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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틀란티스 소녀
작가 : 갑주어
작품등록일 : 2019.11.10

평범한 대한민국의 소녀가 아닌,
전혀 다른 삶을 살아 온 소녀.
나는 그녀를 아틀란티스에서 온 소녀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를 사랑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자와 아틀란티스에서 온 것 같은 소녀의 사랑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3화
작성일 : 19-11-10 22:08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1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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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추운 아침이에요.”

  내가 새벽공기를 이끌고 따뜻한 지하 인쇄소의 듣기 싫은 문 경첩 소리와 내 인사를 합치며 들어갔다. 그러자 카운터 안쪽의 소장 아저씨가 인쇄하다 마시고 나를 힐끔 쳐다본다.

  “뭐냐, 왜 설화 말투를 따라하는 거냐?”

  갑자기 궁시렁대는 소장 아저씨다. 아, 그러고 보니 ‘추운 아침이네요.’라든가 ‘추운 아침이에요.’는 설화누나의 고정 인사 멘트였지.

  “어제 가 보니 설화의 상태는 어땠든?”

  소장 아저씨가 두 눈은 인쇄기에 고정시킨 채로 말했다.

  “어제 푹 쉬었으면 오늘은 나올 거에요. 튼튼한 설화누나잖아요?”

  “아깝구나. 안 나온다면 오늘도 네놈에게 설화의 몫을 더하려고 했는데.”

  소장 아저씨가 왜 나를 미워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 소장 아저씨는 흥헤롱인가? 아, 그건 아닐 테지.

  나는 의자에 앉아 아저씨가 켜 놓은 난로에 손을 가져다 대며 추위를 가시고 있는데 순간 인쇄소 문이 듣기 싫은 경첩 소리를 내며 열리더니 설화누나와 경숙이가 같이 들어왔다.

  “추운 아침이에요.”

  “오냐. 어제 많이 힘들었다면서? 이제는 괜찮은 거지?”

  “네. 다 나았어요.”

  “그래그래. 튼튼하기도 하지.”

  쳇, 역시 설화누나의 인사는 반갑게 맞아주는구나. 저런 여자 밝히는 중년 아저씨 같으니. 사모님께 다 이를까 보다.

  “안녕하세요.”

  “오냐오냐.”

  뭐, 설화누나뿐만이 아니지. 경숙이의 인사도 굉장히 밝게 웃으며 맞아준다. 치사하다 정말.

  “후~ 춥다.”

  설화누나가 빈 의자에 앉고 난로 앞에서 손을 비비며 말했다. 경숙이는 별로 춥지 않은지 코트는 앞을 푼 채로 그저 걸어와 의자에 바르게 앉는다.

  “경숙이는 별로 춥지 않은가봐?”

  설화누나가 자신의 옆에 앉은 경숙이에게 말했다.

  “예, 어렸을 때부터 별로 추위를 타지 않았습니다.”

  경숙이가 밝은 얼굴로 설화누나에게 말했다. 우와, 나나 재성이형과 대화할 때에는 무표정 그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김경숙이가 설화누나와 대화할 때는 굉장히 밝은 얼굴로 입가에는 작은 미소까지 띈다. 아무래도 이성 보다는 동성간의 대화가 편한 것일까.

  “둘이 같이 오다니 어쩐 일이신가?”

  문득 내 왼쪽, 인쇄소 가장 안쪽의 의자에서 뭔가 검은 물체가 부스럭대며 일어났다. 자세히 보니 재성이형이다. 우와, 내 옆의 의자에 누워 잠시 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내가 전혀 눈치를 못 챘지?

  “응, 오다가 경숙이를 봤어. 그래서 자전거에 태워서 여기까지 같이 온 거지.”

  흠, 설화누나의 자전거 뒤쪽에 경숙이를 태워서 여기까지 오셨다? 김경숙 저 녀석, 멀미나 과속공포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군. 헌데 전에 나를 봤을 때에는 태워주기는 커녕 내 뒤통수를 한 번 가격하고 시속 60km로 도망가지 않았었냐?”

  재성이형이 자다 일어나 부스스한 눈으로 설화누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허나 설화누나는 방긋 웃으며 재성이형을 커버한다.

  “그거야 넌 무거우니까 그렇지. 경숙이처럼 날씬하고 가벼우면 내가 태워주겠지만 너 같은 하마는 태워주기가 힘들어.”

  “하마? 나 정도의 키에 나 정도의 몸무게는 정상급이거든.”

  “알게 뭐니. 것보다 남자가 깡이 있어야지 여자 자전거에 얻어 탈 생각을 하냐? 자신이 태워줘야지.”

