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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간도둑(The Time Thief)
작가 : JMRyu
작품등록일 : 2019.11.5

보육원 출신의 주인공 유화.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갑자기 급속도로 늙기 시작한다.
10년 전 똑같은 증상으로 세상을 떠난 보육원 동생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 6화
작성일 : 19-11-09 17:46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6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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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6화- 생일

 *2009년, 강원도 시골 마을

 

 버스 한 대가 볼볼 소릴 내며 마을의 한 가운데 있는 큰 정자나무 앞에 섰다.

 눈에 확 띄는 노란색이 멀리서 보더라도 유치원 버스임을 알 수 있었다.

 20대 초반의 젊은 여선생은 버스에서 먼저 내려 아이들이 안전하게 하차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가장 먼저 내린 유화 뒤로 은재와 요한, 요셉 쌍둥이 순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시골 마을에 또래 아이들이 꽤 있었는데, 다들 시내나 대도시로 떠났다. 그렇게 마을에는 4명의 아이만 남게 됐다.

 올해 8살인 유화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지만, 유치원 버스가 유화의 하교 시간에 맞춰 함께 데려다주었다.

 

 “얘들아, 선생님께 인사해야지!” 유화가 그냥 가려는 아이들을 불러 세웠다.

 아이들은 다시 선생님 앞으로 달려와 일렬로 선 다음 고갤 숙여 인사했다.

 그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고 기특했는지, 환하게 웃으며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안아주었다.

 특히 똘똘하고 의젓한 유화를 유독 예뻐했다.

 "우리 유화는 선생님하고 다시 유치원 가면 안 될까?"

 

 "헤헤..." 해맑게 웃어보이는 유화였다.

 

 선생을 태운 노란 버스는 다시 천천히 움직였다.

 재잘대며 나란히 걷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병아리의 행렬 같았다.

 그러다 요셉과 요한은 송아지처럼 이곳저곳을 뛰어다녔고, 은재는 유화 옆에 딱 달라붙어서 오늘 있었던 일들을 보고했다.

 

 유화가 보육원, 그러니까 ‘평화의 집’에 오게 된 것은 1살도 채 되지 않은 갓난아기 때였다.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서 있던 3월의 늦은 밤,

 젊은 연인이었던 유화의 부모는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갓난아기를 평화의 집 문 앞에 두고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아이를 처음 발견한 건 바오로 신부였다.

 

 당시 바오로 신부는 기도방에서 성경을 읽고 있었는데, 울음소리가 창문을 뚫고 들려왔다.

 처음에는 고양이 소리로만 여겼던 신부에게 그 울음소리가 점점 아이 우는 소리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다급하게 밖으로 나간 바오로 신부는 보자기에 싸여 있는 유화를 발견하고 품에 안았다. 보자기 안쪽에는 아기의 이름과 성별 그리고 태어난 날짜가 적힌 쪽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뒷면에는 ‘죄송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누구에게 죄송하다는 것일까.

 아이에게? 아니면 보육원에? 아니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을 ‘신’에게?

 바오로 신부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유화의 이마에 성호를 그었다.

 

 요셉과 요한, 이 쌍둥이 형제는 3살이 되든 해에 부모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이웃의 도움을 받아 평화의 집으로 오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 들어온 은재는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작년부터 보육원에 살게 됐다. 그렇게 아이들은 한 가족이 되었고, 유화는 8살, 은재는 7살, 그리고 요셉, 요한 형제는 6살이 되었다.

 

 “수녀님!” 은재가 성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미카엘 수녀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달려갔다.

 누나가 달리자 쌍둥이는 영문도 모른 채 뒤따라 뛰었다. 유화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천천히 걸었다.

 

 달린 순서대로 은재가 가장 먼저 수녀의 품에 폭 안겼다.

 수녀는 평소와 같이 따뜻하게 아이들을 맞았다.

 “그래, 오늘 재밌었어?”

 

 “네! 유진이가요-” 신이 난 은재는 유치원에서 사귄 친구에 대해 쫑알쫑알 얘기했다.

 쌍둥이도 오늘 있었던 일을 수녀에게 말하기 위해 아웅다웅 댔다.

 

 “그래, 얼른 들어가자! 나머지 얘기들은 수녀님이 궁금하지 않도록, 나중에 꼭 말해줘야 해요.”

 

 “네!”

 은재와 쌍둥이는 보육원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수녀는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유화를 기다렸다.

