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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25화
작성일 : 19-11-09 22:55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3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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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저벅. 저벅. 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점점 커졌고 어둠속에서 청각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발아래 밟히는 작은 자갈과 흙들이 내는 소리, 그들이 걸을 때마다 옷이 비벼지는 소리, 그리고 쿵쿵대며 머릿속을 울리는 심장 소리까지. 둘은 숨소리조차 죽인 채, 문손잡이만 뚫어져라 보았다.

 

 ‘제발…제발…’

 

 철수는 빌고 또 빌었다. 여기서 들키면 꼼짝 없이 죽거나 연구소 지하로 끌려갈 것이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어차피 죽잖아? 이제 바코드도 다 됐는데.’

 

 두세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바코드는 얼마 남지 않았었다. 시간을 예상해보면 지금쯤 죽을 때다.

 

 ‘설마 이렇게 끝나는 건가? 밖의 로봇과 싸우다 죽는 건가?’

 

 바코더는 검은 줄이 다 닳으면 어떤 식으로든 죽음을 맞이한다. 그 죽음의 형태는 자신이 결정할 수 없다.

 

 ‘결과는 정해져 있구나. 그래 바꿀 수 없다는 거 이제 알겠어. 하지만 과정은 내가 선택한다.’

 

 철수는 이를 악물었다. 이게 바코더의 운명이다.

 이 상황이 바꿀 수 없는 결과론적인 거라면, 최소한 과정은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었다. 포기하고 살려달라고 혼자만 살겠다고 하고 싶지 않다.

 

 ‘로봇과 싸우고 유란을 도망치게 한다.’

 

 철수는 벽에 걸려있는 대걸레를 보았다. 무기로 삼아 휘두르면 치명타는 아니더라도 넘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밑에 있는 양철 쓰레기통 뚜껑도 방패 따위로 쓸 만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물건들에 손을 뻗는데, 문 바로 앞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저벅.’

 

 손이 멈췄다. 그리고 다시 뚫어지게 문손잡이를 쳐다봤다.

 

 ‘저벅.’

 

 손잡이는 돌아가지 않았다.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밖의 저들은 문 앞에서 그저 서성이는 것 같다.

 잠시 뒤.

 

 ‘저벅. 저벅. 저벅.’

 

 바로 코앞에서 들리던 발소리는 다시 멀어져 갔다.

 철수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대걸레에 손을 뻗은 자세로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허억! 헉. 헉.”

 “후우! 하. 하.”

 

 꼼짝없이 굳어 있던 둘은, 몸이 탁 풀어지며 숨을 내뱉었다. 가슴과 배가 크게 들썩였고 머리는 어지럽다.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것이 땅과 천장이 뒤바뀌는 착각을 준다. 마치 주위를 둘러싼 칠흑 같은 어둠이, 검은 물처럼 차올라 익사직전까지 몰고 간 것 같다.

 

 “가…간 건가요?”

 

 유란은 이마에서 흐르는 비지땀을 닦으며 철수에게 물었다.

 

 “그런 것 같아.”

 

 철수 역시 온 몸이 땀범벅이다.

 

 “그럼 이제 어디로 이동하죠?”

 “일단 밖의 상황을 살펴봐야 하는데 바로 나가기 좀 그러니까, 잠시만 더 있다가 나가자.”

 

 십분 정도 있다가 다시 문을 열어보고, 밖의 동태를 살펴볼 생각이었다. 없다면 다행이지만 있다면 문제다.

 철수는 문 밖에 쏠렸던 감각이 돌아오자, 긴장이 풀리고 몸이 뻐근해지는 걸 느꼈다. 그래서 자세를 바로하려다 깨달았다.

 유란과 몸이 완전히 밀착돼 있다. 체온과 숨소리, 그리고 자신의 몸에 떨어지고 있는 그녀의 땀방울까지 느껴진다.

 바짝 붙어있는 유란의 얼굴이 빨게 지는 게 어둠속에서도 보인다.

 

 “저…”

 “음. 그래.”

 

 소리 내지 않으려 청소도구를 피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서로 몸을 딱 붙인 채, 몸을 진득하게 비벼가며 자세를 바로 할 수 밖에 없다.

 둘은 팬티까지 다 젖을 정도로 몸을 부대끼며 움직였고, 동시에 청소도구들을 한쪽으로 조심히 치우고 나서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우 몸을 따로 떼어 놓자,

 

 “자, 잠깐.”

 

 철수는 마련된 빈 공간에 쪼그려 앉았다.

 

 “네? 어디 다쳤어요?”

