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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23
작성일 : 19-11-10 08:29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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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은 술 몇 잔씩 마신 듯 취해보였다. 그렇게 취할 정도의 양이 아니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해야 맞는 거 같다.

 

  특히 크리스는 어떤 여자를 꼬실까 여자들을 탐색하는 게 눈에 보였다.

  친구들은 나를 발견했고, 내게 오라고 손짓을 했고, 크리스는 나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술집 안의 여자들을 훑어보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는 나를 무시하기 바빴다.

 

  “쟤 왜 저러는 거야?”

 

  내가 물었다.

 

  “크리스? 원래 저렇지, 저 녀석은.” 앤디였다.

  “다들 조용히 해. 이 크리스님께서 예쁜 여자를 탐색하고 있잖아.”

 

  크리스는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데며 말했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술집 안을 훑어보고 있었다.

 

  “우리 크리스 빼고 저기 가서 앉을까?”

 

  조셉이었다.

  앤디가 했을 법한 말을 조셉이 해버렸다.

 

  그런 조셉의 행동에 크리스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드디어 우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지금 조셉이 한 말 아니지? 와-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뭐, 난 이미 여기 다 훑어봤는데 내 스타일은 없어.”

 

  조셉이 말했다.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나와 마이클 헛웃음 지었다.

 

  “그 웃음은 무슨 뜻이지?” 조셉이 물었다.

  “별 뜻 없어.” 마이클이 말했다.

  “데이브?” 조셉이 날 쳐다보며 내 이름을 말했다.

  “나도 별 뜻 없어.”

 

  내가 대답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케이스를 꺼냈다. 담배케이스에서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담배에 불을 지폈다.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아니지, 뜻 있어. 너는 도대체 어떤 스타일의 여자가 좋은 거야? 너는 맨날 여자, 여자 거리는데 정작 만나는 여자는 없잖아.”

 

  내가 말했다.

  내 말은 날카로운 화살처럼 조셉의 두 귀에 꽂혔고, 조셉은 입가에 주먹을 데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눈이 워낙 높아야지.” 약간은 변명 섞인 음성이었다.

  “변명은, 생각해 보니까 데이브 말이 맞아. 나한테 여자 밝힌다고 하는데 네 녀석은 밝히는 척 하는 고자 같아. 아니면 성불구나.”

 

  크리스였다.

  크리스의 시선과 흥미는 우리에게 꽂혀있다. 아마 그 화살이 조셉일지도 모른다.

 

  “고자라니, 성불구라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솔직히 너 보단 내가 더 커!”

 

  조셉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아니면 아닌 거지, 소리까지 칠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말에 언성이 높아지는 바람에 술집 안의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우리를 향해, 그러니까 조셉을 향해있었다.

 

  나는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부담이 됐다.

 

  “아, 알았어. 쪽팔리게 그만 해. 네 고추 크다. 됐냐?”

 

  조셉을 자중시키는 건 마이클의 몫 이였다.

 

  “쪽팔리다니 이건 남자의 자존심 싸움…….”

  “닥쳐.” 앤디가 조셉의 말을 잘랐다. 나는 속으로 앤디에게 환호했다.

  “난 너네 고추 얘기 들으려고 여기 온 게 아니야. 나나 데이브 그리고 마이클도 그렇고. 우린 오늘 술 마시러 왔어. 네 고추를 안주 삼을 생각 따위 없다고.”

  “아, 알았어. 뭐 그렇게 무섭게 심문해. 내가 죄라도 지었냐.”

 

  조셉은 꼬리 내린 덩치 작은 강아지 같았다.

  앤디는 꼬리를 곧게 세운 덩치 크고 화난 강아지 같았다. 우리는 그저 구경꾼인 강아지 주인들이었고.

 

  “뭐 마시지?” 내가 말했다. 아마 이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기 위해 했던 말이었다.

  “그냥 아무거나 해.”

  “네가 아는 게 없는 게 아니고?”

 

  이번엔 조셉이 크리스의 심기를 건드렸다. 둘은 개와 고양이 같았다. 조셉이 개면 크리스는 고양이였다.

 

  “바카디 한 잔 주세요.”

 

  나는 그들을 뒤로하고, 바텐더에게 바카디 한 잔을 주문했다.

 

  내가 아는 건 바카디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맛있거나 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냥 캐서린 이모가 마시던 칵테일이라서 자연스레 나도 마시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바카디를 좋아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칵테일은 별로 감흥이 없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술을 맛으로 먹는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들처럼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저 그들을 따라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담배를 재떨이에 털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술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졌다.

 

  “난 뭐 마실까…….” 마이클이 말했다.

