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시간도둑(The Time Thief)
작가 : JMRyu
작품등록일 : 2019.11.5

보육원 출신의 주인공 유화.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갑자기 급속도로 늙기 시작한다.
10년 전 똑같은 증상으로 세상을 떠난 보육원 동생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 4화
작성일 : 19-11-09 17:39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822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제 4화- T에너지 연구

 *

 대학의 테라스홀을 가득 채운 학생들. 2층으로 구성돼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테라스 홀은 몇 달 전부터 학교에서 홍보를 엄청 때린 탓에 일찍이 가득 찼다.

 홀로 무대 위에 서있는 남자는 바로 태성그룹의 신 회장. 그의 목소리가 사방에 달린 앰프를 통해 울렸고, 그것만으로 학생 3천 명을 압도하고 있었다.

 강연하고 있는 신 회장에게 ‘긴장’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얼마나 강연을 잘 하는지, 조리 있는 말투와 강약 조절, 간간이 섞는 예시에선 나이 지긋한 어른에게 느낄만한 지혜마저 풍겨질 정도였다.

 그에 반해 주제는 ‘청춘, 방황하는 데 시간 낭비 하지 마라’로 진부했다.

 

 회장이 직접 나서서 강연을 한 지도 벌써 10여 년도 된 일이다. 그의 연설 특징 중 하나는 주제가 대부분 ‘효율’과 관련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시한부 인생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그의 이야기는 국내에 알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알았다, 죽다 살아난 그는 사회에 공헌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때부터 학비 지원, 기부, 무료 특강 등 많은 활동을 시작했다. 연설은 그에게도 많은 영감을 줬다. 젊은이들에게 연설하는 걸 좋아했다. 그럴 때면 본인도 젊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제가 여기계신 학생분들께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기 서 있는, 불혹을 바라보는 저와 20대인 여러분. 그리고 세계 각지 어디에 있든, 인종도 상관없고, 종교나 생활 양식 같은 것도 상관없고, 돈이 많든, 가난하든, 스펙, 배경 모두 상관없이 공평한 것은 무엇일까요?”

 

 맨 앞자리에서 그의 말을 열심히 받아적던 한 여자가 손을 번쩍 들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시간이요!”

 

 “네! 맞아요. 바로 시간이죠. 우리 모두 하루에 24시간을 보내죠. 저라고 스물다섯 시간 받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저의 한 시간과 여러분의 한 시간의 ‘가치’는 과연 같을까요?”

 

 “...”

 

 “제가 저 돈 많이 번다고 자랑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의 능청스러움에 곳곳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신 회장은 잠시 숨을 고른 뒤,말을 이었다.

 “사실 저는... 음... 시간도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시한부의 한 시간과 6살짜리 아이의 한 시간이 과연 같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 한 시간의 무게는 비교조차 할 수 없죠.”

 

 청중들은 침조차 삼키지 않고, 회장의 말을 경청했다.

 

 “여러분, 여러분의 시간은 정말 소중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저에게 ‘네 전 재산과 내 청춘을 바꾸겠냐?’고 묻는다면, 저는 흔쾌히 바꿀 것입니다. 여러분! 더 이상 아르바이트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한 시간이! 고작 8천 원입니까? 아뇨.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시간을 귀하게 여기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한 시간. 아니, 30분은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신 회장의 두 시간짜리 연설은 끝을 향했다.

 “시간에 잡아먹히는 자가 아닌, 시간을 조종하는 자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 남을 위해 사용하지 말고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쓰길 바랍니다. 제 연설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짝짝짝

 연설은 회장의 90도로 꺾은 마무리 폴더 인사로 끝이 났고, 박수갈채가 끊이질 않았다.

 사회자의 마무리 멘트와 함께 회장은 주최 측의 안내를 받으며 강단 뒤편 계단으로 내려갔다.

 후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최 상무는 멀리서 회장이 보이자 전속력으로 그에게 달려갔다.

 

 “훌륭한 연설이었습니다.”

 

 “다음 일정은?”

 회장은 최 상무에게 건네받은 외투를 걸치며 담배 한 까치를 입에 물었다. 그의 담배는 ‘88’로 단종된 지 7년이나 지난 모델이었다. 특징으로는 요즘 담배와 다르게 두껍고 길었다. 아무튼 그 담배만을 고수하는 신 회장 때문에 최 상무며 부하직원들이 담배 구하느라 늘 애를 먹곤 했다.

 

 “총장이 연설 끝나면 한번 뵙자고...”

 최 상무가 뛰어오느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캔슬.”

 

 “네. 취소하겠습니다.” 최 상무가 라이터를 꺼내 회장의 담배 심지에 가까이 댔다.

 신 회장은 담배 한 모금을 몸 속 깊은 곳까지 보냈다가 코로 내보냈다.