 

 다친 건 유란이다. 철수는 다친 게 아니다.

 

 “잠시만…”

 

 유란은 의뭉스러운 얼굴로 쪼그려 앉은 철수를 내려다보았다. 이 급박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다.

 

 “저…철수씨.”

 

 혹시 말하지 않은 지병이 있는 건가. 자신을 도와주다가 어디 삐끗한 것일까. 쪼그려 앉은 자세가 힘겨워 보인다. 유란은 철수가 앉도록 의자로 삼을만한 걸 찾아봤다. 그러다 바로 뒤에 또 다른 문이 있는 걸 발견했다.

 

 “어? 철수씨. 여기 또 문이 있네요.”

 “다 됐다.”

 

 철수는 유란의 말과 상관없는 대답을 하며 일어섰다.

 

 “네? 뭐가 다 돼요?”

 “아니야. 그래 거기 문이 있다고?”

 “네. 원래 창고가 아니고 뒷문 통로처럼 보이네요. 문을 이중으로 달아서 이렇게 창고처럼 활용한 듯?”

 

 철수가 바지춤을 바로 하며 유란이 가리킨 곳을 봤다. 열쇠구멍이나 잠금장치가 없는 걸로 봐서 그냥 손잡이만 돌려 열면 될 것 같다.

 문제는 저 너머에 뭐가 있느냐다. 열었다가 바로 내무실이 나오면 죽여줍쇼 하는 꼴이 되고, 경비시스템이 작동해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데, 유란이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문손잡이를 먼저 돌려봐요. 너무 시끄럽지 않게,”

 “아…!”

 

 철수는 유란이 뭘 말하는지 깨달았다. 문손잡이를 철컥철컥 움직이면 안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을 거다.

 

 “한두 번만 돌리면 될 거에요. 안에 로봇이 있다면 걸어올 거고, 없다면 아무런 반응도 없겠죠. 저 로봇들은 소리 나지 않으면 딱히 뭔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좋아. 그러면 일단 문손잡이를 돌려보자. 그런데 반응이 없다고 해서 문을 열었다가 경보가 울리면 어쩌지?”

 

 유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어쩔 수 없죠. 도망치는 것 말고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네요.”

 

 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잡이를 잡고 소리 나게 돌렸다. 철컥 거리는 소리가 울렸고, 철수와 유란은 문에 귀를 바짝 붙여 안쪽을 살폈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좋아. 들어가자.”

 

 철수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문은 부드럽게 열렸다. 어둠속에 익숙해진 눈에 사무실 풍경이 들어왔다. 그 안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다행이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사무실 안을 쭉 둘러보았다. 수 개의 책상. 그리고 위에 올려 진 두꺼운 서류뭉치와 노트북들.

 철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거… 아무래도 로봇들이 쓰는 것 같지 않은데.”

 

 유란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겪은 로봇들이 사무실에 앉아 서류업무를 본 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철수는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다 한 책상에서 몇 개의 카드를 발견했다. 흔히 회사원들이 출입증으로 쓰는 네모난 카드다. 그런데 그 카드들 중 이상한 모양의 카드 하나가 눈에 띈다.

 

 “이건 뭐지?”

 

 빨간색 테두리에 사다리꼴 모양의 카드다. 카드의 좁은 부분에는 기다란 IC칩 같은 것이 박혀 있고, 넓은 부분에는 얇은 철판으로 감싸져 있다. 필요할 것 같은 느낌에 네모난 카드 하나와 함께 사다리꼴 모양의 카드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 사이 유란은 서류를 뒤적이고 있었다. 붉은 딱지가 붙어 있는 서류뭉치였는데, 내용을 넘겨볼수록 유란의 표정은 심각해져 갔다.

 

 “말도 안 돼.”

 

 유란이 중얼거리며 다른 서류를 빼 드는데 철수가 다가와 말한다.

 

 “이제 나가자. 계속 있을 순 없으니까.”

 

 유란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서류더미 중 몇 장을 조심스레 찢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건 왜?”

 “기가 막힐 정도로 중요한 자료에요. 나중에 요긴하게 쓰일지 모르는 비밀문서 같은 거죠.”

 “무슨 내용인데?”

 “여기서 말하기는 좀 길어지네요.”

 

 둘은 다시 청소 도구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나가기 전 문에 귀를 바짝 대 보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모두 다 간 것 같군.”

 

 철수는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

 “아…?”

 

 첫 고속도로에서 봤던 장년의 남자.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렷 자세로, 눈도 깜빡이지 않는 채, 마치 석상처럼 문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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