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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기억의 시간
작가 : charlotte
작품등록일 : 2019.10.6

매일 사라지는 기억, 잊혀진 시간 속 어딘가에서 찾아야하는 스스로의 답. 불완전하기에 완전해질 수 있는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
어느 누구 하나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날들을 보내던 그녀가 찾은 기억의 조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억의 조각들2
작성일 : 19-11-10 08:08     조회 : 231     추천 : 0     분량 : 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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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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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는 듯이 간호사의 하소연 같은 말이 쉼 없이 계속 되는 동안 작은 기침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우리 대화의 중심에 있던 그가 서있었다. 더 없이 슬프고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던 얼굴은 간호사를 보는 순간 다시 분노에 휩싸였다. 이유가 알고 싶다, 왜 그런 건지.

 “슬아.”

 “안녕하세요.”

 “그럼 두 분 얘기 나누세요. 필요한 게 생기시면 언제든지, 아시죠?”

 눈치껏 빠져주겠다는 간호사의 태도에 옅은 미소를 내비쳤다. 그리고 그녀가 병실을 나가기 위해 돌아서는 순간 그와 마주친 눈에 서린 적대감이 또렷하게 보였다.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어서 저렇게 까지 서로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한참을 말이 없이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던 그를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뭐가 있을까.

 마주친 눈은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의 감정을 담고 있었는데 도저히 그것을 그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먼저 도망치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또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어색한 적막을 깨고 싶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말을 꺼내는 것이 좋은지 모르겠다.

 “무슨 말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네. 나랑 있는 게 어색해?”

 “어, 어떻게 알았어요? 아니, 그러니까, 미안해요.”

 “그랬구나.”

 “미안해요, 기억 못해서.”

 “나를 기억 못해야 맞는 걸 수도 있지. 불편해야 하는 것처럼.”

 “네?”

 “아니야.”

 조소 띈 얼굴에 슬픔이 진득하게 묻어나지만 그의 말에는 날이 서있었다. 지금 보이는 반응은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싶어서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된 것인지 알고 싶어졌다. 분명한 한 가지가 머리를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내게 숨기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이 사람도, 간호사도, 의사도, 이곳에 있는 모두가 말이다. 순간 이곳이 정말 병원은 맞는 걸까 생각했다. 남자는 여전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을 뿐이지 딱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찜찜하지만 설마하며 넘기기로 했다.

 “이름이 뭐예요?”

 “그게 왜 궁금하지?”

 “난 당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해요. 알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요, 유일하게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니까.”

 “알려주기 전에 먼저 나를 떠올려줬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나는 알려주지 않을 거야, 내 이름도 내가 누구인지도.”

 수수께끼투성이인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숙제가 던져졌다. 괜히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그에게 더 물어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 수 있다. 포기하듯 한숨을 내쉬며 그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표현을 한다. 그제야 짓궂은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흩어졌던 기억 한 조각이 떠오른다. 아주 희미한 그것을 간신히 붙잡아 회상하면 아련한 통증이 일렁인다. 떠올려서는 안 되는 것을 기억해낸 것 마냥.

 이후로는 쭉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먼저 말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평범한 사이는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고 짐작한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행동은 좀처럼 파악하기 어려웠다. 감시를 하는 것도 같았고, 그저 마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듯도 보였다.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이 묘하기도 하고 어색해서 키득거리며 웃어버렸다.

 “왜 웃어?”

 “우리 연인이라던가 뭐 그런 사이였나요?”

 “그랬을 수도 있지.”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내 감시자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 입장에서는 당신이 그렇게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만 있는 게 어쩐지 감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럴 수도 있어.”

 “진짜 감시하는 거예요?”

 “의심하는 건 좋은 거지. 감시 같은 거였으면 좋겠어?”

 “그건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지금은 썩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많이 달라진 느낌이야. 의심은 내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

 “무슨 뜻이에요?”

 “더 밝아졌다는 말이야. 별 의미 없으니 신경 쓰지 마.”

