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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2.길가에 피고 지다.-14
작성일 : 19-11-10 21:45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4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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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얘기인데 그래?”

  “네가 궁금한 거.”

  “정말?”

  “난 거짓말 안 해.”

  그녀의 말에 일중은 합죽이가 됐다. 다만 아무렇지 않게 여자의 손에 잡혀 끌려간다는 건 창피한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

  “왔어.”

  “왔군.”

  학교 옥상에 이미 다른 아이들이 와 있었다. 여전히 태평은 일중이 탐탁치 않아하는 게 눈에 보인다.

  “이제 놓고 얘기할까?”

  일중은 계속 풀라고 했으나, 주은이 말을 듣지 않고 그저 불도저처럼 직진 했다. 힘은 얼마나 센지 일중은 벗어 날 수 없었다.

  “그래.”

  주은이 풀어준 일중의 손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대체 어제 어떻게 된 건데?”

  일중은 붉은 손을 주머니에 쑤셔 박으며 물었다.

  “어떻게 되긴 한 방에 기절 하던데.”

  태평이 신랄하게 말했다. 일중은 인상을 찌푸리며 주은을 노려본다.

  “걱정 하지 마. 그 일격에 기절하지 않을 남자는 이 세상에 없으니까.”

  주은이 아무런 감정 없이 내뱉은 말이 오히려 일중에겐 상처가 된다.

  “흠… 알았어. 그럼 어제 할머니의 폐가 장롱에 숨어 있던 건 무슨 괴담인데?”

  일중이 주은에게 물었다.

  “그건 내가 말해도 될까?”

  계안이 손을 들며 말했다.

  “그래.”

  주은은 옥상 난간에 몸을 기댄다.

  “어제 내가 들은 것을 정리하면, 주은이는 괴담들을 추적하는 일을 한다고 해. 그녀의 조상은 사관이었는데, 세상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고, 그것을 역사서에 남길 수 없었대.”

  “사관? 역사서?”

  일중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만 두자. 역시 일진 출신이라, 남의 얘기를 경청할 줄 모르네.”

  태평이 으름장을 놓자, 일중은 손사래를 친다.

  “미안, 계속해.”

  “쳇!”

  태평이 혀를 차거나 말거나 계안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분들은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라고 적으셨나봐. 믿을 수가 없으니까. 운치 있지?”

  “그래.”

  계안의 말에 일중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일을 그만 둔 사관은 그 책벌레가 갉아 먹은 일들을 적기 시작했어. 알지 야사? 역사서에 적혀 있지 않은 걸 적는 거 말이야. 그걸 주은이는 ‘책벌레의 식사’라고 부른대. 맞지?”

  “맞아.”

  주은이 짧게 대답했다.

  “주은 그 책벌레의 식사를 쓴 사관의 후손인데, 악한 책벌레와 착한 책벌레를 구분하고 제지하려고 전국을 돌아다닌대. 입을 여는 문은 착한 책벌레에 속하고 그것을 관리하던 지킴이가 최근 다른 지킴이에게 진 모양이야. 여기서 지킴이 설명을 해야겠지?”

  “잠깐만.”

  일중이 끼어들고 나서 태평의 눈치를 본다.

  “너무 복잡한데.”

  “알아. 나도 알아. 그냥 우선 들어 두는 게 좋아. 다 듣고 나면 신기하게 머릿속에 각인 되니까. 그렇지?”

  계안이 주은을 보며 물었다.

  “맞아.”

  주은이 수긍하자 계안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좋아. 계속하지! 책벌레 지킴이란, 우리나라에 책벌레를 들여 온 사람이 만들어 낸 거야. 각 지역마다 책벌레를 풀어 놓기가 마음에 차지 않았는지, 각 지역마다 책벌레 지킴이들 또한 함께 보냈어. 그들은 책벌레를 다루는 만큼 보통 사람보다 강하고, 점차 시대가 지날수록 선과 악이 뚜렷하게 갈렸어. 어디든 그렇잖아? 사람 둘만 모여도 파가 갈리니까. 하물며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책벌레라면 두 말 할 필요 없지. 하여튼 그 할머니 폐가에 있던 책벌레 지킴이가 진 것 같아.”

