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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26화
작성일 : 19-11-10 16:20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7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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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바짝 몸이 굳었다. 둘의 입에서 어어 소리만 나왔다. 앞에 중년의 남자, 로봇은 천천히 입을 벌리더니 귀까지 벌렸다. 마치 얼굴을 반으로 쪼갠 것 같은 모양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기괴한 광경을 쳐다보기만 하는데, 목구멍이라 생각되는 부근에서 붉은 빛이 나기 시작했다.

 

 ‘삐이-’

 

 폭탄인가. 다른 공격인가. 유란과 철수는 서로 부둥켜안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목구멍 부근에서 나온 붉은 빛이 환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경찰차 등처럼 번쩍이기 까지 한다.

 

 “비상!! 비상!!”

 

 엄청난 소리. 철수는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느낌에 귀를 막았다.

 

 “제길!!”

 

 급히 주머니에서 테이저 건을 뽑아들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작은 반동과 함께 줄 달린 침이 날아가 남자의 몸에 박힌다.

 

 “비상!! 비…끼리릭!”

 

 비 살상용으로 만들어진 제압무기라 위력이 약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응을 보니 제법 통한 것 같다.

 목구멍에서 번쩍이던 붉은 불빛이 꺼졌다. 그리고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로봇은 옆으로 몇 걸음 비틀대고는 나무토막처럼 쓰러졌다.

 

 “후우! 일단 쐈는데, 이 자식 뭐야? 왜 문 앞에 가만히 서 있었어?”

 

 급한 상황을 해결해서 좋은 것도 잠시다. 이 정도 난리라면 분명 기지안의 로봇들이 죄다 몰려 올 거다.

 

 ‘탁, 탁, 탁, 탁’

 

 아니나 다를까. 걷는 소리도 아니고 뛰는 소리가 사방에서 건물 벽을 때린다.

 

 “가자!”

 

 철수는 유란의 손을 잡고 뛰었다. 건물 안에서 무표정한 로봇들이 쏟아져 나온다. 철수는 최대한 그들을 피해 건물 뒤쪽으로 돌아갔다.

 

 “아윽!”

 

 백여 미터를 채 못 뛰고 유란이 주저앉아 버린다. 어슴푸레한 달빛에 보일 정도로 다리에 피가 흥건하다. 묶어두었던 셔츠는 새빨갛게 물들었고 상처 아래 발은 파랗게 질려 있다.

 철수는 유란을 안아들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유란이 깜짝 놀랐지만, 철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탁, 탁, 탁’

 

 들키는 건 시간 문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봇들이 따라붙었다.

 

 “허억! 허억!”

 

 유란을 안아든 덕분에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숨은 턱까지 차올랐다. 그 와중에 어디선가 튀어나온 통통한 남자 로봇이 철수에게 달려들었다. 손을 뻗어 잡으려는 걸 몸을 틀어 간신히 피했다.

 

 ‘철조망을 넘어야 해.’

 

 정문으로 들어와 뒤쪽 문으로 나가는 것이 처음 목표였다. 하지만 그렇게 나가려면 기지 중앙 쪽으로 가야한다. 쫒기는 마당에 그건 불가능하다.

 철수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철조망으로 뛰었다. 철조망은 그리 높지 않았고, 위쪽에 가시철조망 같은 구조물도 없었다.

 철수는 철조망 아래 유란을 내려놓은 다음 가슴높이까지 올라가 손을 뻗었다.

 

 “손 줘!”

 “철수씨. 그냥 가세요.”

 “무슨 소리야!!”

 

 그냥 가라는 말에 철수는 버럭 화를 냈다. 이 상황에 유란이 움찔거릴 정도였다.

 

 “빨리 손 줘!”

 

 서슬 퍼런 말과 표정에 유란은 뒤를 한번 보고 손을 뻗었다.

 

 “매달릴 수 있지?”

 “네.”

 

 유란이 매달린 것을 확인하자, 철수는 다시 철망을 타고 올라가 손을 뻗었다. 그렇게 두어 번 하니, 철망의 끝에 가랑이를 벌리고 앉을 수 있었다.

 

 “비상! 비상!”

 “삐! 비상! 비상!”

 

 꽥꽥대며 소리 지르는 로봇들이 지근거리다. 그 수도 수십이다. 맞서 싸울 수도 없고, 어디까지 도망가야 할지도 모른다. 철수는 철망에 앉아 그들을 보며 비슷한 상황이 생각났다.

 

 “곽 노인…”

 “네?”

 “아니야. 빨리 넘어가자.”

