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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갔다
작가 : 청사진
작품등록일 : 2019.9.1

나이 서른하나, 브래지어 끈이 내려갈 일이라고는 브래지어 줄이 기분 나쁘게 쓱 한쪽으로 말려 내려갈때 말고는 없다! 단호하게, 없다! 그냥 제기랄, 없다! 그렇다, 아무것도 없던 적막한 인생에 구원처럼 나타나 한 줄기 빛처럼 살포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줄 그러한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사소하고도 기막힌 사랑 이야기이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14. 커피 타나봐? 아니요, 저 가을 타는데요...
작성일 : 19-11-10 21:35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7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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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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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라는 게 참 이상한 게 연애를 하건 안 하건 외로운 건 매한가지다.

 

  이런 썩을 연애! 아니지! 이런 썩을 연애!를 버리지 못하는 내가 가만 보면 제일 문제다!!! 그러한 생각을 하며 아침부터 커피를 한잔을 들이키며 일을 시작하려는데 사장님이 빙긋 내쪽으로 다가오더니 웃으며 이렇게 묻는 것 이었다.

 

  “이영선씨, 왜 그래 무슨 문제있어? 아침부터 아주 똥 씹은 표정이네! 왜, 가을이라도 타나?”

 

  사장님이 보시기에도 제 표정이 똥 씹은 표정입니까? 그렇다면 저를 살포시 무시한 채 그럭저럭 저를 피해가실 수는 차마 없었나요...

 

  “똥 씹은 표정으로 그렇게 꿍하게 있지말고 어디 커피나 한잔 타서 내 사무실로 올라와서 가져다 줘 봐. 나는 이상하게 여직원이 타주는 커피가 남직원이 타주는 커피보다 훨씬 더 맛있더라.”

 

  이런 썩을. 그렇지 않아도 똥 씹은 표정이던 내 얼굴이 더 빠르게 일그러졌다. 이 노무! 썩을 사장! 요즘같은 미투가 붉어지는 시대에 아주 쓴 커피맛이라도 보고싶어서 사장님이 아주 환장을 하셨군요!라고 당장이라도 쏘아붙이려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때, 불쑥! 아주 보기 좋게 나타난 주란이 언니가 사장님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아니다. 쿡, 이라기보다는 퍽!에 가까울 만큼 아주 세차게!!! 옆구리를 찔렀다! 아뵤!!! 그래 바로 그거야!!!!!

 

  “아니, 지금 김주란씨 뭐 하는 짓이단가? 어디 사장의 옆구리를...”

  “왜요? 애정표현이였는데 불쾌하셨어요? 아주 이게 이렇다니까. 사람 마음이 이렇게 다 달라. 나는 아무렇지않게 했던 표현인데 상대방이 불쾌하면 그거 안되잖아요. 그죠?”

  “뭐라는겨... 아주 알 수 없는 말만 그득 늘어놓네. 김주란씨!”

  “그냥요, 그렇다구요. 상대방이 불쾌하면 안된다는 게 제 말이죠. 그냥 알구나 계시라구요.”

 

  아주, 좋다!!!!! 내 다음번에도 사장님이 여직원이 어쩌구 드립만 또 날려보셔라! 내가 주란언니보다 더 세차게 퍽을 넘어선 코피! 팍!에 가깝게 내가 들이받으리라! 생각하며 사무실로 발걸음을 총총 옮길 때 였다. 뒤어어 따라 온 주란 언니가 슬그머니 귀에 대고 이렇게 물었다.

 

  “애정전선은 어떻게 됐어요? 영선씨.”

  “그냥... 뭐... 버팅기고 있는 중이에요. 구차하게 바지끄트머리 잡고 멈춰있는 느낌의 연애랄까요?”

  “뭐야, 뭐가 그래.”

  “구리죠...?”

  “아니, 그 반대! 애처롭잖아. 그거 나중에 돌아보면 스스로한테 진짜 못할 짓 하고 있는거야. 나는 내 편들어야지. 나까지 내 편 안들고 왜 그딴 놈 편 들면서 바지끄트머리는 미련하게 붙잡고 있어.”

