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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기억의 시간
작가 : charlotte
작품등록일 : 2019.10.6

매일 사라지는 기억, 잊혀진 시간 속 어딘가에서 찾아야하는 스스로의 답. 불완전하기에 완전해질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어느 누구 하나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날들을 보내던 그녀가 찾은 기억의 조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녀의 이야기2
작성일 : 19-11-10 14:23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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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돌아간 슬이에게서 과거의 언젠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다행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디 과거의 아픈 기억은 떠올리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짧은 생은 아픈 부분이 훨씬 많았었다. 그렇기에 진실에 다가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나의 작은 이기심일지도 모르지만.

 “선생님.”

 “환자 상태 잘 감시하고, 바로 나한테 와서 보고 해.”

 “네.”

 슬이의 비명소리에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한참 전에 들어갔던 남자가 병실을 빠져나오다 나를 발견하고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뭔가를 눈치 챈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모를 것이다. 어쩌면 잘못 본 것일 수도 있겠지.

 문을 두드리자 떨구었던 고개를 드는 슬이의 행동에 두려움이 서린 놀람이 엿보였다. 나를 향해 간신히 웃어보였지만 떨리는 몸은 감추지 못했다. 남자가 사라졌는지 주위를 살피고 문을 닫았다. 빠르게 그녀의 곁에 다가가 괜찮으냐고 묻자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도 못한다. 그만큼의 불안과 공포를 선사한 것은 남자였을까, 꿈이었을까. 불안에 떠는 그녀를 끌어안은 채 다독이면 차츰 진정이 되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은성아, 그 남자, 저 의사. 매일 자고 일어나면 저 사람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 꿈에서도 저 사람 시선이 계속 나를 쫓는 것 같아. 저 의사 무서워, 내가 기억을 찾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처럼 나를 쳐다봐. 나보고 기억해내려고 하지 말라고 말했어. 나 빨리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

 “잘 들어, 슬아. 그 사람이 너한테 뭐라고 하던지 넌 지금처럼 아무것도 기억 안 난다고 해야 해. 아직 그 사람은 네가 기억을 찾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으니까. 일부러 너를 자극해서 네 입으로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하게 하려고 하는 행동이야.”

 “나, 나 무서워. 은성아, 나는 모르겠어.”

 “무서운 거 알아. 그래도 견뎌야해.”

 “나는, 나는….”

 그녀가 말을 이어가면 내 표정은 점점 흙빛으로 변해간다. 간절히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은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다는 것에 마음이 무겁다. 울먹이는 그녀를 다독이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남자든, 경원이든 누구에게 보여서도 좋을 건 없기에 서둘러 슬이를 뿌리쳤다. 슬이도 재빨리 눈물을 거두어내고 들어서는 경원을 마주한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그는 내게 눈길은 주지 않고 있었지만 이내 다시금 울먹이는 그녀를 보며 내게 시선을 던진다. 찢어 죽일 듯 노려보던 그가 내게 따져 묻는 것에 나는 대답을 할 수 없다. 그녀의 기억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슬이가 그를 붙잡으며 하는 말을 듣고 있다 조용히 밖으로 빠져나갔다. 곧장 남자가 기다리는 방으로 간다.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서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게서 무슨 생각을 읽어가려고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결코 그의 뜻대로 모든 것을 읽히지는 않을 것이다.

 “말을 해야지.”

 “네?”

 “보고 하라고 했잖아, 은성아.”

 “아, 아무래도 환경이 낯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게 다야?”

 “잘 모르겠습니다.”

 “뭐?”

 “….”

 “친구라는 애가 걔가 왜 그러는지 그런 것도 하나 제대로 파악 못하면 내가 너를 여기에 가담시킬 이유가 없어지잖아. 그러면 곤란해, 은성아.”

