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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너의 그림자가 될테니
작가 : 나현
작품등록일 : 2019.11.5

조선 중기, 누명을 쓰고 제주도로 유배를 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김진명은 그슨새라는 원귀가 되어 반도를 떠돈다. 그리고 취업난이 심각한 21세기 현재,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 이규연은 성불하지 못하고 떠도는 김진명을 마주하게 되는데... 현신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내가 보이냐며 놀라는 진명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며 병원에 가보라는 규연의 첫 만남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규연은 처음 만난 진명에게서 왠지 모를 익숙함을 느끼고, 진명은 규연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데...

 
2. 만남
작성일 : 19-11-09 20:34     조회 : 175     추천 : 0     분량 : 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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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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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거지를 마친 혜은은 이상할 만큼 조용해진 규연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돌렸다.

 

 "뭐야?"

 

 규연은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던 휴대폰이 꺼진 줄도 모른 채 자고 있었다.

 

 "동영상 보고 있으랬더니, 그새 자는거야? 이걸 깨워, 말어?"

 

 혜은은 규연을 깨우려다가도 이내 손을 거뒀다. 최근 꿈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그녀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지금이라도 좀 자라, 자.”

 

 

 ***

 

 

 "왜 나에게 잘 해주는 게냐?"

 

 "그거야, 나리께서도 제게 잘 해주시잖습니까?"

 

 "그게 아니라, 나는 너와 같은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나리, 그럼 나리께서는 왜 소녀에게 잘 해주시는 겁니까? 나리와는 다르게 미천한 제게 어찌…."

 

 "그리 말하지 말거라. 오히려 미천한 쪽은 나인 것 같으니."

 

 사내는 규연을 지그시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나와 함께 다니면 언젠가 화를 입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나를 가까이하지…."

 

 하지만 규연은 사내의 시선을 집요하게 따라갔다.

 

 "아직 오지도 않은 일에 겁을 먹어선 안되지요. 사내대장부가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내 네가 걱정되어 하는 말이지 않느냐, 잔말 말고 떨어지거라.”

 

 “싫지 말입니다. 나리께서 떨어지라고 하면 더 붙어있을 것입니다. 나리께서 한발 물러서시면, 제가 한 발 다가갈 것이란 말입니다.”

 

 “참, 네 고집은 당최 이길 수가 없구나.”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내를 보고 규연은 어깨를 으쓱이며 능청스레 웃었다.

 

 “나리, 그럼 제가 이긴 겁니다? 이제 제게서 멀어지려 하지 마세요.”

 

 “분명 후회할 텐데도.”

 

 “후회는 제 몫이지 나리의 몫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겨도, 저는 후회 안 합니다. 장담해요.”

 

 “…내가.”

 

 

 ***

 

 “…이규연!”

 

 “으악!”

 

 혜은의 부름에 놀란 규연은 외마디의 괴성을 지르며 잠에서 깼다.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깨? 그리고 너무 많이 자는 거 아니야?”

 

 혜은은 그런 규연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

 

 “또…. 또 나왔어.”

 

 “뭐가? 네 남편?”

 

 “아, 남편 아니라고!”

 

 “어쨌든~ 그럼 뭐야, 전생 체험 성공한 거야?”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늘 꾸던 꿈이랑 비슷했어. 근데….”

 

 규연은 잠깐 생각에 빠진 듯 말을 이어가다 말고 입을 꾹 닫았다.

 

 “왜, 또 뭔데? 어?”

 

 “분명 뭔가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꿈에서 깼어.”

 

 “누가? 그 사람이?”

 

 규연은 꿈을 곱씹었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말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한 규연은 간밤에 꾼 꿈보다 더 찝찝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응,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 진짜! 정혜은 네가 깨워서 그렇잖아~”

 

 “이걸 또 내 탓을 한다고? 이규연 너 어쩌다 이렇게 성격파탄자가 된 거야.”

 

 “아, 몰라…. 이 꿈이 전생에 대한 게 아니라 그냥 개꿈이었으면 좋겠어.”

 

 “왜?”

 

 “아니, 꿈속에서 내 신분이 밑바닥인가 봐? 꿈에 나온 그 남자랑 대화할 때 내가 내 입으로 미천하다고 했어.”

 

 “야, 지금 우리 인생보다 더 미천하겠어?”

 

 “그건 그러네.”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상황에서도 혜은은 능청스러웠다. 그녀의 성격상 진지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녀의 능청스러움의 8할은 규연이 걱정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게 전생에 관련된 꿈이든, 개꿈이든 무슨 상관이야? 그냥 꿈이잖아. 스트레스 받지 말고, 꿈속에서 사극 영화 한 편 본다고 생각해.”

 

 “나도 그러고 싶다~ 그래도 역시 정혜은 너밖에 없다.”

