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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간도둑(The Time Thief)
작가 : JMRyu
작품등록일 : 2019.11.5

보육원 출신의 주인공 유화.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갑자기 급속도로 늙기 시작한다.
10년 전 똑같은 증상으로 세상을 떠난 보육원 동생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 7화
작성일 : 19-11-09 20:38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7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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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성그룹이요?” 공중전화 박스에서 수화기를 들고 있는 바오로 신부가 재차 물었다.

 -네, 오전에 태성그룹의 과장이었나... 이사였나... 아무튼 관계자분과 통화 했었는데, 저희에게 후원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내일 오후쯤에 저희 보육원을 방문하겠다네요. 혹시 태성그룹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요? 저는 들어는 봤는데... 자세히는 몰라서요.“

 

 “저도 자세히 아는 바는 없습니다. 음... 일단 알겠습니다.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죠. 저도 마치는 대로 곧장 내려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 참! 신부님, 내일 유화 생일인 거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방금 터미널 주변 가게에서 선물을 사고 온 참입니다.”

 -벌써요? 어떤 거 사셨어요?

 “비밀입니다. 하하”

 -앗…. 네. 그럼 조심히 다녀오세요.

 

 신부가 수화기를 내려놓자 아래 구멍에서 거스름돈이 나왔다.

 그는 바닥이 두었던 커다란 쇼핑백 2개를 양손으로 들고 부스에서 나왔다.

 

 바오로는 길을 걸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태성그룹? 어떤 회사지?’

 그러다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후, 발걸음을 재촉했다.

 

 택시에서 내린 바오로 신부는 2층에 있는 서울 대교구 주교실을 바라보았다.

 이곳까지 거침없이 왔지만, 당차게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대주교실 문 앞에 선 바오로는 문 옆에 가져온 쇼핑백을 살며시 놓았다. 그리곤 성호를 긋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똑똑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바오로 신부는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들어와.” 나지막한 주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책상에 앉아있는 주교는 보고서를 꼼곰하게 검토하고 있다. 바오로는 안중에도 없었다.

 길쭉한 주교의 책상 한쪽에는 서류가 담긴 검은색 플라스틱 바인더가 한가득 쌓여 있다.

 책상 중앙에는 뚜껑을 잃어버린 볼펜 몇 자루가 굴러다니고 있다. 바오로는 책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주교님, 바오로 왔습니다. 잘 지내셨죠?” 주교는 고갤 들어 신부의 얼굴을 쓱 한 번 보더니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신부가 눈치를 보며 가만히 서 있자 주교가 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네.”

 “아닙니다.”

 

 “그래서 이 먼 곳까지 찾아온 이유가 뭔가?”

 주교는 안부정도 물을 법 했지만, 여유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본론을 이끌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전에 말씀하셨던 본당 이전은...”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주교는 신부의 말을 잘랐다.

 

 “힘들 것 같습니다.”

 

 “...왜지?” 주교는 인상을 쓴 채로 하던 업무를 계속 했다.

 

 “아이들이...”

 

 “아이들 문제는 예전에도 얘기했지 않나. 오히려 지금 사랑의 집에서 사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더 좋을 수도 있네.”

 

 “평화의 집입니다.” 주교의 계속되는 말 자르기에 조금 울컥한 바오로 신부였다.

 

 “아무튼, 평생 아이들을 데리고 살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주교는 마땅찮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창가로 걸어갔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에 시선을 멈춘 채 시름에 잠겼다.

 

 잠시 둘 사이로 침묵이 흐르다가 주교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말을 이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대규모 공사 때문에 전체적으로 많이 힘들다네... 내가 그쪽 사정 모르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언제까지 자네와 수녀 한 명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김 신부 역시 교회 전반적으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주교의 말 중 어느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신자도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미카엘 수녀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는 건 너무나도 벅찼다. 그렇다고 사람을 고용하기엔 재정적으로 힘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영원히 함께일 수가 없었다.

 

 정부의 정책상, 보육원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만 받을 수 있었고, 그 이후부터 아이들은 다른 시설로 옮겨야 했다. 우리는 시간이 정해진, 헤어질 수밖에 없는 가족이었다.

