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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간도둑(The Time Thief)
작가 : JMRyu
작품등록일 : 2019.11.5

보육원 출신의 주인공 유화.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갑자기 급속도로 늙기 시작한다.
10년 전 똑같은 증상으로 세상을 떠난 보육원 동생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 14화
작성일 : 19-11-10 18:02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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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내일 퇴원하는 날 아니야?”

 주말을 맞아 유화를 찾아온 한나가 물었다.

 

 “원래는 내일 퇴원하는 게 맞는데, 며칠 더 있어야 한대. 아직 검사할 게 남았나 봐”

 

 “그래? 병원에만 있으면 심심하겠다.”

 

 “아냐. 여기 있는 사람들하고도 다 친해져서 괜찮아.”

 한나는 고갤 돌려 병실의 풍경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어른들은 뉴스를 시청 중이었고, 아이들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다른 환자들은 각자 할 일만 할 뿐 전혀 무관심해 보였다.

 

 “친하긴... 개뿔.”

 

 -콜록콜록

 유화는 팔 안쪽으로 입을 가리며 기침을 했다.

 

 “감기 걸렸어?”

 

 “응... 면역력이 많이 떨어졌나 봐. 어제 잠깐 추웠다고 바로 감기 걸렸네.”

 그러고 보니 어제보다 코 맹맹한 소리가 더 심해진 듯했다.

 한나의 표정에서 걱정하는 모습이 보이자 유화는 괜히 딴소리했다.

 “운동을 안 해서 그런가. 헤헤”

 

 한나는 잠깐 골똘히 생각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유화야.”

 

 “응?”

 

 “혹시 괜찮으면... 위층으로 옮길래? 내가 들은 바로는 위층에 병실도 많이 비였고. 또 우리 엄마도 상관없다고 하셨거든 그래서 너만 괜찮으면 1인실이나 2인실로 옮기는 게 어떨까 싶어서 그리고 몸도 점점 안 좋아지는데 다인실이면 더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

 

 한나의 어머니는 유화가 입원해 있는 ‘한마음병원’의 병원장이다.

 높은 직급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환자들을 돌보고 수술도 해서 사람들로부터 신뢰받는 의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가 유화를 1인실로 보내는 것은 일도 아녔다.

 사실 입원 첫날부터 1인실로 갈 수 있었으나, 인나가 극구 사양했다.

 하루에 20만 원이 넘는 병실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은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실례를 질 수 없다는 것과 3일이면 퇴원할 것이라 굳이 1인실로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퇴원 날짜가 연장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인나와 한나는 오랜 실랑이 끝에 극적으로 타협했는데, 바로 ‘6인실로 가는 대신 병원비는 전액 무료’로 하는 조건이었다.

 

 한나는 유화의 가정사를 대략 알고 있었다.

 처음 집을 방문했을 때, 부모님과 살지 않고 언니와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보호자 명에 ‘정인나’라고 적힌 걸 보고 친언니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언니가 친언니가 아니라는 점.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병원장도 한나를 통해 유화의 사정을 어렴풋이 알고 그녀를 지원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 한나의 배려를 혹여나 유화가 동정으로 받아들일까봐 늘 조심스러웠다.

 

 한나는 유화의 사정을 어렴풋이 알았다.

 다만 한나와 다른 사람이 다른 점은 유화를 동정하거나 약점으로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중에 언니한테 한 번 물어볼게”

 

 “진짜?”

 한나는 본인이 혜택을 받는 것처럼 즐거워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그랬다.

 

 “내가 본 사람 중에서 네가 제일 착한 것 같아.”

 

 “뭐야, 갑자기.”

 유화가 싱긋 웃자 한나도 따라 웃었다.

 

 “그런데 김건 이 자식은 어디를 갔길래 전화를 안 받지? 오늘 같이 병문안 가기로 했었는데...”

 

 **

 건이는 1층 거실 소파에 앉아있다.

 지금까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좋은 소식은 손발이 묶이거나 고문을 당하지 않았다는 점이고,

 나쁜 소식은 덩치 큰 두 명의 남자가 소파 뒤에 서있다는 것이다.

 체격으로는 밀린 적 없는 건이조차 그 두명에게는 덤빌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 탈출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가망이 보이지 않았다.

 

 연구원 두 명은 먼발치에서 최 상무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최 상무가 여유로운 몸놀림으로 구두 부딪히는 소릴 내며 다가왔다.

 

 “음, 고등학생?”

 건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 상무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건이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을까,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길 좀 물으려고 했습니다.”

 건이는 평소와 다르게 웅얼댔다.

 

 “등산객이 저렇게 많은데?”

 최 상무가 창밖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때마침 단체 등산객들이 줄지어 등산로를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막 함부로 들어오면 그…. 주거침입죄에 걸려서 경찰 아저씨한테 아주 많이 혼쭐나요. 주거침입이란 거 막 가볍지만은 않거든.”

 최 상무는 어린아이 다루듯 말했다.

 건이는 무척이나 기분이 나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근데 어째, 얼굴이 낯익다?”

 최 상무가 부담될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대자 건이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툭 튀어나온 입이 볼에 닿을 것만 같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짜증 나는 사람이었다.

 

 그는 건이의 얼굴을 이리저리 막 뜯어보더니 덩치 한 명에게 지시했다.

 “액자 들고 와봐.”

 덩치는 부엌으로 걸어가 서랍을 뒤졌다.

 아무래도 서랍 속에 잡동사니들을 쑤셔 박아놓은 듯했다.

