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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틀란티스 소녀
작가 : 갑주어
작품등록일 : 2019.11.10

평범한 대한민국의 소녀가 아닌,
전혀 다른 삶을 살아 온 소녀.
나는 그녀를 아틀란티스에서 온 소녀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와 아틀란티스에서 온 것 같은 소녀의 사랑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10화
작성일 : 19-11-10 22:14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8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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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설화누나가 운전하는 자전거는 무서운 속도로 시내로 진입했고, 도로는 차들이 많아 속도를 낼 수 없자 나보고 꼭 잡으라며 지하상가로 내려갔다. 계단 수가 많아 굉장한 실력자인 라이더 설화누나도 들썩이는 자전거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행동했다.

  지하상가에서 다시 최고 속도를 밟기 시작한 설화누나는 사람들을 감탄할 만한 테크닉으로 모조리 피해갔다. 도중에 만난 경비가 여기에서는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고 소리쳤지만 이미 멀리 지나가 버렸다.

  그리하여 순식간에 대전역 앞까지 도착했다. 허나 자전거를 타고서는 계단을 올라갈 수는 없으므로 설화누나와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 들고 계단을 올라가려 하는데 여덟 명의 경찰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경찰이야. 뛰어!”

  그 말에 나는 설화누나와 함께 자전거를 짊어지고 계단을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경찰 여덟 명은 호루라기를 불며 쫓아오기 시작했다.

  계단을 다 올라가자 밝은 대전역이 보였다. 설화누나는 갑자기 자전거를 타더니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성주야. 누나가 저 경찰들을 따돌릴 테니까 넌 빨리 대전역으로 가서 경숙이를 구해.”

  “설화... 누나?”

  “빨리! 시간이 없어. 경숙이네 삼촌이 대전역으로 가자고 하면서 차를 운전하라고 했다면 그건 분명 자신은 열차를 타지 않고 경숙이만 태워 보낸다는 것일 거야. 아마도 경숙이만 태워 서울로 보내면 서울에서 연락을 받고 나온 녀석들이 경숙이를 데리고 가겠지. 그러니까 빨리 막아야 해! 어서!”

  설화누나가 뒤쪽에서 경찰들이 올라오고 있음을 알고 자전거를 몰아 다시 계단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단 아래에서 경찰들이 우왕자왕하며 피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계단을 다 내려가고 속도를 내기 시작한 설화누나를 잡으러 쫓아가기 시작했다. 흐으, 설화누나에게는 미안하지만 기회는 지금 단 한번 뿐이다!

 

  대전역에 들어서니 서울행 고속열차가 이십 분 후에 출발한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이런, 시간이 별로 없다! 빨리 찾아야 한다.

  일단 로비에 들어서서 주위를 살폈다. 그런데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 때문에 이런 사이에서 경숙이를 찾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일단 열차 대기실로 달려갔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다니고 뛰어다니자 저 멀리 의자에 잠자코 앉아 있는 경숙이와 그 옆의 경숙이네 삼촌, 그리고 그 뒤를 지키고 있는 깍두기 하나가 보였다. 나는 일단 깍두기를 끌어내기 위해 역 사무실로 가서 김경숙 이라는 여자아이를 잃어버려 로비에서 오빠가 찾고 있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곧이어 방송으로 ‘김경숙 이라는 여자아이 본인 혹은 여자아이를 보호하고 계시거나 보신 분은 역 로비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오빠가 급히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나는 기둥 뒤에 숨어 경숙이네 삼촌과 깍두기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 둘은 방송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으려 하였다. 허나 나는 기둥 뒤에 숨어 보이지 않으므로 경숙이네 삼촌은 깍두기에게 역 로비와 사무실로 가보라고 시켰다. 좋다,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다. 이 대 일은 무리더라도 일 대 일 일기토는 해볼 만하다. 나는 깍두기가 보이지 않게 되자 일어선 상태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기 부하들을 부르려는지 휴대폰을 꺼내 들고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헌데 통화내용이 좋지 않은지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지고 구두로 짓밟았다. 도대체 무슨 내용의 통화를 했기에 저렇게 성을 낼까?

