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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혼사유
작가 : Giulia
작품등록일 : 2019.11.10

나는 나이 39세에 아직 미혼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일부 여자, 남자에 대한 자화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주변에서 내 삶이 평범하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찌 보면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이다. 특히  내 미혼 상태에 대한 궁금함을 표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 그 궁금함은 자신들과 다른 내 삶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온다. 사회가 많이 변한 거 같으면서도 아직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많다. 사실 굳이 이해를 바라지도 않지만 그들은 내 삶을 굳이 전통적인 방식에 맞추려고 안달이다.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나도 모를 이 소설을 쓰면서 추억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나를 또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니 이것만으로도 흡족하다. 하고 싶은 결혼을 못 했지만 후회는 되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나도 한 번 성숙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아무튼 멀쩡하게 생겨서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이 되었으면 하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에만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5. ‘진심은 대게 서툰 법이다.’
작성일 : 19-11-10 19:17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7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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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에서는 회사에 멋있는 남자도 많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연애만 잘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초반에는 패션 계열의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여자가 대부분이었고, 업계를 옮겼으나 눈에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종교 색이 짙은 회사여서 그런지 고리타분해 보이는 사람들뿐이었다. 그곳에서 패션계에서 일했고 멋 부리기를 좋아했던 G는 항상 얘깃거리였다. 그 회사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근한 여자는 그녀가 처음이었고 그 때문에 한두 명씩 미니스커트를 입는 여직원이 생겼다. 그녀가 네일 아트를 하고 오자 그 후로 많은 여직원들이 네일아트를 하고 출근했다. 회사 눈치를 보며 그녀들의 숨겨 왔던 욕망을 G가 분출시켜 준 셈이다.

   그녀를 질투하고 고깝게 보는 여직원들도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그녀가 출근한 첫날부터 구경하러 와서는 인사하러 온 듯이 말을 건네고 훑어보고 나간 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자신이 속한 팀에서 처리하지 못한 일이 그녀에게 넘어와 처리하니 그 일이 별 거 아니었다는 듯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표가 비서를 뽑는데 G가 거론되기도 하자 자신이 해보겠다며 자원해서 나섰다. 잘 된 일이었다. 남자 대표의 비서 역할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옷차림과 몸매를 평가하는 여직원들도 있었다.

  

   “살이 좀 붙었나 봐?”

   “아 네 뭐...요새 좀 살이 쪘나 봐요”

  

   살이 쪘다는 말이 고소했는지 그 직원은 씩 웃었다.

  

  

   그렇게 무료한 회사 생활이 지속되고 가을이 끝나 가는 어느 날이었다. 회사가 운영하는 1층 북카페에 잠시 들른 G의 휴대 전화가 울렸다. 사업팀 팀장이었다. 곧 있을 새로운 거래처 미팅 때문이었다. 실무자가 먼저 1층에 도착해 있는데 자신은 지금 하고 있는 미팅이 조금 걸릴 거 같으니 1층에서 먼저 만나 회의실로 데리고 가 있으라는 팀장의 지시였다. 알겠다고 대답하고 카페를 빠져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한 그녀는 기다리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혹시 미팅하러 오신 분인가요?”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Y라고 합니다.”

  

   뒤돌아 인사를 하며 환하게 웃는 그에게 그녀는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다. 하얗고 깨끗한 피부에 눈웃음까지 있는 인상 좋은 그는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았다. 말끔한 정장 차림에 어깨는 더 드넓어 보였다. 일을 하면서 이런 남자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동안 이런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기대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이번에도 마음속으로 휘둥그레졌다. 그에게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팀장님께서 전화하셨어요. 5층으로 같이 올라가시죠.”

   “네, 감사합니다.”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내려 빈 회의실로 들어갔다. 조금 있다가 팀장이 들어왔고 Y와 같이 오기로 한 상사는 조금 더 늦게 도착했다. 팀장과 가까운 사람의 소개로 오게 되었는지 그 사람의 안부를 묻고, 한국 사람의 통과의례인 나이 묻기가 시작됐다. 같이 앉아 있던 그녀는 덕분에 그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 그녀와 나이가 비슷했다. 어려 보였는데 나이가 비슷한 걸 아니 왠지 마음이 더 설렜다. 그러고 나서 일 얘기가 시작되었지만 이렇게 눈이 즐겁고 화기애애한 미팅은 처음이었던 거 같았다.