 

 지금의 성당은 평화의 집을 맡고 있지만, 이전하게 되면 보육원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재정상의 이유였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타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다른 보육원으로 편입하게 된다. 바오로는 아이들에게 ‘추가적인’ 이별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아직 많이 어립니다.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이면 두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초등학생이 됩니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세요.”

 창밖을 보던 주교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렇게 불편한 침묵 속에서 주교의 한숨 소리만 간간히 들렸다. 신부는 그런 주교의 기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

 

 “저희 보육원에 후원하겠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후원한다고? 누가?” 주교가 바오로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직 저와 자세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지만, 오늘 오전에 태성그룹에서 저희 평화의 집에 후원하고 싶다고, 담당자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후원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으나, 주교의 마음을 돌리려면 어쩔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음...” 주교는 검지로 금테 안경을 올렸다. 그러자 그의 눈동자가 더 선명하게 보였다.

 “바오로”

 

 “네, 여기 있습니다.”

 

 “위에는 내가 말해 놓을 테니, 다음에 다시 얘기하지. 이만 조심히 돌아가게.”

 

 “네, 알겠습니다.” 바오로 신부는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주교실을 나서려는 찰나, 주교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등 뒤로 날아들었다.

 

 그는 택시를 타고 곧장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가는 내내 어둠 속에서도 환한 도시를 바라봤다. ‘도시는 어두울수록 더 환히 빛나는구나.’ 주머니에서 묵주 팔찌를 꺼내 손으로 꽉 쥐었다. 아슬아슬하게 강원도행 마지막 고속버스를 탈 수 있었다.

 바오로는 좌석에 앉자마자 눈을 감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손에는 여전히 묵주 팔찌가 쥐어져 있었다.

 그는 새벽 1시가 다 되어서 평화의 집에 도착했다.

 

 평화의 집은 현관을 제외하고, 불이 다 꺼져있었다.

 신부는 사제실로 향하다가, 평화의 집 바로 옆에 있는 성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성당 열쇠를 꺼내, 잠겨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타 성당에 비해 규모가 작고, 허름한 우리 성당. 오늘따라 십자가에 걸려 있는 예수가 더 앙상하게 보인다. 바오로는 정면에 있는 커다란 십자가로 다가가 제단 아래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주님, 우리 모든 아이들이 오랫동안 함께 있도록... 저희를 돌보아 주십시오.’

 

 *

 “아멘”

 오늘은 월요일, 평소보다 20분 일찍 일어나 다 같이 모여 아침기도를 하는 날이었다.

 새벽에 늦게 돌아온 바오로 신부를 제외하고, 아이들과 수녀가 기도방에 모여 기도했다.

 아침 기도가 끝난 후, 요셉과 요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침대로 몸을 던졌다.

 유화는 기도 방에서 나와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평화의 집에서 유일한 초등학생인 유화는 마을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항상 1등으로 준비를 해야 했다.

 언니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 은재는 뒷정리를 하고 있는 미카엘 수녀에게 다가갔다.

 

 “수녀님.” 은재는 속삭이며 몸을 낮추라고 손짓했다.

 수녀는 어리둥절하며 몸을 낮춘 뒤, 귀를 갖다 댔다.

 

 “오늘 언니 생일이잖아요. 생일 파티할 거예요?”

 

 “그럼~ 나중에 신부님 오시면 한번 얘기해보고, 저녁에 언니 생일 파티하자.”

 

 “와!” 신이 난 은재는 자기도 모르게 큰 감탄사를 내뱉었다.

 수녀와 은재는 침대에 누워있는 쌍둥이를 슬쩍 확인했다. 다행히 쌍둥이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번엔 수녀가 은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은재야. 혹시 생일 선물도 준비했어?”

 은재는 고갤 끄덕이더니 옷장으로 쪼르르 뛰어갔다.

 그리고 옷장의 첫 번째 칸에서 포장된 네모난 것을 들고 왔다.

 

 “와! 이거 뭐야?” 수녀는 한눈에 공책임을 알았지만, 모르는 채 물었다.

