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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기억의 시간
작가 : charlotte
작품등록일 : 2019.10.6

매일 사라지는 기억, 잊혀진 시간 속 어딘가에서 찾아야하는 스스로의 답. 불완전하기에 완전해질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어느 누구 하나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날들을 보내던 그녀가 찾은 기억의 조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억의 조각들 6
작성일 : 19-11-10 14:00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5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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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돌아가고 다시 책을 펼쳤다. 이제 그가 건넨 책들에 적힌 그의 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한 사과임과 동시에 그것이 떠오른다면 의심하기 시작하라는 것 같았다. 한경원이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를 말이다. 일전에 내가 느꼈었던 그 불안과도 연관이 없지는 않겠다 싶은 은성의 이야기가 다시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사실 처음부터 그는 내가 아닌 은성을 목적으로 나에게 접근했었다고 한다.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영화 한 편은 찍어보겠다는 심보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결국 그는 목적을 달성했단다. 무엇보다도 그랬던 사람이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 내 곁에 머물고 있는 이유와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사람을 어디서부터 의심해야 하는지도 궁금할 뿐이었다. 그 너머의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이후에 벌어진 일은 내 팔에 자리 잡은 상처들이 전부 말해주고 있다. 어쨌든 꿈속에서 들은 그의 속여서 미안하다는 말은 그런 의미였던 것을 알고 나서도 나는 그다지 충격적이지가 않다. 왜일까. 정말 남 일로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내가 진짜 윤슬이라는 사람이 아니어서는 아닐까?

 그런 생각들 속에서 나는 책을 손에 꼭 쥔 채 잠이 들었다. 울고 있던 내게 다가오는 손길. 낯선 시선은 이제 과감하게 내게 다가왔다. 이번에는 단지 시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행동까지 선보인다. 그 손길이 위협적으로 느껴져서 자꾸만 뒤로 피하면 더욱 거칠게 나를 잡으려 다가온다. 때맞추어 들려오는 은성의 목소리에 겨우 그 손길과 시선이 내게서 멀어진다.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거듭 반복되는 은성의 목소리와 노크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집이었다. 나는 집에 있었고, 그 낯선 존재는 어떻게 나와 함께 있었는지 순간 소름이 돋는다. 정신을 차릴 즈음에 내 손에 들린 날카로운 금속에 묻은 피가 보인다. 경쾌한 마찰음을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떨고 있었고, 밖에서도 소리가 들렸는지 급하게 문을 여는 소리가 이어진다. 비명을 지르며 멈춰서는 은성과 눈이 마주치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은 소리 안 지르시네요.”

 “아악!”

 “지르시는 군요.”

 눈물이 났었는지 눈이 뿌옇게 흐린 탓에 의사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그가 이곳에 있었음을 인식했다. 기분 나쁘게 나를 쫓던 그 존재로 착각이라도 했는지 목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비명을 질러버렸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른하게 뱉어내는 말. 그의 존재는 언제고 내게 익숙하지가 않은데, 그에게는 내 행동들이 전부 익숙한 듯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를 마주보고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서있던 의사라는 이름의 그는 곧 말없이 병실을 나갔다. 제대로 숨도 못 쉴 만큼 고통스러운 기억이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그가 서있다. 나에게는 고통스럽지 않은 기억이 없어서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는 위험으로 내 머릿속에 깊게 각인 되어버렸다. 귀에 익은 발소리가 바로 내 앞까지 다가와 멈춘다.

 “괜찮아?”

 말을 건네며 다가온 손이 어깨 위에 자리를 잡는 순간, 또 다시 소리를 질렀다. 이대로라면 금방 목이 잠겨버릴 것만 같다. 놀랐는지 손을 떼며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은성의 얼굴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와 맺힌다. 경계심을 풀고 깊게 숨을 들이쉰다. 내쉬는 숨에 터져 나오는 안도감은 감춰지지 않았다. 꿈이었던 그곳에서 나를 발견해주었던, 가장 처음으로 마주했던 은성의 눈에 서려있던 공포가 순간 스친 것 같다. 괜찮다고 말하는 나를 그녀는 여전히 걱정스럽게 바라본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왜 왔는지가 생각났다는 듯이 반대편 손에 들려있던 것을 건넨다.