 

 장기밀매업자들이 흉기를 들고 쫒아오는 통에 편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렇게 안 해!’

 

 철수는 이를 악물고 철망 밑으로 먼저 내려가 유란에게 말했다.

 

 “그냥 대충 내려오다 몸을 던져. 내가 받을 테니.”

 

 사실 유란은 몸만 성했어도 철망 타 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문제는 다친 다리다. 그저 참기에는 상처가 너무 컸다. 이 너머에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꽤 달려야 할 거다. 철수가 언제까지 자신을 안고 달릴 수 없는 노릇이니.

 

 “그…앗!”

 

 발을 헛딛고 떨어졌다. 아래에서 철수가 받았지만 높은데서 떨어져 내리는 바람에 제법 충격이 크다. 하지만 유란을 탓할 수는 없는 일. 철수는 입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잠시 허리를 부여잡고 있다가 자세를 바로 했다.

 

 “자. 어서 가자.”

 

 유란은 다시 한 번 자신을 두고 가라고 말하려다, 철수의 말이 너무 확고해 억지로 일어났다. 로봇들은 철망 앞에 서서 유란과 철수를 물끄러미 보더니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재들 깡통 맞네요. 철망을 넘지 못하나 봐요.”

 “잘 됐지. 뒷문으로 돌아서 오려면 시간이 걸릴 거야.”

 

 철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억지로 걷기 시작했다. 유란이 부축받기 미안할 정도다.

 둘은 한참을 뛰다시피 걸었다. 어슴푸레한 달빛에 비친 황야의 검은 언덕들을 몇 개나 넘었다. 그 중 제법 높은 언덕에 올라 뒤를 돌아봤다.

 저 멀리 로봇들이 쫒아오고 있다. 그들의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지치지 않을 것이다. 체력의 한계가 있는 철수와 유란이 결국 붙잡힌다.

 어찌나 숨이 차오르는지 입에서 색색거리는 소리가 났다.

 철수는 눈앞을 가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헉. 헉. 조금… 여기서. 딱 1분만 쉬자.”

 

 철수는 언덕 위의 작은 나무 아래에 대자로 뻗어버렸고, 유란 역시 그 옆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호흡이 조금 진정되자 철수는 누운 자세로 팔을 들었다.

 

 “어차피, 난 다 됐잖아. 마지막 남은 바코드가 왜 이렇게 질겨?”

 

 달빛에 비친 바코드는 아직 1mm정도가 남아있었다.

 

 “바코더 마다 다르니까요.”

 “거 참. 변덕스럽네.”

 

 철수가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났다. 아직 호흡은 거칠어도 뛸 만해졌다. 유란도 철수를 따라 일어나려 했지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친 다리는 이제 감각이 없다.

 

 “그냥 가요. 언제까지 절 데리고 갈 순 없잖아요?”

 “헛소리 하지 마.”

 “다리가 나무토막 같아요. 이제 못 움직인다고요.”

 “내가 들고 뛰면 되잖아? 그러면 네가 다리를 쓸 일은 없어.”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생각해봐요.”

 

 철수는 더 대꾸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저 로봇들은 천벌이라도 떨어져 쓰러지지 않는 이상 계속 쫒아올 거다.

 

 ‘어차피 죽을 거…’

 

 싸우다 죽을 것이다.

 그러려면 뭔가 도구가 필요하다. 맨손으로 상대할 수 없으니.

 마침 있는 곳이 나무 아래다. 나뭇가지라도 꺾어 쓰면 무기가 되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나무를 한 바퀴 도는데.

 

 ‘쿵!’

 

 “엇?”

 

 눈앞이 띵하다. 순간 나무에 부딪혔나 싶었지만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뭐, 뭐야?”

 

 분명 앞에는 넓은 황야와 언덕들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뭔가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철수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사악 거리는 차가운 감촉과 함께 보이지 않는 벽이 만져진다.

 

 “이봐. 유란.”

 

 유란은 멍하니 달려오는 로봇들을 보다가 철수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여기 뭔가 있어. 뭔가가 막고 있다고.”

 

 유란은 그 말에 기어와 손을 뻗었다.

 숨길 수 없는 희열이, 미소가 되어 얼굴에 나타났다.

 

 “맞죠? 갇혀있다는 말.”

 

 철수는 멍하니 앞을 보았다. 눈에 보이는 건 틀림없이 드넓은 황야다. 하지만 분명히 뭔가 막고 있었다. 이것이 그림인지, 홀로그램인지, 또 다른 것인지 모른다. 분명한 건 유란이 말한 ‘가두고 있는’ 벽에 도달했다는 거다.

