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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혼사유
작가 : Giulia
작품등록일 : 2019.11.10

나는 나이 39세에 아직 미혼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일부 여자, 남자에 대한 자화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주변에서 내 삶이 평범하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찌 보면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이다. 특히  내 미혼 상태에 대한 궁금함을 표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 그 궁금함은 자신들과 다른 내 삶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온다. 사회가 많이 변한 거 같으면서도 아직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많다. 사실 굳이 이해를 바라지도 않지만 그들은 내 삶을 굳이 전통적인 방식에 맞추려고 안달이다.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나도 모를 이 소설을 쓰면서 추억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나를 또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니 이것만으로도 흡족하다. 하고 싶은 결혼을 못 했지만 후회는 되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나도 한 번 성숙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아무튼 멀쩡하게 생겨서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이 되었으면 하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에만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12. 단 한 사람에게 단 한 사람이고 싶다.
작성일 : 19-11-10 19:59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7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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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회사에서 또 한 번의 사건을 겪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자 G의 움츠렸던 마음은 점점 열리고 있었다. 지나고 보니 별일을 다 겪고 별 사람을 다 만났다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이제야 정말 새로운 시작이었다. 이전의 부정적인 생각을 떨치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만 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그녀의 일 때문에 그녀의 문화계 네트워크 영역도 점점 더 넓어져 갔다. 문화에 관련된 재미있는 기획도 계획대로 진척해 나갔다. 그러면서 한 사람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하는 일 때문에도 그가 연상이 되기도 했지만, 좋아하는 마음만 품었지 진척도 한 번 없었고, 서로 나쁘게 틀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억이 좋았고 그가 궁금했다. 바로 Y였다.

   또 다시 일을 핑계로 연락을 할까 말까 석 달을 고민만 하고 있다가 연말연시를 핑계 삼아 새해 메시지 톡을 보냈다. 그녀에겐 큰 용기였다. 일이 아닌 개인 적인 감정으로 호감있는 남자에게 먼저 연락하는 건 첫 사랑 이후 처음인 것 같았다.

  

   ‘그 동안 잘 지냈어요? 너무 오랜만에 연락드리네요. 오랫동안 연락을 못해서 고민하다가 연말 인사를   핑계로 안부 메시지 보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보내기 버튼을 누를까 말까 몇 번을 고민하다, 누른 직후부터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마지막 연락을 받지 못하고 다시 연락하지 않은 사람이 그녀였기에 그에게 답이 오지 않을까 불안해 졌다. 괜히 보냈나 후회도 됐다. 아무튼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수렁에 한 번 빠져서 오랫동안 회사도 안 다니고 칩거하다가 얼마전에 회복해서 다시 일하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이번엔 무슨 일 하세요?’

   ‘또 문화쪽 일 하고 있어요. 한 번은 일 같이 하셔야죠.’

  

   생각보다 빨리 답이 왔고 그녀는 기뻤다. 둘은 톡으로 몇 마디 나누고 그 간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두 번 끊겼던 만남이 다시 이어졌다. 다행히 그도 그렇게 사라진 그녀가 궁금했다.

  

  

   어느 평일 점심시간,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들은 식사를 하고 그 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꽤 많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여전히 반듯한 그의 외모와 언행이 그녀를 또 흐뭇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를 볼 때마다 마음은 제멋대로 흘러갔다. 앞으로 자주 보자는 그의 말이 있었지만 함부로 나서지 않는 그의 성향을 이제 그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의 마음이 어떤지 자꾸 궁금해 하고 결론을 내려고 하기 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관계를 유지해 보기로 했다. 연락하고 싶으면 연락하고, 보고 싶으면 보기로 말이다. 다행히 그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그들은 종종 다시 만나 공연도 보고, 식사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호칭을 오빠로 부르기로 서로 정하고 나니 사이가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스케줄이 여전히 바쁜 그라 이번에도 연락을 먼저 하는 쪽은 그녀였지만 관계가 길게 유지되다 보니 그도 먼저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이따금씩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연락을 하기도 했고, 다시 영화를 보자고 하기도 했다. 그들은 여름이 다 되도록 서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했지만 여전히 연인처럼 가까워지기는 어려워 보였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서로 나서지 못하는 모습을 큐피트도 답답해했는지 한 번은 의도치 않게 스킨십을 하게 된 날이 있었다.

