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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간도둑(The Time Thief)
작가 : JMRyu
작품등록일 : 2019.11.5

보육원 출신의 주인공 유화.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갑자기 급속도로 늙기 시작한다.
10년 전 똑같은 증상으로 세상을 떠난 보육원 동생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제 1화
작성일 : 19-11-09 17:20     조회 : 350     추천 : 0     분량 : 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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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화- 신과 함께

 *

 2019년, 서울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외각에는 유일한 꽃 가게인 '한아름꽃집'이 있다.

 가게 안 쪽에는 조그마한 방이 있었는데, 바로 인나의 보금자리다.

 

 원룸의 하나뿐인 책상 위에는 성모 마리아 상이 놓여있고, 벽에는 십자가 하나가 달려있다.

 십자가에서 한 뼘정도 위에 달린 시계는 저녁 7시를 가리키고 있다.

 

 인나는 냉장고와 벽 틈 사이에 넣어뒀던 긴 테이블을 끙끙대며 가로로 펼친 뒤, 한쪽 벽면에 붙였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피자와 햄버거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준비는 거의 다 끝났고, 이제...'

 인나는 의자를 가져와 장롱 위에 올려뒀던 보통 크기의 박스를 꺼냈다. 안에는 허름한 공책 몇 권과 액자 4개가 포개져 있었다. 그녀는 액자를 하나씩 꺼내며 수건으로 정성스레 닦은 뒤, 테이블 위에 액자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웠다.

 액자 속 인물은 30대 중반의 남자와,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 두 명, 나머지 하나는 여자아이였다.

 

 -딸랑딸랑

 

 “언니, 나 왔어!”

 가게로 들어온 유화는 까치발로 문 위쪽의 잠금장치를 돌렸다.

 

 “왔어?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는-”

 유화는 잘 빠지지 않는 나머지 신발 한쪽을 마루에 걸쳐 앉아 끙끙대며 벗었다.

 언니의 질문 패턴은 늘 똑같았기에,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미리 대답하는 유화였다.

 “네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 밥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 시작하자.”

 인나는 테이블 양쪽의 장초에 성냥으로 불을 붙인 뒤, 유화 옆에 무릎 꿇고 앉았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인나의 선창으로 시작되었다.

 .

 기도를 마친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번씩 절을 한 뒤, 제사를 마쳤다.

 그들은 곧바로 저녁 밥상을 차렸다. 차려진 밥상은 제사상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였다.

 숟가락이 밥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 들리는 좁은 방. 유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뭐라 하겠다... 십자가 걸려있는데, 제사 지낸다고.”

 

 “...”

 

 인나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유화는 제사상으로 화제를 돌렸다.

 

 “제사상에 너무 기름진 것만 있는 거 아니야?”

 

 “우리 아기들... 천국에선 맛있는 거 먹어야지.”

 

 "천국에선 더 맛있는 거 먹을꺼야. 천국이니까."

 유화의 말에 언니는 피식 웃는가 싶더니 다시 앞에 놓인 밥만 괴롭히고 있었다. 적적함에 유화가 리모컨을 들어 TV를 틀었다.

 

 TV에서는 인기 연예 프로가 생방송으로 진행 중이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제단에 매년 1억 원을 기부해온 태성 그룹이 ‘착한 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故신격주 회장부터 그의 아들인 신성록 회장까지, 11년 째 이어진 기부로 ‘시민이 뽑은 착한 기업’이 됐는데요, 안지원 리포터가 신성록 회장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어! 신 회장님이네.” 유화가 밥 한 숟갈 뜨며 말했다.

 인나도 밥 먹다 말고 TV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도 태성 그룹이 착한 기업으로 선정됐어요! 올해로 11년째인데요. 신 회장님,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해 오시던 걸 이어서 한 것뿐입니다. 저의 작은 도움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리포터의 질문은 사람들이 궁금할 만한 주제로 흘러갔다.

 “사실 신 회장님이 ‘동안’의 대명사이시잖아요”

 “아…. 그런가요?”

 “혹시 본인만의 관리 비법이 있나요?”

 “음…. 긍정적인 마인드?”

 

 이런 인터뷰가 끝나면 항상 포털사이트에 ‘신성록 회장 나이’, ‘신성록 피부 관리’ 등이 실시간 검색어로 도배되곤 했다.

 

 “어머니께서는 어떤 반응이셨나요?”

 “뭐…. 예…. 뿌듯해하시죠.”

 신 회장의 인터뷰는 끝날 듯 끝나지 않았다.

 

 “근데, 나이가 어떻게 되시더라?” 문득 회장의 나이가 궁금해진 유화였다.

