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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간도둑(The Time Thief)
작가 : JMRyu
작품등록일 : 2019.11.5

보육원 출신의 주인공 유화.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갑자기 급속도로 늙기 시작한다.
10년 전 똑같은 증상으로 세상을 떠난 보육원 동생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 10화
작성일 : 19-11-10 16:10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6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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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0화, 아버지의 행방

 *

 병원 침대에서 눈을 뜬 유화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간은 알 수 없었지만 깜깜하고 고요한 것이 새벽인 것 같았다.

 유화는 자신의 몸을 둘러보았다. 오른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었고 왼팔에는 깁스가 되어 있었고, 몸 여기저기서 욱신거렸다.

 

 ‘나도 참 요란하게 쓰러졌나 보네. 어휴.’

 유화는 자신의 각목 같은 왼팔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폈다.

 ‘한마음병원’이란 문구가 일정한 간격으로 각인되어 있는 깁스는 마치 마스킹 테이프로 감아놓은 것 같았다.

 그러다 깁스의 아래쪽에서 삐뚤삐뚤한 글씨로 「약골」이라 적힌 낙서를 발견하자,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이곳 한마음병원은 한나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병원이다. 그리고 며칠 전 한나가 입원했던 병원이기도 했다.

 유화는 자신의 병문안을 올 한나의 모습에 왠지 웃음이 났다.

 

 유화가 몸을 돌리자, 침대 아래 칸의 간의 침대에서 쪼그려 자고있는 인나를 발견했다.

 인나는 급하게 왔는지, 슬리퍼는 짝짜기였다.

 유화는 인나의 흐트러진 담요를 제대로 덮어주고 다시 누웠다.

 

 그렇게 천장을 바라보다 문득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급하게 먹은 점심, 나를 괴롭히던 ‘백지영’ 그리고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

 

 ‘백지영’의 잘못이라고 말하기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는 건 억울했다.

 

 ‘만약에 사과하러 오면 어떡하지? 받아줘야 하나? 그냥,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면 할수록 괜한 걱정만 늘어났다.

 조용한 병실에 가끔 들리는 기침 소리, 창밖의 바람 소리가 편안하게 들려왔다.

 

 ‘김건도 다시 병문안 올까? 한나랑 같이 오겠지?’

 유화는 침대가 주는 포근함과 백색소음에 힐링을 받으며 편하게 누웠다.

 오랫동안 병원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이 밝기 전까지만.

 

 유화는 병실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자동으로 눈이 번쩍 떠졌다.

 다양한 연령이 함께 지내는 6인실의 아침은 시장통보다 복잡하고, 소란스러웠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 그들을 혼내는 노인의 소리, 병실에 들락날락하는 사람과 간호사.

 

 그러나 옛날과 달라진 모습이 하나 있다. 바로 리모컨 쟁탈전은 없다는 점이다.

 병실의 TV는 한 대였지만, 휴대폰이 더 익숙하고 편했던 아이들은 종일 그것만 쳐다봤다.

 분쟁이 하나 준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이어폰만 착용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인나는 새벽부터 가게로 갔는지, 그녀가 누웠던 자리에는 메모지가 붙은 휴대폰만 있었다.

 

 [일어나면 전화해!]

 유화는 휴대폰 액정에 붙어있는 메모지를 떼어내고 곧장 전화를 걸었다.

 

 “네, 튤립이랑, 장미 세 송이. 바구니에... 네! 감사합니다.”

 인나는 한 손에 매장 수화기를 들고 통화하며 주문 내용을 받아 적었다.

 메모지는 하루치 주문만으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누가 봄 아니랄까 봐, 주문이 쏟아지네,"

 최근 꽃 관련 축제가 많이 개최되면서 꽃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고, 그 여파로 작은 꽃집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주문이 쏟아졌다.

 

 -웅

 이번엔 매장 전화기가 아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유화의 이름이 화면 가득 보이자 인나는 목소리 톤을 한 단계 높이며 전화를 받았다.

 “어머, 잠꾸러기 아가씨. 일어났어? 몸은 어때? 아침은 먹었어?”

 

 “언니, 하나씩 물어봐.” 유화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몸도 괜찮고, 방금 아침도 먹었어.”