   늦은 여름밤에 만나 영화를 보고 야외 주차장에 세워진 그녀의 차 안에서 헤어짐에 아쉬워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들은 영화를 본 후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지곤 했는데 날씨가 선선할 때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여름에는 차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집이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라 보통 그녀의 차로 먼저 가 이야기를 나눈 후, 같은 주차장에 있는 그의 차로 데려다 주고, 그렇게  각자의 차로 서로의 집으로 향하곤 했다.  

   그 날도 앞좌석에 앉아 서로 옆을 향해 마주보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그가 그녀의 뒷쪽을 바라보며 갑자기 손을 들어 뻗었고, 영문을 모르던 그녀가 돌아보는 순간 어떤 남자가 문을 덜컥 열었다. 너무나도 놀란 그녀는 소리를 지르고 눈을 감으며 몸을 움츠렸고 남자는 죄송하다며 문을 닫고 갔다. 한 대리 운전기사가 차를 잘못 찾아 다가오고 있던 것을 본 그는 손을 뻗어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려던 것이었다. 마치 공포 영화를 본 것처럼 놀랐던 그녀는 정신을 차려 보니, 몸을 움츠리면서 뻗었던 그의 손을 꽉 붙잡아 가슴에 끌어안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상황에 다시 한 번 놀란 그녀는 잡았던 그의 손을 살며시 놓았다. 하지만 대리 운전기사에게 놀란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을 시켜 주었다. 그날 밤 일을 계기로 제멋대로 날뛰지 않게 다독여 놓았던 그녀의 마음이 결국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 일이 무서웠지만 결국은 좋은 결과를 가져왔기에 생각나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의 스케줄이 꽉 차는 일이 빈번해 자주 만나지는 못하는 그의 상황은 여전했지만 이번에는 답답한 기간이 다가와도 연락의 끊을 놓지 않았다. 확신은 없지만 그도 분명 그녀에 대한 마음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기 때문에 그 느낌을 또 다시 의심해 인연의 고리를 끊지 않기로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녀도 때때로 그의 마음이 궁금했고 자신이 과연 맞는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세 번째 탐색 기간은 또 그렇게 길게 흘러갔다.

  

  

   그런데 이들의 관계는 뜻밖의 상황으로 급진전되었다. 그녀는 퇴근 후 저녁에 궁금한 그와 톡을 주고 받고 있었다.

  

   ‘저 이번 주나 다음 주 중에 부산에 갈 거 같아요.’

   ‘어? 나 다음 주에 부산에서 공연 있는데.’

   ‘정말요? 그럼 그 때 갈가?’

   ‘응, 부산 와.’

  

 그 날 그녀는 부산에 출장이 있었고 그는 부산에 무대가 있었다. 완벽한 우연은 아니었지만 부산에서 만나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 맞춰 가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라도 바쁜 그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서로의 일이 모두 끝난 후 만나기로 했고 그의 일정이 모두 끝난 밤늦게 둘은 해운대 번화가에서 만났다. 타지에서 만난 그들은 밤을 함께 보내며 마침내 그 긴 시간의 서막을 끝내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마치 여행을 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어느 낭만적인 곳에서 서로의 이상형을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은 서로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서로를 알게 된지 12년 만에 세 번째 이어진 만남으로 그들은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였다. 안개 속에서 서로의 눈앞에 있어도 옷깃만 스치며 헤매다 12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서로를 정확히 발견했다.  