 “제가 아는 한 슬이는 낯선 환경에 쉽게 불안해하는 아이였습니다. 아마 그래서 그러는 것 같….”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기에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고 있지만 전혀 통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짜증스럽게 일그러지던 그의 표정은 그것을 고스란히 내게 드러내 보였다. 내가 말을 마치고 남자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동안 무언가를 읽어내려는 듯 천천히 나를 훑는다. 절대 그것에 지지 않기 위해 애써 침착을 유지했다. 슬이에게도 이런 시선을 던졌을 것이 분명하다. 겁 많은 그 아이가 이런 시선을 감당해내기에는 버거웠을 것이고, 그랬으니 내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겠지.

 이어지는 그의 구타는 내게 진실을 말하라는 듯이 거침이 없었다. 말하지 않으면 이보다 더한 고통을 선사해주겠다는 암묵적 언어가 내게 들리는 것만 같다. 절대 이 남자에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슬이의 기억이 완전히 돌아오기 전까지는.

 하루가 다르게 선명해지는 슬이의 기억. 내게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그녀에게 나는 거짓말을 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결국 슬인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고, 더 이상의 거짓은 통하지 않았다. 이제는 뭐든 그녀에게 솔직해져야 하지만 아직 전부를 모두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면 내가 아는 슬인 분명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떠나려 할 것이다.

 그녀의 부탁으로 내가 고이 간직하고 있던 그녀의 물건들을 하나씩 전해주었다. 그리고 듣게 되는 이야기들은 고통에 가까웠다. 늘어나는 기억들에 슬인 제법 많이 익숙해진 듯 보였지만 나는 여전히 불안했다. 나는 남자에게 기억에 대해 말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슬인 그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의 불안은 멈추지 않는다.

 남자는 매일 같이 나를 불러 슬이의 상태를 묻는다. 기억은 돌아왔는지, 뭔가 달라진 점은 없는지. 그럴 때마다 나는 그에게 거짓으로 둘러댔고, 돌아오는 것은 하루가 다르게 묵직해지는 고통뿐이었다. 그렇다 해도 이것이 슬이를 위한 것이라면 참아내야겠지, 그녀를 위해서라면.

 오늘도 남자의 구타에서 겨우 벗어나 슬이에게로 향했다. 막 잠에서 깼는지 나를 바라보는 눈이 아직은 잠에 취해있는 듯 보였다. 애써 웃으며 곁에 바짝 다가가 앉았다. 괜찮으냐고 묻고 싶은 듯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기다린다. 예전의 슬이와 전혀 다르지 않은 반응에 조금은 안심이 된다.

 “많이 늦었지? 괜히 깨운 건가?”

 “마침 딱 깨려고 했었어. 근데, 은성아.”

 “응?”

 “그 사람, 나 왜 살려낸 거니?”

 “…뭐?”

 “제대로 이어지는 건 아닌데 분명 또렷하게 기억나. 그 사람은 나를 죽였어. 그런데 한참이 지나서 다시 나를 살렸어, 이미 죽은 상태인 나를.”

 “….”

 “왜였을까? 그리고 은성아, 내가 알아야 하는 게 뭔지 말해줘. 나와 그 사람이 무슨 관계가 있어서 내가 그 사람 손에 죽고 살았는지.”

 “슬아,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을까? 알면 네가 더 위험할 수도 있고.”

 “살려낸 의도가 뭘까? 그 사이에 너랑 경원씨는 뭘 한 거지? 무슨 연관이 있어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데.”

 “슬아.”

 “은성아, 나는 다 알아야겠어. 이건 내 몸이 아니잖아, 그 사람이 만들어낸 거잖아.”

 “제발 그만해!”

