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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기억의 시간
작가 : charlotte
작품등록일 : 2019.10.6

매일 사라지는 기억, 잊혀진 시간 속 어딘가에서 찾아야하는 스스로의 답. 불완전하기에 완전해질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어느 누구 하나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날들을 보내던 그녀가 찾은 기억의 조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억의 끝에서의 시작3
작성일 : 19-11-10 14:30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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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눈앞이 잔뜩 흐려져 이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을 때, 그가 내게 다가왔다. 가까워지는 만큼 나의 울음도 커져갔다. 다독이는 손길이 어느 때보다 따듯하다 해도 결국 그는 나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것을 아는 지금 나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그가 보이는 따스함에 결코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있는데 괜찮다고 중얼거리는 말이 귓가로 날아든다. 그건 슬픔의 불길을 더 키울 뿐이었기에 더 크게 소리 내어 울 수밖에 없었다. 전혀 괜찮지 않다. 감옥과도 같은 이곳에 나를 묶어둔 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어떻게든 해보려는 그의 수작을 모르지 않으니까 말이다.

 한참이 지나도 나의 슬픔은 가라앉지 않은 채 같은 질문을 반복해야 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거듭 고민해 봐도 좀처럼 답이 손에 잡히지를 않는다.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둔 그것을 꺼내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싶은 생각이 문득 스쳤다. 모두를 위해서도 그런 선택은 전혀 하고 싶지 않은데 꼭 그래야 할까 싶었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면 그것도 할 것이다.

 장장 한 시간을 그렇게 울고, 다 가라앉지도 않은 슬픔을 뒤로하고 웃었다. 잔뜩 부은 눈으로 미안하다 말하는 나를 김석호는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자꾸만 급변하는 나의 태도와 행동에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흔들리는 눈동자는 그것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무언가 생각하는 듯싶던 그가 내게

 질문을 던진다.

 “이간호사랑 같이 있으면 좀 괜찮겠습니까? 말할 상대가 필요하다거나 하면.”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 그냥 바라보고만 있다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옅은 미소가 입가에 걸리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까지 안도하는 것 같은 표정은 처음인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은성을 불러주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김석호는 서둘러 이곳을 나갔다. 이 사람, 눈물에 많이 약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잘 이용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쁜 사람이 되더라도.

 조금 있으니 은성이 걱정 한가득인 표정을 하고 안으로 들어온다. 배시시 웃으면 그제야 조금은 안심이 된다는 얼굴이 된다. 길게 뿜어져 나온 그녀의 한숨이 다시금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만 같아 부러 더 환하게 웃었다. 그녀가 내게 물어온다, 괜찮은 거냐고. 어깨를 으쓱이며 아무 문제없다 말하지만 이미 그 남자에게서 들은 말이 있는 은성은 내 말을 믿지 않는 듯하다.

 “나 진짜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거지?”

 “그럼.”

 이제는 제법 진정이 되었고,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한순간 스쳤던 그 마지막 선택에 대한 생각도 지금은 많이 느슨해졌으니 괜찮은 것이지 않을까. 은성에게 순간이었던 그 생각을 얘기해야 하는 것인지 많은 고민이 생긴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는데 그녀가 먼저 내게 물었다. 그가 본 나는 위태로워 보였고, 금방이라도 죽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며 정말 그랬냐고 묻는다. 그 말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의사라고 그런 생각을 간파해낸 것에 사실 조금 놀라기도 했다. 옅게 그려지는 나의 미소에 은성이 내 손을 강하게 움켜쥔다.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며 하는 말 속에 그녀의 슬픔이 진득하게 묻어났다. 다시는 나를 잃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생각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이제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수도 없이 얘기했지만 결국 그녀의 눈물은 터지고 말았다. 누군가를 울리기 위해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것은 깊이 묻어두어야 할 것 같다. 똑바로 나를 마주보지도 못하는 그녀와 겨우 시선을 맞추고 강한 의지를 드러내 보였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것을 몇 번이고 말하고 나서야 은성도 진정되는 것 같았다. 침묵을 지키는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빨리 여기서 나가자.”