   그녀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고 기대하던 일이 이뤄져 좋으면서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고 불안했다. 엿가락 늘어지듯 길고 가늘게 이어지던 그들의 관계가 너무 갑작스럽게 가까워져서 일까, 정말 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인지 믿기지가 않기도 했고, 그는 그 동안 무슨 감정이었고 이제는 어떤 생각일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았다. 보통 이렇게 되면 초반에라도 연락도 자주하고, 자주 보게 되는데 거의 바쁜 스케줄에 그러지 못하고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인지 그녀는 다시 많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 먹었던 대로 긁어 부스럼 내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지켜봤으며, 다행히 시간이 지나도 그의 일관된 언행에 점점 그녀도 안정을 찾아갔다. 그녀는 원래 남녀 사이에서 인내의 끝을 달린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상대를 되도록 이해하려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서로 가까워지자 그의 삶과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모습이 정말 있는 그대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말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기도 했다. 집안을 책임지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일에 몰두 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해 고된 그가 안쓰러울 때도 많았다.

   또 타고난 성격과 하는 일 때문에, 문제를 만드는 것을 싫어해 문제가 될 만한 자리나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최대한 피하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부산 밀회는 타지이기도 해 가능했지만 같이 내려온 그의 동료들의 눈을 피해 만나려다 보니 둘만 시간을 숨어서 갖게 되다 보니 서로에게 몰입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 그리고 그는 어떤 일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힘든 상황이 닥쳐도 결국은 이겨내는 사람이었고, 좋은 일이 생겨도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 열심히 사는 그가 때로는 미워도 결국은 미워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관계에서 그녀가 가장 좋았던 점은 서로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고 반응할 줄 알았으며, 서로의 생각과 성향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서로의 조건을 따져 보고 계산하지 않았고 편견을 가지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 바라봐 주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었고, 그 이야기로 서로를 비춰 보거나 또 달리 재지 않았다.

   그녀는 또 다시 회사 문제로 많은 고민이 있었고 그만 두고 쉬는 기간도 있었지만, 그는 그런 것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고 잘 이겨 나갈 것이라고 믿어 주었다. 그 또한 그녀처럼 그의 일과 바쁜 스케줄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예전에는 항상 상대가 긴 기다림을 참지 못해 이별을 맞이해야만 했다. 사실 그녀의 기다림은 그의 삶에 대한 이해에서만 온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억압된 가정환경에 참고 인내하는 데 이골이 났기도 했고, 그녀 또한 많은 삶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가 짊어진 삶의 무게마저 짐작이 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가 좋았다.

  

  

   이런 그들의 또 다른 형태의 길고 가는 만남은 2년을 훌쩍 넘겼다. 물론 그와의 만남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그녀도 사람이고 여자였기 때문에 바쁜 그가 안쓰러우면서도,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하고 만남도 자주 갖지 못하는 것은 때때로 그녀를 외롭고 슬프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그의 사정은 알지 못하고 자주 만나지 못하는 그들의 관계를 보고 사귀는 게 맞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면 그의 마음은 도대체 나에게 있는 것은 맞을까 수없는 고민에 휩싸였다. 그리고 수많은 공연 퇴근길에 그를 향한 수많은 팬들의 선물 공세를 보면 내가 아니라도 챙겨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고, 그들이 오히려 그와 더 가까운 듯 보였다. 그녀는 공연을 보러 갔다가 기다리는 팬들을 만나기 전이나 팬들과의 만남까지 다 끝낸 그의 얼굴을 잠깐 보는 것이 만남의 전부였던 적이 많았다.

