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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기억의 시간
작가 : charlotte
작품등록일 : 2019.10.6

매일 사라지는 기억, 잊혀진 시간 속 어딘가에서 찾아야하는 스스로의 답. 불완전하기에 완전해질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어느 누구 하나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날들을 보내던 그녀가 찾은 기억의 조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 사람을 위해 쓰인 책2
작성일 : 19-11-10 14:27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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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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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은성은 병원에 가야 한다며 집을 나섰고 돌아오지 않았다. 며칠을 집에 틀어박혀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지만 모든 게 헛수고였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슬의 도움이 필요했다. 오 년이라는 시간의 기억을 찾은 그녀의, 내가 모르는 순간들의 도움이. 오랜만의 외출이라 그런지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병원에 도착할 즈음부터 우중충해진 날씨가 조금은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날씨가 뭐라고 내 기분을 묘하게 바꿔놓는다.

 “슬아, 잘 지냈어?”

 “…누구시죠?”

 초점 잃은 두 눈이 나를 바라보며 물어온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에 숨이 턱 막혀왔다. 침착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왜 그러는 거냐고 묻으며 손을 뻗었다. 슬은 뻗쳐오는 내 손길을 거부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따지고 싶지만 그걸 물을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었다. 김석호에게 찾아간다 한들 아무런 답도 얻지는 못할 것이다. 멍해지는 정신을 붙잡는 사이 그가 안으로 들어왔다.

 슬은 그를 보자 안도하는 듯해 보였고, 활짝 웃으며 그를 반겼다. 이해가 가지 않는 그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데 기운 없이 늘어져 있는 은성이 보인다. 나와 눈이 마주친 은성은 힘없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가만히 시선을 김석호에게로 옮기자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그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누구시죠?”

 그가 내게 물어온다, 마치 처음 만난 사람인 것처럼. 애써 웃으며 말을 하려 했지만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존재도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니. 기억이 돌아오고서도 단 한 번도 내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던 것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 재차 물어오는 김석호의 질문에 나는 나를 그녀의 친구라고 소개했다. 어색한 문장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면 그의 눈썹이 보기 좋게 올라간다. 둥글게 말린 두 주먹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그가 그것을 흘깃 쳐다보더니 안쓰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저 얼굴을 한 대라도 때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이 슬은 그를 부르며 재잘 거린다.

 이상했다. 그녀는 절대 시간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렇게 떠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낯선 그녀의 모습에 뒤로 한 발작 물러섰다. 은성은 그런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묻는 나의 시선을 외면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이런 상황들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슬의 안중에 나는 없었다. 그저 수줍게 김석호와 대화를 나누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었다. 나를 지나쳐 가던 그가 비웃는 소리가 귓가에서 울린다.

 그대로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서있었다. 그제야 슬의 시선이 내게 빤히 머물러 있다는 것을 느꼈다. 웃어야 하는데 점점 표정이 일그러진다. 내가 그녀를 위해 하려던 일은 이대로 전부 끝나고 마는 것일까? 침묵을 유지한 채로 바라보고만 있는데 무표정 하던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가 싹을 틔운다.

 “내 친구라고요?”

 “응.”

 “가족은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기억도 못 하는데 가족이었으면 나를 보면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보자마자 누구냐고 물어보고, 그죠?”

 “그러게, 다행이네.”

 “참, 그쪽 이름은 뭐예요? 미안해요, 내가 기억이 없어서 아무도 몰라요.”

 “…한, 경원.”

 “되게 익숙한 이름이네요. 혹시 우리 연인이었나요? 그럼 너무 이상해질 것 같은데.”

 “아니었어.”

 “다행이네요! 아, 혹시 그러면 은성씨 알아요? 선생님이 은성씨가 나랑 친구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랬구나.”

 “혹시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아니.”

 “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 괜찮아요?”

 “난 괜찮아.”

 “아, 하면 안 되는 얘기를 한 건가? 그랬다면 미안해요.”

 “아니, 난 정말 괜찮아.”

 “그러면 다행이네요. 나랑 있는 게 불편해서 그런 거는 아니죠?”

 “그럴 리가.”

 어딘가 많이 익숙한 대화가 이어지지만 여전히 나는 그녀의 변화에 마음이 불편했다. 어쩌면 내가 하려던 일은 이제 저 깊숙한 곳에 묻어둬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슬은 계속해서 내게 괜찮은지 묻고 있었지만 차마 정말 괜찮은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쉴 새 없는 질문들이 쏟아졌고, 나는 최선을 다해 답하려 노력했다. 너무도 밝은 모습을 보면서도 편치 않은 감정은 떨쳐지지가 않았다. 그녀가 밝아지면 된 거라고 아무리 주입시켜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던 그녀는 미적지근한 나의 반응 때문인지 이내 포기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만큼 했으면 이제 눈치 좀 채지. 답답해 죽겠네, 작가 양반.”

 빠르게 스친 작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슬의 눈을 바라봤다. 초점 없던 눈은 어느새 밝아져 나를 제대로 마주보고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은성이 고개를 저었던 이유는 슬의 달라진 행동은 진짜가 아니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나의 시선을 외면한 것은 앞에 있는 김석호 때문이었을 테고. 문득 왜 이렇게 까지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져 물으려 했지만 그녀가 한 발 빨랐다.

