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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기억의 시간
작가 : charlotte
작품등록일 : 2019.10.6

매일 사라지는 기억, 잊혀진 시간 속 어딘가에서 찾아야하는 스스로의 답. 불완전하기에 완전해질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어느 누구 하나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날들을 보내던 그녀가 찾은 기억의 조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녀의 이야기4
작성일 : 19-11-10 14:25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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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아, 윤슬.”

 겨우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경원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고, 무언가 굉장히 불안한 듯 보였다. 마치 쫓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정신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도 그는 시간이 없다는 말만 중얼거린다. 앞뒤 없이 하는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서 그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오늘따라 그의 행동이 이상하다. 대체 왜 그러는 거냐고 다시 한 번 묻지만 그는 입가로 손을 가져다 붙일 뿐이고 말은 하지 않았다. 순간 지나가던 발자국 소리가 병실 앞에서 멈췄다가 천천히 멀어졌다. 완전히 고요해져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까지 기다린 그가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준다. 그리고는 재빨리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의문은 멈추지 않았지만 손 안에서 바스락 소리를 내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작게 접힌 종이였다. 몇 번을 접었는지 펼치는 데에 꽤나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책을 다 읽었다면, 이제 네게 알려줘야 할 것이 있어. 은성이를 통해서 이미 듣기는 했겠지만 너도 은성이도 모르는 게 있거든. 사실….’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적힌 종이에 전혀 다른 사실이 담겨있었다. 대체 누구의 말이 맞고, 누구의 말이 틀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우선은 양쪽의 사실이 전부 맞는 쪽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경원의 편지를 은성의 노트에 고이 집어넣고 그것을 내 베개 밑에 숨겼다. 자리를 정돈하고 숨긴 것들 위에 머리를 올리자 극도의 피로감이 밀려든다. 경원의 편지로 인해 또 다시 생각에 잠겨 잠에 들지 못하고 새벽을 맞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까무룩 잠이 든 것 같다. 기억이 돌아오고 한 번도 꾼 적이 없었던 꿈이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내 앞에는 관이 놓여있었다. 누가 죽은 것일까 궁금하던 찰나에 내 이름을 부르는 울음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이 죽음은 나의 것이었고, 지금으로부터 꼬박 1년 전의 일이었다. 은성의 일지 처음에 거론된 그 죽음인 것 같다. 이 기억은 내게 존재 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것이 갑자기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내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중,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은성은 지난날의 자신의 실수 때문인지 저만치 멀리 떨어져 울고 있었다. 그 앞의 몇 줄을 지나치니 경원의 아무 표정 없는 얼굴이 보였다. 그는 끝까지 담담하려 애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맨 앞줄에서 나는 의사를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꿈을 꾼 뒤로 일주일 정도는 계속 같은 장면이 반복 됐다. 하루도 쉬지 않고 반복되던 장면은 꼬박 팔 일째 되던 날 다음 장면으로 이어졌다. 의사는 전혀 슬프지 않은 얼굴로 슬픔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땅에 묻혔고, 모두들 돌아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을 그 남자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서있었다. 기분 나빠지는 미소가 그의 입에 걸린다.

 “내가 반드시 살릴게, 한동안 못 봐서 그리울 거야. 아, 너무 그대로 만들어내면 좀 징그러울라나? 조금만 기다려, 윤슬.”

 입 밖으로 헉하는 소리가 튀어나오며 잠에서 깨어났다. 이번 기억은 절대로 기억날 수 없는 기억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누군가가 이 기억을 강제로 주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 몸에 소름이 돋다가 힘이 쭉 빠져버린다.

 “오늘은 무슨 꿈을 꿨나요?”

 “…선생님, 저는 정말 꿈을 꾸는 걸까요?”

 “무슨 말이죠?”

 “꼭 누군가 저에게 다른 사람의 기억을 주입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너무 무서워요, 선생님.”

 나의 태도에 의사는 몹시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이곳에 온 이후로 처음 보이는 반응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처럼 몸을 떨며 잔뜩 움츠러들었다. 무언가 고민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반응을 더 살피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그 상태로 울먹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무섭다는 말도 잊지 않고 중얼거리자 한참이 지나서야 의사의 낮게 깔린 웃음소리가 들린다.

 진짜 두려움이 밖으로 튀어나와 전보다 더 떨기 시작한 나는 고개를 들어 남자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를 찬찬히 훑다가 처음으로 그의 가운에 적힌 그의 이름을 보았다. 여태껏 관심도 없던 것에 시선이 가자 나의 모든 행동이 멈췄다.

