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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기억의 시간
작가 : charlotte
작품등록일 : 2019.10.6

매일 사라지는 기억, 잊혀진 시간 속 어딘가에서 찾아야하는 스스로의 답. 불완전하기에 완전해질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어느 누구 하나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날들을 보내던 그녀가 찾은 기억의 조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착시2
작성일 : 19-11-10 14:32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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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그녀는 나를 다시 찾았다. 왜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알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나를 노려봤다. 내가 알던 그 예쁜 미소는 이제 그녀에게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존재는 이미 죽은 지 오래였고, 그것은 나를 참을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그 아름다웠던 모습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그녀가 내게 묻는다, 자신을 좋아하는 것인지를. 하지만 내가 좋아했던, 운명이라 여겼던 존재는 지금의 그녀가 아니다. 그러니 아니라고 대답한다. 다시 물어온다. 그것도 아니라면 대체 왜 그랬느냐고 묻는 것에 나는 무어라 대답해야 하는 건지 몰라 답하지 않았다.

 “왜 말을 안 하세요? 왜 그러셨냐고요. 동의도 구하지 않았잖아요. 아니, 그것보다 대체 어떻게 집 안에 이딴 물건을 설치할 수가 있죠?”

 어떻게 찾았는지 그녀는 내게 작은 소형 카메라 하나를 내민다. 어쩌면 그녀는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게 왜 그렇게 화가 났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대답이 없는 나를 한참이나 노려보던 그녀가 두 번 다시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녀가 나간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굳어있던 목을 움직여 긴장을 풀어내려 하자 속에 잠들어있던 무언가가 고개를 든다. 혀 차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면 긴 숨이 따라 새어나온다. 여기서 멈췄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멈추지 못했다.

 그녀가 문을 열더니 놀란 듯 뒤로 물러선다. 전처럼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소름끼친다는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떠오르면 내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잠깐 들어가겠다며 너무도 익숙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내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나는 그녀를 밀쳐내고 설치했던 카메라들을 전부 수거했다. 경악하는 표정에 이제 실험은 끝났다는 말을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실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실험 따위는 애초에 시작한 적도 없었을 뿐더러 단지 그녀의 일상 속에 들어가고 싶어 시작했던 일이었다. 그동안 말하지 않고 동의 없이 했던 일은 실은 극도의 우울에 빠진 환자가 언제 극단적 선택을 할지 몰라 조용히 진행해 왔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믿지 않는 듯한 그녀의 표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계속 했다.

 “못 미더운 표정인데, 아마 이게 없었다면 윤슬씨가 그동안 시도했던 그 수많은 자살은 이루어졌을 겁니다. 내 환자가 죽는 걸 응원할 만큼 직업의식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죠.”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럼 그동안 어떻게 알고 윤슬씨가 죽으려 할 때마다 구급차가 왔을까요?”

 “그게 이런 일을 정당화 시켜주지는 않아요!”

 “그건 압니다. 하지만 본인도 아실 것 아닙니까. 본인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었다는 거.”

 “차라리 그냥 죽게 두지 그랬어요, 그럼.”

 “뭐요?”

 “계속 나빠지는 거 뭐 하러 살려놔. 그냥 죽게 놔두지 왜 살려 놨냐고.”

 “이래도 당신이 그렇게 말 할 수 있는지 봅시다.”