  “야, 남자가 여자에게 기대지 말란 법 있냐?”

  “시끄럽고! 박재성 너부터 출발해라!”

  재성이형이 혀를 내밀며 조롱하는 설화누나에게 따지다가 카운터에서 신문 다발을 내미는 소장 아저씨 덕분에 멈추었다.

  재성이형은 소장 아저씨와 내기를 하였는데, 10분 이내로 완수하고 돌아오겠다는 대단히 하드코어적인 내기를 걸었다. 뭐, 재성이형이야 달리기 실력은 탁월하니까 문제는 없겠지만.

  “다음은 망할 성주놈!”

  “아니, 나는 왜 망할이 들어 가냐고요!”

  내가 카운터로 걸어가며 소장 아저씨에게 따졌다. 허나 소장 아저씨는 방긋 웃으며

  “아저씨가 너 사랑하는 거 알잖냐.”

  라고 대단히 불쾌하고 기분 나쁜 대사를 읊었다.

  “내일 신문에 저를 볼 수 있겠네요. 동네 아저씨로부터 고백을 받은 소년, 자살하다.”

  “시끄러워! 넌 제한 시간 15분을 주겠다. 어서 출발해!”

  소장 아저씨가 나에게 신문 다발을 건네며 소리쳤다.

  “아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시간을 주다니! 게다가 저는 내기 하자고 한 적 없어요!”

  “너는 여기 들어오는 거 자체가 자동 내기 신청이야, 알아?”

  “허...”

  “닥치고 출발혀!”

  그렇게 나는 억지로 하기도 싫은 내기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기에서 이기기는 실패다. 오늘따라 꽁꽁 얼어붙은 도로가 나의 달리기를 자비심 없이 저지하였기 때문이다. 젠장, 어떤 나쁜 녀석이 어젯밤 도로에 물을 부어 놔서 밤새 얼어붙게 만들었나 모르겠다.

  “다녀왔습니다...”

  내가 도착해보니 소장 아저씨는 또 인터넷 고스톱을 치고 있었고 재성이형은 소장 아저씨 옆에서 서포트를 해주고 있었다. 근데 뭐, 둘의 표정을 보아하니 상태가 안 좋은 모양이다.

  “응, 망할 성주놈. 오늘은 내기 시간보다 6분이나 지각했네?”

  소장 아저씨가 두 눈은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시킨 채로 나에게 말했다.

  “쳇, 평소처럼 25분 정도의 시간을 주셨으면 완수한다고요.”

  “하하하하, 이 바보 같은 성주야. 네가 완수하면 내가 손해인데 네가 완수하도록 내가 가만 둘 것 같니? 아악!”

  소장 아저씨가 두 눈은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시키며 나에게 말하다가 고스톱 패를 잘못 냈는지 비명을 지른다. 흠, 고조 쌤통이올시다.

  “어이 아저씨. 그럴 때에는 당황하지 말고 이걸로 고고고!”

  재성이형이 소장 아저씨 옆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명령했다.

  “괜찮은 거냐...?”

  “물론이지! 아저씨 괜히 겁먹고 얼 타지 말고 비범하게 나만 믿고 가자.”

  “그래, 네놈을 믿어 보마.”

  둘은 매일같이 인터넷 고스톱 덕분에 신난다. 헌데 실력은 전혀 늘지 않는 것 같다. 흠, 나도 이 기회에 고스톱 치는 법이나 배워서 소장 아저씨 아이디를 알아낸 후에 완전히 떡실신을 시켜 버릴까...?

  “다녀왔어요~!”

  설화누나가 뒤에는 경숙이를 동행한 채로 듣기 싫은 문 경첩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오냐. 수고했다.”

  꼭 설화누나나 경숙이 한 테만 친절한 아저씨다.

  “손에 들고 계신 건 뭔가요?”

  내가 설화누나와 경숙이가 서로 한 개씩 들고 있는 두툼한 종이봉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군고구마. 배달 끝내고 오다가 경숙이가 먹고 싶어 하길래 우리 식구들 전부 두 개씩은 먹을 겸 사 왔어.”

  설화누나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경숙이는 자신의 행동이 거론되자 부끄러운 듯 시선을 돌렸다. 흠, 얼음장 같은 김경숙이에게도 저런 면이 있구나.

  설화누나는 군고구마가 약간 식은 것 같다며 잠시 데우자고 난로 위에 올렸다. 흠, 냄새로 보면 지금 먹어도 될 듯한데.

  “아, 그러고 보니 누나 휴대폰 번호가 바뀌었는데, 성주한테 안 알려줬었지?”