 “어떻게?”

 “어차피 그 사람은 나를 불러서 네 상태가 어떠냐고 묻겠지. 그럼 많이 불안해 보인다고 할게.”

 “그 다음은 나한테 맡겨. 그 사람 분명 바로 나를 보러 올 테니까.”

 “아, 근데 여기서 나가면 어떻게 할 거야? 지낼 곳도 없잖아.”

 “경원이?”

 “미리 연락해 둘게.”

 “고마워.”

 “내가 해야 할 일이잖아.”

 “은성아.”

 “응?”

 쓰디 쓴 표정으로 해야 할 일이라 말하는 은성의 말은 마음이 아팠다. 더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했지만 결국 책임이 있다는 것에 그녀는 계속해서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내 스스로도 조금은 그녀의 행동에 화가 났었기에 쉽게 괜찮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과거의 일은 잊자, 그 말도 좀처럼 나올 것 같지가 않아 아니라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걸 아는지 은성의 입 끝에 미소가 걸린다. 그제야 피곤함이 몰려든다. 감기는 눈을 어쩌지 못하고 잠들어 버린 내 손을 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졸린 눈을 억지로 떠 손길의 주인을 바라봤다. 슬픈 표정을 한 김석호의 얼굴이 나와 눈을 맞춘다. 그가 왜 왔는지 알고 있는 나는 어렵지 않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잡힌 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참아야 한다. 좀처럼 그의 입이 열릴 것 같지 않았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서지는 듯한 통증에 인상을 쓰자 그가 손을 놓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조금 알 것만 같다.

 “퇴원, 하고 싶습니까?”

 “네?”

 “여기 있는 게 답답해서 기억을 찾는 게 아니라 점점 미쳐가고 있다면. 그런 거라면 퇴원하는 게 맞을 지도 모르니까. 난 당신이 미쳐가는 걸 보고 싶어서 여기 붙잡아 두는 게 아닙니다.”

 “…결국은 같은 거 아닐까요. 저는 아무런 기억도 찾지 못하고 있고, 이렇게 하얗기만 한 곳에 계속 있다가는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 거예요.”

 “원할 때 언제든 퇴원 하세요.”

 “정말 그래도 되는 건가요?”

 “말했지만 난 당신이 미치는 걸 보고 싶지 않고, 죽는 건 더 더욱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의외로 쉽게 얻어낸 결과가 어쩐지 달갑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왜였을까. 그가 나를 피하듯 자리를 떠났다. 그 뒤로 며칠 동안 그는 내게 찾아오지 않았다. 퇴원하기로 정한 날짜가 다가오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경원이 썼던 책들을 챙겼다. 피곤을 이끌고 병실로 들어온 경원이 내게 쇼핑백을 건넨다. 뭐냐고 묻자 은성이 챙겨준 것이라는 말만 하고 의자 위로 쓰러져 내린다. 안에 든 것을 확인해 보니 곱게 접힌 옷이었다.

 환자복을 고이 접어 잘 펴진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 내가 살아나 기억을 찾아가던 그 순간들이 짧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기다린 듯 때를 맞춰 은성이 들어온다. 그새 잠들어 있는 경원을 이건 뭐냐는 듯 손가락질 하며 나를 바라본다. 갈아입은 옷을 보더니 너무 잘 맞는다며 나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이 꼭 소녀 같다. 잠깐의 텀을 두고 김석호가 안으로 들어왔고,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웃는다. 제대로 된 미소는 처음인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내원해야 한다며 당부를 남긴 그는 조금은 미심쩍은 얼굴로 우리를 스캔한다. 그리고는 잠든 경원에게 한참 시선이 머물다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것의 의미는 알 수 없으니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나을지는 알지도 못한 채 단지 이곳을 벗어난다는 사실만으로 들뜬 기분을 안고 병원을 나섰다.

 작은 창이 아닌 탁 트인 장소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햇빛이 쏟아질 듯 눈으로 들어온다. 예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렇게 맑은 하늘을 다시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잠시 그 행복감을 만끽했다. 그게 잘못이었던 것인지 차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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