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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갔다
작가 : 청사진
작품등록일 : 2019.9.1

나이 서른하나, 브래지어 끈이 내려갈 일이라고는 브래지어 줄이 기분 나쁘게 쓱 한쪽으로 말려 내려갈때 말고는 없다! 단호하게, 없다! 그냥 제기랄, 없다! 그렇다, 아무것도 없던 적막한 인생에 구원처럼 나타나 한 줄기 빛처럼 살포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줄 그러한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사소하고도 기막힌 사랑 이야기이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13. 망가진 피부는 다시 재생되어도 망가진 마음은 속수무책.
작성일 : 19-11-10 19:50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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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망가진 피부는 다시 재생되는데 거대한 시간이 들고, 손상된 머리칼은 복구하는데 거대한 돈이 곱절로 들고, 신뢰가 어긋난 마음은... 그러니까 신뢰가 어긋난 망가진 마음은... 한 마디로.

 

  나는 퇴근 길, 집으로 돌아오며 종명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종명이에 대한 현재 내 마음의 상태는 회사 컴퓨터의 잔뜩 바이러스 먹은 상태, 메일함에 가득 차있던 스팸메일과도 같은 상태로 한마디로 맛이 간 상태였다...

 

  “맛이 가도 아주 단단히 갔지... 그렇게 좋은 남자를 두고 이런 마음이나 슬금슬금 찾아들고.”

 

  한숨 섞인 혼잣말을 내뱉고 있을 때, 옆에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아 함께 앉아있던 김주란씨가 이렇게 물어왔다.

 

  “뭐예요? 사랑고민?”

 

  아이쿠! 자고있는 줄 알고 혼자말도 슬그머니 했는데! 뭐야! 아까까지만 해도 꾸벅꾸벅 졸고 있더니 언제 눈을 뜨고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있느거람! 싶어 깜짝 놀란 표정을 짓자 김주란씨가 이렇게 말하였다.

 

  “거봐, 이렇게 표정도 못 숨기고 가만보면 이영선씨 완전 옆에서 챙겨줘야 하는 스타일이라니까. 이런 사람이 사장님한테는 못하겠습니다!!! 하면서 어떻게 대든건지 몰라.”

 

  나는 김주란씨의 그 말에

 

  “제가 또 언제 못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흥분해서 말했다고 그래요. 그냥... 부당하니까 한 마디 한거지...”라며 말하였다.

 

  그러자 김주란씨가 이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이거 봐, 이거 봐. 또!!! 이영선씨는 얼굴에 다 써 있어요. 아까 그건 뭐예요? 좋은 남자 어쩌구 한거. 사랑고민 맞죠?”

 

  나는 그렇게... 털어놓게 된 것이다. 나보다 두 살 많은 김주란씨에게 회사 동료를 떠나 친한 언니에게 의견을 구하듯 그렇게 그날의 ‘우리 꽃이’ 사건을!!! 털어놓게 된 것이다!

 

  돌아온 김주란씨의 아니 주란이 언니의 대답은 짧고도 명료했다.

 

  “우리 꽃이는 무슨. 아주 지랄이 풍년이네.”

 

  헉! 이 언니! 처음의 그 우아하게 셋팅된 머릿결과 우아하고 기품있는 모습은 어디가고... 이거 완전... 완전 내 스타일이다!

 

  “여자의 촉이라는 건 무서운 법이예요. 아마 슬프지만 영선씨 촉이 맞을 수가 있어...”

 

  한숨이 길게 나왔다. 촉이 맞다면 그건...

 

  “영선씨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이럴 땐 영선씨 마음이 가장 중용해요. 물어서라도 진실을 알거나, 아니면...”

  “아니면요?”

 

  빠르게 묻는 내 대답에 한 템포 늦게 주란이 언니는 이렇게 대꾸했다.

 

  “그냥 모른척 계속 가는거지. 속이 문드러지건 말건 일단 포장지는 계속 뜯어지지 않고 ‘좋은 상태’로.”

 

  좋은 상태라... 마음 속이 혼동스러웠다. 내 연애인데 내가 모르겠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지... 그렇게 마음 속에서 여러 질문들이 많아질 때 이제는 김주란씨가 아니라 주란이 언니로 자연스레 명칭이 바뀌어 버린 그 주란이 언니가 내릴때가 되었다며 버스 문쪽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버스 부저를 누르고는 내리기 직전 나를 빤히 바라보며 주란이 언니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영선씨, 고민하지 말고 마음 가는데로 해요. 딱, 오늘처럼! 사장님한테 대들던 그때 그 마음으로! 오케이?”

 

  오케이... 아마도... 오케이... 대들 듯 사랑하라는 뜻인가요? 대들때처럼 필사적으로 사랑하라는 말인가요?

 

  뜻은 몰라도 하나 선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이렇게 바이러스 가득 난 것 같은 엉망 된 마음으로는, 쌓여있는 스팸메일을 바라보는 콱 막힌듯한 엉킨 마음으로는 연애를 할 수는 없는 법! 망가진 마음처럼 속수무책의 연애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튼, 오케이! 그럼에도, 오케이! 어떻게든, 오케이! 내 사랑을 오케이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스스로 뿐! 그러므로 나는 그렇게 버스에 앉아 마음 가득 오케이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종명이에게 얼른 메시지를 보내두었다.

 

  당장 만나자고!

 

 ******************************

 

  “네가 알고 싶은 대답이 뭔데?”

