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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벅수지이 - 벅수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
작가 : Arzu
작품등록일 : 2019.11.10

천하대장군 가리아단과 형사 채유진의 악귀 토벌전

 
불편한 출근길
작성일 : 19-11-10 20:25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5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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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그립기라도 했는지 소영은 묻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녀는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가리아단의 호구조사에 들어갔다. 유진과 가리아단은 질문에 대비해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사촌 오빠 분은 무슨 일 하세요? 스타일로 봐서는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오빠 직업? 전에는 다른 일 했는데 지금은 패션 디자이너일거야.”

 “아, 어쩐지 옷차림에서 그런 느낌이 들었어. 굉장히 유니크 하잖아. 요즘 이런 옷은 어디서 구해요? 질감이 너무 좋다.”

 

 소영은 스스럼없이 가리아단의 도포를 만지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는 친구가 직접 만들어 주는 거야.”

 “와! 그럼 완전 수제인 거예요? 멋지다아~. 혹시 저도 한 번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하하, 농담이에요. 그건 그렇고, 사촌 오빠는 잠을 어디서 자? 너랑 같은 방에서 잘 수는 없잖아.”

 “옷 방에서 이불만 깔고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지?”

 

 이미 답을 정해놓은 유진이 가리아단의 의견을 물었다. 멍하니 듣고만 있던 가리아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문제없었다.

 

 “그럼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이어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쉬어야겠어. 엄청 피곤하거든. 천…, 아니 오빠. 따라와요. 며칠 동안 지낼 방부터 보여줄게요.”

 “그래.”

 “아, 저기 오빠 분 여자 친구는 있으세요?”

 

 옷 방으로 가는 가리아단을 소영이 붙잡았다. 그는 대답 대신 유진에게 눈짓을 보냈다. 당황해 어물대던 유진이 더듬더듬 대답했다.

 

 “우리 오빠 사실 게이야. 그리고 내가 알기로 애인은 없어.”

 “…뭐, 뭐라고?”

 

 소영보다 더 놀란 것은 가리아단이었다. 그러나 유진은 가리아단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니까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아, 그래? 그렇구나.”

 

 다소 실망하는 소영을 두고 유진은 옷 방의 문을 열었다.

 

 “자, 오빠 이 방이야. 어때? 이불 깔면 잘 수 있겠지?”

 “방은 됐고 잠깐 얘기 좀 하자.”

 

 가리아단은 옷 방으로 유진을 끌고 들어간 뒤 문을 닫았다. 이미 유진은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싹싹 빌고 있었다.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에요.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나도 그 단어가 어떤 뜻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든?”

 “하지만 여자만 사는 집에 외간 남자를 들이면 불안할 수 밖에 없잖아요.”

 “그 전에 괜찮다는 대답을 받았잖아.”

 “그럼 어떻게 말해주길 바란 건데요?”

 “당연히……. 됐어. 앞으로 이 방에서 지내면 된다는 거지?”

 

 가리아단이 방을 둘러보며 말을 돌렸다. 병풍처럼 한쪽 벽을 차지한 옷장과 옷걸이들, 그리고 벽을 따라 차곡차곡 쌓여있는 빨래 더미들이 가리아단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 난잡함에 민망했는지 유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흐하하. 여기 옷들만 치우면 충분히 누울 수는 있을 거예요.”

 가상의 선을 그려보던 유진이 문득 물었다.

 

 “혹시 다른 방법으로 주무시나요? 그러고보니 천하대장군은 어떤 자세로 잠을 자죠?”

 “자는 모양새 정도는 알아서 정할게.”

 

 유진이 바닥에 쌓여있는 옷들을 쓸어안았다.

 

 “더 필요한 것 있으세요?”

 “아니, 괜찮아. 내일 가게에 가서 몇 가지만 챙겨오면 충분하겠어.”

 “그럼 가서 이불 가지고 올게요.”

 “그래. 어쨌든 고마워. 오늘 여러모로 고생했어.”

 

 나가는 유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가리아단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일주일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군.”

 

 문을 닫으며 유진이 그의 말을 받았다.

 

 “동감이에요.”

