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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혼사유
작가 : Giulia
작품등록일 : 2019.11.10

나는 나이 39세에 아직 미혼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일부 여자, 남자에 대한 자화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주변에서 내 삶이 평범하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찌 보면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이다. 특히  내 미혼 상태에 대한 궁금함을 표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 그 궁금함은 자신들과 다른 내 삶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온다. 사회가 많이 변한 거 같으면서도 아직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많다. 사실 굳이 이해를 바라지도 않지만 그들은 내 삶을 굳이 전통적인 방식에 맞추려고 안달이다.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나도 모를 이 소설을 쓰면서 추억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나를 또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니 이것만으로도 흡족하다. 하고 싶은 결혼을 못 했지만 후회는 되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나도 한 번 성숙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아무튼 멀쩡하게 생겨서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이 되었으면 하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에만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10. 사랑의 불청객, 부모라는 이름.
작성일 : 19-11-10 19:48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9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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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는 평소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회사 생활로 인해 여의치 않았다. 그 중 하나가 서핑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물을 좋아했던 그녀는 서핑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한국에 서핑 문화 자체가 미비했고, 서울을 벗어나 살아 본 적이 없어서 그저 막연한 바람에 불과했다. 그녀가 잠깐이라도 나가 살았던 캐나다와 런던의 도시에서도 서핑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영화에서 한 장면이라도 나오면 가슴이 두근 거리는 게 전부였다. 부산에 사는 친구들이 몇 년 전부터 서핑을 시작해 SNS에 사진을 올리면서부터 그녀의 마음에 불을 지피고 있었지만 부산에 자주 내려갈 수 없었기 때문에 배울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부산에 사는 친구들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서른 중반이 되어서 예기치 않게 기회가 찾아왔다. 그녀는 패션 잡화 브랜드로 이직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부산 L야구단에 후원을 하고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은 행사로 인해 부산에 내려가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서핑을 배워 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6월 중순,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행히 행사는 보통 금요일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행사 후 주말 내내 서핑을 배우고 서울에 올라올 작정이었다. 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음을 먹은 그녀는 일단 서핑을 먼저 시작한 부산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다음 주부터 부산에 정기적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먼저 알리고 서핑을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봤다. 친구는 서핑샵에서 진행하는 강습을 추천해 줬지만 자주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에 진득하게 배울 수 있는 개인 강습이 받고 싶었다. 친구는 대안도 쉽게 제시해 줬다. 마침 지인이 운영하는 서핑샵에서 다음 달부터 강습 코치로 당분간 일을 도와주기로 한 친한 남자 동생이 있는데 업무를 시작해 바빠지기 전에 개인 강습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20대 후반에 키도 크고 성격도 좋아 강습 받을 만 할 거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G는 이왕 배우는데 눈이 즐거우면 좋다고 농담을 하며 마침 잘됐다며 맞장구를 쳤다. 일정이 되는지는 친구가 물어봐 주기로 했다. 친구는 고맙게도 그 동생에게 미리 연락해 일정을 잡아 줬고 부산에 내려가 강습 전에 연락하라고 연락처를 넘겨줬다. 부산에 내려가려면 아직 2주 정도가 남았던 터라 그녀는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내려갈 때쯤 연락하려고 했다. 그런데 한 주가 지났을 무렵, 그녀가 먼저 연락하기 전에 그에게서 먼저 톡이 왔다.

  

   ‘안녕하세요, 누나한테 연락처 받았어요.’

   ‘안녕하세요, 먼저 연락 주셨네요.’

   ‘서핑 처음이라면서요.’

   ‘네, 게다가 제가 일한다고 운동 안 한지 한참이라... 잘 부탁드려요.하하하...’

   ‘걱정 마세요. 제가 잘 가르쳐 드릴게요. 부산에 오시면 편하게 연락 주세요.’

   ‘네 그럴게요. 연락 줘서 고마워요.’

  

   성격 좋고 재미있는 동생이라더니 먼저 연락도 하고 붙임성이 있어 보여 다행이었다. 낯을 살짝 가리는 G는 서핑을 배울 생각에 기대감도 컸지만 딱 붙는 웨트슈트를 입고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강습을 혼자 받아야 한다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래도 서핑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부산에 가는 날까지 설렘이 가시지 않았다.