   미팅이 끝나고 팀장은 Y의 상사와 잠깐 더 할 얘기가 있으니, Y를 팀 사무실로 데리고 가서 다른 팀원들과 인사를 시켜 주도록 지시했다. 그녀는 들뜬 마음에 그를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그녀가 속한 웹팀 사무실에는 여직원 넷이 있었다. 그를 데리고 들어가 인사를 시키자 여직원들의 눈이 반짝 거렸다. 하지만 그는 수줍게 인사만 하고 얼른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G만큼이나 순진했던 그는 사무실 안에 여자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따라 왔다가 당황했던 것이다. 이를 눈치 챈 그녀는 얼른 그를 얼른 따라 나가 그의 상사가 나올 때까지 복도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호감이었다. 말투도 상당히 정중했다. 이런 사람과 카운터 파트너가 되어 일하게 되다니 이런 날도 오는 구나 싶었다.

   회의실 문이 열리고 팀장과 Y의 상사가 나왔다. 손님들을 배웅하고 팀 사무실로 들어가자 사무실에 있던 여직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퍼부었다. 모두 그녀보다 나이가 많았고 평소 친해 언니라고 부르던 터라 질문은 자세하고 각양각색이었다. 그가 누구인지, 왜 왔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원래 아는 사람인지 물어보는 것에서 부터 둘이 닮았다는 둥, 둘이 들어오는 순간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었으니 잘 해보라는 둥, 한 명은 자기 맘에 든다고 그에게 관심을 보인 여직원도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 날부터 그는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둘은 일 때문에 서로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더 빨리 가까워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일로 엮인 사람이라 함부로 나서기가 어려웠다.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남자로 보는 사람에게는 어려웠다. 언제나 그랬듯이 남자 쪽에서 먼저 다가오길 바라고 있었다. 그의 마음도 어떤지 알 수가 없어 자신도 없었다. 자신에게 호감이 있어 잘 대해 주는 것인지, 성품이 좋아 모두에게 착한 사람인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그의 태도는 너무 깔끔했다. 그렇게 진전이 없는 나날들이 지나가고 있었고 그녀는 답답해만 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예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저녁 그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당연히 일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이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뜻밖의 얘기였다. 일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고마운 마음에 영화 한 편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가슴이 뛰었다. 얼떨떨하면서도 왠지 좋은 징조 같았다. 약속 날짜와 시간을 잡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사무실 언니들과 소식을 공유하자 난리가 났고, 그에게 관심을 보인 한 명은 약간 쀼루퉁했다. 난리 법석인 언니들에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고마워서 그런 거래. 언니들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약속된 날 그들은 먼저 강남 신세계 백화점의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다시 본 그는 처음에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눈웃음이 섞인 예쁜 미소에 그녀도 덩달아 미소를 머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식사 시간마저 즐거웠다. 그녀는 영화도 보기 전인데 벌써부터 자꾸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영화를 볼 시간이 다가왔다. 둘은 고속버스터미널에 있는 영화관에 들어가 나란히 앉았다. 내색은 안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영화는 ‘킹콩(2005)’이었다. 별 생각 없이 보게 된 영화는 중반부터 괴이해지기 시작했고 평소 겁이 많았던 그녀는 이상한 생물체가 튀어 나오고 괴음이 튀어 나올 때마다 기겁을 했다. 결국 그녀는 무서움에 그의 왼쪽 팔뚝을 살며시 붙잡았다. 그가 긴장하며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생물체들의 격투와 생사를 오가는 도망이 계속되자 눈을 감으며 팔뚝을 꽉 부여잡았다. 화면이 전환되었는데도 그녀는 그의 팔뚝을 놓고 싶지 않아 계속 붙잡고 영화를 끝까지 봤다.

   영화가 끝나자 그들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밖으로 나왔다. 초겨울이었지만 늦은 저녁이라 밖은 꽤 쌀쌀했다. 추운 날씨에 당황한 그는 얼른 택시를 잡아 그녀를 태워 보냈다. 그녀는 얼떨결에 택시를 타고 인사를 했지만 차라도 한 잔 하며 그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사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자신의 팔뚝을 잡은 순간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느꼈고, 내심 좋았지만 순진한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날씨가 추우니 얼른 택시를 잡아 그녀를 태워 보내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둘의 아쉬운 밤이 흘러갔다.