  설화누나가 고구마가 다 삶아지기를 기다리며 물었다.

  “네, 언제 바꾸셨는데요?”

  “지난 주였나, 지지난 주였나...? 잘은 모르겠는데. 아무튼 잠시 줘 볼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설화누나에게 건넸다.

  “어이, 성주! 잠시만 이쪽으로 와 봐.”

  뭐, 내 휴대폰에 설화누나가 버튼을 눌러 나에게 다시 건네주기도 전에 갑자기 카운터 안쪽의 재성이형이 부르는 바람에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카운터 안쪽으로 이동했다.

  “왜요?”

  내가 카운터 안쪽으로 가서 한참 고스톱 중인 소장 아저씨 뒤로 가서 재성이형에게 묻자 재성이형은 내 귀를 잡아당기더니 귓속말로 속삭인다.

  “난로 위의 저것, 뭐냐?”

  “아, 저거요? 군고구마에요. 설화누나가 사오신 겁니다.”

  “아, 그래?”

  그리고 재성이형은 소장 아저씨를 향해 ‘아, 손시려. 난로나 쬐야겠다.’라고 중얼거리며 나를 데리고 카운터에서 나와 빠른 종종걸음으로 난로 근처 긴 목재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설화누나를 향해 입을 연다.

  “야, 고구마 많냐?”

  “아니, 한 사람 당 두개 정도만 먹을 수 있을 걸?”

  “그렇군. 크크크크.”

  설화누나의 대답을 듣고 뭔가 음흉한 웃음을 지어내는 재성이형이다.

  “아, 누나. 제 휴대폰은요?”

  내가 설화누나에게 손을 내밀며 말하자 갑자기 설화누나는 방긋 웃으며 ‘누나가 대신 저장했어.’라고 말하며 경숙이를 가리킨다. 그러자 경숙이가 조금은 화난 듯한 얼굴로 나에게 휴대폰을 건네준다.

  혹시나 해서 폴더를 열어 바탕화면을 보니 바탕화면이 기본 바탕화면으로 되어 있었다. 음? 근데 설화누나와 경숙이의 표정을 보니 내가 뭔가 대단히 잘못한 생각이 드는데...

  아차!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나, 휴대폰 바탕화면을 경숙이가 난로 쬐는 사진으로 해 뒀었다!

  “성주가 그런 스토커 기질이 있는 줄은 몰랐어~.”

  설화누나가 팔짱을 끼고 마치 취조중인 형사님처럼 무서운 얼굴을 하며 말했다.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성주선배는 변태 기질이 있군요.”

  경숙이가 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이거 잘못하면 나 완전히 더러운 놈으로 전락하고 말겠는데?!

  “뭐야?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는 거야?”

  재성이형이 가만히 난롯불을 구경하다가 껴들었다. 나는 아무런 일도 아니라고 손을 저었지만, 이미 상황 파악을 마친 재성이형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팔짱을 끼고 입을 열었다.

  “뭐, 성주 녀석이 지난여름에 나에게 강간과 강간미수(에 대한 리포트)를 하려고 하는데, (리포트에 쓸 내용이 생각이 안 나)자세한 정보와 (요약해 정리하고 쓰는)방법을 물어 본 적이 있지.”

  허억! 방금 재성이형이 한 말은 굉장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다. 헌데 더 큰 문제는 설화누나와 경숙이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그, 그건 그저...”

  “아~ 성주한테 그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네? 누나는 착한 애로만 알고 있었는데.”

  설화누나를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허어, 이게 정말 농담이 아니라면 난 이제 끝이다.

  “저는 바보인 줄은 알았지만 변태인 줄은 몰랐습니다.”

  경숙이가 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아아아악!”

  ... 제길, ?됬다.

  “그런데 재성선배는 성주선배에게 그걸 대답해 주셨나요?”

  경숙이가 재성이형에게 묻자 재성이형은 마치 상장 받는 사람처럼 대담하게

  “물론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나 덕분에 성주는 (리포트 제출을)무사히 성공할 수 있었지.”

  “헌데 그걸 한 성주선배와 그걸 도와 준 재성선배는 그걸 (경찰한테)걸리지 않으신 건가요?”

  “물론! 성주녀석과 내가 얼마나 치밀한데. (교수님한테 작성을 도와줬다고)걸릴 리가 있나. 아, 근데 원래 거 (리포트 작성 도와주기를)했다고 해서 (교수님한테)걸리거나 그렇진 않아. 솔직히 걸리는 애들이 이상한 거지.”

  재성이형의 말이 끝나자 속이 더부룩한 듯한 표정을 짓는 설화누나와 경숙.

