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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간도둑(The Time Thief)
작가 : JMRyu
작품등록일 : 2019.11.5

보육원 출신의 주인공 유화.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갑자기 급속도로 늙기 시작한다.
10년 전 똑같은 증상으로 세상을 떠난 보육원 동생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 9화
작성일 : 19-11-10 16:09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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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저녁 식사를 마친 건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그러다 문득 어젯밤 가게에서 가져온 종이 뭉치가 떠올랐다. 아버지의 이름이 적힌 연구 보고서. 건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서랍에 넣어둔 봉투를 꺼냈다. 밝은 곳에서 다시 보니, 봉투의 겉면은 오래된 세월을 증명이라도 하듯 누런색으로 변해있었다. 건이는 흐트러진 종이를 다듬었다.

 

 첫 장에는 라 적힌 타이틀과 그 아래에「김태형, 이종현」이 적혀있다.

 ‘이종현은 누구지?’

 건이는 컴퓨터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이종현]을 검색했다.

 흔한 이름 탓에 동명이인으로 스무 명이 넘는 검색결과가 나왔다.

 건이는 이름 앞에 [박사]를 넣고도 검색했으나, 시원찮은 결과만 나올 뿐이었다.

 

 건이는 종이를 천천히, 한 장씩 넘겼다.

 영어도 문제였지만, 막 휘갈기듯 흘겨 쓴 글씨체 때문에 더더욱 어지러웠다.

 ‘도대체 뭐라고 쓴 거야?’

 페이지 당 표와 수식이 적어도 2개 이상 있었고, 간혹가다 도형 그림이나 쥐와 토끼 같은 동물 사진도 있었다.

 

 종이를 넘기다가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 알아보기 힘든 글씨체와 온갖 수식이 적힌 다른 페이지와 달리 이 페이지에는 정중앙에 ‘시계방향의 둥근 화살표’만 덩그러니 그려져 있었다. 그 다음 장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는 둥근 화살표만 있을 었다.

 '이 문양은 뭐지?'

 건이는 두 장을 들어 비교해보았다.

 스탠드 빛에도 비춰보고 두 장을 겹쳐보기도 하고, 흔들어도 봤지만, 추가적인 정보는 얻지 못했다.

 건이는 휴대폰 카메라로 문양이 그려진 두 페이지를 찍었다.

 

 -똑똑.

 삼촌인 태호였다.

 

 “어…. 어! 삼촌, 잠깐만!” 건이는 마치 불순한 걸(?) 보고 있던 사람처럼, 부랴부랴 종이를 봉투로 넣었다.

 

 태호는 혈기왕성한 사내의 사정(?)을 잘 알는, 배려심 넘치는 삼촌이었다.

 그는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은 채로, 건이가 문을 열어 줄때까지 기다렸다.

 

 “어, 삼촌, 왜?”

 사실 건이 스스로도 왜 숨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종이 뭉치를 숨기는 데 성공했다.

 

 “안 자고 뭐 하노?”

 

 “공부하고 있었어. 왜?”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고, 네가 공부를 다 하고.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태호는 건이 어깨너머로 컴퓨터를 슬쩍 처다 보았다.

 컴퓨터는 꺼져있었다.

 "오~ 빠른데?" 무언가 단단히 착각한 태호였다.

 

 “삼촌, 오버하지 말고 나가.”

 건이가 방문을 닫으려 하자 태호가 막아섰다.

 갑자기 둘 사이에 팽팽한 힘 싸움이 시작됐다.

 

 “이야. 진짜 삼촌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우리 건이가 스스로 공부도 하고. 진짜...”

 건이는 울먹이는 시늉까지 하는 삼촌을 억지로 밀어서 문을 닫았다.

 

 건이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조금 전에 봤던 화살모양 문양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건이는 그 문양이 아버지의 행방불명과 연관 있을 것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 느낌이 들면 뭐? 나와 엄마를 버리고 간 그 사람을 지금 그리워하는 건가? 살았든 죽었든...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복잡한 심경이었다.

 

 **

 한나는 일주일 째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담임 선생의 말에 의하면, 이미 3일 전에 퇴원했지만, 여전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그 소식에 몇몇 철없는 반 친구들은 한나를 부러워했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한나는 빈혈이 꽤 심한 편이라고 한다. 그동안 활발하고 털털한 성격에 가려 그런 질병이 있는 줄 몰랐다.

 아무튼 한나의 부재로 유화의 학교생활은 학기 초로 돌아갔다. 그때처럼 창밖의 풍경만 바라보았고, 혼자가 되었다.

 뒷자리에는 여전히 건이가 있었지만, 늘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나마 점심시간에는 일어나 같이 먹곤 했는데, 요즘은 점심도 거르고 잠만 잔다.

 오늘 점심 시간에도 건이를 깨워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한 ‘안 먹어’였다.

 

 ‘요즘 시대에 혼자 밥 먹는 게, 뭐 어때서?’