   다음 날 그녀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언니들의 질문이 또 쏟아졌다. 그리고 그녀는 어제 있었던 일을 털어 놓았다. 물론 아쉬웠다는 이야기는 빼고 말이다.

  

   “생각보다 영화가 너무 무섭더라고. 그래서 나 그 사람 팔뚝을 살짝 잡고 봤어...”

   “아 정말? 그래서 어떻게 됐어?”

   “뭘 어떻게 돼. 출근해야 하니까 각자 집에 갔지.”

   “야, 너 여우구나? 킹콩 나오는 게 뭐가 무섭다고.”

  

   다른 언니들은 둘의 관계에 관심을 보이며 질문을 했지만, 그에게 관심이 있어 쀼루퉁했던 언니가 딴죽을 걸었다.

  

   “아니야, 영화가 진짜 무서워. 공룡도 나오고 그래”

   “공룡이 뭐가 무서워.”

   “공룡이 안 무섭다고? 쥐라기 공원 못 봤어? 막 이렇게 큰 벌레들도 나온다고. 얼마나 무서운데.”

   “좋아, 나 금요일에 친구랑 보기로 했으니까 한 번 보지 뭐. 안 무섭기만 해봐라. 안 무서우면 넌 여우야.”

  

   그가 좋아서 팔뚝을 잡은 건 사실이지만 영화가 무서웠던 것도 사실이어서 그녀는 마음을 들킬까 봐 필사적으로 항변했다. 결국 영화를 보고 온 언니가 자기도 무서워 보는 내내 친구 손을 꼭 붙잡고 봤다며 인정해 주어 다행이었다.

  

  

   이렇게 그와 조금씩 더 가까워지면 진전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던 그녀는 어느 날 실망스러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 뒀다는 소식이었다. 앞으로는 연락할 이유도 만날 이유도 없어질지 몰랐다. 역시나 그들의 연락은 전보다 뜸해졌다. 서로 관심의 표현을 할 용기가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 그녀의 상사에게 인사를 하러 온 그와 우연히 마주쳐 차를 마시게 되기도 했지만 서로 더 이상의 연락은 하지 못했다. 자신의 앞날을 위해 열심히 매진하고 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급기야 자신에게 호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말 고마워서 영화를 보여준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그에게 연락이 왔다. 만나자는 얘기였다.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그의 변화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용감하게 회사를 그만 둔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러다 그는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고, 그녀가 그의 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랐다.

   그는 자신의 집안 사정 이야기부터 전 여자 친구와의 이별까지, 그리고 자신의 지금 어떤 상황인지 쭉 설명했다. 그는 몇 년 전 아버지의 몸이 안 좋아 이제 자신이 집안을 책임지게 되었으며, 이런 상황을 전 여자 친구는 이해하고 기다려 주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무대에 서는 일을 하게 될 것이지만 이제 시작이라 갈 길이 멀다고도 했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어찌 들으면 이런 나를 좋아해 주고 기다려 줄 수 있겠냐는 소리 같았지만 어찌 들으면 나는 이런 상황이니 더 접근하지 말라고 선을 긋는 것 같기도 했다. 순진한 사람 둘이 모이니 안개 둘이 합쳐진 듯 답답함만 더해졌다.

   그 후로 얼마간 연락은 이어졌지만 자신의 일에 매진하는 그와 가까워지는 길은 멀어 보였다. 그저 한 걸음씩 전진하는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자신의 팬 카페가 열렸다는 소식을 그가 전해 왔다. 팬 카페를 통해 그녀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더 보여주고 앞으로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이번에도 그녀는 반대의 생각도 들었다. 자신을 가깝게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여자 친구가 아닌 팬으로 남길 바라는 것인지 또 알 수 없었다. 일에 매진하면 연락도 자주 안 하던 그라 부정적인 생각에 더 비중이 더해졌고 그녀도 자신의 일에 열중했다. 견디려면 잊어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

   그 후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는 그의 문자가 왔으나 바쁜 와중이라 저장하지 못했다. 나중에야 다시 생각났지만 휴대폰은 이미 초기화 된 상태였다. 그도 반응 없는 그녀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못했다. 그저 그렇게 각자의 삶에 매진했다.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끝이 난 듯 보였다.