  

  

   한 주가 지난 금요일 그녀는 오전에 드디어 부산에 내려갔고 할 일을 먼저 처리했다. 상사와 부하 직원과 함께 부산 사직 구장에 들러 L야구단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미팅을 한 후 경기 전 이달의 선수 VIP 시상을 지켜봤다. 그녀의 상사가 마운드 올라가 시상을 했고 수상한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브랜드 홍보에 쓰일 사진이었다. 그러고 나서 경기를 일부 지켜봤다. 사직 구장의 열기는 대단했다. 선수들 마다 따로 있는 응원가도 재미있었다. 이 맛에 야구를 보는 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내일 처음으로 경험할 서핑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루가 빨리 지나갔으면 했다.

  

   ‘내일 오시는 거죠?’

  

   저녁에 개인 강습을 해주기로 한 코치에게서 톡이 한 번 더 왔다.

  

   ‘네, 내일 오전 일찍 가도록 할게요. 내일 봬요!’

  

   다음 날 오전 그녀는 부산 송정에 있는 서핑샵으로 출발했다. 샵에 들어서자 사장님과 강습을 해주기로 한 강습 코치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핑 강습을 받기 위해 장비를 빌려 웨트슈트로 갈아입었다. 강습을 하기 위해 웨트슈트로 갈아입은 코치는 키도 크고 몸이 굉장히 다부졌다. 슈트를 허리까지만 걸쳐 노출된 그의 상반신은 큰 키에 걸맞게 길고 호리호리 하면서도 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었고, 햇볕에 자연스럽게 탄 구릿빛 피부 덕에 더욱 건강해 보였다. 강습 받을 만 할 거라는 친구의 말이 생각이 나 혼자 피식 웃었다.

   강습은 이론과 실전으로 나뉘는데 마침 초여름이기도 하고 개인 강습을 개인적으로 잡은 것이기 때문에 이론도 샵이 아닌 바닷가에 나가서 하기로 했다. 실전 강습을 위해서는 자기가 탈 서핑 보드를 바닷가까지 들고 나가야 했다. 서핑 보드가 사람 키보다도 훨씬 커 속으로 놀란 그녀를 뒤로하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드 두 개를 양옆으로 들더니 따라오라며 앞장섰다. 무거워 보이는 보드 두 개를 들고 가는 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여 같이 들자고 했지만 그는 괜찮다며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바닷가에 우뚝 솟아 걷는 그가 매우 듬직해 보였다.

   서핑 붐이 아직은 크게 일지 않아 아직 사람도 많이 없고 햇살도 적당히 좋은 강습하기 딱 좋은 여름 날씨였다. 송정 해변은 해운대 해변보다 운치 있었고 대학교 이후로 휴가로도 바닷가에는 거의 간 적이 없었던 터라 바닷바람과 모래의 감촉은 설레는 마음을 더 들뜨게 했다. 바닷가 모래 한 가운데에 마주 보고 앉아 이론을 들었다. 그의 부산 억양이 재미있었다. 그는 모래를 이용해 여러 가지 예를 들어주며 서핑 용어 및 안전 수칙에 관해 그는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실전을 위해 딱 달라붙는 웨트슈트를 입고 모래 위에 보드에 엎드려 패들링 연습을 할 때는 조금 민망했다. 뭐 다들 그렇게 한다기에 얼굴을 붉히며 열심히 모래 바닥들 파 댔다. 특히 엎드려 있다 ‘업‘ 하는 소리와 함께 보드 위로 튀어 올라 중심을 잡고 일어서는 동작을 할 때는 너무 창피해 모래 속으로 다이빙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럴 땐 차라리 같이 강습 받는 사람이 많았으면 싶었다.

