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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혼사유
작가 : Giulia
작품등록일 : 2019.11.10

나는 나이 39세에 아직 미혼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일부 여자, 남자에 대한 자화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주변에서 내 삶이 평범하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찌 보면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이다. 특히  내 미혼 상태에 대한 궁금함을 표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 그 궁금함은 자신들과 다른 내 삶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온다. 사회가 많이 변한 거 같으면서도 아직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많다. 사실 굳이 이해를 바라지도 않지만 그들은 내 삶을 굳이 전통적인 방식에 맞추려고 안달이다.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나도 모를 이 소설을 쓰면서 추억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나를 또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니 이것만으로도 흡족하다. 하고 싶은 결혼을 못 했지만 후회는 되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나도 한 번 성숙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아무튼 멀쩡하게 생겨서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이 되었으면 하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에만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7. 나쁜 남자는 되기 싫고...
작성일 : 19-11-10 19:22     조회 : 227     추천 : 0     분량 : 7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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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가 넘어 가고 연애에 계속 실패하자 G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나이는 점점 먹어 가는데 도대체 내 짝은 있기나 할까 두렵기도 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 갈 때마다 그나마 안하던 소개팅 주선도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어머니가 보라는 선 자리에 식사나 한 끼 얻어먹으러 나가자 하는 마음으로 나가기 시작한 이유는, 주변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 연애도 하지 못하니 정말 이 방법 밖에 없나 싶기도 했고, 한편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도 생겼다. 그녀의 어머니도 만나 봐서 별로면 안 만나면 된다고 회유했다. 그녀는 그 말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갔다.

   하지만 어른이 주선하는 선이라는 것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어른들은 사람을 보지도 않고 조건부터 내세우며 괜찮은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여자는 외모이고 남자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세계관을 여실히 보여주듯이 그녀에게만 사진을 요구했고, 남자는 눈, 코, 입, 사지만 다 붙어 있으면 남자답고 잘생겼다고 했다. 뭐 보는 눈은 다르니 그럴 수 있다. 어른들도 이렇게 그녀의 취향을 존중해 주면 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그녀가 남자를 거절하면 까다롭다며 모든 것을 그녀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세 번 만나면 달라질 수 있다는 말도 수백 번은 들은 거 같다. 사람의 취향과 마음은 존중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들의 주선이 성사되기만 하면 다인 것 같았다. 하지만 취향이 뚜렷한 G는 처음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말투, 행동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이 보였다. 성급한 판단일 때도 물론 있겠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사람 저사람 만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보이게 됐다. 좋지도 않은 사람을 만나 시간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세 번째 만남에 좋아진 경우도 있다던데 그건 그 사람의 경우일 뿐이다. 세 번 만나도 안 좋아졌던 케이스가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좋게 변했던 예시만 들먹이며 세 번은 만나 보라 종용했다. 싫던 마음이 갑자기 좋게 변한 사람은 그녀의 입장에서는 취향도 없고 우유부단한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그녀는 특히나 대화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 제일 싫었다. 말도 못해 어색한 침묵이 흐르게 하는 것도 싫었지만 서로에 대해 알아 가기 위해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것인데, 저 사람의 경우는 그랬구나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 말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마음에도 안 드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뭐 하러 거짓말을 하겠는가? 만약 마음에 들었다면 그녀는 더더욱 진실을 말할 성격이었다. 그리고 최악의 남자는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생각 안 하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어머니에게 초로로 가서는 모든 것이 여자 탓인 냥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줏대 없는 남자였다. 나이가 몇인데...

  

  

   어머니는 그녀가 선 자리에 몇 번 나가자 자꾸 건수를 만들었다. 그 동안은 거절해 왔지만 어머니 말 대로 한 번 만나고 맘에 안 들면 안 만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 또 쉽게 나갈 수 있었다. 선 자리를 거절하면서 어쩔 수 없게 하게 되는 어머니와의 말다툼도 피하고 싶었다. 처음으로 선 자리에 괜찮은 남자가 나온 날도 별 생각 없이 나갔던 날이었다. 그는 집안이 좋고 H건설에 다니는 등 어른들이 좋아할 만은 조건도 갖췄고 무엇보다 키가 크고 미남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한 번에 훔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선 자리에 웬일인가 싶었다.