  “... 세상은 참 무서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 같아...”

  설화누나가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경숙이가 중얼거렸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재성이형과 나는 나쁜 놈들로 몰린 것 같다.

  “헤헷, 장난이야. 예전에 성주가 고민하던 성관련 법 리포트 말하는 거잖아.”

  갑자기 설화누나가 방긋 웃으며 말하자 경숙이도 마치 짜고 했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짓는다. 흠, 결국은 둘의 손에 나만 어쩔 줄 몰라하며 놀아난 건가. 아, 그러고 보니 재성이형은 여태 아무런 반응이 없었구나. 그런 걸 보면 재성이형은 이미 이 사건의 진행을 눈치채고 있었다는 소리구나.

 

  “자, 다 데워졌다. 먹자~.”

  설화누나가 손에 장갑을 낀 채로 군고구마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흠, 다행히도 설화누나는 아까 같은 충격적인 이벤트는 쉽게 잊는 스타일인지라 말만 안 꺼내면 이후로 크게 문제될 거 같지는 않지만 경숙이는 어떨지 궁금하다. 왠지 표정을 보면 그런 충격적인 이벤트는 잘 잊지 못하는 스타일인 것 같은데 아까 이후로 이미지가 고정되었다면 위험하다. 난 절대로 그런 녀석이 아닌데 말이다.

  설화누나가 한 개씩 장갑으로 집어 나와 재성이형, 그리고 경숙이에게 하나씩 주고 자신도 하나 집어 먹기 시작했다.

  “어이 해병대. 너는 왜 껍질 채로 먹어?”

  설화누나가 자신의 손에 쥐어진 고구마의 껍질을 벗기며 재성이형에게 물었다. 나는 내 고구마의 껍질을 벗기다 말고 재성이형을 쳐다보자 재성이형은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먹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말이다.

  “원래 고구마는 껍질이 더 맛있는 법이야. 바나나도 그렇고.”

  재성이형이 대단히 자연스러운 표정과 언행으로 말했다. 헌데 고구마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바나나가 껍질이 더 맛있다고? 재성이형이 드디어 말년에 쳐 돈 듯.

  “흠~ 이게 웬 맛있는 냄새냐?”

  소장 아저씨가 카운터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그리고 난롯가의 우리 4명을 한 번씩 훑어 본 후에 입을 열었다.

  “오호라, 상황 파악 완료되었도다.”

  “아저씨~ 군고구마 하나 드실래요?”

  소장 아저씨의 혼잣말 후에 설화누나가 장갑 낀 손으로 군고구마 하나를 내밀었으나 소장 아저씨는 그걸 무시하고 다짜고짜 나에게 와서 내 볼을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이 망할 성주놈! 누구 멋대로 난로에 고구마를 구우래?”

  “아아아! 제가 안 했어요!”

  “그럼 누구여?”

  “제가 했는데요. 다만 구운 게 아니라 단지 따뜻하게 데우려고...”

  설화누나가 열 받아 내 볼을 인정사정없이 잡아당기는 소장 아저씨를 보며 끝을 흐리자 소장 아저씨는 갑자기 표정을 온화하게 바꾸더니 내 볼을 놓고 설화누나가 내민 군고구마를 받아 빙긋 웃으며 입을 연다.

  “아~ 그런 것이구나. 뭐, 그 정도야 할 수 있지.”

  “와- 정말 치사할 정도로 짜증나는 남녀차별이다.”

  내가 빨갛게 된 볼을 주무르며 중얼거리자 소장 아저씨가 꿀밤을 때린다. 이야, 나 혼자만 고구마에 밤까지 먹는다.

  “잘 먹으마. 아 그리고 너희들 모두 껍질은 한곳에 모아 버리기 바란다?”

  소장 아저씨가 우리를 모두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다 문득 소장 아저씨의 시선이 재성이형에게 멈춘다.

  “넌 왜 껍질까지 다 먹고 있냐?”

  그러자 재성이형은 마치 지구가 둥글다는 것처럼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아나, 아저씨가 또 뭘 모르네. 원래 군고구마는 껍질을 그대로 먹어야 더 맛있는 법이라고.”

  “얌마, 그것쯤은 아저씨도 잘 안다. 헌데 탄 부분을 먹으면 몸에 안 좋잖아. 뭐, 네 몸이니 내가 알 바 아니지만 말이야.”

  “음, 아저씨 그 자세 아주 좋아. 헌데 원래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맛좋은 부분이 몸에도 좋겠지 뭐.”

  하아... 지금 비유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재성이형에게 태클을 걸고 싶다.