 그녀가 말했던 마지막 죽음의 순간 마주했다던 남자가 의사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이후에 다시 그녀를 살려낸 진실에 대한 두려움일까. 결국 나는 그녀에게 소리치고야 말았다. 그만하라고 한참을 중얼거렸다. 나의 불안은 이제 그녀에 대한 것이 아닌 그 남자에 의한 것이었다. 혹여 남자가 기억을 찾은 슬이에게 무슨 해코지라도 하지 않을까 싶은 불안. 지금까지 내가 본 남자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절대로 그가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 내가 더 듣는다면 나는 결국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놔야 할지도 모르니 더는 슬이가 말을 이어가게 두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일을 못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남자는 내 의견을 깡그리 무시했다. 걸음을 내딛는 것도 힘겨운 지금, 나를 걱정하고 있는 슬이를 보며 나는 태연하려 애쓰고 있다. 제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잘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슬이는 그날 이후로 내게 남자에 대해 더는 묻지 않았다. 계속해서 꾸는 꿈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었다. 제법 많은 기억들이 그녀에게 돌아갔다. 말에 의하면 지난 5년간의 기억만이 선명하게 돌아왔을 뿐, 그 이상의 기억은 전혀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 어렸을 적의 기억과 가장 최근의 기억은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기억은 존재 할 수 없다는 것을.

 “은성아, 나는 괜찮으니까 제발 말해줘. 내가 알아야 하는 사실이 뭔지.”

 “아직은 아니야.”

 “그러면 경원씨한테는 내가 기억이 돌아왔다는 거 말하게 해줘.”

 “뭐?”

 “그래야 할 것 같아. 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질 지도 모르잖아.”

 “슬아….”

 “네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거 알아. 매일 네가 어딜 가있다가 오는지는 몰라도 나한테 올 때마다, 꼭 심하게 맞고 오는 사람처럼 보였어. 그러니까 나는 네 도움만 가지고는 더는 힘들지도 몰라. 그 의사, 너 감시하고 있는 거잖아. 내가 저번에 했던 말 때문에. 내가 언제까지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니?”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에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절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들켜버린 지금 어떤 말을 해야 그녀를 안심시킬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누구보다 관찰하는 걸 좋아했고, 그만큼 눈치가 빠르다는 걸 왜 잊고 있었을까. 결국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내게 허락을 구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신, 내가 먼저 그 사람 좀 떠볼게. 도울 마음이 있는지.”

 “그래, 고마워. 아, 그리고 이건 네가 좀 보관해줘. 여기 계속 두면 언젠가는 그 사람이 발견하게 될 거고, 그러면 의심할 거야.”

 “알겠어. 집에 가져다 둘게, 마침 오늘 저녁엔 집에 갈 수 있으니까. 이건 이따 와서 챙겨 갈게.”

 “은성아.”

 “응?”

 “조심해야 해.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겠다고 답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남자는 절대 나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답을 끌어내기 위해 전보다 더 심하게 나를 학대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말할 수는 없으니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병실을 나오다 경원과 마주쳤다. 여전한 그의 분노에 찬 눈빛에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잠깐 얘기 좀 해.”

 “너랑 할 얘기 없어.”

 “해야 해, 슬이를 위해서.”

 단호하게 뱉어낸 말에 그가 나와 같은 한숨을 지으며 나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 좋을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한참 생각에 잠겨 걷는데 그가 내 팔을 잡더니 반대 방향으로 나를 이끈다. 왜 그러냐고 물으려는데 조용히 하라는 사인을 보내며 턱짓을 한다. 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니 남자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남자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래서 우리 슬이, 괜찮은 건 맞는 건가요?”

 “보호자님, 아직 저희도 정확히 이렇다하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정 궁금하시면 선생님께 물어보세요. 제가 바빠서, 그럼.”

 “간호사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 선생님. 윤슬 환자 보호자께서 환자분 상태가 많이 걱정 되시는 모양인지….”

 “왜 아직도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까? 벌써 두 달이 다 지나 갑니다, 정말 괜찮은 건 맞습니까?”

 “환자에 따라서 개인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걱정하시는 마음이 큰 것은 알지만 바쁜 저희 간호사 붙잡고 자꾸 이러시면 저희도 곤란합니다, 보호자님.”

 다른 이들의 시선 때문인지 꽤나 정중한 태도의 남자가 제법 의사답게 행동한다. 그러면서도 내게 던지는 시선은 차갑기가 그지없었다. 순간 흠칫 놀랐지만 애써 그것을 숨기며 그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나, 둘씩 늘어나는 이목에 남자는 경원을 자신의 방으로 이끈다. 남자를 따라가던 그가 슬쩍 나를 돌아보면 연락하겠다는 사인을 보낸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돌아서 걸어왔던 방향으로 걸어간다.