 그녀의 마지막 말은 나의 이성을 끊어 놓았고, 순식간에 일은 벌어졌다. 뒷걸음질 치던 그녀의 얼굴에 두려움과 공포가 서려있었다. 스스로가 생을 마감하려 하는 것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었던 그녀가 지금 순간에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나를 피해 도망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미 내 손에 잡혀버린 그녀의 팔엔 이내 기다란 상처가 남는다. 자해의 흔적들 위에, 아직 채 아물지도 못했던 그것들 위에 나는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냈다. 다시 나의 이성이 돌아왔을 때, 그녀의 숨은 이미 끊어져가고 있었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마지막 죽음을 목격한 나는 그녀의 장례식에 상주가 되어있었다. 찝찝한 마음을 털어내지도 못한 채로 이어진 그 많은 시간들이 지나고 나는 그리움이라는 명목으로 그녀를 만들어냈다. 처음 그녀가 깨어났을 때, 그동안 습득해온 지식으로 기억을 조작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몇 번의 시도 끝에 그녀에게 내 마음대로 만들어낸 기억을 집어넣었다. 기억은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시간들을 조금씩 집어넣었고, 그녀의 곁에 머물게 한 이들에 관한 나쁜 기억까지도. 하지만 그 속에 나에 대한 기억은 한 줄도 끼워 넣지 않았다. 온전히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언젠가는 전부를 기억해낼 테고, 그러면 그녀는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그녀가 완전히 기억을 받아들이기 전까지 그녀는 몇 번이고 기억을 잃을 테니 잘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죄의식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을 찾아가 나를 돕도록 했다. 그러기까지 꼬박 일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은성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던 인물이었고, 틈만 나면 나에게 반항하려 들었다. 거슬리는 그녀의 행동을 잠재우기 위해 내 속에 자리 잡은 악마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다행스러운 것은 그녀가 한경원을 증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당한 폭력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듯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윤슬이 깨어났다. 나의 운명이라 여겼던 존재는 생각보다 더 많이 나를 경계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듯이 행동했다. 어쩌면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를 향한 적대감만은 분명히 드러냈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가 몇 번이고 의식을 잃고 쓰러졌음에도 여전히 기억을 해내지 못한 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생각해봤지만 특별히 문제를 일으킬 만한 점이 없다. 그런 생각이 끊임없이 나를 쫓아다니는 동안 그녀의 행동이 묘하게 바뀌어간다. 이미 이은성은 죽기 직전의 상태였고,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그녀를 떠보기 위해 협박 아닌 협박을 해봤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이후 그녀가 갑자기 쓰러졌다. 모든 게 안정적이었지만 깨어난 그녀의 눈은 초점이 나가있었다. 이상하리만치 해맑았으며 내게 적대감이라곤 전혀 없었다. 내가 주입한 기억 때문일지 모른다 생각했다. 예전의 그녀로 돌아온 듯싶어 내심 안도하고 있었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끝까지 입을 열 것 같지 않던 이은성이 실토한 말이 나는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녀에게 갔을 때, 그녀는 여전히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가 없어 다시 한 번 그녀를 떠보았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같다. 어쩌면 이 환경이 익숙해져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게 아니라면 아마도 실수라고는 없었던 기억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어떤 문제 때문일지도 모른다.

 좀 더 지켜보자 생각했던 날, 그녀는 바깥을 내다보며 밤을 새웠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나는 그녀를 불렀고,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전에 보았던 모습이다. 자신을 놓으려 했던 그때의 모습으로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나를 흔들어 놓기 위해 한 일이라기엔 다른 감정이 전혀 담기지 않은 그녀의 슬픔이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그 자리에 굳어 서있는데 그녀가 같은 말을 반복한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고, 내게 질문을 쏟아 붓던 그녀의 울음은 점점 커져갔다.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놓인 사람처럼 불안정한 그녀를 애써 진정시켰다. 그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은성을 윤슬의 옆에 데려다 놓았고, 그녀는 내게 좋지 않은 상황을 이야기한다.

 내가 지금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미쳐가는 그녀를 조금은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이었다. 썩 내키지 않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걸리지만 그녀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주위 환기였다. 그러니 당분간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놓아줘야 할 것이다. 잠깐의 자유를 준 것일 뿐 나는 그녀를 아직 놓지 않았다. 그녀가 퇴원하던 날 잠들어있던 한경원을 보는 순간 그것이 너무 정확해졌다. 나는 절대,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퇴원 이후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아마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아닌 척 했어도 나는 알고 있다. 그녀는 내가 주입한 모든 기억을 흡수했고, 마지막 순간의 나를 기억했을 것이다. 그러니 결국 그녀가 제 발로 먼저 나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만들어냈다 해도 윤슬이라는 사람의 생각이 깃든 것이니까. 꽤 많은 시간이 흘러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난다면 그 기억 때문일 것이다. 아직까지는 가장 마지막의 그 기억은 나타나지 않아서 오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느린 하루가 절반쯤 지났을 때, 그녀는 나를 찾아왔다.

 “당신은 내가 보고 싶었겠죠?”

 “그랬는지도.”

 “마치 내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보이네요.”

 “그럴 리가.”

 “그게 맞을 것 같은데, 당신이 나한테 한 짓들을 보면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 걸?”

 “그렇게 퇴원하고 한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당신이 그걸 모르지는 않겠죠?”

 “무슨 말이지?”

 “당신이 내게 준 기억들 말이에요.”

 “왜 내가 줬다고 확신하지? 본인의 기억이잖아.”

 “정말 내 기억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겠지.”

 “당신 기억은 아니고?”

 “앉아서 알아들을 수 있게 차분히 대화를 해보죠.”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녀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나를 마주 보았고,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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