 “뭐야?”

 “필요로 했던 것 중에서 일부. 내가,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갔을 때 봤던 것들.”

 “실은 은성아.”

 “응?”

 “나 전혀 다른 기억이 났어.”

 “뭐?”

 “내가 죽으려고 했을 때.”

 “….”

 정적이 흐른다. 더 이상의 말은 할 수가 없어서였지만 은성의 침묵은 조금은 다른 의미의 것인 듯하다. 죄책감인지도 모를 감정이었는지 그녀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조심스럽게 얘기해달라는 말에 입을 열었다.

 그때를 떠올리고 있는지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은성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앙다문 그녀는 한참이나 지나서야 겨우 진정했다. 하필 왜 그 기억이 더 먼저 떠오른 거냐고 속상해하다가 아차 싶은지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자신은 괜찮다고, 그렇게라도 계속 기억이 났으면 좋겠다고. 정작 지금 제일 힘든 사람은 너일 테니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슬프게 들려왔다. 내게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도 억지로 참아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묘한 죄책감이 밀려든다.

 잠시 잊혀져있었던 손에 쥐어진 물건이 소리를 낸다. 낯설게 느껴지는 그것을 내려다보다 멍해졌다. 생각도 사고도 모두 정지해버리던 그 순간, 기억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부서졌다. 수많은 조각들이 눈앞에서 흩어지며 자리를 잡아나갔다. 다음 파도가 몰려올 차례였지만 이내 잠잠해져버린 기억의 바다는 파편들만을 남겨놓았다.

 머리를 찌르는 듯한 통증에 한쪽 눈이 감긴다. 그리고 마치 영화가 시작 되듯이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가장 마지막의 기억인 듯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의사였다. 그는 왜 여기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주 강렬한 눈을 하고 있었다. 마주 보고 있는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고, 그에게서 멀어지려 애쓰고 있었다.

 헉하는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정확하게 어떤 감정이 드는지는 알겠다. 극도의 공포와 불안, 두려움이었다. 순식간에 사라져 희미하게 머릿속에 남아 맴도는 기억의 조각은 그를 반드시 피해야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내가 그를 경계했던 이유는 마지막 순간의 감정과 감각들 때문이었을까?

 은성에게로 시선을 돌리면 당황한 듯이 보이는 얼굴로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아직 완벽히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와 마주했던 그날, 그날을 마지막으로 죽었었다. 절대 깨어날 수 없는 죽음이 나를 덮쳤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어떻게 내가 다시 눈을 뜨고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 중간에 감춰져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믿고 있었던 은성마저 의심스러워졌다.

 “은성아, 지금부터 나한테 솔직해져야 해.”

 “처음부터 안 그랬던 적은 없었지만, 그럴게.”

 “숨기는 게 뭐야?”

 “어?”

 놀란 듯 보이는 표정이 내게 강한 확신을 안겨주었다. 한참의 정적이 우리의 사이를 가로막은 듯한 상태가 이어졌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감추고 고개를 들었다. 문가에 서있는 것은 경원이었다. 그는 믿어도 되는 존재일까, 아니면 의사와 같은 사람일까. 은성에게 의견을 묻는 듯한 표정이 되자 아직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확고해 보이는 그녀의 행동에 그저 웃어보였다. 아직은 물기에 젖은 눈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슬픔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못한 듯하다.

