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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혼사유
작가 : Giulia
작품등록일 : 2019.11.10

나는 나이 39세에 아직 미혼이다. 내 경험을 토대로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일부 여자, 남자에 대한 자화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주변에서 내 삶이 평범하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찌 보면 소설을 가장한 에세이이다. 특히  내 미혼 상태에 대한 궁금함을 표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 그 궁금함은 자신들과 다른 내 삶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온다. 사회가 많이 변한 거 같으면서도 아직 고리타분한 사람들이 많다. 사실 굳이 이해를 바라지도 않지만 그들은 내 삶을 굳이 전통적인 방식에 맞추려고 안달이다.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나도 모를 이 소설을 쓰면서 추억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나를 또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니 이것만으로도 흡족하다. 하고 싶은 결혼을 못 했지만 후회는 되지 않는다. 글을 쓰면서 나도 한 번 성숙하는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아무튼 멀쩡하게 생겨서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이 되었으면 하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에만 국한하여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1. 첫 사랑, 그 바보 같던 시절.
작성일 : 19-11-10 18:28     조회 : 233     추천 : 0     분량 : 7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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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활동적이고 진취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던 G는 그녀와 반대로 정적이며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라 점점 조용하고 소심하게 변해 갔다. 착한 딸 콤플렉스까지 가지고 있던 그녀는 꾸역꾸역, 그럭저럭 부모의 기대를 맞추며 모범생으로 살아왔고 대학에 진학했다. 1999년,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만 가면 가만히 있어도 사랑이 찾아올 줄 알았다. 대학에 가면 뭐든지 다 이뤄질 듯 말하던 어른들의 말에 그녀도 속은 것이다. 게다가 여중, 여고를 나와 여대로 입학한 그녀는 만날 이성 동창도, 남자를 소개할 친구도 거의 없었다. 보수적인 부모 밑에서 구속 받으며 살아 연애 경험도 없어 환상마저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단속이 심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사랑에 대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환상을 더 키워 줬다. 세상 어딘가에는 정말로 나만 사랑하는 백마 탄 왕자가 있을 것만 같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서로 배려하면서 예쁜 사랑만 하는 줄 알았다. 정작 자신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는데 말이다.

   또 그녀는 부모의 연애관을 쇠뇌 받아 부모의 보수적인 습성을 고스란히 받은 탓에 맘에 드는 남자가 있어도 좋다고 고백한 번 하지 못하는 소심한 여자였다. 여자는 조신해야 했고 수수해야 했다. 상대적으로 화려한 옷을 좋아하는 그녀는 항상 아버지의 화와 막말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가슴에 사랑의 불씨가 하나 생겼다. 대학 생활을 활기차게 하기 위해 가입한 연합 동아리의 전 지역 회원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날, 다른 지역의 회원인 한 선배를 보게 되면서 마음속으로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 날 그 선배가 그녀의 눈만 휘둥그레 하게 만들었던 건 아니었다는 것을 그녀는 나중에 알게 됐지만 말이다. 희고 깨끗한 얼굴에 총명한 눈빛, 다부지게 다문 입술... 북적북적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가 눈에 딱 들어왔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OB회원으로 활동하는 선배였다. 토요일 모임이었지만 오전에 사무실에 잠깐 들렀다 왔는지 정장 차림이었는데 그녀의 눈에는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다행히 활동적인 천성이 약간은 남아 있었는지 G는 서서히 다른 지역 사람들과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면서 종종 그를 볼 기회가 생겼고, 그와 친해지는 데는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도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여자로서는 어떻게 보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와 조금씩 가까워지자 그녀는 한껏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날이 갈수록 선배가 자꾸 생각나고 눈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 마음을 이내 접어야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의 지역 회원들과 같이 하는 뒤풀이 자리였다. 그녀는 그와 같은 테이블에 가까이 앉게 되었는데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자 그의 친구가 그에게 말을 건넸다.

  

   “걔가 고백했다며? 안 만날 거야?”

   “안 만나.”

   “왜?”