 

 “그리고, 다음은?”

 

 “이사회 회의가 있는데, 한 시간 십 분 정도 남았습니다.”

 

 “그럼 사무실로.”

 

 **

 -찌르르르르르

 건이가 집에서 한 층 아래에 있는 시계 수리점에 들어서자 문 위쪽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삼촌! 나왔어.”

 수리점은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만 놔두고 나머지 공간을 괘종시계며 탁상시계 등 가지각색의 시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시계는 대부분 오래된 것들이었고, 그들의 세월만큼 쌓인 먼지가 탁한 공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덕에 쉼 없이 돌아가는 환풍기는 무용지물이 됐다.

 

 “어, 건이 왔나!”

 통로 끝 책상에 앉아있는 덩치 큰 남자가 불이 들어오는 돋보기안경을 벗어 던지며 건이를 맞았다. 그는 건이의 동거인이자 하나뿐인 가족인 태호였다. 요상한 돋보기안경을 오래 착용하고 있었는지, 안경 줄 따라 머리카락이 푹 눌려 마치 숲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같았다. 그의 책상 위에는 분해된 괘종시계의 톱니바퀴와 나사, 각종 공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태호는 한 손에 스패너를 들고 있었는데, 그의 큼지막한 손 때문에 아담해 보일 정도였다.

 

 “삼촌, 저 괴상한 소리 좀 바꾸면 안 돼?” 건이가 수리점 문을 가리키며 삼촌에게 말했다.

 

 “하... 남자가 가오가 있지! 내보고 ‘딸랑딸랑’거리는 방울 달라고? 고마 우리 가게에는 저게 어울린다.”

 

 건이는 기대도 안했다는 듯이, 구석에 박혀있던 간이 의자를 들고 와 삼촌의 책상 옆에 앉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곱게 포장된 맨드라미 한 송이를 꺼내 삼촌에게 무심한 듯 건넸다.

 

 “이기 뭐고, 꽃 아이가? 옴마... 오늘 무슨 날이가? 내 생일은 아닌데... 무슨 날이지?” 평소 자신을 ‘상남자’라고 말하던 것과는 다르게 태호는 연신 눈을 비비며 맨드라미 이곳저곳을 훑었다.

 

 “물은 일주일에 한 번씩만 주면 된데.”

 

 “건이 네가 날 위해 꽃도 사 오고...” 태호는 거의 눈물을 흘리기 직전이었다.

 

 “산 거 아니야.”

 

 “설마! 니... 훔쳤나?”

 

 “아니! 무슨...” 건이는 삼촌의 어이없는 추측에 짜증 섞인 표정으로 해명(?)했다.

 “친구, 걔네 집이 꽃집을 하는데... 아무튼 받았어.”

 

 태호는 포장지 아래에 조그맣게 적힌 ‘한아름꽃집’라 적힌 문구와 전화번호를 발견했다.

 그는 막힌 코로 힘겹게 꽃향기를 맡다가, 건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고, 우리 건이가 친구한테 꽃선물도 받고, 진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어디보자 집에 화분이 있나...” 삼촌은 콧노래를 흥얼대며 창고에서 화분을 찾고 있었다. 그의 모습에 건이도 괜히 웃음이 나왔다.

 

 “나 먼저 올라갈게.”

 -찌르르르르르르

 

 건이는 수리점에서 나와 가게 우측에 붙어있는 계단을 통해 2층 집으로 올라갔다.

 

 샤워를 마친 건이는 팬티만 입은 채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었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건이의 코로 다가왔고 그 출처를 따라가 보니 태호가 방금 라면을 다 끓여 식탁 위에 막 올리던 참이었다.

 

 “싫어.” 태호는 육중한 팔뚝으로 냄비를 가렸다.

 마치 먹이를 숨긴 다람쥐 같았다.

 

 “누가 먹는데? 나 밥 먹고 왔어.”

 

 “어디서?”

 

 “친구 집.”

 

 “아! 이 꽃 준 친구? 거기 꽃집이 어딘데? 이거 답례라도...”

 

 “삼촌, 오버하지마. 그 정도는 아니야.” 건이는 몸을 돌려 거실 쪽으로 향했다.

 

 “짜식, 그 친구 볼 좀 차나? 아침에 나오라고 해, 같이 공 차게”

 태호는 다시 라면에 젓가락질을 해댔다. 빠르게 먹는 게 습관인양 빠른 속도로 면을 입에 넣었다.

 

 건이는 거실로 돌아가다가 잠시 멈추더니 태호를 바라보며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삼촌, 나 학교 그만둘까.”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놀란 태호는 입에 넣었던 라면을 도로 뱉어냈다.

