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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기억의 시간
작가 : charlotte
작품등록일 : 2019.10.6

매일 사라지는 기억, 잊혀진 시간 속 어딘가에서 찾아야하는 스스로의 답. 불완전하기에 완전해질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어느 누구 하나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날들을 보내던 그녀가 찾은 기억의 조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억의 끝에서의 시작1
작성일 : 19-11-10 14:28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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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성을 다시 만났던 날, 그 남자는 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소름끼치는 말을 했다.

 “뭐야, 안 죽었네?”

 이렇게 말하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은성은 점점 뒤로 물러서다 작은 서랍에 부딪혔다. 위에 놓여있던 물건들이 약하게 흔들렸다. 그것이 만들어낸 진동이 나에게도 미친 것인지 내 몸이 잘게 떨린다. 그 말을 남기고 그는 사라졌다. 한동안 누구도 먼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긴 침묵은 공포에 휩싸인 채 유지되었다.

 “난 괜찮아.”

 힘겹게 입을 연 은성의 말에도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그 남자는 그녀를 죽일 작정으로 폭행을 가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는 것에 또 다시 내 안에서 울컥 이는 감정을 애써 눌러야만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은성에게 받았던 일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경원이 준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있는 한 그것은 결코 완성 될 수 없었다. 혼자 생각에 잠겨 그들을 어떻게 도와야할지 고민했다.

 그녀가 돌아가고 나는 여전히 생각했다.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스친 생각에 내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새벽이 밝아오는지 어슴푸레한 하늘빛이 창에 어린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는데 의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온다. 그를 돌아보는 순간, 쓰러졌다. 의도된 행동이었지만 그의 발자국이 다급하게 다가오는 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낮게 욕지거리를 중얼거리는 것 같더니 몸이 땅에서부터 붕 떠오른다. 푹신한 것이 등에 닿았다. 지금의 문제는 언제 눈을 떠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 그저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지지만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깊은 한숨이 간격을 유지한 채 여러 번 이어졌다. 마지막 숨이 길게 뱉어질 때,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괜찮습니까?”

 “살려주세요.”

 “괜찮습니다.”

 “무서워요, 제발 살려주세요.”

 “악몽을 꾼 겁니까?”

 “당신은 날 도와줄 거예요, 맞나요? 제발 그렇다고 해줘요. 도와줘요, 살려주세요!”

 “윤슬 환자, 진정하고 깊게 호흡하세요!”

 “이러다간 죽을 지도 몰라요….”

 “숨을 깊게 쉬어 봐요, 조금 진정 될 겁니다. 따라 해보세요.”

 한 번도 이렇게까지 부드러웠던 적 없던 그가 차분하게 나를 진정시킨다. 겨우 안정을 되찾은 척하며 여전히 그의 옷깃을 움켜쥐고 있었다. 손끝에서 저릿한 감각이 전해지지만 손에 쥔 것을 놓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반쯤 초점을 잃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환히 웃었다. 그런 나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듯이 움직이던 그의 안면 근육이 점점 원래의 자리를 찾아간다. 잡혀있던 옷깃을 본 의사의 입가에서 작게 쏟아진 웃음의 의미는 아직 알 수 없다.

 한순간 그의 손이 내 어깨를 다독이려 다가왔고, 그 행동에 절대 놀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생각보다 부드럽게 다가온 손길이 더 놀라웠지만 어쩐지 그것이 더 두렵게 느껴졌다. 결국 몸이 떨려오는 탓에 나는 흐느끼는 척을 해야 했다. 그가 괜찮다며 나를 달랜다. 간신히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흐릿해진 초점을 그에게 맞추려 애썼다.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치니 차라리 초점이 맞지 않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괜찮아졌다 말하지만 그에겐 그렇게 들리지 않는 듯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그는 나를 보러 찾아왔다. 그런 그를 위해 초점 나간 눈으로 늘 반갑게 그를 맞았다. 신나게 조잘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가 은성과 함께 나타났을 때, 나는 일부러 그녀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다. 처음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하던 은성은 나의 행동이 꾸며낸 것임을 눈치 챈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그것을 보지 못했고, 내게 물어왔다.

 “기억하지 못하는 걸 자꾸 그렇게 몰아세우지 마세요. 너무 속상해요.”

 울먹이며 하는 말에 그는 이제 나를 믿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나를 믿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니 당분간은 더 이런 상태를 유지해야 하겠지. 잠시 멍하니 딴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가 내게 은성을 소개한다. 그리고는 말을 멈추고 나를 살핀다. 멍했던 상태 그대로 잠시 있다가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의 눈치를 보듯 어색하게 나의 인사를 받아준 은성은 자꾸만 나와 맞추는 시선을 피한다.

