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자오의 세계로부터
작가 : 모어데반
작품등록일 : 2019.10.22

또 다시 다가온 세기말의 풍경.
가까운 미래, 서기 2086년, 겨울.

대한민국의 평범한 빚쟁이 종군기자 이시해는 다시금 위험 지역으로 취재 파견을 강요당한다.
<베트남 한국인 인부 실종사건>의 전말을 파해치기 위해 밀입국까지 감행한 시해.
그러나 잠입 취재 도중 시해는 <베트남 해적단>에게 붙잡히게 되고, 어딘가로 팔려가는데...
그리하야 도착한 곳은......이세계?
정의감 투철한 빚쟁이 종군기자의 이세계 생존기!

#SF판타지#이세계물#이능력물#미스테리#스릴러

 
사사받은 목숨(1)
작성일 : 19-11-09 06:52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732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편 시해는 에스카가 하수구 안으로 사라져버린 뒤 망연자실해 있었다.

 짧다면 짧았고 길다고 말하면 긴 시간을 함께해왔기 때문이었는지 쉽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하수로로 에스카를 따라 갈 수는 없었다.

 시해가 느끼기에 그것은 불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네오 트라이앵글이 곧 토벌을 시작할 곳에 간다는 것은 십중팔구 목숨을 위협하는 행위였으니까.

 애초에 오늘 달성하려고 했던 목적은 이종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정보원을 얻는 것이었지 크록들과 같이 인간들과 맞서는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갑자기 계획에 없던 일을 결정할 수는 없었다.

 크록들이 불쌍하기야했지만 그렇다고 물불 안 가리고 도와주러 갈 정도로 시해는 사람 좋은 성격이 아니다.

 게다가 저 하수도가 동굴에서 만난 크록이 말했던 지하수로로 이어져 있는지도 불분명했다.

 에스카를 찾으러 지하수로로 갔다가 에스카가 그곳에 없으면 안 가느니 못한 것이 아닌가.

 

 “하아···제기랄······”

 

 혹시 에스카가 다시 하수구 구멍에서 튀어나오지는 않을까 기다려보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하수구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해가 장고의 시간을 가지는 그때, 호주머니에서 소리가 났다.

 띠링-!

 

 “허읍!”

 

 깜짝 놀랐지만 가까스로 헛숨을 들이켜 삼켰다.

 이어서 호주머니에서 연이어 소리가 났다.

 띠링-! 띠링-!

 스마트폰이었다.

 시해가 곧바로 호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무음 설정으로 돌렸다.

 

 ‘뭐야, 이거?’

 

 무음 설정으로 돌린 스마트폰으로 문자가 와있었다.

 

 ‘각 전투원에게 전달. 계획된 작전 사항에 따라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소탕 작전의 목표가 빠져나올 수 있는 샛길을 원천 봉쇄하겠다. 해당 전투원은 사전에 통지한 곳으로 위치하기 바란다.’

 

 그리고 문자와 함께 지도가 첨부되어 있었다.

 지도에는 붉은 별표가 곳곳에 표시되어 있었다.

 문자의 내용과 함께 해석하면, 그 붉은 별표로 표시되어 있는 장소가 지하수로와 통하는 샛길인 모양이었다.

 시해는 어이가 없어서 조용히 숨어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평소의 목소리 톤으로 중얼거렸다.

 

 “하······! 시발.”

 

 마치 보이지 않는 조력자가 자신에게 에스카를 구하러 가라고 종용하는 듯했다.

 이래도 안 갈 거야? 하면서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스마트폰에 표시된 시계를 확인했다.

 00시 58분.

 소탕 작전 개시까지 앞으로 두 시간이 남아있었다.

 시해는 두 눈을 살며시 감았다.

 사실은, 이미 멈춰 설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목 끝까지 시해의 의지를 사로잡았는지도 몰랐다.

 이세계에서 처음 네오 트라이앵글의 이종족 학살을 마주한 날, 그날 집어삼켰다고 생각한 감정은 어쩌면 시해가 집어삼켰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 그때부터 넘쳐흐르기 시작한 감정이 점점 수도꼭지가 망가져 콸콸 쏟아져 나오는 중인 지도 몰랐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시해는 여기서 멈춰 서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리라.

 아직 피부로 실감하고 있지 못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시해는 에스카가 하수구로 사라져버리기 전에 남긴 말을 곱씹어 보았다.

 곧 돌아오겠다는 말.

 에스카가 돌아온다면 시해가 있는 이곳으로 돌아올 터였다.