   그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는지 연락도 하고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그녀의 말을 들어 줬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고 싶어 했다. 괜찮은 남자의 이런 노력에 안 넘어 갈 여자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도 그를 한 번 만나 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그는 많은 노력을 했다. 퇴근하고 그녀의 회사로 찾아와 저녁을 먹기도 하고, 주말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전시를 같이 보러 가며 그녀의 취향을 따라가 보려고 노력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 커플에게 소개까지 하고 커플끼리 스키장에도 갔다. 좋은 레스토랑도 데려가고 만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물도 챙겨 주곤 했다. 그렇게 그들은 3개월 남짓을 만나고 있었고 그 만남은 별 탈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남자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화를 받지도 않았고 문자를 해도 답이 없었다. 처음엔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됐지만 연락이 되지 않는 날이 길어질수록 연락을 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녀의 취향을 맞추려고 너무 무리한 탓에 그는 지쳐 버리고 만 것일까. 정작 그녀는 자신에게 맞춰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아니면 조건을 저울질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무튼 그는 비겁하고 예의 없는 사람이었다. 어른들의 주선으로 만난 사람인데 연락을 안 하는 것으로 이별을 통보하다니 말이다. 어릴 때나 하던 짓이었다. 30이 넘도록 나쁜 놈 되기 싫어 헤어지자고 말도 못하는 말로만 듣던 나약한 겁쟁이였다. 이전 여자 친구들도 그렇게 헤어진 듯 들리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자신도 당할 줄은 몰랐다. 차라리 말을 해주었더라면 그녀도 처음부터 걱정하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됐는데 정말 괘씸했다.

   돌아서면 그만인 그녀는 처음으로 이유가 궁금했다. 자기가 좋다고 번개처럼 다가와 바라지도 않은 열정을 마구 쏟아 놓더니 인어 공주도 아니고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 이유가 말이다. 그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다 사라져 버리니 그녀와 어머니는 갖가지 추측을 하게 돼 버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참지 못하고 그 선 자리 주선자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설명했고 이유를 알아보라고 부탁했다. 나중에 그 사람을 통해 들은 얘기는 가관이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핑계였으리라.

   그의 집은 기독교 집안이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믿음이 깊어 예언의 은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기도를 받으러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기도를 하더니 아들이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는 짝이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 웃음도 헛웃음만 나왔다. 점쟁이에게 점 보러 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교회를 다니면서도 점 보러 다닌다는 말은 들었어도 예언자라니 처음 듣는 소리였다. 오래 사니 별 일을 다 겪는다는 말을 실감한 날이었다. 그 일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상한 집안과 엮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 선을 주선한 사람은 미안했는지 한 번의 선을 더 주선해 주었다. 미국에서 범죄학을 공부하고 온 유학파라 했다. 전문 분야가 생소하고 딱히 마음에 들지도 않았지만 미안해 굳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하니 받아들였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워진 상태였다. 그녀는 잠시 회사를 그만두고 쉬며 통번역 일을 프리렌서처럼 하고 있었는데 주선자가 잘못 전한 것인지 남자네 집에서 잘못 이해한 것인지 그 남자는 만나자 마자 대뜸 통역사냐며 물었다. 그의 질문에 약간 짜증이 났다. 예전부터 그녀가 디자인학과를 나왔다고 그녀의 직업을 디자이너라고 마음대로 추측하고 전달하는 어른들 때문에 항상 직업을 정정했어야 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게 사실이니까.

   대화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유학파라는 이유로 한국 문화를 잘 몰라 그녀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좀 우스웠다. 다 커서 뒤늦게 대학을 외국으로 간 건데 뭘 그리 못 알아듣는 지 말이다. 꼭 자신이 유학파라는 것을 강조하는 느낌이었다. 서로 직장 생활 이야기를 하게 되어 그녀는 자신이 만난 이상한 상사와의 해프닝을 이야기 해 주었는데 그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에이, 보통 안 그러지 않나?

  

   남의 경험을 무시하는 그의 반응에 어이가 없었다. G는 세상만사 그렇게 다 알거면 왜 물어봤냐고 되묻고 싶었다. 특이한 해프닝이니 이야기 거리가 되는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주선해 준 자리이고 분위기가 험악해 질 거 같아 꾹 참았다. 이런 식의 답답한 대화가 조금 더 오갔고 그녀는 더 이상의 대화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식사 후 차까지 마시자는 그의 말을 대충 따라 준 후 듣는 둥 마는 둥 말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에 돌아왔다. 다시는 안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난 후 그녀의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다. 주선자였다. 주선자는 도대체 뭐라고 했기에 자기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냐고 다짜고짜 따졌다. 얘길 들어보니 통역사가 아니라고 대답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 남자는 집에 가자마자 어머니한테 초로로 달려가 일러바치는 최악의 남자였던 것이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 남자였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이야길 전했는지 또 그의 어머니는 바로 주선자에게 전화해 따졌다고 한다. 모전 자전이 따로 없었다.