   드디어 바닷물에 들어갈 차례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물을 좋아해 친오빠와 바닷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였지만 보드와 함께 들어가는 바다는 조금 무서웠다. 보드의 큰 면적 때문에 바람과 파도에 보드는 쉽게 밀리고 뒤집혔다. 보드를 잘못 잡고 있다가는 보드에 맞아 다칠 수도 있었다. 코치는 이런 경험이 처음인 그녀를 위해 보드를 잡아 주기도 하고 밀어주기도 하며 보호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었다. 특히 그녀가 엎드려 있는 보드를 옆으로 끼듯 잡아 이동할 때에는 나이 어린 동생이 아니라 든든한 보디가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보통 강습은 두어 시간 만에 끝나기 마련인데 그는 거의 하루 종일 가르쳐주고 밀어주며 많은 시간을 보내 주었다. 그녀는 신경을 많이 써 준 그가 고마워 강습이 끝나고 밥을 샀다. 강습을 연결시켜 준 친구도 함께했다. 친구와는 G와 함께 아는 동생이 일하는 바의 칵테일 한 잔을 마지막으로 헤어졌고, G와 코치는 꼬치 집에서 한 잔을 더 했다. 사실 그 때까지도 그녀의 낯가림 때문에 둘 사이에 아직은 서먹함이 남아 있어 내일 강습을 위해 약간은 가까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그가 제안한 것이었다.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나눈 후 그는 그녀가 묵는 호텔까지 바래다주었고 둘은 다음 날 강습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두 번째 날도 강습을 받기로 한 날이었지만 오후부터는 그가 바빴다. 샵에 예상하지 못한 강습 손님이 몰리면서 원래 근무하기로 한 날은 그 다음 날이지만 그 날부터 강습을 맡아 주길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일하기로 한 샵의 부탁이라 그도 거절하기 어려웠고 그녀도 양해해 주었다. 어차피 서핑은 혼자 하는 거라 혼자 연습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생각됐다. 그런 그녀에게 미안했는지 그는 강습을 하는 중간에도 그녀를 지켜 봐 주었고 강습생들 사이에 끼워서 그녀를 같이 봐 주기도 했다. 늦은 오후가 되어 그녀가 서울에 올라갈 시간이 되자 앞으로도 개인적으로 봐 줄 테니 부담 없이 오라는 말을 건넸다. 그의 이런 배려에 또 다시 고마움을 느꼈다. 다음을 또 기약하며 그녀는 아쉬움을 가득 안은 채 샵을 떠났다.  

   그 후 그녀는 행사가 없는 주말에도 서핑을 하기 위해 한 두 번씩 더 내려갔다. 초반에 낯을 좀 가리는 그녀였지만 신경 써 주는 그가 있어 마음 편하게 내려 갈 수 있었다. 그녀가 가면 반갑게 맡아 주고 강습 이외 남는 자투리 시간에는 혼자서 연습하는 그녀를 봐 주었다. 서핑으로 알게 된 둘은 하루 종일 바다에 몸을 맡기기도 하고 끼니도 같이 때우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가까워져 결국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톡으로 연락할 때 만해도, 처음 강습을 받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특히 그가 그녀보다 8살 아래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만난 터라 로맨스는 생각하지도 않고 내려간 부산이었다.

   하지만 운치 있는 바닷가에서 만난, 자기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그는 마치 미지의 세계 같았다. 서울에서 하얗고 말랑말랑 한 사람들만 보다 거침없고 여유 있는 그를 보니 야생에 사는 한 마리 말이 떠올랐다. 그녀 자체도 하얗고 말랑말랑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서로 다른 점이 오히려 매력으로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샵 사람들과도 친해져 부산에 갈 때마다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서핑을 하며 만난 부산 사람들은 모두 유쾌하고 정이 많았다.

  

  

   그와 사귀게 되어 그에 대해 더 알게 되니 그는 더 매력적이었다. 그의 다부진 몸은 서핑 때문도 있었지만 막 직업군인에서 전역한 탓이기도 했다. 그의 믿음직스러운 강습 스타일도 거기서 나왔구나 생각됐다. 어리고 장난스럽다가도 강습을 시작하면 카리스마 있게 끌고 나갔다. 어리지만 듬직해 보이는 이유였다. 그리고 넉넉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자신감이 있고 좋은 성격을 지닌 것 같았다. 그녀는 우연히 그의 가족들과 마주치게 되어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를 믿어 주고 지원하는 가족이 있었고 좋아 보였다. 자신의 사업을 할 생각으로 군인이라는 직업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자신감,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고함도 거기서 나온 듯 했다.