 “지금은 알려고 하지 마. 이건 다 너랑 은성일 위해서니까.”

 그리고는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가 초점 없는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는 것은 단지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오래도록 나는 그녀와 함께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는 창을 봤다. 완전한 어둠이 그곳을 물들이고 나서 나를 돌아본 슬이 밝게 웃는다. 너무 아름답지 않냐 물어오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깊었다. 김석호가 다시 나타났고, 은성은 죽상을 한 채 우리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 각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석호가 병실을 나갈 때까지 슬은 연기를 계속했다. 내 앞에서도 그 모습을 잃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돌아갈 생각이 없어보였는지 그녀가 나에게 어서 가라고 말한다.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옮기는데 나를 돌려세운다.

 “아무리 봐도 내건 아닌 것 같아서요. 이것 좀 부탁해도 될까요?”

 “당연히.”

 “고마워요. 아무래도 우리 꽤나 친한 사이였나 봐요. 그쪽을 믿어도 되는 걸까요?”

 “생각 이상으로 도움이 될 거야. 갈게.”

 “조심히 가요. 아, 내일도 와줄 건가요?”

 “그럴게.”

 “내일 봐요!”

 그녀의 초점 나간 눈 속에서 빛나고 있는 믿음이 내게 물었다. 이제 나는 확신할 수 있다. 그녀를 위해서, 나의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서 그 믿음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꽤 의미심장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끝을 맺었다. 신난다는 듯이 박수를 치며 내게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녀를 따라 웃어 보이고 건네받은 물건을 가방에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끝은 알 수 없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이야기가 말이다. 글을 쓰면서도 그녀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해보려 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잠시 멍해져 있는데 슬이 건넸던 물건들이 떠올라 가만히 놓여있는 것들 가까이로 다가갔다.

 오래전 선물했던 것들, 그녀의 소지품, 물건들이 담겨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씩 살피던 중에 발견한 노트 한권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심스럽게 그것을 집어 드는 순간 핸드폰이 몸을 떨어댔다. 은성의 전화를 받자 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내게 가져간 물건은 다 살펴봐도 좋다는 말을 했다. 그게 전부였다. 전화를 끊고 손에 들려있는 노트를 펼쳐들었다. 대강 훑어보니 은성의 글이 끝나는 지점에서 슬의 글이 시작 되고 있었다. 남의 것을 엿본다는 생각에 망설이다 처음부터 읽어보기로 결심을 내렸다. 어쩌면 그녀는 이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게 부탁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은성은 처음 김석호를 만났던 순간부터의 기록을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 두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그녀는 내가 먼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알고 제안을 수락했다는 것. 그로인해 나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키웠다는 것이었다. 뒤로 이어지는 내용들은 김석호가 그녀에게 가했던 폭행과 슬이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만들어냈다. 마주해야 하는 것의 무게는 점점 늘어만 갔고, 노트를 쥔 내 손은 떨리기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은성의 이야기가 끝났고, 슬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모든 기억을 되찾은 이후로 꾼 꿈에 관한 것은 잔인할 정도로 선명하게 기록 되어 더는 읽을 수가 없게 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에 나의 생각은 멈춰있었다. 슬에게 벌어진 일은 누구를 위한 일일까. 지금 나를 뒤덮은 분노는 그녀의 이야기에 마침표가 찍어지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되었다. 순식간에 번진 불길은 나를 불태웠고, 내 안에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김석호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마저도 이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 그가 나를 이 계획에 끌어들이며 감정에 호소하던 모습은 만들어진 모습에 불과했다는 것을 안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깜빡거리는 빈 페이지의 첫 줄이 빠르게 쓰여 지고 있었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다.’

 스치는 수많은 감정들을 억누르며 써내려가는 글이 늘어갈 수록 아침은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세 사람 아니, 네 사람의 이야기가 그렇게 한 권의 책으로 쓰여 지는 동안 끊임없이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김석호라는 사람을 꼭 무너뜨리겠다고.

 해가 하늘 가장 높은 곳에 걸렸을 때, 나는 모든 것을 멈추고 병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왔다. 오늘도 슬은 그를 향해 웃었고, 쉼 없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지만 이건 전부 그녀가 계획하는 일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좀 더 참아야겠지.

 “잠 못 잤어요?”

 “응,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피곤해 보여요.”

 “나는 괜찮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꺾이지 않을 고집만 있다면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거예요.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어요?”

 “책에서 본 것 같아.”

 “나는 책 읽는 걸 좋아해요. 기억은 없지만 그랬던 것 같아요. 그쪽은 어때요?”

 “나도 그래.”

 “내일 올 때는 나를 위해서 책 한 권 가져다 줄 수 있어요?”

 “그럴게.”

 “약속한 거니까 절대 잊지 마요!”

 “절대로.”

 그녀가 내게 한 말은 내가 그녀에게 건넨 마지막 책에 적힌 문장이었다. 의미 없는 대화들이 오가고, 해가 지면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전보다는 차분해진 마음으로 그것을 다시 본다. 여전히 가시지 않는 감정은 깊은 곳에 잔여 해 있었지만 이성적으로 바라볼 시각은 생겼다. 차분히 글을 다듬고 끊겨있던 문장을 이어나간다.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시작 되고 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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