 유화는 평소보다 더 당당한 발걸음으로 급식소에 걸어갔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로 왁자지껄한 급식소에서 한 쪽에 있는 넓은 테이블에 혼자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본인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다들 무리를 지어 앉아 있다,

 

 ‘역시 고독 중에 고독은, 군중 속의 고독이라더니....’

 

 사실 유화의 혼밥 경력은 꽤 오래된 편이었다.

 언니는 일이 많을 때면 집에 늦게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혼자 밥을 지어 먹었고, 초중학교 시절엔 친구가 없었기에 늘 혼자서 밥을 먹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럿이서 같이 밥 먹는 게 더 불편했다.

 이처럼 유화에게 혼밥은 일상이었기 때문에, 왁자지껄한 급식소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생각했지만, 한나가 늘 곁에 있어서 그런지 오늘은 유난히 힘들었다.

 

 다른 학생이 옆 자리에 무리 지어 앉자, 유화는 밥 먹는 속도를 올렸다. 예전 같았으면 별 신경 쓰지 않고 평소대로 천천히 먹었을 것이다. 유화는 밥을 꾸역꾸역 먹다가, 나머지 잔반들을 버렸다.

 반으로 돌아왔을 때, 건이는 여전히 엎드려 자고 있었다. 유화는 잠든 건이를 보며 괜히 한 대 쥐어 박고 싶었다.

 그렇게 엎드려 있는 건이를 잠시 처다보다가, 유화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평소처럼 창밖 풍경을 보며 남은 점심 시간을 보내는데, 밥을 급하게 먹어서 그런지 속이 답답했다. 유화는 주먹을 쥐고 가슴을 몇 번 두드리다가 책상에 엎드렸다. 엎드려 있으니 그나마 나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백지영'이 거울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선영이 앞 뒤로 엎드려 있는 건이와 유화를 턱으로 가리켰다.

 "재네 뭐? 뭐 어쩌라고?" 우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왜~ 내가 어제 말했던 거 있잖아."

 선영은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

 화장실에서 나온 유화는 손을 씻으며 거울을 바라봤다.

 요즘따라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왠지 주름도 많아진 것 같고... 게다가 흰 머리카락까지 힐끗힐끗 보였다.

 

 ‘어휴, 나도 나이를 먹었나 봐.’

 유화가 뽑은 흰 머리카락 한 가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화장실을 나서는 유화를 ‘백지영’이 막아섰다.

 유화는 눈을 아래로 깔고, 삼총사 옆을 지나치려 했지만. 또 다시 앞을 막았다.

 

 “우릴 왜 이렇게 피하는 거야, 같은 반 친구끼리” 백우수가 말했다.

 

 “미안..”

 

 “뭐야, 진짜 피했다는 거네?”

 

 “아…. 아니!” 말꼬리를 잡히자 당황스러웠다.

 유화의 목에서 반짝이는 십자가 목걸이를 발견한 이지원이 잡아 자신의 시선 높이로 올렸다.

 

 “오 목걸이네. 이거 진짜 금이야?” 놀란 유화는 순식간에 목걸이를 낚아채 손으로 꽉 쥐었다.

 

 “학생이 말이야, 목걸이같은 거 해도 돼?” 화장이 짙은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대사였다.

 

 “선생님께 허락 맡았어.”

 

 “아 진짜? 근데 우리 허락은 안 맡았잖아.”

 

 “너희 허락을 왜 맡아야 해...?”

 

 “와~ 얘 봐 이젠 반항하네? 슬슬 성격 나오나 봐?”

 황선영이 소매를 걷으며 위협하듯 말했다.

 “왜 허락 맡아야 하는지 알려줘?”

 그들은 무섭게 유화를 몰아갔다.

 구석에 다다르자 유화는 십자가를 꾹 쥔 채 몸을 움츠리고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너희 뭐하냐.”

 삼총사 뒷쪽에서 어느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이였다.

 건이의 날카로운 눈매는 삼총사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그냥 유화한테 물어볼게 있어서. 왜?” 선영이 말했다.

 “내가 볼 땐, 아닌 것 같은데?”

 “왜? 우리가 괴롭히고 있을까봐?”

 “누가 봐도 딱 그러네.”

 “뭘 괴롭혀, 그냥 얘기만 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네가 무슨 상관인데?”

 백우수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건이와 삼총사가 말다툼을 하는 동안 유화는 속이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

 교실에 있을 때보다 증상이 심해지더니 이젠 숨마저 가빠왔다.

 ‘그냥 평소처럼 천천히 먹을걸’

 그들에게 큰 소리가 오갈 때마다 머리가 울렸다.

 

 유화는 어릴 적 롤러코스터를 처음 탔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눈 앞이 어지럽고... 몸을 가누기 어려워졌다.

 몸이 점점 앞으로 기우는 가 싶더니... 아이들의 슬리퍼가 정면에서 보였다.

 유화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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