  “좋아. 알아들었어. 그러니까 지금 할머니의 폐가에 있는 괴담은 뭔지도 모르지만 악하다고? 내 친구들이 사라진 건 어떻게 설명 할 거야! 착한 괴담? 웃기지 마!”

  일중이 이를 드러내며 윽박질렀다.

  “바보네.”

  주은이 그에 응대한다.

  “뭐? 내 친구들이…!”

  주은은 그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눈 깜짝 사이에 코앞으로 다가왔다.

  “못 봤지? 넌 이것도 못 보면서 뭘 볼 수 있다는 거야.”

  “으… 나, 나는 친구들이….”

  “알아. 내가 얘기 했잖아. 왜 네 친구들이 돌아오길 거부한다고 생각하진 않는 거야?”

  “뭐?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입을 여는 문이 잡아 갔다면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한다. 일중의 머릿속에는 온통 친구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 친구들이 돌아오고 싶어 하지 않는 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누가 익숙한 장소를 버리고 괴담 속에 파묻히고 싶을까?

  생각을 정리한 일중의 뇌리에 스치는 게 있었다. 아이들의 눈빛. 자신들을 두려워하던 눈빛에 증오만 남았다. 그 스스로도 폭력을 진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남을 괴롭히고 때린 걸 진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속죄하지 않았다.

  일중도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어떨까? 자신 보다 더 하기 싫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념일 뿐이다.

  “생각해 본적 없겠지.”

  주은이 냉랭하게 말했다. 일중은 입술을 깨물었다.

  “사람들은 실종되는 일이 많아. 물론 범죄에 의한 것도 있지만, 책벌레가 그들의 공허함을 채워 줄때도 많거든. 그리고 입을 여는 문은 무서운 책벌레가 아니라고 하던데. 물론 입을 여는 문에게서 돌아온 사람도 없다는 것도 맞지만.”

  계안이 덧붙였다.

  “그거 나쁜 거 아니야?”

  “그런가?”

  “그렇긴 뭐가 그래? 악하던 선하건, 놈들은 죗값을 치루는 거지.”

  태평이 턱을 긁적이는 계안 대신해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일중은 뭐라 반박하지 않았다.

  “그래서 넌 여기 왜 전학 왔는데?”

  대신 주은에게 물었다.

  “난 사관의 후예야. 책벌레가 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자제시켜.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진 괴담에 대해서도 조사하지.”

  “그러니까 왜 왔냐고?”

  “그가 깨어났거든.”

  “그?”

  일중은 주은에게 물으며 계안과 태평을 쳐다봤으나,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책벌레는 세 가지로 나뉘어. 사람을 사랑하는 책벌레와 사람을 수족처럼 부리려는 책벌레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책벌레. 책벌레 지킴이들은 두 가지로 나뉘어. 악한 지킴이와 선한 지킴이.”

  “그건 됐고, 그가 누구냐고?”

  일중은 듣기도 싫다는 듯이 주은을 다그쳤다.

  “모든 책벌레를 자신의 수하로 만들려는 자.”

  “그런 사람도 있어? 멋지다!”

  소리 지른 것은 계안이었다.

  “대체 괴담은 뭐야. 우리의 입에서 입으로 퍼지는 괴담들. 책벌레들은 누가 가져 왔는데? 소원을 이뤄주는 일이 실재로도 있는 거야? 그러면 그건 신이지. 책벌레 따위로 낮출 필요 없잖아?”

  계안은 책벌레를 수하로 만들려는 인물에 대해선 궁금하지 않는 지, 책벌레에게 관심을 표명했다.

  “그 책벌레가 그의 수하가 되면 네 호기심을 죽이고, 너도 죽일 거야.”

  그런 계안에게 주은이 찬물을 끼얹는다.

  “죽인다고? 책벌레로 수하로 두고 고작 한다는 짓이 사람을 죽이는 거라고?”

  계안이 통탄을 금치 못하며 분노를 게워냈다.

  “워, 워… 진정해. 그걸 막으려고 주은이가 온 거잖아. 안 그래?”

  태평이 계안을 말리며 주은에게 물었다.

  “그럴거야.”

  “거봐. 책벌레들이 그 놈의 손에 들어가는 걸 막아야지.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거잖아.”

  “그래, 막아야지!”

  계안은 주먹이 하얗게 될 때까지 쥐었다.