 천천히 움직여 그와 눈을 맞췄다. 뭐냐는 반응을 보여도 나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색하게 입이 조금씩 올라간다. 웃으려는 건지 울려는 건지 알 수 없는 얼굴 표정이 되어버렸다. 말을 해야 하는데 쉽게 말이 되어 나오는 것은 없었고, 그 숱한 말들은 입 속에서 신음이 되어 새어나왔다.

 꿈에서 나를 바라보던 그 낯선 시선들은 의사의 것이었고, 꿈이 아닌 실제 기억이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그를 봤던 것은 죽기 전으로부터 오 년 전이었다. 그러니 어쩌면 나를 살려낸 그가 내게 주입 할 수 있는 기억이라고는 오 년 전부터의 기억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것도 제대로 된 기억이 아닌 그의 시선에서 완성 되었을 완벽하지 않은 기억으로. 그러니 일부는 그에 의해서 조작되었을 테고, 전혀 사실이 아닐 수 있으며 사실이라고 해도 진짜 나의 감정일 수는 없었다.

 몸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의사는 내게 다가오고 있었지만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꿈쩍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침대에서 힘겨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 그 자리에 의사가 앉는다. 분노에 찬 시선이 나와 그 사이를 오간다.

 “기억, 나는 거야?”

 “이건 기억이 아니에요.”

 “설마 아직도 나를 못 찾은 거야?”

 “그게 무슨 소리죠?”

 “너도 은성이처럼 되고 싶지는 않을 거 아니야.”

 “대체 나한테 왜 이러시는 건가요? 저는 지금도 여전히 두렵고, 아예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까봐 겁이 난다고요!”

 “…정말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거, 맞아?”

 “선생님, 이제야 말씀 드리는 거지만 매일 꿈을 꿔요. 누군가가 저를 따라다니는데 볼 수가 없어요. 근데 그 사람이 저한테 그래요, 기억을 찾지 말라고. 그러고 나면 저는 계속해서 어둠 속을 헤매요. 하루도 이 꿈을 안 꾼 적이 없어요, 얼마나 무서운지 아세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요!”

 겁에 질린 나의 외침이 끝나자 조용한 침묵이 이어진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을 것을 암시하기라도 하듯이 길게 이어진 침묵 뒤에 다시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의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제 당분간은 그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시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의 늪을 허우적거린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지금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더는 돌아올 기억도 없으며, 그렇다고 더 나아갈 수도 없으니 말이다. 경원이 건넸던 마지막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가장 마지막 몇 줄이 지워져 있는 그 위에 그의 글씨가 적혀 있다.

 ‘이 모든 것은 한 사람의 추악한 욕심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우리는 그의 조력자가 되어 한 사람의 생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그만큼의 책임감은 독이 될 것이다. 결국 돌아오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을 벌인 것에 대한 죄책감이 된다. 할 수 있다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려 잘못 된 것을 바로 잡고 싶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새로운 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준비의 하나로 경원은 내게 꼬깃하게 접은 편지를 건넸던 것이다. 한 번도 내게 말했던 적은 없었지만, 그가 자꾸만 기억을 찾기를 원했던 것은 아무래도 이런 이유에서 일지도 모르겠다. 말하지 않았던 그의 죄책감을 나는 이제야 마주하게 됐다. 어쩌면 다른 형태의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나를 도울 사람이 생겼다는 것은 큰 힘이 되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할지라도.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모자를 푹 눌러써서 제대로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그 실루엣이 낯이 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씩 가까워진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내게 무언가를 건넨다. 얇은 책이었다. 책을 살피다 이게 뭐냐고 물으려 고개를 들어보니 이미 그 사람은 사라져 있었다.

 책을 펼쳐들고 읽어 나갔다. 이건 경원이 쓴 것임이 틀림없는 책이었고, 내용 역시 나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경원은 왜 이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 내게 전한 것일까. 내가 다시 태어나던 순간부터 쭉 쓰여 있는 책은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듯 어색하게 끝이 났다.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다 결국은 아직 내가 이곳에 머물러 있음을 떠올렸다. 반드시 여기서 벗어나 의사가 시작한 게임을 끝내야 이 책의 끝도 완성이 될 것이다. 그러니 한 마디로 이것은 미완성의 책이었다.

 베개 밑에서 은성의 일지를 꺼냈다. 나의 이야기가 그 뒤를 이어나가고 있었고, 또 다시 이어지고 있었다. 나의 끝은 이곳일까, 아니면 세상으로 발을 내딛은 후일까. 자리를 벗어나 창밖을 내다 봤다. 저 멀리에서 낯익은 실루엣이 병원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걷는 것이 힘겨운 듯 잠깐씩 멈추었다 걷기를 반복하고 있던 사람은 은성인 듯싶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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