

 “라미아, 정말 오랜만이야.”

 라미아는 오랜만에 본 삼라바의 낯빛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마지막으로 그를 봤을 때에 비하면 그의 얼굴이 훨씬 더 편안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결국 다시 지구로 왔네.”

 “음…… 어쩔 수 없이 나의 두 번째 고향과 같은 곳이잖아.”

 라미아는 삼라바를 보며 밝게 웃었다.

 “다프네는 잘 지내?”

 삼라바는 아무 대답 없이 그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레우키포스가 죽은 후 라미아와 삼라바는 결국 지구에서 3년의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넵툰으로 돌아갔다. 아버지 포세이돈은 지구에서 일어났던 많은 일들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강의 신, 페네오스가 넵툰을 찾아 왔다. 포세이돈은 페네오스를 반갑게 맞이했지만, 페네오스가 삼라바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삼라바.”

 “강의 신, 페네오스이시여.”

 삼라바는 고개를 숙였다. 페네오스가 자신을 찾아온 것은 다프네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 아폴론과 다프네 사이의 일만 아니라면, 삼라바는 페네오스에게 아무 거리낄 것이 없었지만, 마치 무슨 죄라도 지은 것처럼 어쩐지 마음이 요동치고 있었다.

 “자네도 짐작하겠지만, 다프네와 관련된 일이라네. 다프네에게 다시 영생의 삶을 주려고 하는데, 자네가 다프네와 함께 해주겠나? 자네만 괜찮다면 피오니스 강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겠네.”

 “그렇다면 다프네를 신의 곁에 두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건 다프네가 원하지 않을 것 같네. 다프네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 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

 삼라바는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페네오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삼라바가 선택한 것이 다프네와의 사랑인지, 과거에 대한 복기인지, 정착의 삶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삼라바에게 중대한 결정이었음은 분명했다.

 “이제 삼라바도 아스클레피오스라고 불러야 되는 거 아니야? 모두가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갔잖아.”

 “아니, 내 자리는 처음부터 여기였어. 죽었던 내가 다시 태어난 게 아니고, 새로운 내가 이 세상에 나타난 거니까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맞지.”

 “어쨌든 참 존경스러워.”

 “라미아, 남해에 가보려고 온 거야?”

 삼라바는 라미아의 말에는 아무 반응하지 않고 그녀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응…… 그가 얼마 전에 떠났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말이야. 혹시라도 내가 정리할 무언가가 있을까 싶어서.”

 “그 파란 대문 집?”

 “응, 그 파란 대문 집.”

 라미아가 다시 돌아온 남해는 참 많은 것들이 변해 있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누군가도,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에, 천천히 불어보는 바람에, 졸졸 흐르는 물에,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던 그 세월에 속절없이 변했었을 것이다. 라미아는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이 아니라, 가장 젊고 아름다웠을 때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 속에 간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격정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사랑의 목적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멀찌감치 물 밖으로 나와 천천히 몸을 말리는 일상 같은 결론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난히 파란 색깔의 대문만큼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익숙했던 얼굴의 마을 사람들도 모두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련되게 변해버린 주변 건물들 사이에서 마치 어젯밤에 새로 칠한 것처럼 영롱하게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라미아는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짓말처럼 라미아가 기억하는 집안 구석구석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 똑같은 모습이었다. 가구 위에 놓인 작은 물건들의 위치가 미세하게 조금씩 달라지고 먼지가 소복하게 쌓인 것 말고는 전체적인 배치나 분위기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누군가 그렇게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공을 들였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라미아는 자신의 방처럼 쓰던 가장 아늑한 공간이었던 첫 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방의 시간은 라미아가 그 곳을 떠나던 그 순간 그대로 멈춰 있었다.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들, 창틀의 작은 장식들까지 전부 그대로였다. 옥색 빛깔을 띠는 투명한 옥로는 마치 일부로 누군가 그녀를 위해 남겨두고 간 선물 같았다.

 천천히 집 밖으로 나오던 라미아의 눈 앞에 남해 바다가 펼쳐졌다. 그 때의 라미아가 느꼈던 슬픔, 기쁨, 두려움의 감정들이 바닷바람에 뒤섞여 그녀에게 전해졌다. 라미아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어느새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 때문인지 그녀의 몸 전체에서 빛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때, 갑자기 한 소녀가 라미아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뭘 그렇게 보세요? 아무 것도 없는데.”

 “바다. 바다가 안 보이니?”

 “바다야 보이죠. 그런데 바다에 아무 것도 없잖아요.”

 “아니, 바다에는 네가 모르는 세계가 있어.”