  “그냥... 뭐랄까... 그 바지끄트머리라도 잡고 싶은 그런 사랑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 사람이 저한테는 첫사랑이기도 했고, 여태 제가 만나왔던 그 질 나쁘던 남자들 중에 그래도 그나마 제일 괜찮으면서 제대로 된 남자이기도 하고... 그리고 어차피 이제 정리된 사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자꾸 구차해질 것 없이 뭐랄까...”

 

  그러자, 주란 언니가 우뚝 멈추어 서더니 내 양 어깨를 붙잡고는 눈을 맞추며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닌가.

 

  “영선씨, 나는 영선씨가 그 뒤에 말하는 내용들은 사실 다 필요 없어. 다만 하나만 물어볼게요. 영선씨 마음은 지금 현재 당장 얼마만큼 괜찮은 거예요?”

 

  나는 말 할 수 없었다. 사실 전혀 조금도 괜찮지 않았다. 남아있는 공간 하나 업이 꽉! 괜찮지가 않다!!! 사장님이 여직원이 어쩌니 하면서 아침부터 커피심부름을 시켜서가 아니라 그냥 괜찮지가 않다!!! 괜찮지 않음을 넘어서서 위험신호가 삐용삐용 울리는 수준인 것 이다!!!!

 

  “안 괜찮은 거 맞죠? 그럼 당장 소리를 내!!! 나 안 괜찮다고. 이 썩을 놈아 너 지금 나가지고 노냐? 뭐, 전 여친도 만나고 현 여친도 만나고 양다리만 아닌 척 아주 다 만나고 댕기겠다는 거냐! 막 이렇게 화 풀릴 때까지 쏘아붙이라니까! 아니 뭐 연애가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 콘테스트 장도 아니고 왜 예쁜 모습만 주구장창 보여주려고 해? 그런다고 지금 모습이 예쁜 연애예요? 것도 아니잖아.”

 

  예쁜 연애라는 것은 무얼까. 나는 속으로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예쁜 연애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네... 언제나 오답노트 쓰듯 찌질했던 연애, 연애편지 건네듯 수줍게 건네었던 마음들이 잔뜩 구겨져서 돌아오기를 반복하던 연애, 벌 받는 아이처럼 잔뜩 겁 먹었던 연애. 그리고 이번의 종명이와의 연애는... 불편한 연애다. 겉 포장지는 예쁜척하고 있지만 실상 안에 든 내용물은 언제 깨질지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예쁜 척’만 하는 연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창문 밖으로 11월의 가을 날씨가 가득 펼쳐져 있었다. ‘예쁜 척’만 하는 내 연애와는 달리 정말 ‘예쁜’ 가을 날이었다. 색색으로 물든 단풍잎들 아래 ‘예쁜 척’만 연습하는 내 마음이 어쩐지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겨울이 찾아와 이파리가 서글프게 떨어질 운명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 순간만큼은 예쁘게 물들어 있는 그 가을날의 찬란한 단풍잎들을 보고 있자니 내 ‘가짜’같은 척하는 그 마음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나도 조금은 솔직해 지기로 하였다. 뭐, 커피타는 나날보다는 가을 타는 나날이 훨씬 보기 좋지 않은가!!! 내 마음은 가을의 물쌀을 타기로 마음먹었다!!!

 

 ******************************

 

  잊고 있던 그 싸가지 ‘옥수수집 후계자’ 녀석의 말로 들었던 큰 건으로 잡혔다던 공연 소식이 메신저를 통해 득달같이 그 녀석에게 날라왔다.

 

  [표가 있어야 입장 가능한 공연이니까, 입구에서 이거 제출하고 들어와.]

 

  이 노무 자식 잘되더니 시건방이 아주 하늘을 찌르는구만 싶어지게 그 녀석은 떡하니 ‘청정구역 밴드용’이라고 크게 적힌 입장권 사진을 찍어서 메신저로 떡 하니 보내두었다.