 철수는 몇 번이나 손을 뻗어 벽을 만져보았다. 차갑고, 매끄러웠고, 단단했다.

 믿기지 않았다.

 철수는 유란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옆으로 가보자.”

 “옆? 이 벽을 따라서 움직이자는 말이에요?”

 “당신 말이 맞는다면 나가는 문도 있겠지?”

 

 다시 힘이 솟는다. 철수는 유란을 안아들고 벽을 따라 뛰었다.

 

 ‘탁, 탁, 탁’

 

 힘을 냄에도 온전한 체력이 아니어서 그럴까. 어느새 쫒아오는 소리가 뒤통수를 때린다. 그들이 가까이 오기 전 나가는 문을 발견해야 한다.

 다급한 마음에 철수의 다리에 힘이 더 들어갔다. 얼마간 이동하자 유란이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바로 앞 언덕 위에 뭔가 반짝이고 있다. 마치 TV화면을 공중에 띄워놓은 것 같은 모양새다. 철수는 바닥까지 떨어진 체력을 끌어올려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위로 올라가 확인하니 화면이 맞다. 홀로그램인지 벽에 붙어있는 건지 몰라도, 화면에는 한 단어가 써져 있었다.

 

 ‘닫힘’

 

 철수는 유란을 내려놓고 그 글씨를 매만지다가 옆에 작은 홈을 발견했다. 길쭉하게 세로로 파인 홈이다.

 

 “아. 그래!”

 

 급히 주머니를 뒤적였다. 네모난 카드와 사다리꼴 모양의 카드가 한 장씩 손에 딸려 나왔다.

 먼저 네모난 카드를 홈 속에 넣었다. 중간에 걸려 들어가지 않는다. 사다리꼴 카드로 바꿔서 다시 넣어봤다.

 치직 소리와 함께 카드를 잡은 손끝이 따끔거린다. 스파크가 튄 느낌이다. 카드는 그대로 홈으로 빨려 들어가 꺼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화면에 ‘인증됨’ 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벽’이 열렸다.

 

 “이, 이게…”

 

 공간이 갈라져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린 것 같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는 까마득하게 높은 계단이 있었다.

 

 ‘탁. 탁. 탁’

 

 이제 발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로봇들이 언덕 아래서 올라오고 있었다.

 

 “얼른 들어가자.”

 

 철수는 유란을 부축해 문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렇게 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파지직!’

 

 “아악!”

 “악!”

 

 철수는 문 안쪽으로, 그리고 유란은 문 바깥쪽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철수는 문 안쪽에서 엉덩방아 찧은 채로 유란을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멍한 표정이다.

 철수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문 밖으로 다시 나갔다. 그리고 유란을 안아들고 문 안으로 돌진했다.

 

 ‘파직!’

 

 “어억!”

 “아악!”

 

 이전과 같았다. 스파크 소리와 함께 강렬한 힘이 둘을 갈라놓는다. 철수가 이를 악물며 다시 밖으로 나가려 하자 유란이 손을 들었다. 그녀의 시선은 밖의 화면에 꽂혀 있었다.

 

 “인증자만 출입가능… 이라고 하네요.”

 “뭐?”

 “어떻게 인식하는지 모르겠지만, 카드를 소지했던 사람만 그 안으로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잘 됐어요. 다친 다리로 저 계단을 오를 수도 없으니까요.”

 

 유란이 철수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끝없는 계단은 하늘까지 이어진 것 같았다.

 

 “그 너머에 비밀이 있을 거예요. 분명히.”

 

 어디선가 안내음이 들려왔다.

 

 ‘제 5 비상출입구를 닫습니다.’

 

 철수가 급히 손을 뻗었지만, 유란은 고개를 저었다.

 

 “유, 유란.”

 “꼭 밝혀주세요.”

 “자, 잠…!!”

 

 문은 빠르게 닫혔다. 그 사이로 철수가 본 건 로봇들이 유란을 덮치는 광경이었다.

 

 

 

 

 

 

 

 

 

 

 “으아아아!!”

 

 철수는 닫힌 문을 두드리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또 버렸다.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떼어진 거지만, 마음속의 상처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쾅! 쾅! 쾅!’

 

 아무리 두들겨도 문은 꿈쩍도 않는다. 그럼에도 계속 두들겼다. 손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철수는 헉헉대며 주변을 살펴봤다. 나가는 방법이 있을 거다. 버튼이 있다면 버튼을 누르면 되고, 손잡이가 있다면 잡고 돌리면 된다.