  아무튼 지금이 기회다. 나는 달려 경숙이네 삼촌을 덮쳤다. 주위 사람들의 놀램과 동시에 나는 경숙이네 삼촌을 걷어찼다. 다행히 주위에 사람이 적어 나를 말리는 사람은 없고 멀리서 구경하거나 멀리 도망갔다.

  내가 경숙이네 삼촌 위에 올라타 얼굴 안면에 주먹을 내질렀으나 격투기를 배운 적이 있는지 내 공격을 쉽게 막아내는 경숙이네 삼촌이다.

  “이보셔요, 그만 하세요!”

  누군가가 나를 붙잡기에 뒤를 돌아보니 역 경비원이었다. 헌데 역 경비원의 인상이 너무 더럽다. 마치 경숙이네 삼촌의 부하들 같은 인상...

  내가 일어나서 경비원을 노려보자 갑자기 경비원이 진압봉으로 내 복부를 때렸다. 그리고 내 두 팔을 뒤로 꺾어 나를 포박한다.

  “그쯤 해 둬. 덕팔이.”

  경숙이네 삼촌이 천천히 일어나 더러워진 흰 양복을 탁탁 털며 중얼거렸다. 역시 그랬군. 이 경비원 역시 저 자의 부하였다.

  “윽!”

  경숙이네 삼촌이 내 복부에 주먹 한 방을 내질렀다. 헌데, 너무나도 강한 힘이다. 마치 박달나무 야구방망이로 맞은 듯한 느낌이다.

  “아마도 경숙이를 구출해 가려고 온 듯한 모양인데, 미안합니다. 아쉽지만 경숙이는 대학을 수도권으로 잡았기 때문에...”

  “닥쳐 ?신아! 사창가에 팔아넘기려고 하는 거잖아!”

  내가 소리치자 경숙이네 삼촌은 내 복부에 다시 한 번 강한 펀치를 선사했다. 나는 피가 역류하여 조금 토해냈다.

  “삼촌, 그만 하세요. 저는 가겠어요. 제가 혼자서 잘 갈 테니 제발 선배를 때리지 마세요.”

  경숙이나 일어나 자기 삼촌의 팔을 붙잡으며 애원했다. 허나 경숙이네 삼촌은 그런 경숙이를 무시한 채 내 턱을 잡고 내 고개를 들어 올린다.

  “형님, 녀석은 못 찾았...”

  뒤쪽에서 아까 내가 낚았던 깍두기가 돌아와 경숙이네 삼촌에게 물었다. 깍두기는 내 복부에 강한 펀치 한 방을 내지르더니 경비원 대신 나를 붙잡는다. 경비원은 자신의 허리에 매달려 있는 무전기에서 ‘대기실에 싸움이 났다고 한다. 상황 보고하라.’라는 무전이 들어오자 무전기에 대고 ‘제가 처리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경숙이를 되찾으려는 모양인데, 대단히 미안합니다. 경숙이를 당신에게 내줄 수는 없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경숙이는 일탈 학생에다가 살인마입니다.”

  경숙이네 삼촌이 말하자 갑자기 경숙이가 정색을 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

  “아니야! 경숙이는 피해자야! 살인마는 바로 당신이고!”

  “아닙니다. 경숙이는 정신병자입니다. 도둑이 자신보고 도둑이라고 하겠습니까? 경숙이네 아버지께서는 옳은 일을 하신 것입니다. 나쁜 줄기는 싹부터 없애야 한다고, 경숙이가 어머니를 여의 충격에 빠져 정신병을 앓고 있을 때에 경숙이네 아버지께서 판단을 잘 하신 겁니다. 조기치료를 하면 정신병도 쉽게 나을 수 있습니다.”

  “웃기는 소리! 그런 말도 안 되는 말 하지 마!”

  “말이 안 되기는요. 경숙이는 정신병자가 맞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직접 경숙이를 만나 진료를 하고 나서 곧바로 결과가 나왔으니까요.”

  “이 미친놈아! 멀쩡한 사람을 데려가도 정신병자로 만들 수 있는 놈들이 돌팔이 정신과 의사들이다!”