 

  이거이거 아주 더 잘되면 하늘을 찌르는 것을 떠나 다 찌르고 다니겠구만! 지구평화를 위해서라도 음습하게 활동할 때가 더 좋았다고 해야하나... 싶게 녀석들은 점점 잘되고 있었다! 인기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팬클럽 카페도 생겨나 있었다! 나도 궁금해져 슬쩍 그 팬클럽 카페에 들어가보니 아이돌 팬카페 부럽지 않게 ‘오늘 조공으로 청정구역 밴드에게 무얼 해주었어요’부터 청정구역 밴드 멤버들 본 후기까지 가득가득 올라와 있었다. 오래 전 덕질로 마음의 허기를 달래던 시절의 내가 슬금슬금 떠올랐다. 역시 덕질은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다. 한번 덕질을 시작한 인생은 몇 번이고 덕질의 늪에 허우적 빠질 위험요소가 충분한 법! 나는 그날 그 녀석들의 카페에 살포시 가입하였다. 닉네임은 이름하여... ‘청정구역 청둥오리’ 내가 지은 작명센스에 내가 혀를 내두르며 ‘윽!’이라고 내뱉고 싶었지만 나름의 위장술 같은 것 이었다. 왜 야동을 숨겨둘 때 ‘외기러기’, ‘병아리’같은 폴더에 숨겨놓는 마음과 비슷하달까... 나름 ‘구매니저’로써 나는 그렇게 나름 신비주의로 녀석들의 ‘덕질’을 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그나저나 녀석들의 인기를 실감한 것 것보다도 의외의 곳에서였다!

 

  하필이면 평일 금요일에 잡혔던 그 싸가지 놈이 주장하던 ‘큰 공연’을 보기 위해 불금의 회사를 빠르게 빠져나올 때 였다! 주란이 언니와 장덕철씨가 짐을 챙겨 회사를 엉거주춤 빠져나가려던 내 옆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그러더니 장덕철씨가 말하였다.

 

  “오늘은 그러지 말고 우리 신입들끼리 뭉쳐서 회포나 좀 풀면 어때요?” 라고 묻는 것 이었다. 그러자 주란이 언니가 기분 좋게

 

  “콜! 당연히 콜이죠! 맥주 어때요? 맥주 마십시다! 우리! 속이 뻥 뚤리도록 시원하게!!!!”를 외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조용하게

 

  “선약이 있어서요...”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란이 언니가

 

  “왜! 또 그 그지같은 남친 만나러가게?”하고 묻는 것 이었다.

 

  “아니요. 거지같은 건 매한가지인데 비쥬얼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애들이 대량 모여있는 곳에 갈 예정이에요...”

 

  그러자 주란 언니가 빠르게 이렇게 말 하는 것이 아닌가!

 

  “오! 좋다!!! 가자! 가즈아! 오늘 거기로 다 같이 몰려가서 회식 하자아!!!!!”

 

  주란언니의 그 얼결에 성사된 급 회식 계획을 따라 나는 장덕철씨와 주란 언니까지 덤으로 얹어서 그렇게 그 녀석이 입이 닳도록 자랑한 ‘큰 공연’에 가게 된 것 이었다.

 

  공연장 입구에서 ‘청정구역’ 이름으로 티켓 세장을 건네받는 것은 성공했는데 그 뒤가 순조롭지가 않았다. 인파가 너무 많아 늦게 도착한 우리는 앞 스탠딩까지 힘겹게 다가가야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힘겹게 다가간 것도 잊을만큼 주란 언니도! 장덕철씨도! ‘청정구역’ 멤버들의 공연을 보자 ‘오!!!!’를 외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왜 이렇게 쓸데 없이 잘생겼어! 뭐야, 영선씨 저렇게 잘생긴 멤버들 구매니저를 했다는거야? 이거 안될사람이네! 그 일을 왜 때려쳤어요!!! 정규직이건 말건 구매니저 일을 붙잡었야지!!!!!!”

 

  그러자 조용히 청정구역 멤버들 공연을 보던 장덕철씨가 한술 더 떠 이렇게 말하였다.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 공식이네요... 이거 참...”