 

 “공책이에요! 우리 선생님이 포장도 해줬어요!” 유화를 유독 좋아하는 유치원 선생이 준비해 준 듯했다.

 

 “어머! 아우 기특해 죽겠네, 증말” 수녀는 은재를 꽉 안으며 볼에 뽀뽀를 마구마구 해댔다.

 그때 유화가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털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둘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움직였고, 은재는 다시 옷장에 선물을 숨겼다.

 

 “얘들아, 유치원 버스 올 시간이야. 얼른 준비하자-” 수녀가 아이들의 방을 들어다보며 말했다.

 

 “오늘 노는 날인데.”

 

 “응?”

 은재가 유치원 가방에서 안내문을 꺼내 수녀에게 건넸다.

 유치원 시설 점검이 있어서 안정상의 이유로 하루 쉰다는 내용이었다.

 

 “뭐야, 왜 이제 보여주는 거야”

 

 “헤헤.” 은재는 실없이 웃었다.

 

 “그럼... 오늘은 유화만 학교 다녀오면 되겠네.”

 

 이미 유화는 나갈 준비를 모두 마치고 현관에 앉아 신발을 신고 있었다.

 수녀는 유화의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까지 걸었다. 멀리서 마을버스가 보이자, 수녀는 유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수녀님은 걱정 안 해, 유화는 늘 잘하니까.” 수녀는 유화가 좌석에 앉는 것까지 확인하고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수녀가 보육원에 돌아왔을 땐, 바오로 신부가 은재와 놀아주고 있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수녀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네, 미카엘 수녀님.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 아이들 유치원 쉬는 날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네, 시설 점검이 있어서 쉰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요 녀석들은 이제야 말했고요”

 수녀가 꿀밤을 한 대 주려고 하자, 은재는 까르르 웃으며 신부의 품에 파고들었다.

 

 바오로 신부가 은재의 뒷통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 건 미리 말해야죠.”

 

 “깜빡했어요. 헤헤”

 

 “아참, 혹시 유화 생일 케이크 준비된 게 있나요?” 바오로가 수녀에게 물었다.

 

 “네, 어제 아그네스 자매님께서 생크림 케이크를 주셔서 냉장고에 넣어 놓았어요. 저녁 먹고 난 뒤에 생일파티 하면 될 것 같아요.”

 

 “앗싸! 생크림 케이크!” 신이 난 은재였다.

 

 “그나저나, 태성그룹 분들은 몇 시에 온다고 하셨죠?”

 

 “점심 이후에 방문한다고 하셨으니까 아마 한 시쯤 오실 것 같아요.”

 그들은 동시에 괘종시계를 바라봤다. 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태성그룹 최우혁 이사입니다. 그리고 제 옆에는 신석주 회장님이십니다.”

 네모난 쇠테 안경에 입이 부리처럼 튀어나온 남자가 소개했다. 그들은 정확히 1시에 도착했다. 단 1분의 오차도 없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신석주입니다.”

 신 회장은 인사와 함께 바오로 신부에게 손을 건넸다. 정장에 가려지지 않는 후덕한 덩치와 자글자글한 주름, 백발의 머리가 대략 환갑은 넘어 보였다, 그의 눈은 나이와 맞지 않은, 젊은 청년처럼 빛났다.

 

 “반갑습니다. 김성진 바오로 신부입니다. 그리고 제 옆은 정인나 미카엘 수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통화했던 미카엘 수녀입니다.” 그들은 가벼운 눈인사를 나눈 뒤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다.

 

 “저희는 이사님만 오실 줄 알았는데, 회장님도 같이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보통 이런 후원 같은 일은 저희 최 이사에게 다 맡기는데, 제 이름으로 후원하는 곳에 한 번 와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시간 여유도 있었고요.” 신 회장이 최 이사의 어깨를 손으로 토닥이며 말했다.

 

 바오로 신부는 최 이사의 어색한 미소를 보며 물었다.

 “아, 그러시군요. 저희가 커피는 없고, 혹시 차 괜찮으세요?”

 

 “네, 차! 좋습니다.” 그렇게 어른들의 대화는 30분 넘게 이어졌다.

