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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블러디데이
작가 : 유월
작품등록일 : 2019.9.9

한이연, 세상에 가족이 없는 늘 혼자였던 그녀, 약혼자와 함께 가족을 꾸리고 행복해질 날만을 기다리는데.... 갑작스러운 약혼자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녀의 약혼자의 죽음과 연관 된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은오라는 정체불명의 아름답지만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남자가 나타난다.

 
026. 또 하나의 저주
작성일 : 19-11-09 22:59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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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하이연.”

 

 노르웨이의 한적한 공원, 누군가 내 뒤에서 이름을 불렀다. 노르웨이에 내 이름을 한국말로 능숙하게 부를 남자는 없다. 하지만 그 이전에 느낌에서부터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는 흡혈귀이다.

 

 나는 뻣뻣하게 굳은 목을 억지로 돌려 뒤를 봤다. 그곳엔 익숙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흡혈귀 정부에서 일한다는, 타르였다. 3년 전의 기억들이 모두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하이연씨.”

 

 왜 그가?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가 조금씩 다가왔다.

 

  “3년 만인가요?”

 

 나는 뒷걸음질 쳤다. 그의 눈빛이 어딘가 사로잡힌 듯 무서워보였다.

 

  “타르입니다. 저 기억하시나요?”

 

  “네, 그때 도와주셨죠.”

 

 타르는 우뚝 멈춰섰다. 바람이 우리 사이를 마구 휘저었다. 나도 뒷걸음질을 멈췄다. 타르는 발목까지 오는 긴 검은 코드를 입고 있었다. 그는 매우 지쳐 보이기도 하고, 약간 술에 취한 듯 몽롱해 보이기도 하고, 화나 보이기도 했다. 3년 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진은 처형당했습니다. 그 누구도 닿을 수 없는 공간에서 고통스러움에 몸부림을 치다가 서서히 영혼이 소멸당할 것이죠.”

 

  “네. 그렇게 됐군요.” 진의 말에 난 살짝 몸을 떨었다. 그의 존재는 여전히 두려웠다.

 

  “저를 만나러, 노르웨이에 온 건가요?”

 

 내 물음에 타르는 붉은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떴다. 그 눈동자를 보자니, 은오가 자연스럽게 생각났다.

 

  “흡혈귀는 아주 오랫동안 이 세상에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습니다. 긴 역사 속에 학살도 많이 당하고, 사냥도 많이 당했습니다. 여러 가지 저주도 많이 만들어졌었죠. 흡혈귀의 존재를 괴롭게 하는 여러 저주요. 그중에 하나는 당신도 많이 익숙할 것입니다.”

 

 피의 저주. 나는 마른 침을 삼키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주 고대의 저주이죠.”

 

  “그걸 왜 얘기하시죠?”

 

  “그 외에도 많은 저주가 존재하죠.”

 

  “그걸 왜...”

 

  “당신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떤 강력한 힘을 느꼈습니다. 당신은 흡혈귀에게 물려도 결코 완전한 흡혈귀로 바뀔 수 없는 그런 존재입니다. 당신의 피는 특별하죠. 아주 고결한 핏줄을 타고 났습니다. 그건 당신의 부모도 마찬가지.”

 

 부모? 타르가 나의 부모를 안다고?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진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자가 언젠가 굉장한 위협이 될 거라는 걸 느꼈었으니까요. 그자는 선천적으로 사냥을 즐기는 핏줄을 타고났습니다. 그의 부모도 그런 자들이었고요. 하지만 진은 은오씨를 만나서 그런지 그렇게 성장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가 서울에 와서 여행을 다닐 때, 나도 그 차 사고를 목격했었습니다. 은오씨는 당신 부모의 피를 보고 흥분해서 피를 다 마셔버리려는 게 아니라, 당신의 부모를 흡혈귀로 만들어서라도 살릴 생각이었습니다.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나는 타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차근차근 이해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나와는 너무 동떨어진 얘기 같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내 부모의 얘기인데.

 

  “하지만 당신의 부모는 그걸 거부했습니다. 아주 고결한 피를 가졌으니까. 흡혈귀로부터 보호받는 피입니다. 결코, 흡혈귀가 될 수 없어요. 결국, 당신의 부모는 죽었습니다. 나는 흡혈귀 정부 소속으로서 그 사건에 은오가 다녀간 흔적을 지웠습니다.”