 

 “그래? 오늘은 가게 일찍 닫고 갈게. 휴대폰 배터리랑 슬리퍼랑... 또 필요한 거 있어?”

 

 “음…. 치약이랑 칫솔?”

 “아! 맞아! 치약이랑 칫솔 그리고 클렌징폼까지. 오케이. 아 참! 책 한 권 놔뒀거든? 심심하면 읽어. 그리고 무슨 문제 생기면 바로 전화하고, 알지?”

 “응! 걱정하지 마.”

 인나는 통화가 종료된 걸 확인하고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녀는 앞머리를 이마 뒤로 넘기며 시름에 잠겼다.

 어제 의사에게 들은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의사 경력 30년 동안 환자분 같은 경우는 처음 봅니다.”

 

 과거에도 똑같이 들었던 그 말,

 운명은 뫼비우스 띠처럼 돌고 돌았다.

 

 어느새 눈물이 인나의 뺨을 타고 흘렀다.

 뿌연 시선에 벽에 걸린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정말 가혹한 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님, 부디 저희를 버리지 마소서”

 매장 전화기가 쉼 없이 울렸지만, 잠시 동안 그녀는 받을 수 없었다.

 

 ***

 “유화야!”

 한나가 문에서부터 큰 소리로 유화를 불렀다.

 창피함은 유화와 따라온 건이의 몫이었다.

 목소리가 워낙 큰 탓에 병실 안의 모든 시선이 그들에게로 향했고, 유화는 황급히 손가락으로 ‘쉿’이라 했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괜찮아?”

 한나의 표정은 근심 걱정으로 가득했다.

 

 유화는 배시시 웃으며 이불에 감췄던 왼팔을 들어 보였다.

 “심하게 넘어졌나 봐. 헤헤.”

 

 건이는 ‘심하게 넘어졌다’는 유화의 말이 의아했다.

 쓰러지는 걸 눈앞에서 본 그는 팔에 금이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마룻바닥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물론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떡해...”

 한나는 깁스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괜찮아, 살짝 금 간 거래.”

 

 “금 갔는데, 뭐가 괜찮냐.”

 그렇게 한 차례 핀잔을 준 한나는 약골이라 적힌 글씨를 발견했다.

 

 “뭐야, 이거 누가 쓴 거야?”

 유화는 아무 말 없이 건이를 올려다보았다.

 

 어깨를 들썩였다.

 “아! 맞다! 너 얘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지? 막 어제저녁부터 나한테 전화해서는 ‘언제 병문안 갈 거냐?’, ‘병문안 갈 때 뭐 사 갈 거냐?’며 귀찮게 물어보고...”

 

 “진짜?”

 한나의 말에 유화가 강아지 같은 눈망울로 건이를 올려다봤다.

 건이는 또 귀가 달아오르는 게 느껴지자 괜히 툴툴대며 말했다.

 

 “아니, 이왕 갈 거면 같이 가는 게 나으니까 그렇지! 괜히 왔다 갔다 하면 다른 사람한테도 피해줄 수 있으니까.”

 

 “예예, 네가 배려심 깊은 줄은 몰랐습니다.”

 

 한바탕 웃고는 이번엔 유화가 한나에게 물었다.

 “너는 어때? 몸 괜찮아?”

 

 “응, 나는 다 나았어.”

 

 “너희는 왜 이렇게 허약하냐.”

 한나는 괜히 툴툴대는 건이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유화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너 뼈가 아주 약하대. 퇴원하면 같이 운동하자. 우유도 많이 마시고.”

 유화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흰 돌아가면서 아프네.”

 한나가 쏘아보자 건이는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피했다.

 

 “언니는?”

 한나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꽃집에, 원래 이맘때쯤이면 주문이 많아서 꽤 바쁘거든. 오늘은 일찍 닫고 온대.”

 

 “아 진짜? 그럼 언니 올 때 까지 우리랑 놀면 되겠다.”

 

 “난 조금 있다가 갈 거야.”

 한나와 건이는 앙숙처럼 투덕거렸다.

 유화는 그 둘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자, 손님이 방문해 주셨으니까, 대접해야지. 내가 음료수 하나씩 쏜다!”

 유화는 본인이 사는 것처럼 말하고는 한나가 사온 비타민 음료수를 침대 밑에서 꺼냈다.