 

 밖에서는 쌍둥이와 은재가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있었다.

 대화를 엿들으려 했으나 잘 들리지 않았고, 설사 듣더라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평화의 집 아이들은 낯선 사람의 방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혹여나 자신을 이곳에 ‘맡긴’ 부모가 찾아온 건 아닐까? 하는 일종의 희망 사항이었다.

 

 “누나, 저 이상하게 생긴 사람들 누구야?” 요한이 물었다.

 

 “음…. 몰라? 새로 오신 선생님 아닐까?”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속닥이며, 나름대로 유추했다.

 

 “제가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나머지 대화는 다음에 이어서 하시지요.”

 신 회장이 일어서며 말했다.

 

 -드르륵

 갑자기 문이 열리는 바람에 무게중심을 잃은 아이들은 도미노처럼 앞으로 자빠졌다.

 신 회장과 최 이사는 아이들에게 싱긋 웃고는 그들 옆을 지나갔다. 회장의 휴대폰은 그의 손에서 시끄럽게 울어댔다.

 회장은 차에 타다 말고 돌아와 바오로 신부에게 악수를 하였다.

 “오늘 대화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차 잘 마셨습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조만간 다시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회장의 고급 승용차는 미끄러지듯 보육원을 빠져나갔다.

 

 “저 사람들 누구에요?” 아이들이 신부의 다리에 매미처럼 달라붙었다. 신부는 생각에 잠겼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점점 멀어지는 승용차만 바라봤다.

 

 ***

 학교에 다녀온 유화는 오늘이 자신의 생일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별다른 말이나 행동이 없었다. 그 탓에 은재만 근질거리는 입을 참느라 종일 고역이었다.

 생일파티는 언니를 깜짝 놀라게 해주기 위해 비밀로 했었기 때문이다.

 은재는 숙제를 하는 유화의 옆으로 살며시 다가갔다.

 “언니.”

 

 “응?”

 

 “언니, 혹시 공책 좋아해?”

 

 “공책?”

 

 “응, 공책”

 

 “어떤 공책?” 은재는 예상 밖의 질문에 잠시 멈칫하더니, 머리를 빠르게 돌렸다.

 

 “좋은 공책!” 자신이 주는 거니까 좋은 거로 생각했다.

 

 그 말에 유화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좋아.”

 은재는 배시시 웃으며, 서랍 속에 공책이 잘 있는지 거듭 확인했다.

 

 ****

 시간이 흘러 저녁 시간이 되었다. 유화는 여느 때처럼 수녀를 도와 반찬을 식탁 위에 올리고 있었다.

 그때 부엌의 전등이 하나씩 꺼지더니, 주위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겁이 많던 유화는 자연스레 몸을 움츠렸다.

 

 그때 미카엘 수녀가 초를 꽂은 케이크를 들고 나타나자, 다 함께 노랠 불렀다.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유화, 생일 축하 합니다~”

 “누나! 생일 축하해!” 쌍둥이가 부엌으로 달려오며 외쳤다.

 

 “자-자! 잠깐! 우선 유화가 소원 빌고 나서 촛불 불자.”

 수녀의 말에 유화는 케이크 앞에 앉았다. 초 8개가 살랑살랑 흔들리며 환히 빛났다.

 유화는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고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 크게 ‘후’하고 불어 초를 한 번에 껐다.

 

 “언니! 생일 축하해!” 은재가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건네자, 유화는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자! 이건, 신부님이 서울에서 사 온 유화 선물!”

 바오로 신부가 책가방을 유화 앞에 보였다. 캐릭터 가방이 아닌 무난한 남색 색상의 가방이었다. 유화는 자신의 실망한 마음을 누군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얼른 웃어 보였다.

 

 “와!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에 들어요!”

 

 “좋겠네, 우리 장녀” 수녀가 옆에서 축하해주었다.

 “자, 그럼 케이크는 저녁 먹을 동안 잠시 냉장고에 넣어놓고, 다들 배고프겠다 밥 먹자.”

 

 “네!”

 그날 저녁 식탁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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