 “그거 알아요?”

 “뭘?”

 “저기, 마을 벽화가 있는데, 언니랑 아주 똑같아요. 이렇게 파란 바다를 아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여자가 있거든요.”

 소녀의 말에 깜짝 놀란 라미아는 마을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정말로 마을 중앙의 긴 벽을 따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있는 여자의 그림이 있었다. 바다는 파란 색깔이 칠해져 있었지만, 사람이나 그 외 배경들은 따로 색이 입혀져 있지 않았다. 마치 송곳 같은 뾰족한 도구를 사용하여 음각으로 무늬를 새긴 것처럼 보였다. 음각의 그림은 비가 오자 더욱 또렷하게 살아났다.

 벽뿐만이 아니었다. 마을 여기저기 바닥이며 방파제에도 음각의 무늬가 있었다. 모든 그림의 배경은 바다였다. 가슴이 뚫릴 정도로 새파란 배경 앞에서 소년, 소녀가 함께 하고, 이야기하고, 같이 집을 짓고, 요리를 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라미아는 왈칵 눈물이 났다. 그리고 또 웃었다. 라미아가 많은 눈물을 흘릴수록 그림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는 라미아가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 또다시 홀로 긴 기다림을 할 지도 모르는 라미아를 위해 그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수많은 날을 고민했을 것이다.

 라미아는 그가 남겨 놓은 수많은 그림들을 찾아 다니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무리 봐도 그의 그림은 끝나지 않았다. 그의 그림에는 늘 다른 내용이 그려져 있었지만, 반복되는 메시지가 있었다.

 ‘라미아, 나를 애써 기억하려고 하거나 애써 지우려고 하지 말아요. 당신은 당신의 인생, 나는 나의 인생을 살다가 우연처럼 다시 만나요. 당신이 우연히 지구에 오는 날, 나는 우연히 그 옆을 지나갈 거고, 우리는 우연히 사랑에 빠져서 마음껏 사랑하다 우연히 헤어지고, 또 그렇게 다시 만나요.

 정말 만나야 할 인연이라면 우연을 가장한 운명이 찾아 올 거고, 우리가 진정한 사랑이라면 너무 아프지도, 너무 가슴 벅차지도 않게, 비가 내리고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될 테니까요.”

 

 정수호는 길게 펼쳐진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정수호는 바다가 좋았다. 그리고 바다에 사는 모든 생물체가 신비롭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바다가 자신에게 끊임없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그만의 착각임이 분명했다.

 정수호가 서있는 뒤편으로 마우이 호텔 중에서도 가장 크고 유명한 호텔이 병풍처럼 반원 모양으로 바다를 향해 서있었다. 바로 앞 바다에서 혹등고래가 자주 출몰해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곳이었다. 정수호가 마우이 여행에서 이 호텔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수호가 며칠째 기대에 가득 찬 채로 바다 앞으로 지키고 있는데도 혹등고래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오늘도 어느새 날은 어두워지고, 혹등고래를 보기 위해 몰려 들었던 바다 안팎의 많은 사람들도 모두 사라지고 정수호 혼자 남았다. 심지어 보슬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도 혹등고래를 보기는 영 틀린 것 같았다.

 “저기, 왼쪽이요.”

 그 때 누군가 정수호에게만 들릴 만한 작은 목소리로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저기, 초록색 카약 뒤로요. 자세히 봐봐요.”

 여자는 작은 목소리로 그를 왼편으로 이끌었다. 정수호는 여자의 목소리를 따라 더 높은 바위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정수호는 여자가 가리키는 버려진 초록색의 낡은 카약 뒤로 바다를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검푸른 바다를 정말이지 집중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혹등고래가 숨을 내뿜는 것이 수면 위로 살짝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한 마리가 아닌 것 같았다. 깊은 물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커다란 혹등고래와 아기 혹등고래의 모습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와.”

 “쉿, 조용히 해요. 고래들은 작은 소리에도 스트레스 받아요.”

 정수호는 그제서야 여자를 쳐다봤다. 눈이 부시도록 새파란 옷을 입은 여자가 그의 앞에 서있었다. 한 쪽 어깨 끈으로만 되어 있는 원피스는 얇은 재질이 자연스럽게 주름이 져 하늘 거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찾았어요?”

 “네?”

 예상치 못한 정수호의 질문에 여자는 큰 눈을 깜박이며 한동안 정수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여자는 아무래도 정수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고래 말이에요.”

 정수호는 장난끼 가득한 표정으로 여자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도 그를 따라 웃었다. 그들 뒤로 파란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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