  “이런 이런.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군요. 아 그보다 경숙이가 정신병자가 아니라고요? 그렇다면 정신질환자들을 이유 없이 공격하고 학대하였으며, 자신을 낳아 준 아버지를 무참하게 살해하고도 죄책감 하나 없는 여자애가 제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경숙이네 삼촌이 말하자 경숙이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몸을 부르르 떤다.

  “아니야, 경숙아 듣지 마! 다 거짓말이야! 너는 정상이야! 너를 지금까지 괴롭힌 놈들이 정신병자에 미친놈들 이라고!”

  “많이 엄했더라도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주던 중년 부부를 무참히 살해하고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가 제정신인 아이인가요? 그건 의학 용어로 사이코패스라고 부릅니다. 일명 감정이 없어 죄를 짓고도 죄책감이 전혀 없는 자이지요.”

  “닥쳐!”

  “그만해요!”

  경숙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들었다. 경숙이의 얼굴을 눈물을 계속해서 흘린 탓인지 굉장히 충혈 되어 있었다. 경숙이의 말에 우리 모두 입을 다물었다.

  “제가 서울로 온전히 갈 테니 제발 선배를 놓아 주세요.”

  경숙이가 자신의 삼촌에게 애원했다. 그러자 경숙이네 삼촌은 빙긋 웃으며

  “물론이지. 자, 시간이 벌써 오 분 밖에 남지 않았구나. 자, 플랫폼으로 가자.”

  라며 경숙이를 데리고 플랫폼으로 가기 시작했다.

  “넌 이리 좀 와.”

  나를 붙잡고 있던 깍두기가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가며 말했다. 내 옆에 서 있던 경비원은 놀래 쳐다보던 주위 사람들에게 ‘괜찮습니다. 금방 병원으로 이송할 겁니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깍두기와 경비원이 나를 데리고 간 곳은 화장실이었다. 하, 유치하기 짝이 없군. 둘은 나를 좌변기 칸으로 밀어넣었다.

  일단 깍두기가 나를 붙잡고 경비원이 진압봉으로 나를 구타했다. 나는 엄청난 고통 때문에 일어서기도 힘들게 되었다.

  “쯧쯧, 그래서 왜 제 분수를 모르고 덤벼? 학교 다닐 때 수학을 안 배웠나.”

  깍두기가 나를 놔 주고 경비원에게 웃으며 별로 재미없는 유머를 내뱉었다. 하, 덕분에 감사한다. 그 유치한 개그 덕분에 정신이 확 돌아왔으니까.

  나는 쓰러져 있는 척하다가 녀석들이 나를 좌변기 칸에 두고 화장실을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경비원은 나가고 깍두기 혼자 소변기에서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뛰쳐나가 깍두기의 목을 있는 힘껏 돌렸다.

  뚜두두두둑 하고 목에서 좋은 소리가 나자 깍두기는 쓰러져 버렸다. 나는 대단히 조심스레 녀석을 내려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이 넘어지면서 큰 소리가 나 다시 경비원을 불러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재빠르게 문에서 가장 가까운 좌변기 칸에 숨어들어갔다.

  돌아온 경비원은 깍두기가 혀를 내밀고 목이 돌아가 쓰러져 있음을 발견하고 나를 찾으려 가장 안쪽의 칸에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그때 좌변기 칸에서 나와 살금살금 경비원의 뒤로 다가가서 다리를 걸고 녀석의 뒷덜미를 잡고 당겨 녀석을 넘어뜨렸다. 헌데 우연치 않게도 녀석의 머리가 소변기를 들이받으면서 큰 소리와 함께 녀석이 정신을 잃어버렸다. 음, 하늘이 나를 돕는가 보다. 나는 경비원을 내려놓고 플랫폼을 향하여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헌데 깍두기와 경비원, 그리고 경숙이네 삼촌과 내 집에 있던 깍두기, 마지막으로 재성이형에게 맞은 상처 때문인지 뛸 때마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아프다. 나는 거의 기다시피 뛰어 간신히 플랫폼 입구에 도착했다. 막 도착해보니 나는 표가 없어 입구를 통과하지 못하였다.

  “표가 없으면 플랫폼에 가실 수 없습니다.”