 그는 액자 대신 사진 한 장을 들고 왔다.

 사진을 받은 그리고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사진과 그를 번갈아 보았다.

 

 “뭐야! 잠깐만, 너 박사 아들이지?”

 건이가 김 박사의 아들임을 알아챈 최 상무는 앉은 자세가 바뀌었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더 쏠렸다.

 

 “내 집에 내가 허락을 맡아야 하나?”

 건이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엄연히 따지고 보면 네 집이 아니지. 집문서 보여주리?”

 최 상무가 덩치에게 고갯짓을 하자 그들은 건이 옷을 수색했다.

 

 건이는 반항하다가 의미 없음을 깨닫고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외투 안쪽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발견한 덩치는 케이스까지 뜯어 꼼꼼히 확인했다.

 투명 케이스에는 교통 카드만 있었다.

 “꺼져있습니다.”

 

 “왜 왔는지 말 않겠다 이거지?”

 

 “...”

 건이는 계속해서 침묵을 고수했다.

 어떠한 변명도 떠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구차해지기 싫었다.

 

 “뭐, 옛날에 살던 집이니까 한 번쯤 오고 싶었겠지. 밖으로 안내하세요.”

 

 “그냥 보냅니까?”

 놀란 덩치가 물었다.

 

 “그럼, 말 안 하겠다는데 뭐 어쩌겠어? 말할 때까지 고문을 하겠어? 아니면 경찰을 부르겠어?”

 최 상무는 덩치를 시켜 그를 별장 밖으로 내보냈다.

 “학생, 다음부터는 허락 맡고 오세요~”

 

 덩치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걷고 등산객 속으로 사라지는 건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최 상무도 어느새 다가와 멀어져가는 건이의 뒷모습을 제 눈으로 확인했다.

 

 덩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정말 보내도 괜찮습니까?”

 

 “고삐리가 뭘 알겠어. 그리고 얘기해봤자 누가 그걸 믿어주겠냐?”

 

 “죽일까요?”

 험상궂은 인상의 또 다른 덩치가 말했다. 그 말에 최 상무는 손바닥으로 남자의 머리를 쌔게 내리쳤다.

 “야 이 새꺄, 너는 내가 하는 말 뭐로 들었냐? 사람을 무슨 벌레 죽이듯이 말하냐. 쟤 감시해. 그리고 같이 사는 그 태호인가 태오인가 하는 운전기사랑 같이.”

 

 “네, 알겠습니다.”

 

 “너희는 따라와.”

 최 상무가 연구원 두 명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울상이 된 그들은 최 상무 뒤를 쪼르르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려왔다.

 

 ***

 건이는 전속력으로 달려, 출발하려는 버스를 가까스로 잡았다.

 버스는 아까와 달리 한적했다.

 건이는 맨 뒷자리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쉬며 휴대폰 전원을 눌렀다.

 휴대폰 화면이 커지자 부재중이 표시됐다.

 한나가 그사이 2통이나 더 걸었었다.

 

 ‘기계는 못 봤지만, 그래도 몇 가지 정보는 건졌네.’

 

 그는 입에 집계 손가락을 넣더니 혓바닥 밑에서 투명한 비닐을 꺼냈다.

 비닐 안에서 단추만 한 크기의 검은 물체가 보였다.

 물체의 정체는 어젯밤 태호에게 받은 소형 녹음기였다.

 그는 옛날에 사용하던 것이라며 건이에게 건넸다.

 

 ‘삼촌은 운전기사였으면서 이런 걸 왜 들고 다닌 거야?’

 

 건이는 녹음기 밑면에서 USB 단자를 꺼내 휴대폰에 꽂았다.

 그러자 저장된 녹음 파일이 휴대폰으로 옮겨졌다.

 

 건이는 이어폰으로 녹음 파일을 들었다.

 연구원들의 대화부터 최 상무의 목소리까지 녹음되어 있었다.

 음질이 좋진 않았지만, 다행히 큰 지장 없었다.

 

 “뭐?! 최 상무한테 걸렸다고?!! 내가 그렇게 조심해라고 했는데 기어코 들킸나?”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 사람이 얼마나 철저하고 지독한데, 뱀 같은 사람이라니까, 아니 그냥 뱀이다 뱀. 하... 그래서 어디까지 들켰는데?”

 

 “내가 박사 아들인 것까지.”

 

 “아이고, 다 들킸네. 우린 이제 죽읐다 죽었어. 짐싸라. 지금이라도 도망가게.”

 

 “삼촌, 오버하지마.”

 

 “오버가 아니라니까!”

 

 “일단 녹음 먼저 들어보자고.”

 건이는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예전에 우리 교수님 사고 난 것도 회장이 한 거라던데

 -교수? 누구?”

 -그 있잖아. 물리학과 이종현 교수

 -밖에서 뭐 하냐.

 

 “이종현 교수?” 태호가 중얼거렸다.

 

 “누군지 알아?”

 

 “아... 아마 회장이랑 자주 만났던 사람 같은데,”

 

 “확실해?”

 

 “인마, 벌써 몇 년 전의 일인데 어떻게 다 기억하노. 그런 거 같다는 말이지.”

 

 건이는 실망한 듯 한숨을 쉬었다.

 태호는 계속해서 녹음 파일에 귀를 기울였다.

 

 "어? 잠깐...이거..."

 태호가 갑자기 넋나간 사람처럼 건이를 바라봤다.

 "나... 이제 어떻게 된 건지 알겠다...건이야..."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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