   한 번은 저녁 공연을 마치고 팬들과 만나기 전에 잠깐 얼굴 보기로 한 것을 잊은 그가 해맑은 얼굴로 팬들 앞에 나타나 싸인을 해주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에게 기다리고 있다는 톡을 보냈지만 시간이 지나도 보지 않아 홀로 공연장 로비에서 기다리던 그녀는 잊었구나 직감해 서둘러 공연장 건물을 빠져나왔는데 줄을 서 기다리던 팬들 앞에 그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라는 태양계에 그녀는 명왕성 쯤 된 느낌이었다. 가뭄에 콩나듯 만나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지… 기다리다 간다는 톡을 남기고 눈물을 머금고 집에 돌아오는 길,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를 잊었다는 것에 자신도 놀란 그는 바로 달려 오겠다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만나고 싶지 않다고 오지 말라고 했겠지만 오늘 보지 않으면 또 언제, 일주일이 될지 한 달이 될지 모르는 기다림이 있다는 걸 알기에 또 그럴 수 없었다. 마음이 상한채로 그 기다림을 견디기는 더 힘들 것이다.

   너무 속상했던 그녀는 모든 일정이 끝난 늦은 밤 한 걸음에 달려온 그와 만나 그 날 그 동안의 서운함을 털어 놓았고, 그 또한 잘못을 사죄했다. 누구 하나 어린애처럼 토라지거나 어린애한테 하듯 어루고 달래지 않았다. 한 번 끌어 안아주면 눈 녹듯 풀어질텐데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깔끔했다. 그녀는 이것이 성숙한 어른의 연애인가 싶어 약간 슬퍼지기도 했다. 그들 사이에 그녀가 바라는 만큼의 뜨거움이 있는 거 같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 서너개를 동시에 준비도 하고 서기도 하는 그가 또 안쓰러워져 적당히 하고 돌려보냈다. 그녀도 안다. 연애도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편해야 남도 챙길 수 있다. 자신이 발광해봤자 바뀌는 게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는 또 인내했다.

   그녀는 그를 만나지 못하고 있는 이 시간 그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알고 있기에 그녀는 힘든 시간이 오면 그 감정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녀 또한 자기 자신을 위한 노력에 힘을 쏟기로 했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에 그를 보면 그 외로움도, 서운함도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그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는 그 사람에게 단 한 사람인 게 좋았고 앞으로도 오랜 시간 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그들이 처음 만났던 안개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을 떠올리다 그에게 물어 본 적이 있다.

  

   “오빠, 우리 처음 영화 같이 본 날 내가 보다가 무서워 오빠 팔뚝 붙잡고 봤을 때 어땠어요?”

   “이 사람도 나한테 마음이 있구나 싶어서 좋았지 뭐.”

   “근데 왜 택시 태워 그냥 보냈어요? 저번에 10년 만에 만났을 때도 오빠가 그랬잖아요, 그 때 택시 태워 보내고 너무 아쉬웠다고. 아쉬운데 왜 보냈어요?”

   “그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정말? 난 오빠 보면서 뭐지 싶었는데.”

   “그럼 너라도 말 하지 넌 왜 그냥 갔어?”

   “그러게요. 우린 참 둘다 순진했네.”

  

   이런 바보 같던 과거도 함께 나눈, 될 듯 안 될 듯 했던 질긴 인연이기 때문일까, 그녀는 그가 특별하게 느껴지고 이 관계가 소중했다.

   그를 만나고 그녀에게는 전에 없던 버릇이 하나 생겼다. 바로 공연을 혼자 보러 가는 것이다. 물론 그가 서는 무대지만 말이다. 영화관에도 혼자 못 가고 식당에도 혼자 못 가는 그녀는 그가 서는 무대에는 언제든 혼자서 달려간다. 같이 볼 사람을 찾고 같이 갈 시간을 정하는데 애를 쓰기 보다는, 자신이 시간이 되는 날에 혼자 표를 끊고 때가 되면 찾아간다. 그를 보는 무대는 혼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객석에 홀로 앉아 있지만 공연장이 그로 꽉 찼다. 그의 바쁜 스케줄로 홀로 보내는 날이 더 많지만 언젠간  그녀의 삶도  그로 꽉 차는 날이 많아지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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