   몇 년 후 대학로를 찾은 G는 거리에 붙은 포스터에서 그를 발견했다. 그녀가 알던 환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그는 자신의 길을 잘 개척해 나가는 듯 했다. 당신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봤다며 당장이라도 전화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의 연락처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포스터 앞을 지나가면서 몇 번이고 그의 얼굴을 돌아봤다.

  

  

                               ----------------

  

  

   여차 저차 문화 업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된 G는 어느 패션 회사의 문화 마케팅 부서에 입사하게 되었다. 우연히 회사에서 같은 부서에 일하는 회사 동료가 Y를 건너 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를 처음 알게 된 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그 회사 동료는 회사 브랜드 홍보를 위한 문화계 인사 인터뷰 꼭지에 그를 섭외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알던 사람이라고 말하니 잘됐다며 연락처를 알아 봐 주겠다고 했다. 같은 대학 출신이라 그를 잘 아는 친구가 있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그의 연락처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와 어떻게 해 볼 생각은 아니었지만 옛 생각이 나니 기분이 묘했다. 그의 미소, 그와 봤던 영화, 그와 나눴던 대화가 하나하나 생각났다. 하지만 연락처를 받고도 그녀는 바로 연락하지 못했다. 그가 전화는 받을지, 자신을 기억은 할지, 뭐라고 서두를 시작해야 할지, 일로 연락하는 것인데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며칠이 지나서야 그녀는 용기를 내여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 G예요.”

   “네?”

   “저 예전 회사에서 뵀던 G예요.”

  

   그는 누군지 알겠다는 듯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고, 그녀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이게 얼마 만이에요. 정말 반가워요.”

   “저 기억나는 거예요?”

   “그럼요!”

   “정말 다행이네요. 전 기억 못 하실 줄 알고 얼마나 걱정했다고요.”

   “어떻게 기억이 안 날 수가 있겠어요.”

  

   그녀는 전화번호를 입수하게 된 경위와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는 그보다 그녀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그래서 둘은 과거를 회상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예전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이젠 과장님 같네요. 예전엔 말투에 콧소리가 좀 있었는데.”

   “아, 제가 그랬나요?”

   “네, 동생 같은 귀여운 말투였죠. 그리고 입 옆에 예쁜 점 하나도 있었는데.”

  

   얼굴의 작은 점까지 기억해 주는 그 말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두근거렸다. 자신을 자세히 기억해 주는 그가 고마웠다.

  

   며칠 후 둘은 미팅을 잡아 만났다. 겉으로는 사무적인 이유에서였지만 그녀의 마음은 자꾸만 요동쳤다. 10년 만의 만남에 주책이다 싶어 마음을 다스렸지만 만나기로 한 카페에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카페로 들어서는 그녀를 반기는 그의 미소를 다시 보자 그녀의 마음은 또 다시 무장해제 되었다. 환한 웃음으로 그녀를 맞는 그에게서 예전에 봤던 후광이 다시 보였다. 그리고 한 층 더 멋있어져 있었다. 그의 다음 스케줄 때문에 헤어질 시간이 돌아왔을 때에는 영화관에서 헤어질 때보다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 후로 그들은 다시 연락하며 종종 만났다. 공연을 같이 보기도 하고 식사를 한 후 한강을 걷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바빴고 적극적이지 않았다. 주로 먼저 연락하는 쪽은 그녀였다. 그는 여전히 바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이 주책인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집중됐다. 과거에도 자신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확신이 없었는데 10년 만에 다시 만났다고 갑자기 마음이 생길까도 싶기도 했다. 그는 그냥 친절한 사람일지도 몰랐다. 결국 또 그런 생각으로 마무리 됐다. 그들은 그렇게 과거와 똑같은 사이클을 돌았다. 그렇게 시간만 또 흘러갔고 또 다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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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커피 한 잔 놓고 고사지내는 명문대생. 2019 / 11 / 10 232 0 7137   
4 3.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어.’ 2019 / 11 / 10 239 0 7145   
3 2. 가슴 속 불덩이는 홀로 타 버리기도 한… 2019 / 11 / 10 224 0 5965   
2 1. 첫 사랑, 그 바보 같던 시절. 2019 / 11 / 10 233 0 7386   
1 내 나이 39세, 난 아직도 대화가 통하는 남… 2019 / 11 / 10 419 0 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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