   엄한 부모 밑에서 움츠리고 자란 그녀에게는 부러운 점이기도 했다. 그녀는 항상 억눌려 자라 오면서 눈치만 늘었고 집안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자랑거리가 될 만한 착한 딸이 되고 싶기도 했었다. IMF가 와 전국이 뒤숭숭해 지자 전공도 집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선택했다. 물론 강요는 아니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집에 도움이 되고 싶어 졸업하자마자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쉬지 않고 회사 생활을 해 왔다. 그래서 종종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왔나 허무하기도 했고 후회가 밀려오곤 했다. 내가 가는 길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도 항상 도돌이표처럼 돌아왔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녀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었다. 그녀가 회사 생활로 힘들어 하면 실질적으로 도와 줄 수는 없지만 언제나 와서 쉬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물론 자주 만나지 못하니 종종 토라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무리 좋아한다 해도 그가 8살 연하라는 사실을 완전 망각하고 만날 수는 없었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결혼에 대한 압박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장점만 보기로 했다. 결과는 생각하지 않고 난생 처음으로 어떤 다른 계산 없이 마음 가는대로 해 보기로 했다. 그는 그런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보다 어린만큼 그녀보다 당당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자신의 연애 사실을 알리는데 거리낌이 없었고 그의 태그로 그녀 주변 사람들도 그녀의 연애 소식을 알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만날 때마다 꼬치꼬치 캐물었고 만나는 남자가 저 멀리 부산에 사는 8살 연하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랬다. 모두 나이가 들면 으레 걱정해 주는 그녀의 결혼을 염두에 둔 걱정이었다. 그녀도 그와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 그동안 연애 사실을 먼저 밝히지 못했지만 그의 말 한 마디에 자신감을 얻었다. 가을을 지나갈 때쯤, 그는 그녀에게 놀랄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 나이도 있고 하니까 우리 이렇게 계속 잘 만나게 된다면 내년 가을쯤 결혼할까?”

  

 평소 장난기 많아 마냥 장난처럼 만나는 줄 알았던 그의 예상치 못한 진지한 얘기에 그녀는 어리둥절하면서도 그녀를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고마웠다.  

   서로 결혼을 확실하게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둘의 마음은 조금씩 견고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도 나이 차이로 인한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을 어떻게 볼 지 그녀의 부모님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다가올 봄에 치러질 G의 친오빠 결혼식을 계기로 그의 얼굴을 그녀의 부모님에게 비추기로 결정했다. 그녀의 친오빠는 늦겨울 쯤 여자 친구와 부산을 방문해 안면이 있었고, 동생이 왜 그를 좋아하고 만나게 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봤던 장점을 오빠도 봤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생겼다. 그가 나이는 어리지만 그의 됨됨이를 보고 그녀의 부모님도 결국은 좋게 생각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결전의 날을 위해 마음을 다지고 준비했다.

  

  

   하지만 일은 뜻하지 않게 흘러갔다. 결혼식 당일에 부모님이 놀랄까 봐 사전에 남자 친구가 올 거라는 얘기를 하자 그녀의 아버지는 다른 이들처럼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고, 나이가 8살이나 어리다는 이야기와 서핑을 한다는 이야기에 이미 편견을 가졌다. 그를 못마땅해 했다.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생각에 따르는, 결국 그녀의 부모도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다른 권위적인 어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냥 그런 부모였다. 나의 부모라는 사람들은 어리다고 무턱대고 편견을 갖는 게 아니라 적어도 대화를 해 보고 더 자세히 알아본 다음 평가하는 합리적인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당장 결혼한다는 것도 아니고 잘 만나다 보면 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에 그녀의 아버지는 혼자 온갖 나쁜 상상을 다 하며 헤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까지 하는 꽉 막힌 사람이었다. 어린 남자와 결혼하면 바람피운다는 그 구태의연한 발상 때문이었다. 옛날에는 연상 연하 커플이 많지 않아 그런 케이스가 생기면 소문이 나고 부풀려졌을 것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따져 보면 과연 바람피우는 연하가 많을, 동갑이나 연상이 많을까?  