   주선자에게 더 기분이 나빴던 것은 자신이 처음에 소개한 남자가 비겁하고 예의 없이 연락을 끊은 것을 두고는 남녀가 만나면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러냐며 남자 편을 들더니 이번에는 아무 잘못 없는 그녀에게 다짜고짜 화를 낸 것이다. 그럼 거짓말을 했어야 했다는 것인가? 도대체 화를 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정보를 잘못 전달한 자신의 잘못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서로 안 좋은 기억으로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들 같아서 그녀는 그 남자의 연락처를 바로 삭제했다. 어머니와 가까웠던 그 주선자도 그 후로 연락이 뜸해졌다.

  

  

   몇 개월이 지난 후 그녀의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소개로 연락한 사람입니다. 연락이 좀 늦었죠?”

  

   어머니가 말도 안하고 선 자리를 만든 것 같아 짜증이 났지만 연락까지 온 마당에 어쩔 도리가 없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정중하게 전화를 받았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이번 토요일에 시간 어떠세요?”

   “시간 괜찮을 거 같네요.”

   “그럼 저녁 같이 하시죠.”

   “네, 그래요.”

  

   G는 전화를 끊은 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력이 좋은 그녀는 목소리를 듣고 범죄학 전공의 그 사람이 떠올랐지만 서로 그렇게 안 좋았는데 설마 하는 생각에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인가 보다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 레스토랑 앞에서 마주친 사람은 최악의 그 남자였다. 당황스러운 그녀와는 달리 그는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저녁을 먹지 않고 바로 돌아올까도 생각했지만 다시 만나자고 한 이유가 궁금해 같이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시키고 나서 어색하게 웃던 그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다. 다른 여자를 소개 받기로 해 전화번호를 받아 놨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전화를 못 하고 있다가 G의 번호를 그 여자의 번호로 착각해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자기도 목소리를 듣고 잘못 전화를 걸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왕 연락이 됐고 이런 것도 인연이지 않을까 생각이 되어 모르는 척하고 약속을 잡았다는 것이다. 집에 가자마자 어머니에게 다 일러바쳐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어 놓고는 인연이라니... 그리고 전화를 잘 못 걸었으면 잘 못 걸었다고 끊으면 그만이지 굳이 싫은 사람을 만날 필요는 없었다.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그녀가 마음에 남았던 것이다.  

   그녀는 그 당시의 상황을 기억 못하냐고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그는 정말 몰랐던 것처럼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그녀는 그 날의 일을 얘기해 주었다. 그날의 일을 떠올리자 화가 점점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그러자 자신이 어머니한테 얘기한 것은 맞지만 나쁜 뜻으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머니는 왜 그렇게 노한 거냐고 묻자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그의 핑계도 그 상황도 그녀는 이해할 마음이 없었다. 차라리 자신의 마음을 사실대로 말 했으면 그래도 기분은 덜 나빴을 것이다. 여차저차 오해가 있었고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황이 돌아갔다고 말했으면 받아 줄 마음은 없어도 사람은 진실 되다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표정에 기분 나쁨이 드러났다. 상황이 안 좋다 생각한 그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식사나 하고 나가자고 했고 때마침 음식이 나왔다. 그냥 나갈까도 생각했지만 여기까지 나온 게 억울해 말없이 음식을 꾸역꾸역 먹고 헤어졌다. 이번엔 차는 마시러 가지 않았다.

  

  

                               ----------------

  

  

   한 번은 아들을 장가보내고 싶어 하는 어떤 부부의 간절하고 지속적인 부탁으로 선 자리에 나간 적이 있었다. G에 대한 정보를 듣더니 너무 마음에 든다며 어머니에게 자꾸 연락해 간절하게 부탁을 했다. 어머니는 민망해 그냥 한 번 나가 주라고 그녀를 설득했다. 마지못해 선을 수락하자 이번에는 선을 보기 전에 자기가 먼저 만나보고 싶다며 남자의 아버지가 그녀의 집 근처까지 찾아왔다. 아들이 결혼할 여자라고 김칫국을 마시니 검증이라도 하고 싶었나 보다. 이럴 거면 애걸복걸 하지나 말던지. 남자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안정적인 자신들의 집안과 아들의 직업을 어필하고 돌아갔다.  