  “그를 막는다고? 좋아. 그렇다면 네가 지금 할 일은 악한 책벌레 지킴이를 찾는 거겠네. 얘기 들어보니, 그자는 악한 책벌레 지킴이 편 같으니까.”

  일중은 의외로 냉정하게 분석한 후 말했다.

  “맞아. 그래서 이곳도 문제야. 먼저 착한 책벌레 지킴이부터 찾아야해. 상상하기 싫지만 운이 없으면 죽었을 수도 있어.”

  “그럼 내 친구들은?”

  일중이 날카롭게 물었다. 주은은 잠시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계안과 태평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계안은 매우 궁금한 눈치다.

  “책벌레 지킴이가 죽으면 책벌레는 어떻게 돼? 선하게 남나, 새로운 책벌레 지킴이의 성향에 따라가나?”

  “그거 흥미롭네. 지금 까지 들었던 허무맹랑한 이야기들 보다 가장 현실적이야. 자기편이 사라진 책벌레는 변심할까? 복수할까?”

  괴담에 대해 매사 흥미가 없던 태평이 웬일로 관심을 보인다.

  “하하하… 막장 드라마 광팬 답네.”

  “이거 왜 이래? 막장 드라마 무시하면 곤란해. 사람들의 수요가 있으니 만들어지는 거잖아. 재미있고, 또 유익하지. 그리고 막장도 발전하고 있어. 장르를 비틀고,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치지. 우리 인생사가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잖아. 평범하다고? 글쎄. 난 모든 게 어루러진 이 잡탕 같은 세상에서 막장 드라마만이 우리의 삶을 유일하게 투영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그러니 막장이라고 하면 나쁘게 보지 마. 그 자체로 인생이야.”

  계안의 비아냥에 태평이 얼굴까지 빨개지며 열변을 토했다.

  “그래, 잘났다. 이해가 안 간다.”

  “야, 그래도 난 네 괴담에 장단 맞춰 주는데, 그 정도도 못하냐?”

  “네, 네.”

  계안이 성의 없이 대답하자, 태평이 계안의 목을 조른다.

  “나쁜 놈! 자기 일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놈!”

  “싫어! 싫어! 싫어!”

  일중은 그 둘의 모습을 보면서 소외감을 느꼈다. 저게 진짜 친구 아닐까?

  “빨리 찾지 않으면 책벌레가 폭주할 지도 몰라.”

  일중이 티격태격하고 있는 둘에 정신이 팔렸을 때 계단을 내려가며 주은이 말했다.

  “뭐?”

  “책벌레는 지킴이와 유대감이 매우 깊어. 그런데 지킴이가 죽었을 때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나지. 우리 사관도 책벌레의 존재를 조선 시대에 알게 된 일도 지킴이의 죽음과 연관 됐다고 해.”

  “정확히 무슨 일인데?”

  일중이 따라 붙으며 물었다.

  “같이 가! 나도 궁금해?!”

  “그래, 일단은 궁금하니까… 다음에 두고 보자.”

  태평이 계안을 풀어주자, 그는 뭐 마려운 개처럼 주은을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뭔데, 뭔데, 뭔데?”

  어느새 일중을 제치고 주은의 뒤에 선 계안이 물었다.

  “난이 일어났었어. 역사서에는 기록되지 않은 난인데, 그것을 목격한 사람이 엄청 많아. 그런데 그 나을 일으킨 사람들은 무언가에게 먹혀 사라졌어.”

  “그게 책벌레구나.”

  계안이 손가락을 퉁기며 주은의 앞으로 나섰다.

  “그러니까 책벌레가 폭주 할 때 전쟁이나, 기근, 전염병, 재해 등등이 일어난다는 거 아냐?”

  “맞아. 그러니까 우리는 빨리…?”

  “됐어.”

  주은이 뭐라 말 하려고 하는데, 계안이 손가락 하나를 들어 입 앞에 갖다 댄다.

  “나중에 들을래. 기다림이 큰 만큼 기쁨도 크니까. 다음에 듣지. 가자!”

  그렇게 말하고는 계안이 달리기 시작했다.

  “같이 가! 주은아 다음에 보자. 야, 다음에 봐!”

  태평이 뒤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비 엄청 쏟아지네요. 내일 춥겠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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