  

   누군가 그에게 고백했다는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그는 만나지 않겠다고 말 했지만 그 이유가 그녀에겐 절망적이었다.

  

   “걔 아직 애야 애.”

  

   그는 G보다 8살이 많았고, 그에게 고백한 사람은 그녀보다 2살 많은, 그것도 예쁘고 괜찮은 선배 언니였다. 그런데 그 언니를 애라고 안 만난다니, 나는 여자로도 안 보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짐작해 버린 그녀는 마음을 제대로 펴 보기도 전에 접기로 했다. 그 후로 그를 향한 마음이 뻗어 나가지 않도록 무던한 노력을 했다. 그를 볼 수 있는 자리에 가더라도 인사만 하고 근처에 가지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남자를 만나 보려고 애썼다. 일부러 선배 앞에서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기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마음에 자리 잡지 않은 다른 사람과의 연애는 깊이 가지도 못하고 항상 짧게 끝나 버렸다. 그리고 그나마 남아 있던 마음은 자꾸 선배에게로 향해 버렸다. 그렇게 몇 개월 만에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 잘 지내요?’

  

   이렇게 문자를 보낼 때마다 그는 그녀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뭐해? 나와.”

   “지금요?”

   “응.”

  

   마음을 키우지는 않으려는 생각과는 다르게 그가 그렇게 부를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달려 나갔다.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하지만 그가 헤어진 남자 친구 얘기를 물어봐 하게 됐고, 그에 대한 장난스러운 대화가 오가자, 한 쪽 가슴이 시려 왔다. 전 남친 이야기를 묻는 걸 보면 날 그냥 예쁜 동생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선배에 대한 마음을 모두 지워 버릴 수 없는 자신을 깨달은 그녀는 그를 동경의 대상으로 승격시키기로 했다.

  

   ‘난 선배를 동경해. 선배 같은 남자를 만나야지...’

  

 이렇게 생각하니 그에게 연락하기도, 만나기도 쉬워졌다. 동경이란 말 뒤에 숨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마음은 한 결 가벼워졌다. 그렇게 그녀는 선배와의 만남을 이어가며 대학 3년을 짝사랑으로 채웠다.

  

  

   2002년 대학 4학년이 된 G는 마음이 무거웠다. 한일 월드컵으로 다들 들떠 있었지만 그녀는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아직 졸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뭐든지 다 이뤄질 것만 같았던 대학 생활이지만 정작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하고 동아리 활동을 한 것 밖에 한 것이 없었다. 그 때 집에 부담을 주기 싫어서 또, 보수적인 집안 탓에 꼭꼭 숨겨 왔던 외국 생활에 대한 열망이 터져 나왔다. 어린 시절 가족 모두가 외국에서 살아 본 경험이 있어 기본 영어가 되었지만 그녀는 졸업을 미루기 위해 어학연수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녀의 보수적인 부모는 딸을 외국에 홀로 보내는 것이 탐탁지 않았으나 친구 한 명을 같이 딸려 보내고 런던의 한인 목사님을 따라가는 것에 위안 삼으며 결국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결정이 난 후 그녀는 예상지 못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어학연수 결정은 선배를 동경하는 마음이 사실은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1년 후면 돌아 올 어학연수인데 다시 오지 못할 곳에 가는 기분이 든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선배와 가까워져 있던 그녀는 어학연수를 가는 날까지 하루하루 우울해져 갔다. 그리고 그에게 더 자주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도 그녀의 연락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시간이 나면 그녀를 불러 영화도 보여주고, 식사도 하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는 등 시간을 보내 주었다. 그렇게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마음의 어둠은 더 커져만 갔다.