 

 수녀가 평화의 집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낸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자연 체험이나 책 읽기 등을 하며 수녀와 성당 신자들이 아이들을 돌보았지만, 요즘은 돌볼 사람도 부족할뿐더러 유치원 때부터 친구를 사귄다는 주위의 말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시골이라 초중고 학급 수도 1반뿐이었고, 대부분 유치원 때부터 친해졌다.

 

 유화는 유치원에 가지 않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수녀는 유화가 아이들 사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에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유화야, 학교 재밌었어? 오늘 어땠어?” 미카엘 수녀는 자세를 낮춰 유화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유화는 별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유화야, 그냥 수녀님 옆에 계속 있을까?” 수녀가 타이르듯 말하자 유화는 ‘아니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맞지 않을 정도로 의젓했다. 수녀는 그런 유화가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바람에 흐트러진 유화의 머릿결을 정리한 뒤, 손을 잡고 보육원 안으로 들어갔다.

 

 **

 “얘들아~ 밥 먹자!” 부엌에서 유화가 아이들을 불렀다.

 걸어 다니는 법이 없었던 쌍둥이는 이곳저곳을 누비느라 정신없었고, 텔레비전을 보던 은재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요한, 요셉, 은재! 그만 놀고, 얼른 일로 와.”

 미카엘 수녀가 나서자 그제야 쌍둥이는 부엌으로, 은재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유화는 수녀를 도와 냉장고에서 반찬을 하나씩 꺼내 식탁 위에 올렸다.

 네모나고 긴 식탁 중앙에 카레가 든 큰 냄비가 놓였다. 오늘 메인 메뉴는 여러 가지 채소가 큼지막하게 들어가 있는 카레였다. 평소라면 채소에 기겁하며 먹지 않았을 아이들이지만, 다행히도 카레와 함께 먹을 때면 곧잘 먹곤 했다. 수녀는 카레를 한 그릇씩 퍼서 자리마다 놓았다.

 여느 때처럼 왼편에는 유화와 쌍둥이가 앉았고, 맞은편에는 수녀와 은재가 앉았다.

 은재는 껌딱지처럼 미카엘 수녀와 붙어있길 원했다.

 1분 정도 지나자 바오로 신부가 서재에서 나와 식탁 의자에 앉았다. 신부의 선창으로 식전 기도를 올렸다.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식탁에는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만 들렸다.

 평소라면 아이들이 오늘 있었던 일들을 말하며 왁자지껄한 분위기였겠지만, 종일 뛰노느라 방전된 탓에 떠들지 않고 먹는 데만 열중했다.

 

 “내일 여덟 시에 출발하시죠?” 수녀가 바오로에게 물었다.

 

 “출근 시간하고 겹치면 길이 막힐 수도 있어서 더 일찍 출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디 가시는데요?” 이번엔 은재가 물었다.

 다른 아이들도 궁금하다는 듯이 신부를 쳐다보았다.

 

 “주교청에 연수가 있어서 다녀올 거에요.” 아이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하는 바오로였다.

 

 “주교청이 어디에 있는데요?”

 

 “음…. 서울?”

 

 “우와! 좋겠다! 저희도 데려가면 안 돼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서울은 아이들에게 재밌는 일로 가득한 미지의 세계였다.

 

 “너무 멀고 복잡해서 안 돼.” 미카엘 수녀가 대신 말했다.

 

 아이들은 아쉬운지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사실 성당 이전 문제 때문에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 신부였다.

 신부는 아이들에게 달래는 어투로 말했다.

 

 “대신 선물 사 올게요.”

 그러자 아이들은 ‘앗싸!’라고 말하며 자기들끼리 까르륵 웃었다.

 들뜬 아이들이 무슨 선물이냐고 연신 물었지만, 신부는 ‘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

 신부는 며칠 뒤가 유화의 생일인 것을 알았고, 유화는 선물이 캐릭터 가방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다음 날.

 

 -띠리리리리

 보육원의 현관에 있는 전화기가 울렸다. 아이들의 내복을 삶고 있던 수녀는 전화가 끊기기 전에 달려가 수화기를 들었다.

 

 “네, 여보세요.”

 

 “거기 평화의 집 맞습니까?”

 다소 하이 톤의 남자 목소리였다.

 

 “네, 맞습니다.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태성그룹 최강현 이사입니다! 하하. 다름이 아니라... 후원 관련해서 문의 차 연락 드렸는데, 혹시 잠깐 통화하실 수 있습니까?”