 건이는 유화가 몸을 살짝 숙였을 때, 어제 봤던 그녀의 문양을 다시 한번 보게됐다.

 

 ‘잘 못 본 게 아니었구나.’

 건이는 문양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더 잘 볼 수 있도록 옆으로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유화의 귀 뒤에 있는 동그란 문양이 선명하게 보였다.

 분명 아버지의 종이 뭉치에서 본 문양과 똑같았다.

 

 “야, 너 귀 뒤에...”

 

 “엣취!”

 유화가 갑자기 재채기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

 유화는 휴지로 코를 막은 뒤 건이를 바라봤다.

 

 “응? 뭐라고?”

 

 “... 나도 음료수 줘.”

 음료수를 한 병 받은 건이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한나가 놀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뭐야, 진짜 가는 거야?”

 

 “화장실 간다. 화장실.”

 건이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병실을 나섰다.

 

 ****

 “왔나.”

 앉아서 TV를 보던 태호가 방금 들어온 건이를 맞았다.

 태호는 배가 불룩 튀어나온 게 영락없는 중년의 아저씨였다.

 

 “응.”

 건이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7시였다.

 

 “몇 시에 들어왔어?”

 

 “오늘 보자... 6시? 그건 와 물어보노?”

 

 “요즘은 일찍 들어오네.”

 원래 삼촌은 밤늦게까지 수리점에 있다가 밤 9시나 되어서야 오곤 했었다.

 

 “왜, 싫나?”

 

 “딱히 좋지도 않지.”

 

 “이게!”

 

 건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다 잠시 멈칫했다.

 “삼촌.”

 

 “왜.”

 

 “...아니야.”

 “뭐야, 싱겁게... 라면 먹을 건데 니도 먹을래? 두 개 끓일까?”

 “안 먹어.”

 

 건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가 부팅되는 동안 서랍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둔 페이지를 펼쳤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는 화살표, 역시 유화의 귀 뒤에 있던 문양과 똑같았다.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시계방향은 뭐고, 반대 방향은 뭐지?’

 건이는 인터넷의 포털사이트에 [화살 문양]이라고 검색했다.

 수많은 이미지 중에 비슷한 문양은 없었다. 이번에는 포털사이트에 [김태형 박사]를 검색했다.

 

 ‘상대성 이론의 대가, 김 박사를 만나다’ 식의 꽤 많은 기사가 나왔다.

 당시의 김 박사는 물리학에서 꽤 저명한 박사였기 때문에 뉴스나 TV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곤 했다.

 건이는 기사 제목을 훑다가 [사라진 비운의 천재 김태형 박사, 그의 거처는?]이란 기사를 눌렀다. J신문의 여기자가 3년 전에 쓴 기사였다. 건이는 기사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똑똑

 태호의 노크 소리에 건이는 종이만 다시 서랍에 넣고 읽던 기사를 마저 읽었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허락이 들리지 않자, 태호는 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요즘 방에 자주 들어오네. 예전엔 안 그러더니.”

 건이는 모니터에 시선을 박은 채 말했다.

 

 “인마, 니는 노크를 듣고도 들어오라는 말을 안 하노. 사람 착각하게.”

 

 “무슨 착각?”

 

 “음…. 뭐 네 또래라면 그럴 수 있는.. 자연스러운,, 그런 거 있잖아! 하하하.”

 태호는 민망한 듯 혼자 웃었다.

 

 “삼촌."

 

 "와?"

 

 "오버하지 마.”

 

 그렇게 태호는 방을 나가려다가, 그의 시선이 건이가 읽고 있던 기사로 향했다.

 그는 다시 건이의 뒤로 다가갔다.

 

 “건이야, 이건 왜 보고 있노? 혹시... 아빠 보고 싶나?”

 

 “아니, 확인할 게 있어서.”

 

 “뭔 확인?”

 

 “있어. 그런 거.”

 바짝 붙은 삼촌의 콧바람이 그대로 건이의 정수리에 전해졌다.

 그리고 참손이 침 넘어가는 소리도 들려왔다.

 

 건이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삼촌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삼촌.”

 건이가 올려다보며 말했다.

 

 “응?”

 

 “지금 아빠 어딨는지... 알고 있지?”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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