  역 근무원이 말했다. 헌데, 나는 꼭 여기를 통화해야 하는데...

  “야. 망할 성주 놈. 받아라.”

  누군가 나에게 서울행 자유 입석표를 건네며 말했다. 옆을 보니 소장 아저씨다!

  “아, 아저씨?”

  “설화에게 전화로 상황을 듣고 불이 나게 달려 왔다. 자, 받아라. 받고 언른 가서 경숙이를 구해 와라. 열차는 1분 후에 출발한다.”

  소장 아저씨가 내 손에 열차표를 쥐어 주며 말했다. 나는 소장 아저씨의 갑작스런 호의에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거렸다.

  “미친놈. 좋아하지 마라. 너를 도와줄 방법이 이것 말고는 없는 이 아저씨를 용서해라.”

  소장 아저씨가 나를 플랫폼 입구로 떠밀며 말했다. 나는 입구를 향해 다가가며 아저씨를 향해 소리쳤다.

  “고마워요, 아저씨!”

  그리고 나는 표 검사를 통과하여 플랫폼으로 내달렸다.

 

  열차는 막 출발하려고 하였다. 나는 승무원에게 소리쳐 기다리라고 하고 열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열차 문은 닫혔고, 열차는 바로 출발하였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경숙이를 찾으려 했다. 허나 볼은 붓고 입가는 찢어지고 입에서는 피를 토한 자국이 있으며 옷은 난투로 인해 찢어진 나를 쳐다보는 승객들 때문에 정신이 산만해 경숙이를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자유 입석 열차 칸부터 3등석 열차 칸, 그리고 2등석 열차 칸까지 한 명 한 명 전부 둘러보았으나 확실히 경숙이는 없었다. 설마, 경숙이는 이 열차를 안 탄 건가?

  하지만 아직 1등석 열차 칸이 남아 있으므로 희망을 갖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뒤부터 천천히 찾아보았으나 참 불안하게도 1등석 열차 칸에는 경숙이가 존재하지 않았다. 설마설마 하는 초조한 심정으로 혹시나 여기 있을까 하는 마음에 특등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특등실은 굉장히 비싼지라 역시 사람이 얼마 없었다.

  그래서 더 발견하기가 쉬웠다! 창가 쪽에 경숙이를 두고 자신은 복도 쪽에 앉은 경숙이네 삼촌을 발견하였다!

  나는 다가가 경숙이네 삼촌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경숙이네 삼촌은 나를 놀란 눈치로 보더니 빙긋 웃으며 입을 연다.

  “정말 끈질기시군요. 제 부하 둘을 모조리 이기고 오셨는지 아니면 따돌리고 오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칭찬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의 멱살을 잡고 창가로 밀어붙였다.

  “경숙이를 이만 놔 주시지... 경숙이가 너 같은 사창가 똥개의 놀이개가 되는 걸 난 눈뜨고 볼 수가 없어.”

  “그럼 눈을 감으시죠.”

  녀석이 말을 하자마자 자신의 멱살을 잡은 내 손을 꺾고 내 안면에 주먹을 휘둘렀다. 굉장한 충격에 나는 입에서 피가 터져 나오고 정신이 오락가락해 진다.

  “이제 포기하실 때도 된 걸로 아는데요.”

  녀석이 이번에는 내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여기서 사라져 주시겠습니까?”

  “그렇게는 안 되지.”

  내가 피를 토하는 입으로 간신히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 녀석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경숙이는 내 애인이거든. 당신은 꼴통이라 모르겠지만... 지금 경숙이의 주머니에는 내가 사 준 입술약이 있을 거다... 그건 나와 경숙이의 사랑의 증표거든.”

  내가 중얼거리자 내 멱살을 잡은 그 녀석은 뒤쪽의 경숙이를 쳐다본다. 그리고 내 멱살을 잡지 않은 손으로 저항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경숙이의 주머니를 뒤진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경숙이의 주머니에서 내가 오늘 새벽에 사 준 찢어지거나 부은 입술에 바르는 약이 나온 것이다.