 

 “후원이요? 저희를요?” 갑작스런 후원 소식에 어안이 벙벙해진 수녀였다.

 

 “네네. 저희 회장님께서 평화의 집에 후원하고 싶으시다고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말이죠! 하하하. 그... 혹시 담당자가 있으면 연결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능숙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수녀는 그의 목소리에서 전문성을 느끼면서도 다소 방정맞다고 생각했다.

 

 “아... 아니. 그러니까, 태성그룹에서 저희 보육원에 후원을 하겠다는 거죠? 저희가 담당자는 없고, 혹시 내일 다시 연락을 주실래요? 오늘은 신부님께서 자리를 비우셔서..”

 

 “그럼 제가 내일 직접 찾아뵙겠습니다! 지금 전화 받으신 분은 누구신지 알 수 있을까요?”

 

 “아, 저는 미카엘 수녀입니다.”

 

 “네. 수녀님, 내일 몇 시쯤이 찾아뵈면 되겠습니까?”

 그때 부엌에서 삐이-하고 불안한 소리가 들려왔다. 속옷을 삶고 있던 냄비에 물이 흘러넘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통화도 하고 불도 꺼야 하고... 다급해진 수녀였다.

 

 “점심 이후로 오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

 

 “내일 뵙겠습니다!” 수녀는 전화를 끊고 부엌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물은 다행히 많이 넘치지 않고 막 넘치기 시작했다.

 수녀는 불의 세기를 중에서 약으로 돌린 후, 그 자리에 선 채로 조금 전의 통화 내용을 되짚었다.

 태성그룹에 대해 잘 알진 못했지만, 대기업들 사이를 뚫고 급속도로 성장한 회사정도로 알고 있었다.

 ‘뜬금없이 후원이라니...’ 생각이 많아진 미카엘이었다.

 

 최 이사는 끊어진 전화 화면을 바라보다가 휴대폰 폴더를 탁 소리나게 닫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텅 빈 회의실을 나섰다. 바로 연결된 사무실에 드러서자 마자, 여기저기 울리는 수화기와 이곳저곳에 전달되고 있는 서류 등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엿들은 사람은 없겠군.’ 지나가는 직원마다 최 이사에게 연신 인사를 해댔다.

 최 이사는 긴 복도를 지나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는 그를 회장실이 있는 건물 맨 꼭대기로 데려갔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비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사를 맞았다. 여비서는 가느다란 손으로 크고 두꺼운 회장실의 문을 열어주었다.

 회장실에 들어서자 최 이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신 회장의 명패였다. ‘회장 신석주’라 적힌 커다란 명패는 책상 위에 가로로 길게 놓여있다.

 엷은 노란 햇살이 벽면을 가득 채운 통유리 창을 뚫고 들어오고 있음에도, 방 안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었다. 창은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뒤돌아 앉아있는 회장은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회장님. 조건에 맞는, 꽤 괜찮은 곳을 찾았습니다. ‘평화의 집’이라고 강원도 시골에 있는 보육원인데, 성당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성당 규모도 신부와 수녀 각각 한 명에 신자 수도 50명 안팎으로 작습니다. 방금 수녀와 통화했고, 제가 내일 다녀오겠습니다.”

 최 이사가 목소리를 낮게 낮춘 채로 회장에게 보고를 올렸다.

 

 회장은 여전히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그래서... 전부 몇 명이지?”

 

 “모두 네 명입니다. 8살인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치원생입니다.”

 그제야 신 회장은 몸을 돌려 최 이사를 바라보았다.

 

 회장은 비교적 어두운 실내에서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백발의 머리를 한쪽으로 쓸어 넘겼는데, 그 모습이 오늘날의 ‘포마드’ 스타일과 흡사했다.

 

 “나도 가지. 어디라고?”

 

 “강원도입니다. 그런데 회장님, 내일은 이사회와 진료가 있어서... 동행하시는 건 힘드실 것 같습니다만.”

 

 “음…. 일단 같이 가는 거로.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신경 쓰고. 콜록, 콜록.”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지금 병원이라도...”

 최 이사의 만류에도 회장은 괜찮다고 손짓했다.

 

 “괜찮으니까. 내일 나도 같이 가지.”

 

 “네. 알겠습니다.” 최 이사는 인사를 꾸벅하고 방을 나섰다.

 

 “이젠 정말 시간이 없군...” 신 회장은 다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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