 

 “글쎄,..아마 30대 중반이실걸?”

 

 “말도 안 돼! 이십 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겠다. 역시 관리의 힘이란...”

 유화는 부러운 듯 자신의 볼을 어루만졌다.

 

 “다 먹었으면 치우자.”

 인나가 일어서며 말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됐거든요- 공부나 하시죠. 시험도 며칠 안 남았으면서.”

 

 “치…. 그럼 이것만 치울게.”

 유화는 제사상을 정리하다 액자를 찬찬히 바라봤다.

 

 바오로 신부님과 요셉·요한 쌍둥이 그리고 하나뿐인 여동생 은재.

 이들이 세상을 떠난 지도 몇 년이나 지났지만,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몸 속 깊숙한 곳부터 무언가 치솟았다.

 특히 약간의 미소만 머금고 있는 다른 사람과 달리 혼자 환하게 웃고 있는 요셉이 유독 마음을 아프게 했다.

 유화는 잠시 회상에 잠길 뻔 하다가, 그릇 부딪히는 설거지 소리에 그만 두었다.

 

 “회장님께 축하의 의미로 꽃이라도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유화가 인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응, 안 그래도 보내드리려고 했어, 마침 좋은 꽃들이 있거든.”

 봄을 맞아, 꽤 그럴듯한 화분과 생소한 꽃들이 가게로 들어와 있었다.

 이들이 신 회장에게 꽃다발을 보내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금 꽃집을 운영하며 살게 된 것도 태성그룹의 회장 부자(父子) 덕이었다. 그들과 태성 그룹과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2009년 강원도 산골 마을.

 

 “후원을 하고 싶은데, 딱히 이유는 없으시다고...”

 

 “저도 보육원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이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죠.”

 바오로 신부의 질문에, 신석주 태성그룹 회장은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백발의 머리에 풍채 좋은 몸집, 걸걸한 목소리에 묻어있는 여유와 자신감. CEO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아무튼 바오로 신부와 미카엘 수녀는 신 회장의 파격적인 후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회장님의 기부는 정말 감사한 데, 굳이 저희 보육원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지...?”

 바오로 신부가 신 회장의 기색을 살피며 말했다.

 

 “회장님의 고향도 강원도가 아닌 거로 아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미카엘 수녀도 거들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 회장과 함께 수행하러 온 최 이사가 나섰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회장님도 보육원에서 크고 자랐고, 또 회장님이 ‘자수성가’의 아이콘 아니겠습니까? 아이들도 든든한 지원을 받으면, 또 그 아이들이 자라서 회장님 같은 사람이 되고, 그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 회장님처럼 지원하고! 그 왜... 옛말에 그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 뭐지... 아! 개천에 용 난다는 말도...”

 

 신 회장은 손을 들어 최 이사의 말을 짤랐다.

 “그쯤 하세요, 아무튼 저도 어릴 적 이름 모를 분의 지원을 받아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고, 이제는 제가 받은 만큼 ‘우리 사회’에 베풀 차례라 생각합니다. 그게 다입니다. 너무 부담스러우시다면 재정적인 것 말고도 다른 후원 방식도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 주십시오.”

 

 “허락만 하시면 저희 쪽에서 정식 절차를 ‘차근차근’ 밟은 뒤에 이뤄질 테니 금액은 별로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최 이사는 하얀 쇠태의 안경 중앙을 검지 손가락으로 올리며 대화를 정리했다.

 

 “음...”

 신부와 수녀는 고민에 잠긴 듯 보였다.

 사실 몇 달 전부터 교구청에서 재정상의 이유로 지원 금액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보육원 생활이 예전보다 어려웠다. 그렇기에 태성 그룹의 후원은 희소식이었지만,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삐리리리

 신 회장의 정장 재킷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폴더폰을 열어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의자에서 슬며시 일어섰다. 최 이사 또한 책상 위의 서류들을 급하게 가방에 쑤셔 넣고 따라 일어섰다.

 

 “제가 급한 회의가 있어서 이만... 나머지 대화는 다음에 나누지요.”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요.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 없을지 모르고, 또 시간도 많지 않고, 인연이란 게...”

 신 회장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최 이사는 하던 말을 멈추고 부랴부랴 회장 뒤에 바짝 붙었다.

 

 신 회장이 문을 열자 몰래 엿듣고 있던 보육원 아이들이 화들짝 놀라 뒤로 자빠졌다. 신 회장과 이사는 아이들에게 싱긋 웃고는 그들 옆을 지나갔다. 회장의 휴대폰은 그의 손에서 시끄럽게 울려댔다.

 

 -삐리리리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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