 

 “나밖에 없다면서 어떻게 하나뿐인 혜은이한테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다 낼 수가 있어?”

 

 “그러게, 미안…. 내가 요즘 진짜 잠을 못 자서 많이 예민해졌나 봐. 쓸데없이 짜증만 늘었네.”

 

 “아니야, 너 원래 좀 화가 많은 편이긴 했어.”

 

 “야!”

 

 “어? 또 짜증 내려고?”

 

 “아니거든, 밥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

 

 “아싸! 무르기 없다? 야, 지금 당장 나가.”

 

 

 ***

 

 

 “사줄 때 좀 제대로 된 거 먹지.”

 

 “너 지금 컵밥 무시해?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맛이 없다는 게 아니라…. 됐다, 됐어.”

 

 규연은 나름대로 자신을 도와주려는 혜은에게 더 맛있는 것을 사주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리면서도, 넉넉지 않은 지갑 형편에 컵밥을 사 달라는 혜은에 안심했다. 그리고 규연은 그런 걸 재고 따지며 안심하는 자신이 싫어 굳이 말을 덧붙이지 않고 한숨으로 무마했다.

 

 “이규연,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밥이라도 제때 잘 먹어야 돼. 너 이게 뭐야, 나 다 먹어갈 동안 한 숟가락도 안 먹었어?”

 

 “한 숟가락은 먹었거든?”

 

 “그럼 이제 두 숟가락 더 먹어.”

 

 규연과 혜은은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 밥을 먹을 때만큼은 꿈 얘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규연은 혜은에게 자신이 하루 종일 쓸데 없는 꿈 얘기만 한다는 생각에 미안해서, 혜은은 꿈으로 스트레스 받는 규연이 지금은 꿈이든 뭐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렇게 각자 다른 이유로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

 

 “아~ 잘 먹었다. 역시 얻어먹는 밥이 제일 맛있어.”

 

 “다음에 알바 비 들어오면 더 맛있는 거 사줄게.”

 

 “야, 됐어. 이번 건 네가 샀으니 다음엔 내가 사야지.”

 

 규연과 혜은은 오후 강의를 듣기 위해 식당을 나서 학교로 향했다.

 

 “나는 예술관에 교양 들으러 가야 하는데, 너는 전공 수업이지?”

 

 “응, 어느 세월에 예술관까지 올라가지.”

 

 “운동도 되고 좋네, 뭐.”

 

 “이럴 때만 긍정적인 멘트 날리지 말고, 네 상황에도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

 

 혜은은 늘 이렇게 규연의 정곡을 찔렀다.

 

 “네, 네. 근데 너 이렇게 느린 걸음으로 가다간 지각이다?”

 

 그리고 규연은 이럴 때만 능청스레 말을 돌렸다.

 

 “에이, 설마…. 뭐야,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다고? 아! 이규연 네가 두 시간이나 자서 그렇잖아.”

 

 “야, 이젠 네가 내 탓을 한다고? 밥까지 사줬는데?”

 

 “생색내긴! 나 그럼 먼저 올라간다?!”

 

 “알겠어, 마치면 연락해.”

 

 “아, 이규연! 너 이제 그 꿈 생각 그만해! 강의에 집중해! 조만간 시험 기간인 거 알지?!

 

 강의실이 멀었던 혜은은 규연에게 손을 흔들며 부리나케 달려가다가도 뒤를 돌아 규연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외쳐댔다.

 

 “알아! 빨리 가!”

 

 규연은 언니의 잔소리 하나로도 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혜은에게 손을 마구 흔들어댔다. 그렇게 혜은이 규연의 시야를 벗어났고 규연은 완전히 혼자가 됐다.

 

 ‘그만 생각하라곤 했지만…. 그게 말처럼 어디 쉬워야 말이지.’

 

 혼자가 되고 나니 규연은 생각이 더 많아졌다.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하면 더욱 생각나기 마련이었고,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게 되니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에 갇힌 듯한 느낌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왜 하필 내 꿈에 계속 나오는 거냐고요. 도대체 누군데 얼굴도 안 보여주고….’

 

 그렇게 머릿속으로 내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 사내를 원망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겨우 옮겨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강의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규연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강의실에 가까워질수록 걷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그냥 눈 딱 감고 이번 한 번만 쨀까? 한 시간 결석한다고 장학금 못 받는 것도 아니고….’

 

 천사와 악마가 양쪽 귀에서 속삭이기라도 하는 양 갈팡질팡하던 규연은 결국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갔다.

 

 ‘그래, 이번만이다. 이번만.’

 

 규연은 속으로 자체 휴강을 선포하곤 잽싸게 걸음을 돌려 학교를 벗어났다. 그리고 정처 없이 걸었다. 걷고, 또 걷고.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산책로 입구였다.