  

  

   ‘S대 바보’처럼 그 남자도 음식을 두고 고사지내는 타입이었다. 금융계 차장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말을 못해서 일은 도대체 어떻게 할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심지어 약속 시간에 늦는 것까지 어쩜 그렇게 똑같을까. 선보는 날 아침에 등산을 갔다 오느라 대낮에 잡은 약속에 늦었다는 말에는 생각은 있는 사람인지 화가 났다. 하지만 그것도 모자라 내려와서 막걸리도 한 잔 걸치시고 집에 돌아가 낮잠까지 자다 늦었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남자는 바보를 넘어서 돌덩이가 된 듯 했다.

   간단히 먹고 헤어진 그녀는 화를 식히기 위해 신사동 가로수길을 걸었다. 선을 거기서 보길 잘 했다 싶었다. 살 마음도 없으면서 보이는 옷집 마다 들어가 구경을 했다. 빨리 다른 생각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온 그녀는 어머니에게 가 다시는 선을 보라고 하지 말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쪽 부모에게 연락이 오자 우리 딸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녀의 의사를 전달했다.

   며칠 후 남자의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테니 자기 부부를 만나 달라며 그녀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어른이 하는 간절한 부탁에 또 마지못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을지로의 L호텔로 나오라 했다. 호텔이라... 부잣집 마나님이 같이 나오시나 보다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의 어머니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아줌마였다. 머리에 힘도 주고 한껏 차려 입고 명품 백을 하나 끼고 등장했다. 그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먼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담스러웠다. 그러더니 자신들의 아들의 문제가 뭔지 솔직하게 말해 달랬다. 다시 볼 마음이 없으니 그녀는 솔직하게 다 말을 했다. 마흔이 다 되가는 아들의 문제나 제대로 알길 바랬다. 그 모양인데 선 자리에 내보낸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처음엔 순순히 듣는 듯 보였다. 하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아들이 잘못은 했지만 순진해서 그러니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말이 이어졌다. 아들은 그녀가 마음에 들었는데 자신이 한 잘못 때문에 더 말을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집안에 시집오면 어떤 걸 해줄 수 있는지 나열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집안보다 사람이 중요했다. 오래 보고 같이 살 사람인데 사람을 제쳐 두고 집안만 볼 수 는 없었다.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나왔다. 조건만 보고 시집가는 여자들은 많으니 누군가 하나는 걸리겠지. 무엇보다 부모들이 나서서 다 큰 아들의 문제를 해결 해주는 꼴이 우스웠다. 자신의 잘못에 사과도 못하고 마음에 두는 여자에게 표현하지도 못하는데 문제라고 생각이 들긴 하는 걸까? 자신들의 행동이 아들을 더 바보로 만든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그런 남자를 어떻게 믿고 살라는 걸까?

  

  

   그 후 어머니한테 들은 얘기다. 그 집안에 그녀의 정보를 넘기고 어머니 연락처를 알려 준 주선자가 전해 준 내용이었다. 주선자는 남자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모르는 척하고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이번 선의 실패가 그녀의 탓으로 돌아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이 회사에 일이 있어 조금 늦었는데 그녀가 그 정도도 이해해 주지 못했다고 말이다. 묻고 싶었다. 모든 걸 여자 탓으로 돌리면 당신들 여자들의 마음이 편한지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감싸 주기만 한 아들은 당신들이 없으면 잘 살 거 같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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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사랑의 불청객, 부모라는 이름. 2019 / 11 / 10 264 0 9390   
10 9. 멈출 줄 모른다면 당신이 바로 스토커 2019 / 11 / 10 245 0 5968   
9 8. 자기는 연봉이 얼마야? 2019 / 11 / 10 240 0 10643   
8 7. 나쁜 남자는 되기 싫고... 2019 / 11 / 10 228 0 7957   
7 6. 시집오면 우리 엄마랑 절에 갈 수 있어 2019 / 11 / 10 241 0 10831   
6 5. ‘진심은 대게 서툰 법이다.’ 2019 / 11 / 10 234 0 7613   
5 4. 커피 한 잔 놓고 고사지내는 명문대생. 2019 / 11 / 10 233 0 7137   
4 3.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어.’ 2019 / 11 / 10 239 0 7145   
3 2. 가슴 속 불덩이는 홀로 타 버리기도 한… 2019 / 11 / 10 224 0 5965   
2 1. 첫 사랑, 그 바보 같던 시절. 2019 / 11 / 10 234 0 7386   
1 내 나이 39세, 난 아직도 대화가 통하는 남… 2019 / 11 / 10 420 0 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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