 어딘가 슬퍼 보이는 그 목소리로 하는 말을 무의미하게 넘기자니 마음이 아파왔다. 혹시 뭔가를 잘못한 것은 아닐까 싶어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봐야 할 것이 더 늘어버린 느낌에 눈썹이 곱게 찡그려졌다. 의심하는 것은 정말 좋은 것일까?

 내가 알지 못하는 나를 알기 위해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면 아주 작은 기억이라도 떠올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것조차도 꿈에 가까운 것이었다.

 가끔 흘러드는 아주 작은 기억의 파편은 다만 내게 실낱같은 희망을 주었다. 그뿐이지 그 이상으로 내 기억이 돌아오게 하는데 지대한 공을 새우고 있지는 않았다. 기억이란 한 번 잊혀지면 다시 떠올리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나의 과거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남자는 내게 과거 따위는 알려줄 마음이 전혀 없는 듯싶으니 말이다. 어쩌면, 아주 희박한 가능성으로 간호사는 약간의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나를 아는 듯이 과거형의 단어들을 가져다 쓰는 것을 보면.

 “좀 어떤 것 같아요?”

 “아직 쓰러지지 않았으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만 빼고요.”

 “애써서 기억하려고 하지는 마세요. 그럴수록 본인만 더 힘들 겁니다. 아무래도 자꾸 쓰러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누군가는 기억해야 한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기억하지 말라고 한다. 어느 쪽이 더 스스로에게 현명한 선택인지는 몰라도 누군가의 말에 의해 결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나서 작은 기억 하나라도 떠오르면 그때 결정해도 늦지는 않는다. 가끔 떠오르는 희미한 파편들은 연기처럼 내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 내게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의사가 하는 말들을 흘려들으며 혼자 생각했다. 이 사람은 진짜로 나를 감시하려 드는 것만 같다고. 이게 지금으로써 내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판단이다. 가장 먼저 의심해봐야 할 사람은 무의미한 말만 늘어놓는 그의 행동은 아닐까. 여기서 시작된 궁금증은 과연 지금 당장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 사람 중에 있을까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없을 수도 있지 싶다.

 “듣고 계신 건가요?”

 “네, 뭐.”

 “아직 혼란스러우시다는 것 잘 압니다. 그러니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를 몰아붙인다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마세요. 아시겠어요?”

 모른다, 모르지는 않지만 그가 말하는 대로 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의 존재를 의심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단지 그런 이유에서 비롯된 마음이 이렇게까지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가 있는 걸까.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말대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를 따라 병실을 나가던 간호사가 나를 돌아본다. 마치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에 슬쩍 웃어보였다. 안도하는 표정인지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표정으로 가벼운 고갯짓을 하고 그녀가 병실을 나갔다. 이제 또 다시 둘만 남은 상황. 숨이 막힐 듯한 적막이 가득 채워진다.

 “이름 정도는 얘기해 줄 수 없어요?”

 “아직은.”

 “왜요?”

 “확신할 수 없으니까.”

 “뭐를요?”

 “당신이 그랬었지, 윤슬이 아니라고. 나도 그런 느낌이 들어. 내가 나의 존재를 밝혀도 나를 떠올리지 못한다면 미쳐버릴지도 몰라.”

 “…미안해요.”

 괴로운 표정으로 힘주어 말하는 그의 태도에 선뜻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를 잊었다. 겨우 한다는 말이 미안하다는 말 뿐이라는 것이 묘한 죄책감을 만들어냈다. 마주치는 시선을 피해 반듯한 선을 그리는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에 대한 무언가를 꼭 떠올려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기억하려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아무것도 기억할 수가 없었다.

 “오늘이 몇 월이죠?”

 “날짜도 모르고 있는 거야?”

 “아무도 알려준 적이 없어요.”

 “핸드폰은?”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내가 여기서 받은 거라고는 지갑뿐이라고요.”

 “그럴 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뱉어내는 그의 말에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마치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갓난아기 같다는 듯이 바라본다. 애써 숨기지 않는 감정은 불쾌함을 불러왔다. 작은 헛기침에 모든 것을 담아 뱉어냈다. 아차 싶었는지 그가 둘러대는 변명은 이미 나에게 전달되고 있지 않았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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