 

 ***

 

 눈을 뜬 유진은 침대에 누운 채로 호흡을 정리했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헤매던 그녀는 밝아진 커튼을 보고 아침이 왔음을 깨달았다. 머리맡에 둔 핸드폰을 집었다. 알람을 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아침 6시 50분. 아직 알람이 울리기 10분 전이었다.

 

 “이상하네.”

 

 침대에서 내려온 유진은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허리도 돌려보고 크게 기지개도 켰다. 평소라면 어깨나 무릎에서 뼈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어야 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마치 새 관절로 갈아 끼운 뒤 기름칠까지 한 것처럼 유연하고 부드럽게 돌아갔다.

 

 “전혀 피곤하지가 않아.”

 

 고작 4시간 밖에 못 잤지만 하루를 쉰 것처럼 개운했다. 눈의 해상도도 높아졌는지 모든 것이 생생하게 다가왔고 뇌도 업그레이드 된 것 마냥 맑게 비어있었다.

 

 “……피로하지도 않고, 힘도 솟는 것 같고. 어머, 시력도 좋아졌나봐.”

 

 진주홍이 했던 말은 정말이었다. 듣는 순간에는 그렇겠거니 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막상 겪어보니 기분이 묘했다. 새로운 몸에 정신만 이식한 것 같은 느낌에 거부감마저 들 정도였다.

 

 “곧 익숙해지겠지.”

 

 유진은 한껏 가벼워진 몸으로 여유를 갖고 하루를 시작했다.

 

 ***

 

 씻고 간단히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친 유진은 가리아단의 방문을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두드려보았지만 안쪽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저 채유진인데요, 들어갈게요.”

 

 유진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묵직하게 막고 있는 것을 힘을 줘 밀어내고 보니

 다오가 벌러덩 누워 자고 있었다.

 

 “어머! 다오! 왜 여기있어?”

 

 문을 막은 다오의 아래에는 미라같은 모습으로 잠든 가리아단이 있었다. 일자로 누워 가슴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모양새는 장승과 똑같았다.

 

 “천하대장군님, 일어나세요.”

 

 유진이 가리아단의 다리에 살짝 손을 대는 순간, 가리아단이 눈을 떴다. 그는 물리법칙을 거스르듯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무슨 일이야?”

 “아침이에요. 출근해야 된다고요. 그만 일어나세요.”

 “이렇게 일찍?”

 “당연하죠. 잘 쉬셨어요?”

 

 대답을 하려던 가리아단이 발치에 누워있는 다오를 발견했다.

 

 “얘는 왜 여기에 와 있는 거야?”

 “천하대장군님이 마음에 들었나보죠. 여기 들어온 것 몰랐어요?”

 “…귀신같네.”

 

 다오를 째려보던 가리아단이 피곤한지 뺨을 주물렀다. 그가 벌써 외출복을 입은 유진에게 물었다.

 

 “내가 꼭 내가 꼭 같이 가야해? 오후 쯤 나가서 만나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네? 그게 무슨 말이세요.”

 

 가리아단의 눈가에 귀찮음이 잔뜩 묻어났다. 기지개를 켜곤 다시 누운 그가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았다.

 

 “해가 떠 있는 사이에는 잡귀들이 보통 움직이지 않거든. 해가 지고 나서야 위험하지 낮에는 괜찮아. 대낮에 귀신을 봤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지?”

 “하지만 진주홍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일주일 동안은 항상 붙어있어야 한다고요.”

 “그건 걔 주장일 뿐이지. 진주홍의 말이 무조건 옳지는 않아. 오히려 누군가를 맹신하는 건 위험한 행동이야, 명심해.”

 “그럼 전화해서 한 번 물어볼까요? 저한테 연락처가 있는데.”

 

 이러리란 걸 예상이라도 한 듯 유진이 진주홍을 명함을 꺼내 보였다. 그 작은 종이 쪼가리를 마주한 가리아단은 크립토나이트 앞의 슈퍼맨처럼 축 늘어졌다.

 

 “휴우……, 알았어. 준비하도록 할게. 정말 이렇게 까지 해야 되나.”

 “보디가드 잘 부탁드려요. 천하대장군님.”