 어쩐지 오늘 하루는 바쁘게 흘러가는 것 같다. 남자의 방에서 나온 경원은 얼빠진 사람처럼 나를 지나쳐 병실 앞에 선다. 그러더니 한참을 그대로 서 있다가 나를 돌아본다. 잊고 있었다는 것처럼 서둘러 어딘가로 향한 그가 자취를 감추자 전화가 진동을 일으킨다. 깜짝 놀라서 전화를 꺼내드니 경원의 번호가 찍혀있었다. 주위를 살피며 조용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혹시나 누가 따라 오지는 않았을까 싶어 두리번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지친 듯한 경원의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든다.

 “너 괜찮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빨리 말해봐.]

 “…슬이 말이야.”

 [잠깐만. …응, 말 해.]

 “슬이, 기억 찾았어.”

 [뭐?]

 “말 그대로야. 너도 일말의 죄책감을 느낀다면 슬이 도와줘.”

 [끊어.]

 그렇게 끊겨버린 전화를 쑤셔 넣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을 억지로 누르며 진정하려 애썼다. 태연하게 자리로 돌아가자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동료의 시선이 나를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왜 그러냐고 묻자 아니라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이 사람도 불안하다. 한참이 지나서 슬쩍 내 옆으로 다가온 그녀는 내 옆구리를 찌르며 이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왜요?”

 “너 뭐 숨기는 거 있지?”

 “내가요?”

 “그래, 너 말이야. 있지?”

 “있긴 뭐가 있어요, 없어요.”

 “에이, 있는 것 같은데. 부끄러워하지 말고 빨리 얘기 해봐.”

 “없다니까요?”

 “안 그럼 무슨 전환데 숨어서 받고 왔는데?”

 “….”

 “야, 우리 사이에 서운하게 숨기기야?”

 “뭘요.”

 “너, 이 바쁜 와중에도 어디서 남자친구 생겨가지고 와서 그렇게 숨어서 통화하고 온 거 아니야. 맞지?”

 나의 불안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 같다. 그녀의 마지막 말에 한참을 멍해져 있다가 빠르게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했다. 지금은 이게 최선의 방법이겠지,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최선. 자신의 촉이 정확이 맞았다는 생각인지 그녀는 이제 대놓고 내게 질문 공세를 펼친다. 나는 그 호기심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거짓을 늘어놓았다. 요즘 연기하는 실력이 많이 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또 한 번 수줍게 웃었다. 그걸 본 동료는 좋을 때라며 부러워하며 대리 만족한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안심하며 작은 숨을 토해내는데 남자가 우리들 쪽으로 빠르게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무슨 얘기하고 있길래 그렇게 즐거워 보여요?”

 “아, 김 선생님. 은성이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네요.”

 “…진짭니까?”

 “진짜에요. 방금 몰래 가서 통화하고 오다가 딱 걸렸다니까요.”

 “그래요? 이 간호사,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시죠?”

 “어, 설마 질투 같은 거 하는 건 아니시죠?”

 “그럴 리가 있으려고요.”

 “우리 은성이가 뭐 어때서요. 충분히 질투하실 수 있을 아인데.”

 “동료애로 인한 질투라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어머, 선생님.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럼.”

 “얘, 김 선생님 분명히 너 남자친구 생겼다고 질투하시는 것 같아. 어우, 부럽네!”

 “아, 아니에요.”

 “부끄러워하기는. 얼른 가봐.”

 정말 그의 정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동료의 순박한 말들에 나는 쓴웃음을 삼켜야 했다. 목을 타고 쓴 맛이 고스란히 넘어 들어온다. 빨리 가보라며 나를 일으켜 세우는 그녀의 의도엔 악의가 전혀 없었지만 괜히 얄밉게 느껴진다. 길게 한숨을 뿜어내며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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