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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데이드림
작가 : 마침표
작품등록일 : 2019.10.20

13번 도시의 보안대 소속 3팀장 로건
불미스러운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20. 끝
작성일 : 19-11-09 14:44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3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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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해가 밝았다.

 

 병실에 새로운 년도가 적힌 달력이 붙었음에도 로건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매일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었다. 스모그가 짙게 낀 13번 도시처럼, 게속 방황하던 그 심연처럼 머릿속은 어둡고 흐릿했다.

 

 의료진에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건은 장애 판정을 받게 되었다. 몸과 정신적으로 둘 다. 몸을 움직이는데 문제가 있음은 당연했고 그는 가끔가다가 멍해지고 주위를 인식하는데 간헐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신경은 망가지고 마비되어서 손가락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아돌프는 로건이 앞으로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를 거라고 말했다. 참으로 아돌프다운 점잖게 돌려말하는 화법이었다. 로건은 마치 남 얘기를 듣는 것처럼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줄 가족은 따로 없습니까? 친척이라도……."

 "없습니다."

 

 로건의 단호한 대답에 아돌프는 괜한 질문을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다행이군요. 팔은 움직이니 휠체어 정도는 혼자서 돌릴 수 있겠지요."

 

 로건이 말했다.

 

 약의 복용량이 줄고, 몸에 연결된 케이블들의 수도 줄어갔다. 로건은 다른 것들은 다 제쳐두고라도 재활 운동은 꾸준히 시행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휠체어를 끌고 다닐 만한 근력을 기르기 위함이었다.

 

 간간히 보안대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감사관이 돌아간 것과, 작년 성과 보고를 올린 것. 다행히도 군의 개입이 이뤄지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 그리고 이런 사태가 또 일어날지 모르니 훈련이 강화되고 보안대 인원을 늘릴 계획이라는 것 등등.

 

 그러나 이제 그와는 관계없는 얘기였다.

 

 1월 초 쯤. 라울 대장이 찾아와 그의 사직 의사가 받아들여졌다는 얘기를 전했다. 더불어 그의 병원비용 절반을 정보국에서 지원한다는 얘기까지도. 로건은 서류 몇 개에다가 서명을 하고 도장을 찍어야 했다.

 

 보안대장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대원들은 물론이고 부관에게조차 로건의 사직 소식을 당일까지 감추었다. 하지만 보안대원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모두 그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했고 또 받아들였다. 월터가 그의 뒤를 이어 팀장직을 이어받을 것이다.

 

 그 때 즈음, 로건은 더 이상의 면회객의 방문을 거절했다. 그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보안대의 소식을 더 듣는 것도 탐탁지 않았다.

 

 1월 말 즈음이 되자, 대기는 더욱 서늘해졌다. 창문에 서리가 끼었다. 로건은 침상에 앉아 그 서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창문으로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것이 보였다.

 

 창문에는 낯선 이의 얼굴이 비춰지고 있었다. 살이 쭉 빠져서 환자복이 헐렁할 지경이었고, 얼굴은 초췌했다. 흐릿한 눈동자는 서리 낀 창문처럼 뿌옇다.

 

 로건은 마치 남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처럼 멀거니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손을 들어 손끝으로 거뭇거뭇한 수염을 슥 문질러 보았다. 손끝에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각이 무뎌짐과 동시에 그의 주변 또한 흐릿해져 갔다. 무엇인가 존재하는 것 같으나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그런 오묘한 느낌.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문질러져 뒤섞인 느낌이었다.

 

 마치 꿈을 꾸는 듯 했다.

 

 "언제 퇴원할 수 있습니까?"

 

 로건은 오랜만에 찾아온 아돌프에게 물었다. 거의 매일 방문하던 그는 격일로 찾아오더니 이젠 일주일에 2번꼴로 찾아왔다.

 

 아돌프는 잠시 차트를 들여다보는 척 하면서 뜸을 들였다. 그러다가 천천히 말했다.

 

 "사실 지금도 가능하긴 합니다."