 

  녀석들은 안 본 사이 새 노래 ‘오물’을 만들어 그 자리에서 새롭게 발표한다며 들떠있었다. 제목이 심오하게 오물? 너무 심오해서 다들 잠들어버리거나 공연장이라도 나가면 어떻게하게 그리 어둡게 지었데?라는 ‘구매니저’의 마음에 녀석들의 노래가사를 들었더니 의외로 밝고도 경쾌한 곡이었다. 밴드 합주실로 쓰이는 녹색머리 공식리더가 싼 값에 얻은 그 지하 합주실에 새로 자리를 풀은 길고양이를 주제로 한 노래였다. 녀석들이 그 검은 고양이의 이름을 오물이라고 짓고 부르는 한마디로 ‘오물이 찬양가’정도 되는 그 노래가 딱, 녀석들의 해사하고 밝은 분위기와 어우러져 한마디로 여태 녀석들 노래 중에 제일 좋았다. 나는 괜스레 주란이 언니와 장덕철씨 앞에서 어깨가 으쓱해졌다.

 

  ‘내가 바로 이 녀석들의 구매니저랍니다!!!’

 

  앵콜까지 받으며 내리 세곡을 하고 내려간 그 녀석들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나는 내심 아쉬운 마음에 잠겨버렸다. 특히나 그 분홍머리, 녹색머리, 주황머리, 빨강머리 녀석들과 함께 검정머리 그 녀석의 뒷통수가 사라질때는 ‘나, 여기 있어!!!! 가지마!!!!’라고 외치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이상하네. 왜 저 녀석만 보면 마음이 근질근질 자꾸만 말을 걸고 싶어지는 기분이람 싶었다.

 

  연이어 등장한 다른 가수들의 음악을 듣고 있을 때 였다. 띵동 메시지가 왔길래 읽어보니 껌정머리 ‘옥수수집 후계자’ 녀석이었다.

 

  [아까 무대에서도 직빵으로 보이더라. 어떻게된게 회사들어가도 한결같이 못생겼냐.]

 

  어쭈, 이 놈 봐라!!!! 너는 그럼 어떻게 된 게 그렇게 한결같이 못되었더냐하고 묻고 싶었다. 그런데 연이어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하였다.

 

  [우리 지금 빠져나와서 회식하러가는 길인데 오랜만에 멤버들 볼 겸 들르던지. 512page에 있으니까 찾아와!] 라고 보내 둔 것이 아닌가.

 

  어쭈, 이 놈이 아주 가지가지! 하려는데 옆에서 슬쩍 내 메시지를 본 김주란씨와 장덕철씨가 합세해 둘이 동시에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얼른 간다고해!”

  “간다고 해요! 당장!”

 

  뭐지? 이 둘이 더 신난 것 같은 이 기분은???

 

  녀석의 메시지 안에 있던 술집 겸 라이브 공간 512page에 들어가자 조명 부터가 주홍빛으로 조금은 어두컴컴했다. 그럼에도... 한결같은 녀석들의 머리색 때문에 저 멀리서부터 한데 모여있던 녀석들이 보였다. 제일 먼저 소리 친건 분홍머리 댕댕이 녀석이었다.

 

  “영선누나!!!!!!!!!!!!!!! 누나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에휴, 요 귀여운 쪼무래기. 누나도 너가 너무 보고싶었다. 햄스터 닮은 이 모찌모찌 녀석아!!!

 

  그때였다. 뒤에 있던 사막여우 닮은 분위기 미남 주황머리 녀석이 하이파이브 하는 자세를 취하며 내게 그에 응하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나는 녀석의 하이파이브를 슬쩍 무시하며 앞으로 더 나아갔다. 그런데 이 주황머리 녀석 넉살 좋게 장덕철씨와 주란 언니에게 얼른 다가가서 내게 못한 하이파이브를 끝내 받아내는 것이 아닌가. 아마... 너는 크게 될 거야... 사람이 참 끈기 있어...라는 말을 못내 하고 싶었다.

 

  녹색머리 교회오빠 이미지의 리더는 여전히 듬직하였고, 빨강 머리 요염 퇴폐 보컬로 말 할 것 같으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신비주의 이미지를 고수하듯 머리나 쓸어넘기면서 고개짓으로만 꿈뻑 인사하는 것 이었다. 이 녀석은 사람이 늘 표정의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난 알고 있어... 너가 이 ‘청정구역’ 멤버들 중 제일 개그캐릭터인거... 그거 지금 다 컨셉인거... ‘구매니저’를 겪으며 이미 알고 있지롱!