 한참 벽을 더듬다가 돌출부분을 찾아내었다. 기다란 홈이 보인다.

 바깥에서 본 카드장치다. 단지 화면이 없을 뿐.

 얼른 주머니를 뒤졌다. 하지만 손은 아무것도 없는 주머니 바닥에 닿았다.

 

 “아…!!”

 

 카드는 바깥쪽 카드장치에 삼켜졌다. 일회용인지 몰라도 카드를 다시 찾을 방법은 없다.

 

 “크…흑!!”

 

 철수는 문에 등을 댄 채 주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문 너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작아서인지, 유란이 소리 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이 문이 두꺼워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유란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씨…”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알고 있는 모든 욕을 문에 쏟아 부으며 발로 차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무릎과 발목이 얼얼한 걸 넘어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찼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 다시 주저앉았다. 천장의 희미한 녹색등이 자주색으로 변한 손을 비춘다.

 철수는 감각 없는 팔을 어깨 힘으로 들었다. 팔목의 바코드는 이제 검은 부분이 없다.

 마른 매직펜으로 슥 그어놓은 모양새만 있을 뿐이다.

 

 “곧 끝이구나. 하! 어차피 죽는데 왜 나를…”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참도 없이 일자로 쭉 뻗은 계단이다.

 

 ‘그 너머에 비밀이 있을 거예요. 분명히. 꼭 밝혀주세요.’

 

 유란의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리는 것 같다. 철수는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사이비 전도사인줄 알았다. 그 뒤로도 그저 연구욕심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립연구소에서 도움을 받은 뒤 생각은 달라졌다. 적어도 보답은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동행했다.

 처음 예상보다 여정은 길고 위험했지만, 그녀의 예상은 하나하나 맞았고 거대한 비밀에 점차 다가섰다. 지금에 이르러 벽을 넘어가보자는 유란의 목적은 철수의 목적이 됐다.

 철수는 다시 한 번 팔의 바코드를 봤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죽어도 뭐가 있는지 보고 죽자.”

 

 제법 긴 간격으로 달린 천장의 녹색등은 희미했다.

 그 어두침침한 공간에서 한참 동안 계단을 오르니, 환청과 착시 현상이 철수를 괴롭힌다. 곽 노인의 간절한 표정, 모아의 목소리, 유란의 마지막 모습까지.

 

 “으아아아!!”

 

 힘껏 고함질렀다. 그리고 몇 번이나 숨을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뒤를 돌아봤다.

 처음 출발했던 장소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다시 앞을 봤다. 계단은 여전히 끝없이 이어져 있었지만,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자 반짝이는 하얀 점이 보인다. 자연스레 걸음이 빨라졌다.

 

 “헉… 헉… 헉…”

 

 계단을 오를수록 바늘구멍 같은 하얀 점은 점점 커져 갔다.

 

 “뭐야. 이거.”

 

 그 정체는 백색의 LED등이 달린 넓은 계단참이었다. 앞에는 두꺼워 보이는 철문이 있다. 혹시 싶어 문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카드가 필요하다면 낭패다. 다행이 카드구멍이나 보안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철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문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하얀 대리석으로 마감된 좁은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문을 활짝 열고 그 통로를 한참 쳐다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통로 끝에 오니 양 갈래로 길이 나눠져 있다. 오른쪽은 어두웠고, 왼쪽은 통로 끝에 희미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빛을 따라 통로 끝으로 갔다. 길은 다시 꺾였고, 또 그 길을 따라 가는데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환한 빛이 길 끝에서 나온다. 철수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비볐다. 어두운 곳에 오래 있다가 밝은 빛을 보니 그렇다.

 곧 적응된 철수는 빠른 걸음으로 통로를 나왔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맞이했다.

 

 “…?”

 

 가장 먼저 천장의 샹들리에가 보였다. 눈부신 빛은 샹들리에가 내뿜는 빛이었다.

 똑바로 쳐다보지 못해 손으로 눈을 가린 뒤 앞으로 나아갔다. 난간이 있다.

 아래에는 슬롯머신, 바, 룰렛, 그리고 수십 개의 테이블이 있었다.

 

 “카지노?”

 

 옆을 보았다. 눈부신 빛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광경이 보였다.

 샹들리에 아래 금박으로 장식된 큰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그 테이블에는 남자가 한 명 앉아 있다.

 그 남자가 인기척 때문에 철수를 돌아보더니,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철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남…윤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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