  “저런 걸 보고 바로 미친놈이라고 하는 거다.”

  의외로 소장 아저씨가 옳은 말을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설화누나와 경숙이 덕분에 아침을 군고구마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군고구마를 다 먹은 후에는 재성이형이 자신은 지금 매우 바쁘다며 바람과 함께 사라졌고, 경숙이는 집에 돌아가겠다며 돌아갔다. 결국 뒷정리는 설화누나와 내가 맡게 되었다.

  “성주 너 있잖아...”

  설화누나가 빗자루로 바닥을 쓸다가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설마 ‘나, 너 좋아해.’이런 대사는 아니겠지? 그렇다면 정말 감사할 텐데 말이다.

  “너 경숙이 좋아해?”

  “감사합니다.”

  아차. 말이 헛 튀어 나왔다.

  “응?”

  “아, 감사합니다가 아니고. 뭐, 경숙이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야 있지만요.”

  “에이, 솔직하게. 휴대폰 바탕화면을 경숙이가 난로 쬐는 사진으로 설정할 정도면 꽤나 좋아하는 모양인데?”

  “으음...”

  어떡하지? 이렇게 된 거 솔직하게 말할까?

  “네... 아 뭐 제가 지금 입대를 앞두고 있다 보니 뭐랄까... 남들은 다 애인이 있는데 저만 솔로다 보니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어서...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에요. 뭐.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대로 살고...”

  “음- 그럼 좋아한다는 거네?”

  “아, 뭐 그것도 그렇지만...”

  아, 침착하자. 절대로 당황하지 말자. 침착하자. 침착...

  “그런데 아까 그 사건도 그렇고 경숙의 말에 의하면 네 첫인상이 너무 안 좋아서 호감도가 아주 낮다고 보는데.”

  켁. 정곡을 찌르셨군.

  “그래도 이 누나가 성주 봐서 둘을 엮어 줄까?”

  “어떻게요?”

  내가 묻자 설화누나는 턱에 주먹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고 보니 그걸 생각 안 해봤네. 둘을 어떻게 엮어줘야 하나?”

  “음... 그렇다면 누나가 경숙이의 고민거리를 알아봐 주실래요?”

  “고민거리?”

  “네. 제가 직접적으로 물어봤을 때에는 대답해주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동성이고 게다가 친한 설화누나가 물어보면 알려 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고민거리를 알아내면...?”

  “그 고민거리를 제가 해결해 주면서 호감도를 얻는 식이죠.”

  “에~ 뭐야.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면서 접근한다? 그거 쌍 팔년도 때나 먹히던 연애술법이잖아.”

  큭... 그, 그런가? 헌데 그렇다고 치면 한 군과 유 양은 쌍 팔년도 식 커플이란 소리인가? 아니, 한 군이 유 양을 꼬시려고 유 양의 아버지를 도와드린 게 아니니 개념이 틀린가?

  “그래도 한 번쯤은 써먹어도 좋을 것 같네. 내가 알기론 경숙이는 순진한 동네 아가씨 수준이거든.”

  방금 그거, 욕입니까? 아니면 칭찬입니까?

  “그래! 그럼 이 누나가 내일 경숙이를 요 앞 목욕탕이라도 데려가서 찬찬히 꼬신 후에 명쾌하게 알아내 주마.”

  설화누나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흠, 왠지 나보다 설화누나가 더 신이 난 것 같다.

  “아, 감사합니다.”

  물론 일단 감사를 드려야겠지.

  흠, 이리하여 내일이 굉장히 기다려지게 되었다. 과연 얼음 소녀 김경숙의 고민거리는 뭘까?

 

  집에 도착한 후에 오후에 한 군과 임 군이랑 함께 놀려고 했으나 연애 때문에 바쁜 한 군, 이제 막 시작한 아르바이트 때문에 바쁜 임 군이었다. 결국 온종일 집에 틀어박혀 게임이나 즐기다 자야겠다.

  굿 나잇.

 

 

  띠리리리리리리-

 

  으, 저놈의 빌어먹을 자명종! 저 자명종의 종소리에는 자비심이란 없나?

 

  찰칵.

 

  아아, 어젯밤에는 오늘 설화누나가 경숙이의 고민거리를 알아내 준다고 한 날이다. 그것 때문에 어젯밤에 너무 마음이 불안정하고 뛰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 같다. 고로 지금 몸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 딱 오 분만이라도 더 자고 싶은데... 만약에 인쇄소에 늦게 가면 소장 아저씨한테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욕은 다 들을 테니까 지금 빨리 준비하고 나가야겠다.

 

  털썩.