 눈치 없이 계속 있었다고 말하며 일어선 은성이 서둘러 밖으로 빠져나간다. 아쉬움이 남지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경원이 천천히 내게 바짝 다가와 앉는다. 하필이면 위치가 딱 내가 숨겨놓은 그 물건 위였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걸리겠다 싶어 인상이 바뀌자 그의 눈썹이 보기 좋게 꿈틀거린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의구심이 가득한 그를 향해 웃어보였다. 웃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겠지. 의사도 경원도 지금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이니까.

 “자주 못 올 거라더니 어쩐 일이에요?”

 “내가 오는 게 마음에 안 들어?”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바쁜 줄 알았는데, 그냥 놀라서 물어보는 거예요.”

 “불안해서 일은 포기했어. 슬이 네가 완전히 괜찮아지면 그때 다시 시작해도 되는 일이니까.”

 “왠지 미안하네요, 나 때문에 일도 못하고.”

 “그걸 알면 빨리 돌아와, 원래대로.”

 “그게 내 마음대로 쉽게 되는 게 아니잖아요!”

 “…미안.”

 장난스럽게 대꾸하는 그의 말에 짜증이 일었다. 화를 내고 보니 괜한 짓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그 뒤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차라리 말을 아끼는 편이, 침묵을 지키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조용함이 편안한 사이였다는 것이 지금 순간은 고맙기까지 할 정도로 조용하다. 서로를 방해하지도 않는 고요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여전히 오늘이 몇 월이며, 며칠인지도 모른다는 것이 생각났다. 어째서 내 병실엔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달력 하나 보이지 않는 걸까. 오늘도 이 남자는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은 해주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내게 아무것도, 그 자신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아내라고 하는 사람에게서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생각은 다른 생각에게 꼬리를 잡혀 이어져나간다. 뒤따라 나오는 그것들 속에서 하염없이 헤엄치고 있으려니 이 공간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여기서는 절대 나를 찾아낼 수 없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잠겨 무심결에 창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너무 오랜만에 땅에 발을 딛는 것만 같은 느낌에 걸음이 위태롭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전과는 다르게 창밖의 풍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와 담기자 이유 없이 눈가가 촉촉해진다. 왜 이리 슬픈지 알 수는 없지만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커져갔다. 그만큼 두려움도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 어떤 것도 심지어 나라는 사람까지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인데도 시간의 흐름이 눈에 보인다. 분주하게 오고 가는 사람들도 있고, 벤치에 앉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으며, 얼마만큼의 선명하고 또렷한 기억과 추억들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이곳에서 나간 나는 저 많은 사람들 중 몇 명의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될까 하는 것들이 그 흐름 속에서 빠르게 번져갔다. 나는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서, 확신을 할 수가 없어서 여전히 불안하게 흔들리는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바깥의 풍경 속에 어우러져있는 그 사람들이 궁금했다. 그들은 어떻게 이런 불안들을 견뎌내며 살고 있는지가.

 “뭐 보고 있어?”

 “사람들이요.”

 “밖에 나가고 싶어?”

 “나갈 수 있을까요?”

 “아직은 불안전해서.”

 “내가 저 사람들한테 안전하지 못한 존재라는 건가요?”

 “저들이 너에게.”

 “무슨 의미에요?”

 “….”

 알아들을 수가 없는 그의 말에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물었다. 마치 말을 너무 많이 했다는 듯이 행동해 보인 그가 이내 말을 돌리다 포기하고 다시 책을 읽는다. 집요하게 따져 묻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그는 답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자리로 돌아와 될 수 있는 한 그와 똑바로 눈을 마주보려 했다. 그러면 그 안에서 무언가를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 경원은 그런 건 절대 불가능한 눈을 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어서 마치 사람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입 밖으로 그 말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열심히 그를 바라봤다. 그래도 이러고 있으면 뭐 하나라도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그는 나의 시선을 받아내는 것을 포기하고 피해버렸다. 네가 이겼다는 짧은 말로 모든 것이 끝이 나버렸다, 나의 행동은 그저 장난스럽게 시작된 눈싸움에 지나지 않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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