   아버지는 아는 사람이 연하랑 결혼 했다가 평생을 울고 살았다는 주변 한두 사람의 케이스로 연하와의 결혼을 최악으로 단정시키고 일반화시켰다. 들을수록 대화가 하기 싫어졌다. 내가 현재를 살고 있는데 왜 과거의 남 얘기를 내 삶에 적용시켜야 하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했다. 아버지는 차라리 평생 혼자 살라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원래 아버지와의 대화는 일방통행이었지만 합리적인 사고조차도 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면 달라질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내가 만나는 그는 분명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었고, 서로 만나 기분 나쁘지 않게 대화를 할 정도로 자신의 부모가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 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혼식 당일은 더 가관이었다.

  

 “너냐?”

  

 그래도 아들 결혼을 축하해 주러 온 사람인데 그녀의 아버지는 그를 보자마자 이 한 마디와 함께 다짜고짜 인상을 쓰고 쳐다보며 그를 무시하는 표정과 태도를 취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남편의 눈치를 보느라 그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이니 정중한 분위기는 있을 줄 알았다. 결혼식에서는 안면만 트고 그 다음 날정도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눠 볼 것이라 예상했었다. 설마 그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던 아직 서른도 안 된 그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그런 벌레 같은 취급을 받는 게 처음이었다. 집에서도 군대에서도 사회에서도 그는 항상 유쾌한 사람이었고 대우 받은 사람이었다.

   그 날 저녁 서울에 잡은 그의 숙소에 들른 그녀는 정신적으로 무너져 있는 그와 마주했다. 먼저 숙소에 돌아 온 그는 그녀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잠을 잤다. 하지만 친척들에게 인사하느라 그가 겪었던 상황과 그의 마음 상태를 모르고 있었던 그녀는 그를 굳이 깨웠다. 항상 부산에서만 만나 왔기 때문에 서울 데이트가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도대체 일어나기 싫어했고 그녀도 기분이 상했다. 겨우 겨우 일어나 힘겹게 말을 꺼낸 그는 그녀의 부모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부모가 부끄러웠고 그에게 너무 미안했다. 입장을 바꿔 놓고 거꾸로 그의 부모에게 자신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내가 겪었다면 나는 어떤 정신 상태였을까 상상이 갔다. 그 날 그들 사이에 작은 금이 생겼고 그 금은 하루하루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그 때부터 둘은 비극적인 결말에 더 무게를 뒀을지 모른다. 게다가 그녀가 인생의 하향 곡선을 탔는지 그 후 한 달도 안 돼서 다니기 힘들어하던 회사 문제가 극에 달했다. 회사 내 성희롱 문제, 정치 싸움 등에 녹다운이 됐고 결국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힘들어도 부산에 가서 남자 친구도 만나고 서핑을 하며 스트레스도 덜고 견디고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남자 친구와도 다른 사소한 문제로 갈등을 겪게 되었다. 관계에 금이 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 사건을 계기로 연락이 끊기게 되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둘 다 서로를 붙잡을 수가 없었다. 사실 오빠의 결혼식 이후로 그들의 생각과 태도가 그 전과 같을 수는 없었다. 그는 그녀의 부모와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었고, 그녀는 그에게 상처를 준 부모 때문에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퇴사와 이별을 동시에 하게 된 그녀의 마음에도 상처가 깊었다.

   그녀는 부산에 있는 또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산에 당분간 내려갈 일이 없을 거 같아 서핑샵에 두고 온 자신의 짐을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친구는 그녀와 서핑을 같이 시작해 모든 걸 같이 봐 왔던 터라 G의 전화를 받자마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친구는 몇 주 동안 상황이 평소와 같이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조심스러워 연락을 못 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동안의 사건을 친구에게 설명했다. 눈물이 나고 울먹이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는 어쩐지 그도 힘들어 하더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장난스러운 평상시 모습이 아닌 눈물이 날 것처럼 바다를 바라보며 형들의 장난도 받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혼식 사건만 아니었으면 그 얘기를 듣고 당장 그에게 전화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의 집으로 달려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미안한 마음에 그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그가 마음 아프면서도 이해가 됐다. 둘은 그렇게 힘겹게 서로를 떨쳐 냈다. 다만 긍정적이고 쾌활한 그는 빠르게 회복해 자신의 삶을 또 다시 적극적으로 이끌어 갔지만 그와 와 반대인 G는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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