  그 녀석은 그 약을 한참 바라보더니 하하하 하고 크게 웃는다. 나는 그 틈을 노려 녀석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리고 창가로 밀어붙여 무릎으로 복부를 가격했다.

  내가 그 녀석의 복부를 가격한 후에 다시 녀석의 안면을 공격했다. 계속된 공격에 녀석의 눈은 부어오르고 코는 깨져 피를 흘리고 입에서는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이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꼴을 보고 경숙이의 손을 잡아 승석에서 나오게 했다. 그리고 쓰러진 녀석을 두고 최대한 녀석과 떨어지기 위해 자유 입석 열차 칸으로 향했다.

  “다음 역에서 내리자. 그때까지만 기다리면 되.”

  내가 내 손을 잡고 따라오는 경숙이에게 말했다.

  “안 됩니다. 선배, 이 열차는 서울 직행입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삼촌의 부하들이 저와 삼촌을 데리러 열차로 직접 들어올 텐데 어떡하죠?”

  이런... 직행 열차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아, 그럼 어떡하지? 열차에서 뛰어 내릴까?

  “그렇게는 안 돼지!”

  언제 따라왔는지 피투성이가 된 그 녀석이 손에는 칼을 쥔 채로 다가왔다. 그리고 녀석은 내 복부를 향해 그 칼을 들이댔다.

  헉!

  하는 순간, 나는 놀랐다. 내가 칼에 찔렸을거라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그 녀석이 찔린 것이었다.

  그렇다. 경숙이가 주머니에 두고 있던 버터플라이 단검으로 찌른 것이다.

  “이, 이런... 네가... 감히...”

  “이젠 저를 놓아 주세요, 삼촌.”

  경숙이가 말했다. 그리고 그 녀석은 피를 흘리며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나는 경숙이의 손을 붙잡고 일단 가장 마지막 칸으로 향했다. 서 있는 사람들에게는 비켜달라 소리치며 뒤로 향했다. 계속해서 뒤로 향했다.

  마지막 칸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그러자 어두컴컴한 철로와 그 근처 풀숲이 보였다. 열차는 아직도 빠르다. 이대로 뛰어내렸다간 크게 다치거나 심하면 죽을 것이다.

  “어떻하지?”

  내가 짱구를 굴리려 했으나 갑자기 머리는 돌이 되어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떻하긴... 다 죽어 버려야지...”

  뒤에서 누군가가 킬킬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경숙이와 함께 돌아보니 복부에서 철철 흘러 나오는 피를 손으로 막으며 칼을 쥐고 있는 그 녀석이 보였다. 주위 승객들이 놀래 소리를 지른다.

  “너도 참 독한 놈이구나...”

  내가 경숙이를 내 뒤로 보내 막으며 중얼거렸다.

  “네놈만 하겠습니까.”

  녀석이 씨익 웃더니 나와 경숙이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경숙이를 감싸 안고 철로 바깥쪽의 풀숲으로 뛰어들었다. 고로 녀석은 비명을 지르며 열차에서 그대로 딱딱하고 차가운 철로를 향해 떨어졌다.

  나는 경숙이를 꼭 껴안은 채로 풀숲에 떨어져 뒹굴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멈췄을 때에는 온몸이 죽을 듯한 고통으로 인해 비명도 못 지르게 되었다.

  경숙이를 보았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눈을 안 뜨고 있다. 큰일이다! 나야 남자고 건강하니까 이 정도 충격에 다치기는 하겠지만 풀 덕분에 죽지는 않았다. 허나 원래 약한 경숙이는 나보다 배로 다칠 우려가 있다!

  “경숙아! 경숙아!”

  내가 경숙이를 흔들며 깨우려 했다. 어느새 내 머리에서도 피가 흘러 나와 눈물과 섞이며 볼을 타고 경숙이의 얼굴에 떨어졌다.

  “누구 없어요? 도와주세요!”

  내가 근처를 향해 소리쳤다. 허나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는 내 음성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하늘의 달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두통이 밀려와 경숙이 위에 쓰러졌다.

 

  헌데, 얼핏 보았다.

 

  우리를 향해 오고 있는 불빛이 있음을...

 

  그게 그 녀석만 아니라면 참 다행일 텐데...

 
작가의 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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