 

 “와? 무슨 일 있나? 일진하고 싸웠나? 니가 맞았을리는 없고, 혹시 때렸나?” 흥분한 삼촌은 랩하듯 궁금증을 쏟아냈지만, 건이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건이의 매서운 눈매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시비를 걸어오는 녀석들이 있었다.

 건이는 한 번도 운동이나 무술을 배운 적이 없었지만, 타고난 신체 조건으로 도전자(?)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삼촌 밑에서 기술이나 배울까 해서.”

 그 말에 태호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다시 라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었다.

 그는 우물우물 대며 멀뚱이 서있는 건이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너는 머리도 똑똑한 놈이 기술 배워가 뭐할래? 공부해서 대학가는 게 백번 낫다. 그리고 지금 내 밑에서 기술 배워봤자 별 쓰잘 때기도 없고... 그냥 시간 낭비다.”

 

 ‘시간 낭비라...’

 

 건이는 삼촌의 ‘한 젓가락 할래?’라는 물음에 대꾸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건이는 침대에 누운 채로 싱숭생숭한 마음과 고민을 곱씹었다.

 삼촌 말대로 친구가 생긴 건가 싶기도 하고...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게 더 시간 낭비인 것 같기도 하고... 별안간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다.

 건이가 옆으로 몸을 돌아누웠다. 그의 시선이 천장에서 책상으로 향했다. 책상 한 쪽에 세워진 액자, 그것은 어릴 적 엄마와 아빠와 함께 찍은, 건이의 유일한 가족사진이었다.

 부모님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옛 기억이 슬그머니 피어올랐다.

 

 ***

 건이의 아버지는 국내에서 저명한 물리학 박사였다.

 그는 10년 넘게 해오던 연구소장을 그만두고, 제자를 양성하겠다는 목표 실현을 위해 교수로 전향했다. 교수가 되어서도 주변 사람들이나 제자들은 그를 ‘김 박사님’이라 불렀다. 대학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그는, 연구자로써, 교육자로써 인정받은 지식인이 되었다. 다만 아버지로써는 인정받지 못했을 뿐.

 

 김 박사는 일본의 한 연구 세미나에서 건이의 어머니이자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그녀의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외모와 밝고 성실한 성격에 김 박사는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의 적극적인 구애로 둘은 연인이 되었고, 혈혈단신이었던 그녀는 본국인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그들은 결혼한 지 1년 만에 한국에서 건이를 낳았고, 어느 가정처럼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비극은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온다고 했던가.

 건이가 8살이 되든 해, 아내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방암 말기.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5달 정도였다.

 매일 아내 곁을 지키던 박사는 어느 날부터 보모를 고용해 모든 간호를 맡겼다. 그 후로 그가 아내의 병실에 들리는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건이는 그런 아빠를 대신해, 매일 병실에 들려 엄마를 간호했다.

 학교를 마치면 곧장 병원으로 뛰어왔고, 엄마의 손을 잡고 종일 떠들거나 가끔은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어릴 적 엄마가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건이는 어머니가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와 옛날 가족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매일 잠들기 전에 기도했다.

 

 건이는 저녁이 되어서야 보모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아버지는 항상 지하 연구실에 계셨다. 그는 아들이 집에 들어오든, 안 오든 신경 쓰지 않고 지하실에 박혀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건이는 가끔씩 지하로 내려가 분주해 보이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훔쳐보았다.

 박사의 길쭉한 테이블 위에는 온갖 수식이 적힌 많은 종이와 공구들로 어지러웠고, 자신의 몸보다 큰 고철 덩어리를 계속해서 만지작댔다.

 고철 덩어리를 몇 번 실행시키다가 본인의 뜻대로 잘 되지 않을 때면, 과음을 지르거나 기계를 내리치는 등 과격한 행동까지 보이곤 했다.

 

 그러다 한 번은 건이가 “아빠...”하며 불러도 봤지만, 그는 “올라가 있어.”라고 말할 뿐,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는 한 번도 다정했던 적이 없었던 사람처럼 차가웠다. 어린 건이는 넓은 방에서 홀로 보내는 밤이 너무나 무섭고 외로웠다.

 

 시간이 흘러,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늦은 밤. 박사는 아무 말 없이 혼자 집을 떠나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박사가 행방불명 된지 정확히 일주일 되던 날, 그의 아내는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세상을 떠났다.

 부모를 한순간에 잃고, 슬픔에 잠긴 건이를 거두어들인 건 삼촌인 태호였다.

 

 건이는 어린 날의 기억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버지는 나를 두고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아버지가 지하에서 만들던 쇳덩이는 무엇이었을까?’

 

 건이는 아버지가 떠난 후, 단 한 번도 지하 연구실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어린 마음에 창고로 가면 아버지처럼 미쳐버린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어머니를 돌보지 않은 아버지를 미워했던 마음이 더 컸다.

 

 ‘후’ 건이는 깊은 한숨과 함께 오른손을 목으로 가져갔다.