 

 그 말은 더 이상 나아질 게 없다는 뜻이었다.

 

 "그럼 오늘이라도 퇴원하겠습니다."

 

 로건의 말에 아돌프는 의중을 알아보려는 듯 신중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로건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언제까지 병원 신세를 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알겠습니다."

 

 아돌프가 마지못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 마지막으로 검사하고 내일 퇴원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다만 처방 드린 약은 꼭 복용하시고, 달에 한 번은 내원하셔야 합니다."

 

 다음 날. 로건은 퇴원 수속을 마치고 샤프트의 병원을 나섰다. 보안대를 방문한다든가 하는 의미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빠져나갔다.

 

 싸늘한 한 겨울의 바람이 옷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는 옷깃을 여미는 대신 휠체어를 끌고 도로를 이동했다.

 

 분명 몸의 체온은 냉기를 맞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로건은 그것을 알 수는 있었지만 느낄 수는 없었다. 몸이 둔해지는 것을 알아챘지만 추위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는 현실 위로 붕 떠 있다.

 

 로건은 끊임없이 휠체어의 바퀴를 굴렸다. A구역을 지나쳐 B구역, C구역을 통과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쿵쾅댔다.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도 휠체어를 끄는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자신의 길을 갈 뿐이었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F구역을 지나 G구역에 들어섰다. 목과 코에 기별이 왔다. 스모그의 농도가 짙어지니 따가움과 함께 절로 기침이 튀어나왔다.

 

 로건은 어금니를 악물며 마지막 힘을 다해 휠체어를 몰았다. 그는 몇 시간 동안 쉬고 이동하고를 반복했다. 기진맥진했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H구역을 지나 이제 비구역 바로 앞이었다.

 

 로건은 망설임 없이 비구역으로 들어섰다.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철장이 가로막고 있긴 하지만 관리가 허술해 그의 몸이 비집고 들어갈 구멍 정도야 사방에 나 있었다. 철장을 넘어서자 공기가 탁해진 것이 감각이 무뎌진 피부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윗층이 무너진 한 폐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내부에는 빛 한 점 들지 않았다.

 

 로건은 휠체어에 앉아 숨을 골랐다. 스모그가 여지없이 기관지를 할퀴었다. 그러나 로건은 고통보다는 편안함을 느꼈다. 코와 입으로 핏줄기가 흘러내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팔의 떨림이 잦아들기를 기다리고, 로건은 외투 안주머니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휴버트가 남긴 마지막 물건이었다.

 

 휴버트가 주사기를 떨어뜨렸을 때, 로건은 마치 홀린 듯 그것을 숨겼다. 왜였을까.

 

 어쩌면, 구사일생으로 깨어났을 때부터 스스로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로건은 주사기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목에 꽂아 넣었다.

 

 *

 

 로건은 텅 빈 집에 홀로 앉아 있었다.

 

 집 안에는 나긋한 온기와 부드러운 안온함이 가득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걸 알 수 있었다. 이곳에만 있으면 자신을 해칠 것은 없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여유롭고 나른한 기분에 취해 로건은 잠든 듯, 깨어있는 듯 의자에 앉아 있었다. 흔들거리는 안락의자에 파묻힌 채 평온함을 만끽했다. 언제까지고 그러고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현관문이 보였다. 이제 노크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는 그 문 밖이 끝없는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굳이 열어볼 필요도 없다.

 

 그거면 된 것이다.

 

 '내가 뭐랬어.'

 

 어디선가 목소리가 말했다.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작가의 말
 

 작가의 말을 쓸까 말까 하다가 후기 형식으로 남겨볼까 합니다.

 반갑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먼저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 글은 최소 분량인 10만자에 맞춰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써보자, 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글입니다. 실력도 늘릴 겸, 도전도 할 겸 해서 말이죠.

 

 글은 종종 써 왔지만 한 번도 완결된 형식으로 써 본 적은 없어서 이것저것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딱히 깔끔하게 완결되었다는 느낌도 없고요. 많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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