  “섹스 온 더 비치 어때?” 조셉이 말했다.

  “네가 지금 해변에서 섹스가 하고 싶은 게 아니고?” 크리스가 말했다.

  “닥쳐. 고추 작은 너보단 내가 더 잘 해.” 조셉이 말했다.

 

  우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크리스의 반격에 조셉은 이를 바득 갈고 있지만, 우리에겐 그 상황이 코미디일 뿐이다. 앤디는 배를 잡고 웃었고, 마이클은 너무 웃어서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다.

  칵테일 따위에 웃음을 터트릴 수 있다니, 나는 이 웃음이 오래 가기를 바랬다.

 

  “아이고, 난 그냥…… 마가리타 이게 제일 낫겠다.”

 

  마이클은 마가리타를 주문했다.

 

  “너희 마가리타가 왜 이름이 마가리타인 줄 알아?” 조셉이 말했다.

  “이유가 뭔데.”

 

  딱히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조셉이 설명하고 싶어 하는 표정 같았기에 나는 조셉에게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큼큼”

 

  조셉은 목을 가다듬었다.

  말하기 전의 준비였다. 조셉이 입을 열었다. 조셉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조금은 궁금하다.

 

  “버지니아에 사는 바텐더가 총기 오발 사고로 죽었거든. 그 바텐더의 애인 이름이 마가리타여서 그 애인의 이름을 붙여 마가리타가 된 거지. 근데 이건 레시피가 없대. 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레시피가 없어. 그리고 4년 전에 어떤 호텔 지배인인 다니엘이라고 하는 사람이 여자 친구를 위해 만들었어. 그 여자 친구는 술을 마실 때 소금을 곁들이는 버릇이 있었나봐. 그래서 뭐, 다니엘이라는 사람이 여자 친구 위해서 소금을 바른 칵테일을 만들었고, 그 칵테일 이름을 여자 친구 이름을 따서 마가리타라고 지었대. 뭐, 이렇게 됐으니 둘은 결혼을 해야겠는데, 지금은 잘 살아있을지 모르겠네.”

  “넌 그걸 어떻게 안 거야?”

 

  마이클이 말했다.

 

  “여자를 꼬시기 위해선 이런 지식쯤은 알고 있어야 돼.”

 

  조셉의 말에 다시 헛웃음이 나왔다. 준비는 돼있지만, 여전히 여자 친구가 없는 조셉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조셉, 여자들은 무슨 술 좋아하는데?”

 

  크리스가 물었다.

  궁금함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뭐, 핑크 레이디같은 거겠지.” 마가리타를 한 모금 마신 마이클이 말했다.

  “뭐, 레이디 앤 젠틀맨 아니면 레이디 퍼스트냐? 여자라면 다 레이디 들어가는 거 마시 게?” 조셉이 말했다. 조셉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그럼 뭔데?” 이름 모를 붉은 색의 칵테일을 마시는 앤디가 물었다. 칵테일은 토마토처럼 탁했다.

  “나도 모르지.” 조셉이 말했다. 아주 자신만만한 음성으로.

  “뭐?” 이 짧은 글자에 실망했다는 크리스의 표정과 음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여자가 다 같은 칵테일을 좋아하진 않아. 다 취향이 다른 법이야. 너희들이 남자라고 해서 취향이 같은 법이라곤 없잖아. 마가리타, 스크루 드라이버, 바카리…… 완전히 다른 맛이라고.”

 

  조셉은 굳건했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조셉은 커보였고, 대단해보였다. 정말 그 짧은 한 순간에 조셉은 교수들 보다 더 똑똑해보였다.

 

  “그, 그렇긴 하지. 그래……. 조셉 말이 맞아. 그리고 우리가 지금 여기서 여자도 없이 남자 다섯 명이서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 것도 아주 우스운 꼴이지.”

 

  크리스가 말했다.

  크리스는 조셉의 말에 제대로 넘어간 꼴이 되었다. 조셉의 말에 나비처럼 홀렸다고 하면 될 거 같다.

 

  “그리고 앤디.”

 

  조셉의 말에 우리 모두 조셉을 쳐다봤다.

  앤디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마시고 있는 스크루 드라이버랑 핑크 레이디가 내가 만난 여자들이 마시던 거야.”

 

  조셉이 말했다.

 

  조셉의 말은 앤디를 놀리는 거였다.

  네 입맛은 여자와 같다는 말. 조셉은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였다. 하지만 여기엔 바보가 없다.

  다 그 말을 알아들었다. 하지만 앤디는 화를 내지 않았고, 웃음으로 넘겨버렸다.

 

  “저 병신.”

 

  그리고 욕을 조금 섞어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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