   월드컵은 시작되었고 그는 기자였기 때문에 월드컵 내내 바빴다. 곧 떠날 그녀는 조바심이 들었다. 2002년 6월 22일 토요일, 한국과 스페인의 월드컵 8강전이 있던 날이었다. 월드컵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그녀가 어학연수를 떠나기 나흘 전이었다. 그는 어김없이 취재를 위해 경기장으로 갔고 그녀는 동아리 사람들과 맥줏집에서 월드컵 중계를 같이 봤다. 대한민국이 승리를 거뒀다. 즐겁게 이어져야 할 뒤풀이 자리에서 그녀는 눈물이 나왔다. 한국 팀 승리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게 아니라 슬픔의 눈물이었다. 그녀 자신도 당황스러웠다. 우울한 기분 때문이었을까 평소와는 다르게 맥주 두어 잔에 취기가 도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눈물이 나왔으리라. 그녀는 사람들과의 2차를 마다하고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빠, 경기는 잘 봤어요?”

   “응. 이제 끝나고 가려고. 너 어디야?”

   “강남역에서 사람들이랑 축구 봤어요.”

   “그래? 그럼 내가 그리로 갈게.”

   “정말요? 기다릴게요.”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는 그녀에게로 와 주었다. 그런데 선배를 만나 긴장이 풀렸는지 그녀는 정신을 놓아 버리고 말았다. 그는 놀라 취한 그녀를 잠시 쉬게 해주기 위해 가장 가까운 DVD방에 데려가 눕혔고, 옆에서 조용히 영화를 봤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는지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녀는 속을 게워 내고 나와 다시 그의 옆자리로 갔다. 그는 안쓰럽다는 듯이 그녀를 부축해 자리에 앉혀 주었다. 그리고 괜찮은지 묻는 그에게 그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백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괜찮아?”  

   “네, 근데 오빠 그거 알아요?”

   “뭐?”

   “나 오빠 좋아해요.”

  

   그는 웃으며 그녀를 도닥여 다시 눕혀 주고는 이마에 입맞춤을 해 주었다.

  

   다음 날, 침대에서 눈을 뜬 그녀는 한숨부터 나왔다. 태어나 처음 고백을 한 것도 부끄러웠지만 8살 많은 선배가 자신의 고백에 더 이상 안 만나 주면 어쩌나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루 종일 왜 그랬을까 자책만 하며 연락도 하지 못하고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혼자 끙끙 거렸다. 늦은 오후쯤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월드컵 기사로 일요일조차도 쉬지 못하고 이동 중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속 괜찮아?”

   “네, 괜찮아요.”

   “뭘 그리 많이 마셨어.”

   “마니 마신 게 아니에요. 근데 이상하게 그렇게 됐어요.”

   “내가 많이 생각해 봤는데...”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그녀는 경직된 얼굴로 숨죽이며 그의 말을 들었다. 다행히 통화는 미소와 함께 마무리 되었다. 너무 놀라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서로의 나이 차이 때문에 자신도 고민이 많이 되었고 조심스럽지만 만나 보자는 말이었다. 동공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머릿속도 멍해졌다.

  

   “그러니까 이따 밤에 나와. 너 떠날 때까지 3일 밖에 안 남았잖아.”

   “네!”

  

   그는 바빠 밤늦게 끝나기 일쑤였고 그녀는 그런 그를 보기 위해 밤에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짧은 3일 밤의 데이트를 뒤로하고 그녀는 어학연수를 떠났다.

  

  

   하지만 1년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재회한 그들은 결국 잘 되지 않았다. 그녀는 1년간 수절하듯 꾹 참으며 다시 볼 날만 기다렸고, 한국에 돌아가면 그와의 행복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그를 보자 상황은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유학 준비를 하던 그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더 바빴다. 선배와의 행복한 연애를 꿈꿔 왔던 그녀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고, 연애 기간이라고 할 것도 없이 짧은 만남에 가졌던 긴 공백으로 오랜만에 보는 그가 너무 좋았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바쁜 그에게 서운한 표현도 전혀 하지 못했다. 또 그를 배려하듯이 그저 참고 또 참기만을 반복했다.

