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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혼사유
작가 : Giulia
작품등록일 : 2019.11.10

나는 나이 39세에 아직 미혼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일부 여자, 남자에 대한 자화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주변에서 내 삶이 평범하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찌 보면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이다. 특히  내 미혼 상태에 대한 궁금함을 표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 그 궁금함은 자신들과 다른 내 삶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온다. 사회가 많이 변한 거 같으면서도 아직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많다. 사실 굳이 이해를 바라지도 않지만 그들은 내 삶을 굳이 전통적인 방식에 맞추려고 안달이다.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나도 모를 이 소설을 쓰면서 추억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나를 또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니 이것만으로도 흡족하다. 하고 싶은 결혼을 못 했지만 후회는 되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나도 한 번 성숙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아무튼 멀쩡하게 생겨서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이 되었으면 하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에만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3. ‘너와 결혼까지 생각했어.’
작성일 : 19-11-10 18:57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7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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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학연수에 돌아와 아직 대학 4학년인 G는 첫 사랑에는 실패했지만 처음으로 연애다운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와 처음 만난 것은 2년 전 어느 날이었다. 그녀는 동아리 남자 동기의 고등학교 친구 모임에 불려 나갔다. 좋다고 한다거나 사귀자고 하는 말은 없이 계속 집적거리는 남자 동기였지만 친구들과 있다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뒤늦게 불려 나간 터라 그녀가 찾아간 곳은 그들의 술자리였다. 남자 대여섯이 모여 있었다. 가볍게 인사와 소개를 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고 친구들이 있어서 그랬는지 남자 동기도 깔끔하게 처신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유쾌한 자리였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한 남자도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가 즐겁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유쾌한 성격에 다음 자리는 그 중 한 남자의 집으로 옮겨졌다. 바로 그녀의 눈에 든 남자의 집이었다. 아버지가 택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유복하게 살고 있어 형과 누나는 유학중이었고,  마침 또 부모님은 여행을 가셔서 집이 비었던 것이다. 그들은 사 가지고 간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노래방 기기로 노래를 불렀다. 한 밤중이었으나 그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놀고 마셨다.

   그녀는 집 구경을 하고 싶어서 허락을 받고 그의 방에 들어갔다. 그가 따라 들어왔다. 방을 구경하며 약간의 대화가 오갔고 또 약간의 정적이 흐른 뒤 그가 갑자기 그녀를 끌어 당겨 입술을 포갰다. 그가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그녀는 밀어내지 않았다. 거실에서는 방 안의 상황도 모르고 빨리 나와 놀자고 아우성이었다. 다시 거실로 나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늦은 새벽이 되자 남자들은 친구 집이어서 편했는지 한둘 쓰러져 잤고, 그녀는 다음 날 수업을 위해 홀로 나왔다. 그녀는 대학에 가서도 수업을 거의 빼먹지 않는 모범적인 대학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에 너무 늦게까지 놀게 된 그녀는 다음 날 수업을 무슨 정신으로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반면 그는 성실하게 수업을 듣는 그녀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친구들을 봐도 그렇고 대학 수업은 대수롭게 빠지는 풍토가 팽배했기 때문에 그렇게 자신을 두고 떠난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두고 다음 날 수업을 위해 떠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그 날 일을 그냥 접어 두기로 했다. 그녀도 그가 마음에는 들었지만 푹 빠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서로 눈에는 들었지만 누가 먼저 나서서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그 둘은 그들을 처음 만나게 해 주었던 남자 동기 덕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남자 동기는 어학연수에서 돌아온 그녀를 오랜만에 그들의 모임 자리로 다시 불렀다. 오랜만에 보게 되니 반가웠고 또 다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는 가을 학기를 준비해야 하기도 했고 예전처럼은 무리해서 놀 생각은 없어 적당한 시간에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그 자리는 그냥 파해졌다.