 

 ‘여기에 이런 뒷산이 있었나?’

 

 규연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산책로를 따라 산을 올랐다.

 

 ‘뭐…. 기분 전환도 되고, 나쁘진 않네.’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낸 그늘막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올라가다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산책로에 점점 인상을 찌푸리는 규연이었다.

 

 ‘도대체 끝이 어디야? 괜히 올라왔어. 무슨 생각으로 산을 타고 있는 건데, 이규연.’

 

 그냥 돌아서 내려갈까 하다가도 여태까지 걸어온 길이 아깝다는 생각에 차마 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규연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드디어 고지가 코앞이었다.

 

 “아니, 동네 뒷산이 뭐 이렇게 높아.”

 

 평소에도 운동을 잘하지 않던 규연은 숨이 차 헥헥거리며 꾸역꾸역 걸어 올라갔다.

 

 “…어?”

 

 그러다 규연의 시야에 무언가 들어온 듯, 고양이가 낯선 사람을 마주하면 등을 곧게 세워 경계하는 것처럼 미간을 잔뜩 찌푸리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규연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산책로 벤치에 쓰러져있는 한 남자였다.

 

 ‘뭐야? 주, 죽은 건가?’

 

 미동도 없이 쓰러져있는 남자를 보고 놀란 규연은 손을 뻗어 그의 코에 가져다 댔다.

 

 ‘…와, 숨은 쉬고 있네. 다행이다….’

 

 규칙적인 숨결이 규연의 손에 닿고서야 그녀는 한시름 놓는다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나저나 이 사람 뭐지? 노숙잔가?’

 

 벤치에 누워 잠에 든 듯한 그를 보고 경찰에 신고할까, 말까 고민하며 한참을 서성이다 규연은 결심했다는 듯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저기요.”

 

 그를 깨워야겠다고 결심한 규연은 소심하게 그를 불러보지만 그는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저기요! 여기서 주무시면 그, 그…. 그래! 입, 입 돌아가거든요?”

 

 흔들어 깨우자니 모르는 사람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실례되는 행동이란 생각이 들어 한 층 더 큰 목소리로 그를 깨웠다.

 

 “악!”

 

 그리고 산속에 울려 퍼지는 외마디의 비명, 그 비명은 다름 아닌 규연의 것이었다. 벤치에서 벌떡 일어난 남자 때문에 놀라 풀썩 주저앉으며 내뱉은 비명이었다.

 

 “뭐야?”

 

 뒤따라 울려 퍼지는 부드럽지만 매서운 음성은 남자의 것이었다.

 

 “아니, 갑자기 그렇게 벌떡 일어나면 어떡해요.”

 

 “잘 자고 있는 사람 깨운 게 누군데….”

 

 남자는 자신에게 버럭 따져드는 규연을 향해 귀찮다는 듯 대꾸를 하다가도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을 멈췄다.

 

 “하, 지금 걱정돼서 깨워준 사람한테 그게 할 말이에요?”

 

 “당신, 내가 어떻게 보이는 거지?”

 

 “뭐라고요?”

 

 “내가 어떻게 보이냐고 물었소.”

 

 “…뭐야, 잠이 덜 깨셨어요? 제가 눈을 뜨고 있으니까 보이겠죠!”

 

 규연은 이때부터 생각했다. 아, 역시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되는 거구나 하고.

 

 “아니, 내 지금 현신을 하지도 않았는데….”

 

 또, 무슨 말인지 당최 알아듣지 못할 말만 늘여놓는 그를 보고 규연은 필시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녀가 느끼기에 그는 말투도 이상했다. 생긴 건 저보다 많아도 서너 살 많겠거니 했는데, 말투는 완전 노인네가 따로 없었다.

 

 이렇게 붙잡혀 있다간 애꿎은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아 규연은 얼른 이 자리를 떠야겠다고 결심했다.

 

 “저기요,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약주라도 하신 거면 곱게 집에 들어가서 주무세요.”

 

 “집 없는데.”

 

 “아니 그건 제 알 바가 아니고…!”

 

 갑작스레 얼굴을 들이미는 그의 행동에 놀라 뒤로 주춤거리던 규연은 정상의 고지를 앞에 두고 뒤를 돌아 부리나케 달려 내려가기 시작했다.

 

 ‘미친놈이야, 정말 미친놈!’

 

 그러면서도 그가 자신을 쫓아오는 건 아닐까 뒤를 두 어번 힐끔힐끔 돌아보다,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곤 숨을 몰아내쉬며 제자리에 멈춰 섰다.

 

 “아, 진짜 오늘 내 일진 왜 이런 건데!”

 

 “또 무슨 일이 있었나?”

 

 “꺄악!”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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