 

  그날의 종명이는 지금까지 내가 많났던 무수하게 많았던 종명이 중에 제일 차갑고도 무뚝뚝했다. 내가 이미 지나가버린 사건을 다시 입방아에 꺼내 올려서였을까, 아니면... 종명이의 드러내고 싶지 않던 그 어떤 부분을 무참히 건드려서 였을까...

 

  “내가 그 날 분명 알고지내는 대학후배라고 영선이 너한테 선 그었잖아.”

 

  그렇기는 하다만... 나는 그저 듣고 싶었던 것 이다. ‘우리 꽃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그 단 하나의 신뢰를, 어떤 마음의 해답같은 것을 말이다.

 

  사랑은 늘 어려웠다. 학창시절 손 때 묻게 펼쳐 보았던 ‘수학의 정석’ 마냥 내게 사랑은 난해하고도 알 수 없는 부호와 공식들로 가득한 해답불과의 상태인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좋은 남자라고는 눈 씻고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하며 이래저래 자존감을 긁어먹는 사랑만을 줄곧 해왔던 지난 날의 연애들을 통해 내가 깨닳은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도 그냥 듣고 싶어. 이대로 넘어가면 이상한 구간에서 터질것같거든.”

 

  이상하게도 자그마한 불씨같은 것들을 꾹꾹 눌러 삼키고 감추다가 어느순간 돌아보면 활활 불타올라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진 불씨가 되어 마주치는 순간들이 많았다. 모든 것이 타버린 잿더미같아진 마음 속에 주저 앉아 나는 늘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기는 했을까?’ ‘아니, 그 보다 내 마음은 그를 좋아하기는 했나?’ 하는 물음들을 숱하고도 찌질하게 나를 향해 되내이며 묻고는 했었다. 그렇기에 그 자그마한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말자는 것이 나의 연애의 기초같은 것 이었다. 마음속에 물음표가 떠오른다면 당장 상대와 그 물음표가 무엇인지 어떠한 것인지 함께 풀 것.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영선이 너한테 사실 좀 실망이다. 다른 여자애들이랑 다르게 너가 쿨하다 생각해서 너랑 사귄거였는데... 이렇게까지 집요할 줄은 몰랐네... 그래, 너가 듣고 싶던 대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꽃이는 지난번에 내가 사귀었던 여자야. 그런데 이미 너 만나기 전의 일이었고 그리고 다 정리된 상태고.”

 

  잿더미같던 그 연애들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하나 더 있다. 지난 여자친구와 명료하게 선을 긋지 않는 남자와는 절대 만나지 말 것. 그것은 어떻게든 나에게로 걷잡을 수 없이 화살처럼 돌아와 나를 공격하고 마구 할 퀸다. 지난 여자친구의 잔상은 어떻게든 그렇게 남는다. 좋던 싫던. 그것은 이 연애라는 세계의 진리이자 불변의 법칙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는 하였다.

 

  그런데 나는 그날 정말 바보같이 종명이 앞에서 앉아서 이렇게 주절주절 떠들고 있는 나를 보았다. 나는 정말이지 그 순간만큼은 바보 중에 바보였다.

 

  “예쁜 이름을 지닌 사람이네...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을 이름...”

 

  나는 바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잿더미같던 연애에서 숱하게 배우고 익혔다고 생각했던 그 이론이 종명이한테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나는... 미련하게도 종명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여태껏 만났던 남자들중에 그 제일 ‘좋은남자’의 표본에 가까운 그 남자를 차마 놓칠 수 없었다. 종명이 마저 놓치면 나는 정말 산산히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깨어진 유리조각들처럼, 쏟아진 물컵의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가득 들었다. 그래서 나는 종명이를 꽉, 부여잡듯 이렇게 물었다.

 

  “정말 정리 된 거지...?”

 

  사랑은 구걸이 아니라던 어떤 연예인의 유명한 명언을 알면서도 나는 그 순간 반대편에 마주앉은 종명이에게 미련하게도 사랑을 구걸하고 있었다. 그 여자랑 끝낸 게 맞으면 나 좀 봐달라고.

 

  “이영선. 끝났으니까 널 만나는거지. 진짜 모르겠어? 연락하는 건... 그건 미안하지만... 꽃이랑 나는 연애를 떠나서 꽃이가 대학 신입생일때부터 거의 사 년 가까이를 CC로 사귀었어. 남녀 관계를 떠나서 제일 믿고 신뢰하는 친구같은 사이라고.”

 

  또 다. 저 꽃이라는 말만 들으면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게... 이런 내가 과연 이 고비를 넘기고 종명이와 더욱 애틋하고도 사랑넘치는 연애를 이어나아 갈 수 있을까? 정녕, 나는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랑을 갈구 하던 이 ‘을의자세’에서 반대 포지션 ‘갑의자세’로 자리를 옮길 수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나를 향해 되돌아왔다. 그러나 나는 안다... 이건 이미 진 싸움이다. 이 ‘을의연애’는 절대 ‘갑의연애’가 될 수 없음을 나는 암묵적으로 안다... 그럼에도 나는 종명이를 포기 할 수 없어 그렇게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종명이와의 연애 2차전에 손수 그렇게 발을 담구고 있었던 것이다. 빤히 보이는 ‘을의연애’임에도 참으로 미련하고도, 겁도 없이.

 
작가의 말
 

 글은 엉덩이의 힘으로 쓴다던데... 책상에 꿋꿋하게 달라붙어 엉덩이 힘으로 버티겠습니다!

 여러분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자주 찾아들수있도록, 그리고 빛날수있도록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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