 

 유진은 자괴감에 빠진 그에게 미소를 남긴 뒤 방을 나갔다.

 

 ***

 

 “친구는 출근 안 하나봐? 아직 안 일어난 것 같네.”

 

 집을 나서려던 가리아단이 물었다. 거실과 붙어있는 소영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괜찮아요. 안 그래도 곧 나올거거든요. 야! 배소영! 나 갔다 온다!”

 

 운동화를 신은 유진이 소리치자 소영의 방문이 열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몰랐네. 으읏!!”

 

 눈을 비비며 나타난 소영이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아침은 먹었어? 어머! 깜짝이야! 누구세요?”

 

 배를 긁적이며 다가온 소영이 가리아단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그리곤 이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맞다! 사촌 오빠시지? 깜빡했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얘, 벌써 잊어먹으면 어떻게 해.”

 “피곤해서 깜빡한거야. 기억하지. 패션 디자이너고, 애인 없으신 사촌 오빠분. 이름이…….”

 “가리아단이야.”

 “그래! 가리아단 오빠. 봤지? 다 기억한다니까. ……그런데 정말 이름이 가리아단이에요? 완전 특이하다. 래퍼같아.”

 

 소영이 박수를 치며 넉살좋게 웃었다. 그 소란에 잠을 깼는지 옷방에서 다오가 나왔다.

 

 “어머, 이게 왠일이야? 다오가 마중을 다 나오고. 잘 잤어?”

 

 유진의 아침 인사에 답하기라도 하듯 다오가 귀엽게 울어댔다. 유진과 소영 사이를 오가며 애교를 부린 다오는 열려있는 소영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가봐야겠다. 이따 저녁에 봐.”

 “그래. 수고해. 가리아단 오빠도 다녀오세요.”

 

 호들갑스런 소영의 인사를 뒤로 한 채 유진과 가리아단은 집을 나섰다.

 

 “가리아단 오빠래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유진이 킥킥댔다.

 

 “그게 그렇게 웃겨?”

 “재밌잖아요.”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웃긴 일 많아서 좋겠다. 빨리 출발해.”

 “알겠어요.”

 

 피곤한 출근길에 실컷 웃어 행복한 유진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차를 찾던 그녀는 그제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맞다! 내 차!”

 

 집을 나선 유진은 주차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택시에 탄 유진은 차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별 일 없이 잘 있겠죠? 그죠?”

 “불길에 휩쓸리지만 않았다면 괜찮겠지.”

 

 담 넘어 불구경하듯 가리아단이 건조하게 대답했다.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물어주셔야 해요.”

 “내가 왜?”

 “그건…. 아시잖아요.”

 

 택시 기사에게 들릴까 유진이 작게 속삭였다. 그런 뒤 잠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출근 시간답게 차들은 달리다 서다를 반복하며 느리게 이동했다. 그 무료함이 싫었는지 택시 기사가 라디오를 틀었다.

 

 가리아단을 힐끔 거리더 유진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천하대장군님,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뭔데.”

 “정확하게 하시는 일이 뭐예요?”

 “내가 하는 일?”

 “네. 장승이나 뭐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건 알겠는데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요. 말할 수 없는 비밀인가요?”

 “그런 건 아니야.”

 

 가리아단이 운전석을 힐끔거렸다. 택시 기사는 차 내에 울리는 트로트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의 대화엔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어디까지 알고 있어?”

 “장승에 소원을 적으면 찾아가서 이뤄준다는 얘길 들었어요.”

 “하하. 대충은 맞아.”

 “그럼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같은 존재네요?”

 

 본인의 얘기에 웃음 터진 유진이 입을 틀어막았다. 상남자같은 가리아단의 이미지에 요정을 더한다고 생각하니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라면 좋겠지.”

 

 분명 발끈하리라 생각했던 가리아단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창 밖에 펼쳐진 도시의 풍경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그게 뭔데요?”

 “너도 겪어 봐서 알잖아.”

 “아…….”

 

 유진이 상처가 아물고 있는 어깨를 문질렀다. 동시에 한 가지 의문점이 그녀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경찰서가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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