   결국 원하기만 하고 표현하지 못했던 그녀는 바쁜 그를 보며 자신에게 소홀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서운함만이 가슴속에 쌓이고 있었다. 결국 그녀의 생일 저녁까지 아무 연락이 없는 그에게 먼저 전화한 그녀는 전화를 끊으면서 ‘이걸로 끝이다’하며 마음을 접었다.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후로 마주쳐도 아는 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그에게 우리는 끝이라는 표현을 했다. 물론 마주칠 일도 되도록 만들지 않았다. 마음은 아팠지만 끝이라는 예감과 결론이 있었기에 그렇게 했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끝이 났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에야 되돌아보며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그들의 관계에서 문제의 시작은 짧은 연애 기간에 긴 떨어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어학연수라는 장거리 연애에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그녀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연애 경험이 부족한 그녀는 연인 간에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없었다. 어학연수 기간에 기자로서 바쁜 선배를 배려한다고 너무 자주 연락을 하면 불편할까 봐 자신의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았다가 그에게 연락을 하곤 했다. 그래서 그 기간이 달은 넘긴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가까운 국가에 출장을 와도 선뜻 가지 못했다. 바쁜 선배를 또 배려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편으로는 뭔가 해선 안 되는 일이라도 된 듯이 생각되기도 했다. 내가 만약 선배에게 가게 되면 몇 날 며칠을 둘이 어떻게 보내게 될까...

   반면 그는 표현을 했었다.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도 했었고, 주변 국가로 출장을 가는데 일이 끝나면 바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녀가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배려도 아닌 배려를 한다고 그 모두를 들어주지 않았다. 도대체 뭘 배려한 것일까? 선배를 배려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힘들까 봐,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두려운 자신의 마음을 향한 배려이지 않았을까? 발목이 묶였던 낙타가 발목을 풀어도 도망가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타국에서도 보수적인 부모 품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답답하고 어리석게 행동했다. 자신의 판단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알지 못한 체 말이다.

   그녀가 떠나기 전 서로에 대한 정과 신뢰를 쌓기도 부족했는데 타국에 나가 연락도 자주 하지 않는 그녀를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도 똑같이 자신에게 소홀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그녀는 유연함 없고 반응할 줄 모르는 견고한 벽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모습은 잘 알지 못하고 도리어 선배가 자신에게 소홀하다며 먼저 관계를 정리해 버렸다. 문제를 풀어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

  

  

   대학 1학년, 선배의 지역 모임과 G의 지역 모임이 합동 모임을 갖게 된 날이었다. 볼링장에서 만나 다 같이 볼링을 즐긴 후 뒷풀이로 친목을 도모하는 날인 것이다. 토요일 모임이었지만 그녀는 수업이 있어 조금 늦게 도착하게 되었고 볼링장 로비에 늦은 사람들을 맞아주고 있는 그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도 반갑게 인사하면서 G에게 장난스럽게 물었다.

  

   “너 언니 있니?”

   “언니요? 아니요.”

   “아, 아쉽네.”

   “네? 왜요?”

   “언니 있으면 만나 보려고 했지.”

   “아... 친척 언니는 있는데.”

   “에이, 그럼 됐어. 직계 아니면 달라.”

   “아...”

  

   그녀는 그에게 언니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숨겨진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G가 눈에 들어왔지만 대학 새내기인 신입 회원인 걸 알기 때문에 자신과의 나이 차이를 단번에 알 수밖에 없었고 쉽게 접근하고 만나기 어려운 많은 나이차이가 아쉬웠다.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언니가 있으면 그녀와 비슷할 거 같아 언니의 존재에 대해 물어본 것이다. 하지만 순진했던 그녀는 그 속뜻도 못 알아차리고 난 어려서 아닌가 보다 생각만 했다. 그리고 3년 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는 그녀가 연락할 때마다 그녀를 불러냈고 데이트 하듯 그녀와 시간을 보냈으며, 그녀가 고백하자 받아 줬다. 그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결국 그와 좋지 못한 결론을 맞이한 후, 그 아픔을 견뎌내고서야 그녀는 표현하지 못하는 소심한 자신을 탓했다. 만약 더 빨리 고백했다면, 어학연수 가기 전에 좀 더 길게 만났다면, 지금 과는 다른 결과를 맞이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그 후로도 한 번 자리 잡은 성격은 쉽게 고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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