 

  것보다 너무 졸리다... 어젯밤에 그냥 마음 편히 먹고 잠이나 푹 잘걸. 이래서야 어젯밤에 일찍 잔 보람이 없잖아...

 

  삐리리리리리리-

 

  이상하다? 분명히 자명종을 껐는데?

 

  삐리리리리리리-

 

  아, 이것은 분명 내 휴대폰 벨소리다.

 

  “여보세요.”

  내가 졸린 눈을 비비고 전화를 받자 갑자기 수화기 너머에서는 웬 중년 남자의 거침없는 함성 소리가 터져 나온다.

  “야! 임마! 너 지금 어디야!”

  순간적으로 청력을 잃을 뻔 했다. 내가 굉장한 충격을 받아 터지려고 하는 고막을 진정시키고 다시 휴대폰에 귀를 가져다 댔다.

  “집인데요...”

  “이자식이 죽고 싶어 환장했나!?”

  이제는 소리가 고막을 터트리고도 남을 정도다. 머릿속에 울려 뇌를 진동시키고 있다. 이거 이러다가는 뇌가 터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소리 좀 지르지 마세요... 머리아파요...”

  내가 간신히 휴대폰에 귀를 가져다 대고 중얼거리자 수화기 너머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더니 침을 꿀꺽 하고 크게 삼킨다.

  “그래, 이 ?만아. 어째서 지금 집이라는 거냐? 혹시 어디 아프냐?”

  상대방의 진정하고 난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이건 소장 아저씨다. 근데 왜 나한테 갑자기 아프냐는 둥 어쩌냐는 둥 그러는 걸까?

  “아픈 곳은 없는데요. 헌데 무슨 일이세요?”

  “아픈 곳이 없어? 헌데 무슨 일이냐고? 이 자식이 술을 코로 퍼 마셨나. 너 오늘 신문배달 안 할 작정이냐?”

  “신문배달...?”

  “그래 이 자식아. 지금껏 베테랑이라고 일부러 보너스도 두툼히 넣어 주곤 했는데 이제부터는 그딴 거 없다. ?발.”

  “아니, 지금이 몇 시라고 그려셔요? 지금 가면 되는걸...”

  “지금 가면 된다고? 이 자식아. 지금 몇 시인 줄 알고 그러는 거야?”

  방금 자명종이 울렸었다가 잠시 후에 휴대폰 벨이 울렸으니 뭐 많이 흘렀대도 다섯 시 삼 분 전쯤?

  “이놈아. 아저씨가 시간을 대신 말해 주마. 호오? 여섯시가 다되어 가는군요?”

  뭐시라? 여섯시가 다 되어가?

  “헉!”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자명종을 살핀다. 이런, 한 시간 늦게 예약을 했었던 건가? 아, 아니다. 자명종의 침은 다섯 시 오 분 전을 가리키고 있는데... 혹시, 내가 살짝 졸립다 하며 누운 게 한 시간을 흐르게 만들었단 말인가?!

  오, 마이 갓.

  “너, 오 분 이내로 못 오면 죽을지도 몰라.”

  수화기 너머에서 소장 아저씨의 협박이 들려왔다. 나는 일단 전화를 끊고 재빨리 집에서 나와 인쇄소로 향했다.

 

  “음, 수고비 오천 원.”

  인쇄소에 도착해보니 재성이형이 나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웬 오천 원 말씀이신지...?”

  내가 헉헉대며 재성이형에게 묻자 재성이형은 밝게 웃으며

  “형이 너 대신 네 코스까지 돌았거든. 그거 수고비.”

  라고 말했다.

  후우, 혹시 이것도 소장 아저씨의 계략인가(라고 생각하며 카운터 안쪽의 소장 아저씨를 쳐다보니 소장 아저씨는 내 시선을 무시하며 인터넷 고스톱을 즐기고 있었다. 역시 그러한 것이로군.)...

  “오천 원은 너무 과한데...”

  내가 중얼거리자 재성이형은 내 볼을 꼬집는다.

  “그게 과하냐? 네놈이 늦잠만 자지 않았으면 안 될 일이었잖아.”

  내가 늦잠을 잔거랑 오천 원의 보상금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뭐, 지금 못 주겠으면 나중에 할부로 천천히 갚으면 되. 너무 걱정 마. 이자는 없어.”

  이거 마치 사채업자에게 거액의 돈을 빌리는 기분이다.

  “휴, 아 알았어요... 그보다 설화누나와 경숙이는요?”

