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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블러디데이
작가 : 유월
작품등록일 : 2019.9.9

한이연, 세상에 가족이 없는 늘 혼자였던 그녀, 약혼자와 함께 가족을 꾸리고 행복해질 날만을 기다리는데.... 갑작스러운 약혼자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녀의 약혼자의 죽음과 연관 된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은오라는 정체불명의 아름답지만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남자가 나타난다.

 
025. 진실을 마주하는 것
작성일 : 19-11-09 19:33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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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온몸이 확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끼며 낮잠에서 깨어났다. 3년 내내 찾아오는 이 알 수 없는 감각에 온갖 병원을 다 다녀봤지만, 원인불명이었다. 결국,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고, 한 달에 두어 번 즘 마치 냉탕에 들어갔다가 온탕에 들어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것 외에도 귀가 많이 밝아져서 아주 멀리서 누군가 중얼거리는 것까지 들렸다. 몸에 일어난 이 변화에 대해서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3년 전에 흡혈귀들과 얽히면서 생겼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것 말고는 내 인생에 이런 초자연적인 일이 생길 리가 만무하니까.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이렇게 된 것인지는 정말 알 수 없었다. 은오와 함께 지냈을 때만해도 괜찮았었는데. 진을 만났을 때, 그의 칼날이 내 목을 찌르며 이렇게 된 걸까?

 

  “언니, 저 이제 곧 가니까 오늘 저녁에 맛있는 것 먹으러 갈까요?”

 

 유리가 방에 노크하며 활기차게 물었다.

 

  “그래.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 나도 덩달아 조금 기운찬 목소리로 대꾸했다.

 

 우리는 모처럼 비싼 레스토랑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유리는 와구와구 먹어대다가도 갑자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혼자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 미안한 것 같았다. 우리는 노르웨이에 온 시기는 다르지만, 함께 이곳에서 살기 위해 노력하던 동지였기 때문에 더 끈끈했다. 가족이 있어본 적은 없지만, 유리는 참 여동생처럼 귀엽고 좋았었다.

 

  "그렇게 미안해할 것 없다니까."

 

 유리는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를 포크로 찌르며 말했다.

 

  "근데 뭐하나 물어봐도 돼요?"

 

  "뭐?"

 

  "처음으로 같이 술 마시던 날 언니가 저한테 했던 말인데요,"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유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곳으로 도망쳐왔다고 했던가?"

 

  "...."

 

  "겁이 나서 도망쳤다고 했나? 아무튼, 이런 식으로 말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언니가 한국에서 무슨 일 벌이고 도망쳐온 거 아닌가 했어요. 근데 함께 지내보니까 그런 사람은 전혀 아닌 것 같고…. 그때 한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

 

  "진실을 마주하기가 겁나서 도망쳤다는 거야. 도망치는 게...내 특기거든."

 

 유리는 더욱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을 했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정말 힘들게 살았을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그게 너무 화났지만, 또 그 사람에게 직접 당신이 그랬냐고, 정말 그렇게 한 거 맞냐고 물어보기도 겁이 났어."

 

  "그럼 진실은 절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거의 사실일 거야."

 

  "그런 못된 사람을 언니가 사랑했다고요? 언닌 되게 신중한 느낌인데. 나쁜놈은 느낌으로 알 수 있잖아요."

 

 유리는 내가 흡혈귀 얘기를 하는지 모른다. 얼마나 흡혈귀가 피에 있어서 충동적인지. 하지만 나는 안다. 나만은 잘 알고 있다.

 

  "언니가 이해는 돼요.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 하지만 때로는 정말 그 진실을 알아야 그 모든 일을 놓아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유리가 자못 심각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해준 말은 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맴돌았다.

 

 *

 

  "이연씨, 오늘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카페 사장인 폴이 내게 물어왔다.

 

 그는 흰 턱수염이 덥수룩 난 중년의 남자이다. 그는 노르웨이어를 거의 못했던 내게 카페 알바 자리를 주고, 가장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이다.

 

  "아, 그냥 머리가 조금 복잡해요." 나는 조금은 유창해진 노르웨이어로 대꾸했다.

 

  "이걸 마셔요."

 

 그가 내게 건네 준 건 따뜻한 핫초코였다.

 

  "나는 복잡할 때 단것을 먹어요. 그러면 엔돌핀이 샘솟죠. 그리고 복잡한 것들도 조금은 가볍게 느껴진답니다."

 

 나는 폴에게 감사를 표하며 핫초코가 든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비가 오려나,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네요."

 

  "제 머릿속도 먹구름이에요."

 

  "이연씨는 좋은 사람이니까,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거예요." 폴이 내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나는 그가 먼저 건네준 위로에 힘입어, 입을 열었다.

 

  "제가 어떤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도망쳤어요. 그런데 제가 아는 동생이 말했어요, 그건 진실을 놓아주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라고. 폴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내 물음에 폴은 턱수염을 만지며 고민에 빠진 듯해 보였다. 잠시 후 그가 답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진실을 마주하지 않으면 놓아줄 수 없다."

 

  "하지만... 이젠 3년이나 흘렀어요. 그를 만날 자신이 없구요." 내가 씁쓸하게 말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상처를 모두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그 모든 일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될만한 시간이군요." 폴이 말했다.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될만한 시간.

 

  "꼭 어떤 걸 놓아주고,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치면 나는 여전히 내 아내를 놓아주지 않았답니다. 10년은 더 넘게 흘렀는데도요. 하지만 그 나름대로 행복해요. 아침마다 아내를 떠올리면서, 그녀가 누군가에게 여전히 기억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하죠." 그는 싱긋 웃었다.

 

 폴의 아내는 10년 전 사고로 죽었다.

 

 인간의 삶이란 너무 짧다. 흡혈귀에 비하면 더더욱. 인간은 언젠가 죽게 되어있고, 그러므로 그 한정 된 시간 속에서 의미 있게 살려고 노력한다. 지난 3년간 나는 그런 노력을 포기했다. 그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 모든 걸 놓아준다고 해서 어떻게 달리 살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는다. 만약에 모든 걸 놓아주는 그 순간이 온다면. 진실을 마주한다면, 내 삶도 조금은 더 의미가 생길까?

 

 일을 끝마친 후, 거리로 나왔다. 지난밤 끊임없이 내렸던 비로 인해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이 젖어있다. 나는 아무런 목적 없는 발걸음을 이어갔다. 풀과 나무의 한층 더 짙어진 공원을 가로질러 걸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고독이 이곳에 있는 것 같다. 어김없이 그가 생각났다. 우리가 나눴던 수많은 대화도 떠올랐다. 그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괴로워하고 있을까? 모두 잊고 살아가고 있을까? 잠들어 있을까? 아주 깊은 잠에…….

 

 그때,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 강렬한 느낌. ‘그들’에게서만 풍기는 그 특유의 아우라. 온몸을 저릿하게 만들고 머리털을 곤두세우는 그 섬찟함.

 

  "하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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