 “친구였으면 제가 기억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선생님이 괜찮다고 해주시면 앞으로 이 분이 제 말 벗 해주면 안 될까요?”

 “…그렇게 해요, 이 간호사.”

 “네, 선생님.”

 “와, 감사합니다!”

 잠시 나를 탐색하듯 바라보던 그는 결국 간절해 보이는 내 표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순진한 척하며 어떠한 의미도 담지 않은 얼굴에서는 그가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하는 말 또한 정말 문자 그대로의 의미만을 담을 뿐 다른 어떠한 의미도 담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매일 같이 그를 속이고 있었다. 그날 저녁 은성이 내게 찾아왔고, 나는 그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행동했다. 다만 하는 말 속에는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의미를 담아내고 있었다. 그것을 그녀도 다 이해하는 것인지 너무도 편안히 대화를 이어가며 나는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의 폭력에 대해서 묻는 말에 잠깐의 정적이 맴돌았지만, 은성은 오늘은 무사히 넘어가는 것 같다 대답했다. 아마 앞으로 그녀에게 가해지던 폭력은 잠잠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한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예상치 못했던 경원이 내 눈앞에 등장했다. 나를 부르는 그에게 초점 없는 눈으로 누구냐 대답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경원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 그가 안으로 들어왔다. 부러 더 반가운 척 재잘거리는 동안 언뜻 본 경원의 얼굴에는 절망과도 같은 것이 서려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떠들고 그가 경원에게 승자의 미소를 짓는 것을 봤다. 역겨운 그 미소에 저절로 인상이 찡그려지지만 지금은 그것을 드러낼 수 없다. 비웃음이 경원의 곁을 스치고 지나간다. 자신을 친구라 말했던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결국 먼저 말을 걸었고, 힘없는 대답이 이어진다. 전에 그가 했던 말들을 인용한 질문들을 던지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것이 아무런 의미 없는 그저 그런 말로만 들리는 듯하다.

 “이만큼 했으면 이제 눈치 좀 채지. 답답해 죽겠네, 작가 양반.”

 그제야 그가 고개를 들어 똑바로 나를 바라봤다. 많은 질문을 담은 경원의 눈동자가 맞닿는다. 아직은 말해줄 수 없는 사실들 때문으로 나는 더 묻지 말라 말해야 했고, 다시 초점 없는 눈이 되어 해맑게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전보다 차분해진 그가 나와 대화를 이어갔고, 익숙한 침묵을 지키며 각자의 일을 했다. 생각에 잠겨 창밖으로 기울어가는 노을을 바라본다. 뜻 모를 쓸쓸함이 나를 감싸고 지나간다. 어둠이 그 자리를 대신하려는 듯 가득 채워졌을 때, 그를 돌아보며 활짝 웃었다.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응, 그러네.”

 “나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아름다워서.”

 “나도 좋아해.”

 “좀 통하네요!”

 그 이후로 우리는 또 침묵을 지켰다. 의사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자 나는 경원에게 말을 걸었다. 더 밝게 꾸며내며 또 재잘거리다 그가 들어왔을 때 아주 환하게 그를 반겨 맞았다. 뒤를 따라 들어오던 은성의 표정을 보니 그런 나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죽상을 하고 있다. 그건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알지만 그녀를 지켜내려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지금껏 지켜본 남자를 분석한 결과였으니 내게 다른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경원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에게 그만 돌아가라 말했고, 억지로 일어나 갈 준비를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돌아서려는 그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잘 숨겨두었던 나의 물건들과 은성과 나의 이야기가 담긴 일지가 담긴 상자를 서랍에서 꺼냈다. 의미를 묻는 것처럼 보이는 표정에 나는 부탁의 말을 전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을 받아든 그에게 나는 의미를 담은 질문을 한다. 내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그가 대답한다. 이제 됐다.

 “나 부탁 하나만.”

 “뭔데?”

 “경원이한테 전화해줘.”

 “괜찮을까?”

 “잠깐이면 돼. 꼭 해줘야 할 말이 있어.”

 조금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은성이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어 내게 건넨다. 통화 연결 음이 짧게 들리고 경원이 전화를 받았다. 길게 말을 할 수는 없으니 내가 준 것들을 잘 살펴보라는 말만 전하고 끊었다. 부디 그가 내 말을 이해했기를 바랄 뿐이다. 짧은 통화를 끊고서 다시 해맑은 모습으로 돌아가 은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언제 그 남자가 나타날지 모르니 항상 조심해야 하니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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