  내가 재성이형의 머릿속을 전환시키기 위해 다른 화제를 꺼냈다. 뭐, 재성이형은 원래 돈에 관련된 기억이 짧으니까 다른 화제를 주고 그 화제를 꽃피우다 보면 어느새 재성이형의 머릿속의 오천 원은 사라져 있을 것이다.

  “아까 보니 설화가 경숙이를 데리고 요 앞 목욕탕인가를 가는 거 같던데. 왜? 훔쳐보려고?”

  “아닙니다. 그저 궁금해서요.”

  내가 긴 목재의자에 앉아 난롯불을 쬐며 중얼거렸다.

  “하핫, 녀석. 자신은 오늘 결근한 주제에 남 걱정을 할 여유가 있냐?”

  재성이형이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 소장 아저씨 뒤에 붙어 인터넷 고스톱을 구경하러 가며 말했다. 뭐, 재성이형의 말이 결코 틀린 말은 아니지.

 

  재성이형과 소장 아저씨는 또 인터넷 고스톱을 시작하였고, 결국 나 혼자 난롯가에 앉아 타는 불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대략 한 시간 정도가 지난 후에 재성이형의 휴대폰이 ‘부라보 해병!’을 외치며 설화누나의 전화를 수신해왔다.

  “무슨 일이야?”

  재성이형이 자신의 휴대폰에 대고 물어보고 나서 한 일 분 내지 이 분쯤 고개를 끄덕이며 통화를 하더니 통화가 끝났는지 휴대폰 폴더를 접고 나에게 다가온다.

  “어이. 설화가 말하기를, 오늘 점심에 경숙이네에 놀러 가자는데?”

  오잉? 김경숙 걔가 그렇게 담담한 녀석인지는 몰랐지만 갑작스럽게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허가를 내 주다니 조금 놀랐다.

  “진짜에요?”

  “그런가 봐. 형이야 그냥 들은 바를 전하는 것이니까 잘 모르겠지만. 일단 너는 무조건 가라. 가서 호감도 좀 얻어.”

  “네. 네? 호감도요?”

  “빼는 척 하지 마라. 임마.”

  재성이형은 의미심장한 대사를 읊은 뒤에 소장 아저씨한테도 권유를 하러 다가갔다. 흐음, 김경숙네 집에 가는 거다, 라...

 

  그렇게 나는 인쇄소에서 나와 편의점에서 밝게 웃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인사하고 편의점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충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에는 집에 돌아가 잠시 인터넷 게임인 린지를 즐겼다. 아, 그러고 보니 아직 내가 린지를 즐기는 것을 설명하지 않았었군. 난 참고로 린지 내의 기란 성 성주다. 아이디는 카심이고. 이걸 제일 먼저 자기소개와 함께 알려줬어야 하는데 깜박 잊고 안 알려줬군. 응? 이미 알고 있었다고? 거 참 신기하네. 어떻게 알았수?

 

  그렇게 시간은 흘러 11시 30분이 되자 내 집 벨을 울리는 자가 나타났다. 문을 열어 보니 설화누나였다.

  “아, 안녕하세요.”

  내가 멋쩍게 인사하자 방긋 웃는 설화누나.

  “일단 실례할게. 그래, 오늘 늦잠자서 결근한 거라며?”

  설화누나가 내 집으로 들어오며 신발을 벗고 말했다.

  “아 네. 오 분 정도만 잘까 했다가 실수로 한 시간을 자 버렸지 뭐에요.”

  “후훗, 그래그래. 누난 다 이해한다. 근데 방에서 꽃 냄새가 나네?”

  꽃...? 내가 골똘히 생각하는 동안에 창문을 열고 방 내 환기를 시키는 설화누나다.

  “꽃이요? 저는 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꽃을 안 키웁니다만...”

  “그 꽃 말고 다른 꽃 냄새 말야.”

  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기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설화누나. 헌데 내가 아무런 반응 없이 멍하니 서 있으니까 민망한 탓인지 헛기침을 하며 아직 안 끈 컴퓨터 모니터를 힐끔 보더니 린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신 듯, 시선을 돌리고 컴퓨터 앞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채로 다리를 이용해서 의자를 빙글빙글 돌린다. 풋, 갑자기 왜 그런 행동을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좀... 뭐랄까. 평소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달까. 나는 그런 누나를 응시하며 침대에 걸쳐 앉았다.

  “그건 그렇고. 대충은 그 바보 해병대한테서 들었지?”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설화누나가 말했다.

  “네. 그래서 조금 있다가 출발할 참이었지요.”

  “어딘지 알고?”

  설화누나가 의자를 멈추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나는 경숙이의 집 위치를 모른다. 하하, 집 위치도 모르면서 간다고 하다니 나도 참 웃기군.