 

  “...그 얘기를 해주려고 저를 찾아 이곳까지 온 건가요? 은오가 제 부모를 죽인 것이 아니라는 그 오해를 풀기 위해서?”

 

 나는 정신이 핑 도는걸 겨우 붙잡아가며 물었다. 은오가 보고 싶었다.

 

  “아니요.”

 

 타르의 말에 갑자기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3년 전, 진을 붙잡았던 날- 그가 잠시 도망쳤던 순간이 있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날이 꿈이 아니었다. 택시 기사가 던져지고, 진이 내 목덜미를 물던 그 순간이. 멀쩡하게 타라의 집에서 깨어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놀란 내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타르는 자신의 감이 옳았다는 걸 확신한 것 같았다. 그는 한걸음 더 내게로 다가왔다.

 

  “그때 그는 당신을 아무래도 찾아간 것 같습니다.”

 

  “...”

 

  “그가 처형당하기 전에 했던 말 때문에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

 

  “당신에게 저주를 걸었다고 하더군요. 그 3년 전 우리로부터 잠시 도망쳤던 날 밤에. 당신의 목덜미를 물면서 저주를 걸었다고요. 그것 때문에 왔습니다.”

 

 나는 차갑게 식은 두 손을 맞잡았다.

 

  “그는 당신에게 자신의 사냥 본능을 전달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던 그 사냥 본능을.”

 

  “....”

 

  “당신은 타고난 고결한 인간의 피고 인해 그 저주를 아마 싸우고 있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의 강력한 저주로 인해 흡혈귀가 될 테고, 아마 가장 위험한 사냥 본능을 지닌 흡혈귀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

 

  “그렇게 되기 전에 당신을 처형하러 왔습니다.”

 

 

 나는 뒷걸음질을 치다가 뒤로 넘어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게 다가온 타르가 나를 붙잡으려고 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내 피가 끓는 기분이 들면서, 두 다리의 근육이 팽창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평소에 달릴 때와는 달랐다. 굉장히 가뿐했다. 마치 날라다니는 듯 가벼웠다. 내 빠른 속도에 타르도 뒤쳐지기 시작했다. 나는 달리고 달렸다.

 

 내가 저주에 걸리다니.

 내가 흡혈귀가 되는 건가.

 

 온갖 생각이 뒤죽박죽 머리를 무겁게 했지만, 몸은 그 어느때보다 날라다닐 듯 가뿐히 공기를 갈랐다. 그렇게 앞만 보며 달려서 공원을 벗어났다. 타르가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도망쳐야 해. 그의 눈빛은 정말 나를 처형해버리려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는 원칙주의자이다. 동정 따위 그에게 있을 리 없다. 오래동안 진을 지켜보다가, 결국 진이 민혜라는 여자의 죽음에 폭주하며 은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사냥을 시작했듯이. 타르는 나를 지켜볼 생각이 없는 것이다. 더이상의 피해가 있지 않기 위해서 그 모든 일이 벌어지기 직전에 나를 처형하려는 것이다.

 

 살고 싶다. 괴롭고 싶지 않다.

 

 그토록 죽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걸 모두 압도 할만큼 살고 싶다는 감정은 큰 것이었다. 아직 후회없이 죽을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 은오를 보지 않고 죽을 자신이 없다.

 

 나는 달리고 달리다가, 이윽고 큰 숲에 다다랐다. 나는 그 숲으로 들어섰다. 더이상 타르가 나를 뒤쫓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다른 기회를 노리고 나타날 것이다. 유리가 위험할까. 나는 문득 유리를 떠올렸다.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은오가 보고 싶다.

 

 그의 곁에 있어야 했다. 내가 봐왔던 그를 믿고, 그의 말을 들어봤어야 했다. 다들 멀리 떠나라고 해도, 그를 마주했어야 했다. 왜 내겐 그런 용기가 없었을까. 얘기를 들었더라면, 그래서 진실을 직접 들었더라면, 3년동안 그를 그리워하기만 하지 않았어도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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