   과거에 사소한 사건은 있었지만 연락하지 않았던 그였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난 후라 그녀는 별 다른 생각 없이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친구들과 남자 동기를 먼저 보내고 그녀에게 연락처를 물었다. 그리고는 마음을 표현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녀의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신할 수 없어 연락을 못 했지만 다시 보니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알겠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날을 계기로 연락하게 됐고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 봤을 때 서로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연애는 순탄하게 진행됐다. 유복한 집 막내아들이어서 제멋 대로일 줄 알았던 그는 그녀에게 참 잘 해 주었다. 그녀도 제대로 된 첫 연애에 정성을 다했다. 둘은 관심사와 취향이 비슷해 많은 것을 소통하고 교류할 수가 있었다. 만난 지 두어 달 만에 남자가 가을 학기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을 때도 지난 실수를 만회하듯 매일 전화하고 때로는 밤새 이야기하며 마음을 키워 나갔다. 그녀는 영국에 갔었을 때 선배와 이렇게 했어야 했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가 어학연수에서 돌아 왔을 때에는 서로 더할 나위 없이 챙기며 만남을 이어갔다. 그는 그녀가 너무 좋았다. 일본에서도 어딜 가든 그녀가 생각나 돌아가면 줄 요량으로 선물을 사 모았다. 한 보따리 선물을 받은 그녀도 그 마음에 감동해 그가 더 좋아졌다. 드디어 서로에게 맞는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난 게 아닌 가 싶기도 했다. 그들은 못 만났던 날들을 보상하듯 날마다 만나며 데이트를 즐겼다.

  

  

   문제가 생긴 건 그녀가 먼저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면서부터이다. 낮에는 그녀가 회사에 속박되어 있었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연락도 자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자 그는 그녀의 퇴근 시간만 기다리게 되었다. 그는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와 일본 유학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취직이라는 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그는 회사 앞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 그녀가 퇴근하면 친구들과 노는 자리에 그녀를 부르기 일쑤였다. 그는 그녀를 매일 만나야 했다. 그녀도 회사를 다니기 전에는 이런 그가 좋았다.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그녀도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사회생활의 노곤함을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생활하다 보니 활력이 떨어졌다.

   자신을 만나도 예전처럼 활기차지 않은 그녀를 보며 남자는 조금씩 불만과 불안이 쌓였다. 하지만 그녀도 부담과 피곤을 제치고 그가 만나자고 하면 마다하지 않고 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무기력함은 특히 둘만 있을 때 더 나타났다. 그가 편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남자 친구의 입장을 생각해 피곤한 내색을 하고 싶지 않았고 여러 사람의 활력이 더해져 즐겁게 시간을 보냈지만, 둘이 있을 때에는 좀 자중하고 싶었다. 이런 모습도 그는 서운했다. 모든 면에서 그는 예전과 같지 않은 그녀가 서운했다.

   한 번은 유학을 갔다 겨울 방학 잠시 한국에 들어온 그의 친구가 그들의 저녁 모임에 낀 적이 있었다. 그녀도 퇴근 후 어김없이 그 자리에 나갔다. 그의 친구는 한국에 머무는 그 잠깐 동안에도 여자 친구를 사귀어 그 자리에 데리고 나왔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그들은 사람들 앞에서도 애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모습은 그의 서운함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남자가 곧 다시 공부하러 나가니 지금 얼마나 애틋하겠냐고 말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이내 부러움과 서운함이 쌓였다.

   사건이 처음 터진 날도 여느 때와 같이 그녀는 퇴근을 하고 그와 그의 친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간 날이었다. 남자들이어서 그런지 그들이 모이는 자리는 술자리가 많았다. 그녀는 피곤했지만 평소처럼 그의 친구들과 함께 잘 어울려 놀았다. 그런데 남자 친구는 평소와 태도가 달랐다. 서운함이 터졌는지 그는 그녀에게 시비조의 말을 건넸고, 그녀도 물러나지 않았다. 자신도 피곤하지만 최선을 다해 만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넌 왜 나랑 있을 때보다 내 친구들이랑 있을 때 더 잘 놀아?“

   “무슨 소리야?.”

   “너 나랑 있을 때는 피곤해서 조용하잖아.”