  “그래서 누나가 너 데리러 온 거야.”

  “아, 감사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돼서 가려는 거야. 헌데 목욕탕에서 보니까 경숙이가 의외로 가슴이 꽤 크고 몸 전체에 볼륨감이 높더라고. 가슴이 나랑 비슷비슷 하던데 말이야. 아니, 조금 더 컸나?”

  설화누나의 갑작스런 청소년 관람금지물 농담을 하였다. 웃기게도 내 머릿속에는 현재 내 앞에 있는 설화누나와 내 머릿속에 그려진 3D 경숙이 CG가 비교되자 그런 생각들을 모두 없애려고 고개를 저었다.

  “뭐야? 아니란 거야? 성주 생각은 어떤데?”

  내가 고개 흔드는 행동이 너무 컸는지 나의 행동을 보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설화누나. 꿀꺽. 뭘까, 이런 삼류 연애소설 같은 전개는...

  “성주가 보기에는 누나가 커, 아니면 경숙이가 커?”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나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묻는 설화누나. 으음, 설화누나가 숙여서 그런지 턱 아래쪽으로 한 개 단추를 푼 셔츠가 눈에 들어오지만... 꿀꺽, 이럴 때에는 눈을 어디에 둬야 옳을까.

  “무, 물론 누나가 연세도 있으시고 자전거 운동도 열심히 하시니까 더 크시겠죠...”

  내가 끝을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러자 설화누나는 다시 컴퓨터 의자에 앉으시더니 입을 연다.

  “아니야, 원래 자전거 운동하면 살이 빠지면서 더 작게 되. 뭐, 그건 중요치 않고.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누나가 목욕탕에서 경숙이랑 같이 목욕을 하고 나오는데 경숙이가 물 좀 마시고 오겠다며 잠시 락카를 비운 상태였단 말이지.”

  나는 맺혔던 땀을 닦아내고 설화누나의 이야기를 들었다.

  “헌데 누나가 그냥 호기심에 경숙이의 코트 주머니를 살짝 뒤져봤어. 평소 경숙이 버릇 알지? 항상 두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다니잖아.”

  그렇다. 항상 경숙이는 두 손을 자신의 검은색 더플코트에 넣고 다닌다.

  “헌데 오른쪽 주머니에서 뭐가 나왔는지 알아? 바로 약 15cm는 되어 보이는 버터플라이 단검이 들어 있더라고.”

  하아? 약 15cm의 버터플라이 단검이 들어 있었다고요?

  아, 여기서 버터플라이 단검이란, 펼쳤을 때의 단검 손잡이가 접힐 때에는 양쪽으로 갈라져 칼날을 감싸는 식으로 접히는 형태의 단검을 말한다. 펼치고 접는 모습이 나비의 날갯짓과 비슷하여 붙어진 이름이다.

  “더 호기심에 단검을 펼쳐 보았는데, 오래 된 탓인지 검게 굳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더라고. 또, 칼날 끝부분에는 굳어진 피딱지도 보였어. 그리고 검집- 그러니까 손잡이 부분에서는 역겨운 피비린내도 났고 말이야. 만약에 그 검에 찔리게 되면 아마도 상처로 죽는 게 아니라 검 전체에 퍼져 있을 세균에 의해 감염되어 죽을 거야.”

  설화누나가 몸을 살짝 움츠리며 말했다. 음, 솔직히 보통 고3 여고생의 소지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엄한 물건인데... 왜 가지고 있을까.

  “누나 생각에는 아마도 경숙이가 과거에 무슨 무서운 일을 당해 그 사건의 후유증으로 인해 보호본능이 생겨 계속 단검을 가지고 다니는 것 같아. 고로 그런 정신적인 후유증을 치료해 주려면 굉장히 힘들 텐데 말이야.”

  “뭐... 치료야 어떻게든 우리가 사랑으로 감싸주고 우리는 알지 못할 피해에 대한 후유증을 따뜻하게 덮어 주어야겠죠.”

  내가 말하자 설화누나는 미소를 짓는다.

  “성주, 멋있어. 만약에 경숙이가 성주의 애인이 된다면 꽤나 부럽겠는데.”

  “아하하...”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저는 뭐... 엄청나게 기쁩니다! 크하하하하!

  “아무튼 그렇다는 것만 알아 둬. 그리고 말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하고. 행여나 네가 관여하다가 오해를 사서 그 단검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하란 말이야.”

  설화누나가 손가락 하나를 펼치며 말했다. 뭐, 그것 쯤이야.

  “알겠습니다.”

 

 
작가의 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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