 옛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어머니의 유품인 반지를 만지작대는 것이 습관이었다.

 

 ‘뭐야? 목걸이 어디갔어?’

 목에 반지뿐만 아니라 줄조차 없자 건이는 아연실색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 보니 샤워하기 전에도 목걸이를 벗은 기억이 없었다. 해진 목걸이 줄이 끊어져 반지와 함께 떨어진 게 틀림없었다. 어머니의 하나뿐인 유품을 잃어버렸다는 게 말이나 되는지...

 

 가방과 서랍, 그리고 화장실과 거실 이곳저곳을 살펴봤지만, 목걸이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학교 종례 전까지는 목걸이가 있었는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반지를 확인한 시점을 곰곰이 되짚었다.

 건이는 카디건을 걸친 뒤 방을 나섰다. 삼촌은 잠자리에 들었는지, 안방의 불은 꺼져있었다.

 건이는 스마트폰의 후레쉬를 켜고 1층 수리점으로 내려갔다.

 

 삼촌은 열쇠를 항상 수리점 외부 왼편 창문틀 사이에 뒀다. 어차피 도둑이 들어도 이 잡동사니 중에 어떤 게 값나가는지 모른다는 그의 주장이었다.

 건이는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찌르르르르르르

 

 벽에 있는 스위치를 올리자 전등이 켜져 수리점 내부가 환해졌다. 환풍기도 ‘웅’하는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건이는 반지가 저 잡동사니 사이로 들어가지 않았길 바라며, 입구부터 삼촌의 책상까지 샅샅이 뒤졌다. 30분가량 구석구석 뒤졌지만, 반지는 보이지 않았다. 건이는 하나뿐인 어머니의 유품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크게 좌절했다.

 

 건이는 한숨을 크게 쉬며 책상 의자에 털썩하고 앉았다. 그리고 차근차근 다시 생각했다.

 하굣길에 잃어버린 건 아닐까? 내일 파출소에 한 번 가볼까? 등 약간의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을 생각했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돌며 한숨만 쉬다가, 널브러져 있는 고장 난 괘종시계 사이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화들짝 놀란 건이는 자리에서 튀어 나가 물체를 확인했다. 어머니의 반지였다.

 

 건이는 내적 환호를 하며 반지를 집으려는데, 그 뒤로 먼지 쌓인 낡은 서류 봉투가 보였다.

 한 눈으로 봐도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봉투는 열려있었고, 속에는 두툼한 종이 뭉치가 들어 있었다. 건이는 반지와 함께 봉투를 꺼내, 반지는 호주머니에 넣고 봉투 속 종이 뭉치는 책상 위에 펼쳤다.

 

 라 적힌 타이틀 아래 김태형, 이종현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김태형, 오랜만에 만나는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이종현은 누구지?’

 건이는 종이의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충 훑었다.

 본문이 대부분 영어로 쓰여 있었기 때문에, 그림과 사진 위주로 훑었다.

 건이는 종이들을 빠르게 넘기다가 어느 한 설계도에서 멈췄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의 설계도는... 바로 어릴 적 지하 연구소에서 봤던 큰 고철 덩어리였다.

 바로 뒷장은 마치 제품 설명서처럼 고철 덩어리에 대한 부속품 명칭이며 설명들이 수식과 함께 적혀있었다.

 

 ‘도대체... 뭘 만들고 있었던 거야?’

 다음 장에는 둥근 화살표 문양이 종이 절반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하나는 시계 방향으로, 하나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림 아래에는 ‘95%’(AM: 100%, HM: 10%)라 적혀 있었다.

 

 건이는 해당 페이지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종이 뭉치를 다시 봉투에 넣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반지와 함께 봉투도 자신의 방으로 들고 갔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제 16화 2019 / 11 / 10 196 0 7358   
15 제 15화 2019 / 11 / 10 197 0 7288   
14 제 14화 2019 / 11 / 10 184 0 4844   
13 제 13화 2019 / 11 / 10 201 0 6983   
12 제 12화 2019 / 11 / 10 189 0 6769   
11 제 11화 2019 / 11 / 10 204 0 5890   
10 제 10화 2019 / 11 / 10 200 0 6080   
9 제 9화 2019 / 11 / 10 197 0 5338   
8 제 8화 2019 / 11 / 9 204 0 7576   
7 제 7화 2019 / 11 / 9 202 0 7701   
6 제 6화 2019 / 11 / 9 203 0 6355   
5 제 5화 2019 / 11 / 9 201 0 7147   
4 제 4화 2019 / 11 / 9 195 0 8224   
3 제 3화 2019 / 11 / 9 195 0 6760   
2 제 2화 2019 / 11 / 9 199 0 4025   
1 제 1화 2019 / 11 / 9 348 0 461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