   “그럼 네 친구들 앞에서도 피곤한 티를 내라는 거야? 그리고 넌 여자 친구가 피곤해 하면 쉬게 해주지는 못할망정 네가 나오랄 때마다 참고 다 나오고 있는데 지금 그게 나한테 할 소리야?”

  

   친구들은 서둘러 둘을 말렸다. 하지만 분위기가 망쳐져 결국 자리가 파해지고 모두가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가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에 갔다던 그는 꽤 긴 시간 동안 나오지 않았다. 별 일 있겠나 싶었는데 그의 친구 한 명이 나와서 말했다.

  

   “G, 네가 들어가야지 안 되겠다.”

   “응? 화장실 갔다더니 무슨 일 있어?”

   “네가 들어가서 잘 달래 데리고 나올래?”

   “무슨 일인데?”

   “들어가 봐, 지금 피나고 난리도 아냐.”

   “왜 피가 나? 누구랑 싸웠어?“

   “아니 그건 아니고, 주먹으로 거울을 쳤어.”

  

   덜꺽 겁이 난 그녀는 술집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아직 흥분 상태가 다 가시지 않은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주먹에서는 피가 흘렀지만 다행히 많은 양은 아니었다. 그녀는 술집 주인이 준 손수건으로 그의 손을 감싸고, 달래듯이 나가자고 설득했다. 친구들의 설득에도 나오지 않던 그는 그녀가 들어가 달래자 발을 땠다. 겨우 밖으로 나와 귀가를 서둘렀다. 하지만 일이 또 터졌다. 그들은 택시를 잡기 위해 큰길가로 나와 걷고 있었는데 그 날 잠자고 있던 그의 짐승 같은 본성이 터져 나온 것인지 그는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다짜고짜 시비를 걸었다.

  

   “야, 뭘 봐.”

   “뭐야?”

  

   그녀는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얘가 취해서 그래요. 죄송해요.”

  

   친구들은 상대방에게 먼저 사과를 하고 위기를 모면했다. 그리고 얼른 택시를 잡아 그를 태웠다.

  

   “안 되겠다. 얘 데리고 우리 먼저 갈게. 너도 조심히 들어가.”

   “응, 잘 집에 잘 데려다 줘.”

  

   홀로 택시를 잡아 탄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원래 이런 애였나? 아니면 나 때문에?’

  

   그의 행동이 이해는 잘 가지 않았으나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음 날 그는 전화해 사과를 했으며 다신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도 안쓰러운 마음에 넘어가 주었고, 그렇게 별 탈 없이 넘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는 비슷한 모습을 계속 보였다. 취직한 후 바뀔 수밖에 없는 그녀의 삶이 서운하기만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녀의 말도 소용이 없었다. 서로의 대화는 계속 헛돌기만 했다. 서운한 마음에 그의 술자리는 잦아졌고, 술에 취하자 길거리 시비를 멈추지 않았다.

   그녀와 다투는 일도 많아졌다. 서운함을 토로하는 말과 그녀를 비꼬는 말은 어김없이 다툼으로 이어졌다. 그녀도 어느 정도는 좋게 잘 넘기려고 했다.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서히 지쳐 갔다. 그리고 공격적인 그의 성향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공격성이 자신에게 올까 봐 두렵기도 했다.

   이렇게는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며 만나자고 했다. 그는 어떤 말인지 예상 한 듯 그녀를 한 술집으로 불렀다. 그는 한두 잔 술을 기울이며 그녀와의 화해를 시도하려는 심산이었지만 그녀는 소주를 한두 잔 마시고는 이별을 말했다. 그의 설득과 그녀의 단호한 말이 이어졌다. 그는 진심을 다해 이야기 했지만 돌아선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나 너랑 결혼하려고 했어.”

   “아...그래... 난 아직 결혼할 생각 없는데.”