 

  그리고 제일 끝에 있던 껌정머리 그 놈이 ‘왔어?’ 달랑 그 한마디를 한 채 본 채도 안하는 것 아닌가. 뭐야... 그래 놓고 왜 여기까지 오라고 손수 메시지까지지 보냈데?

 

  주란 언니는 이미 착석하여 ‘오늘 노래 끝내줬어요! 특히 오물이? 그 노래가 나는 제일 좋드라’라는 말을 주고 받고 있었고, 장덕철씨도 쭈뼛쭈뼛 거리더니 웬걸? 제일 안 어울리는 조합같은 빨강머리 그 녀석 옆에 앉아 녀석과 눈씨름이라도 하듯 말 한 마디 없이 무언의 눈빛을 주고 받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주황머리 사막여우 녀석도 본 모양인지

 

  “두 사람 지금 싸우는 거 아니지...?” 라고 물으며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모두 폭소케 하였다. 정말로 두 사람은 눈싸움을 주고 받듯 서로를 빤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러한 분위기를 더욱 좋게 만든 건, 주란 언니였다. 언니는 멤버들 한명 한명과 공통된 이야기거리를 찾아 말을 쉬지 않고 이어하였다. 우리는 어느덧 ‘청정구역’ 멤버들과 ‘브래지어 회사 신입’의 거리감 없이 뒤 섞여 하나가 되어져 있었다. 이름하여 ‘청정구역 브래지어’ 조합처럼 말이다!

 

  주란 언니와 멤버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있던 내게로 껌정머리 그 녀석이 슬그머니 다가온 것은 술자리가 고조되던 때 였다. 녀석이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이렇게 묻는 것 이었다.

 

  “많이 바빠? 어째 통 옥수수 사러도 안오냐.”

 

  이자식이!!!!! 내가 뭐 옥수수에 걸신 들린 사람처럼 삼시세끼 옥수수만 먹는 줄 알어!!!!!라고 쏘아붙이려다 그래도 기다렸단 건가 싶어져 툭, 이렇게 대꾸해주었다.

 

  “왜? 뭐 눈 빠지게 기다리기라도 했냐.”

  “... 엉.”

 

  뭐야. 돌아온 대답이 왜 이리 짧아? 게다가 엉? 엉??? 네가??? 당연히 불끈 화를 낼 것이라 생각했던 내 마음과 달리 ‘엉’이 돌아오자 나는 무어라 받아쳐야 할지 몰라 엉거주츰 앉아있는 꼴이 되었다.

 

  그때였다. 녀석이 그런 어색한 내 모습을 눈치챘던지 이렇게 덧붙이는 것 이었다.

 

  “할머니가 그쪽 보고 싶다하더라. 그러게 왜 손주며느리 관상처럼 생겨가지고는 그렇게 고달프게사냐.”

 

  어쭈, 내가 손주며느리 관상으로 생긴 게 그렇게 아니꼽냐!!! 이렇게 생기기가 얼마나 힘든데! 너 말마따나 둥글 넓적하게 생기기가 뭐 쉬운 줄 알어! 어릴 때부터 둥글둥글 넓적넓적하기 위해 막살았다! 쏘아 붙이려는데 얼씨구나 또 이렇게 한 마디를 덧붙이는 녀석이 아닌가.

 

  “옥수수 맨날 가득 쌓아놓고 기다려. 덤으로 더 많이 준다구.”

 

  뭐 랄까, 그 말을 내뱉던 그 녀석과 순간, 눈이 딱! 마주쳤는데!!!! 뭐랄까 마음속의 아주 깊은 곳이 가닿은 듯 이상하게도 콩닥 거리는 심장이 느껴졌다. 아주, 이상 할 정도로.

 
작가의 말
 

 글은 엉덩이의 힘으로 쓴다던데... 책상에 꿋꿋하게 달라붙어 엉덩이 힘으로 버티겠습니다!

 여러분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자주 찾아들수있도록, 그리고 빛날수있도록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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