  

   한 번 마음을 잡으면 뒤돌아보지 않는 그녀의 성격에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녀는 덤덤히 말을 끝내고 술집을 빠져나갔다. 나가면서 그의 친구 중 한 명과 마주쳤다. 그녀와의 얘기 도중 문자를 하나 보내는 가 싶더니 도움 요청을 위해 그 친구를 부른 모양이었다. 그녀는 인사만 하고 이제 전 남자 친구가 된 그를 잘 챙기라고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안 좋게 끝났지만 좋아했던 사람이었기에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머릿속을 비우고 싶어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며 어수선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을 무렵이었다. 밖에서 쨍그랑하며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고,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는 목소리였다. 그들이었다. 지난 번 술집 화장실 거울을 주먹으로 때려 깼듯이 아파트 현관 유리가 깨졌겠구나, 그녀는 보지 않았지만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아파트 현관문 쪽으로 창문이 난 부엌으로 가서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대화가 들렸다.

  

   “야, 이러지 마. 가자.”

   “내가 뭘 잘못했는데!”

   “알았어, 너 잘못 없으니까 일단 좀 가자. 너 취했어.”

   “됐어, 놔! 너나 가!”

   “나 진짜 간다!”

   “그래, 가!”

  

   쨍그랑하며 두 번째 주먹이 유리를 때렸다. 가는 시늉을 하던 친구는 다시 돌아와 그를 말렸다. 그녀는 고민이 됐다. 나가서 말려야 하나... 하지만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얼굴을 보면 그녀를 회유할 게 뻔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고민하는 사이 다른 소리 하나가 들렸다. 경찰차 소리였다. 아래층에 거주하는 주민이 신고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그마한 부엌 창문으로 살짝 밖을 내다보았다. 경찰을 보자 그는 더 흥분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경찰은 무력으로 그를 경찰차에 태웠다. 차 문이 닫히자 흥분한 그는 경찰차 창문을 안에서 후려쳤다.

  

   “야 그만 좀 하라고!”

  

   그의 친구도 소리를 지르며 경찰차에 탔다. 그리고 차는 떠났다.

  

   ‘이제야 정말 끝이구나.’

  

   그녀는 안도의 한 숨을 쉬었으나 심장은 심하게 뛰고 있었다. 좋아했던 사람과의 이별이라 약간은 무거웠던 마음이 한편으로 조금 가벼워졌다. 쓴 웃음을 지으며 이런 사람이었다면 헤어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1년 남짓의 연애가 또 끝을 보았다.

  

  

                               ----------------

  

  

   G는 이별하기 전 한창 좋을 시기에 그녀의 동성 친구에게 그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와 이별한 후 카페에서 그 친구를 만나 솔로인 어린 여자들이 만나면 의례 하게 되는 남자 얘기를 하고 있었다. 대화는 서로의 이상형에 대한 것으로 넘어갔고, 둘 다 피부가 깨끗한 남자가 이상형이라는 공통적인 얘기가 나왔다. 그러자 그 친구는 그녀에게 깜짝 놀랄 만한 한 마디를 건넸다.

  

   “너 피부 좋은 남자가 이상형이라면서 걔는 어떻게 만났어?”

   “걔? 여드름 자국이 좀 있긴 했는데 그렇게 안 좋아 보였어?”

   “응, 네가 그렇게 오래 만난 게 신기했어 야. 뽀뽀는 어떻게 했데? 으...”

   “그 정도였나...”

  

   그는 키도 컸고 남자치고는 꾸밀 줄 알아서 귀티가 났지만 피부가 좀 좋지 않았다. 외국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낼 적에 물갈이를 한 건지 여드름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이 뒤집어 진 적이 있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어디서 주워들은 민간요법으로 바늘을 달궈 얼굴에 난 것들을 지진 탓에 얼굴에 상처가 남았다. 평소 피부가 깨끗한 게 이상형이기는 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의 피부가 두드러지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친구의 반응을 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던 모양이었다. 신기했다. 다른 사람 눈에 보이는 단점이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니 이런 게 콩깍지인가 보다 싶었다. 하지만 헤어지고 나서 다시 생각해 봐도 그런 사람을 내가 어떻게 만났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 눈이 다르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물론 다시 만날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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