 시해가 이 자리를 떠버린다면 오히려 길이 엇갈릴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시해의 마음은 에스카가 하수구로 모습을 감춘 그 순간부터 에스카를 따라가고 있었다.

 단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방법을 몰라서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고 있던 것이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자기합리화였다.

 에스카를 구하러 가고 싶다는 마음에 대한 자기합리화가 어처구니없이 조잡했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그러나 시해의 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운이 따라주는데 움직이지 않는다면 겁쟁이라 불리어져도 할 말이 없었다.

 시해는 자신만큼 불쌍한 사람이 있더라도 자기가 더 불쌍하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겁쟁이라 불리는 것은 사양이었다.

 

 

 + + +

 

 

 에스카와 시해가 서로를 찾아다니기 시작한 그 즈음, 지하수로로 통하는 가장 큰 통로에서는 수십 명의 군인이 완전무장을 한 채로 도열해 있었다.

 그리고 도열해 있는 군인들의 앞으로 한 인물이 단상에 올랐다.

 잭이었다.

 

 “아아,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네오 트라이앵글의 충성스러운 군인 여러분의 지휘를 맡게 되었음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 이름이 무엇인지는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까지 뉴타히티의 새로운 시민 후보를 발탁하는 사업과 신병 훈련을 위한 일에 뼈를 묻고 있었으니까. 이 중에도 내게 훈련을 받은 신병이 있을 지도 모르겠군. 후후후.”

 

 잭이 숨을 골랐다.

 

 “오늘의 작전 개요는 각 부대장에게 전파한 대로다. 변경 사항은 없다. 전체적인 지휘는 이쪽에서 맡겠지만, 현장의 지휘는 각 부대원들의 몫이니까. 각 부대장이 잘 통제해서 작전을 무사히 마무리하기를 바랄 뿐이다.”

 

 이어서 잭은 뒷짐을 지었던 두 손을 천천히 펼쳐들며 뱀 같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꿍꿍이속이 있는 듯 없는 듯 아주 불길한 웃음이었다.

 

 “한낱 미물을 상대하는데 이만큼의 인력을 낭비하는 것도 참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지원자가 넘쳐난다니 어쩔 수 없겠지. 그만큼 한 치의 실수도 없는 작전을 펼쳐주기를 기원한다.”

 

 잭의 말이 심기를 건드린 것인지 곳곳에서 불편한 콜록거림이 들려왔다.

 잭은 의도적으로 그들의 감정을 건드리고 있었다.

 

 “한 가지 부탁을 하자면, 너무 앞서가지도 말고, 너무 뒤처지지도 말아줬으면 좋겠군.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면 말이야. 이 지하에 숨어있는 바퀴벌레들은 확실히 미물이지만 지난 반역 사건 당시에 수 명의 희생자를 만들어낸 괴물들이기도 하니까.”

 

 한 박자를 쉬고, 이번에는 또박또박 단어를 내뱉었다.

 

 “‘복수’······에 눈이 먼 자들이 다시금 괴물들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부탁하네. 우리 군의 우수함은 뛰어난 기술과 기강 있는 명령 체계 위에 존재하므로 그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라네.”

 

 조소를 머금은 그 눈빛이 휘하의 군인들의 면면을 훑었다.

 노란 방독면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방탄모를 쓴 탓에 표정을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지만, 잭은 그들의 눈동자에서 자신이 의도한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절제된 분노와 차가운 이성.

 잭은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분노와 함께 그들이 지켜야 할 규율도 마찬가지로 상기시켜주었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자극하는 것으로 잭은 군인이 가져야할 본분인 뜨거운 심장과 차가운 머리를 그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심어주고 있었다.

 

 “진심으로 이번 작전에 사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지. 이번이 마지막 소탕 작전이 될 테니, 이번에 죽은 놈을 위해서는 복수도 해줄 수 없을 테니까.”

 

 말을 마친 잭이 다시 뒷짐을 지었다.

 그러다 내려가려다 말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참, 그러고 보니 작전 사항 중에 사소한 변경이 있었군. 혹시 모를 감염자가 있다면 작전대로 구출을 우선시하되, 각 분대장이 상황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지. 중요한 건 아니니까 알아서 잘 대처하리라 믿지. 해산. 여유 시간동안 작전을 마저 숙지하고 개인 정비를 하도록 한다.”

 

 그 말을 끝으로 잭이 단상 위에서 내려왔다.

 단상에서 내려온 잭의 앞으로 B.C.가 기다리고 있었다.

 

 

 + + +

 

 

 시해는 곧잘 별표 모양으로 표시된 장소로 내달렸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서 감시 카메라의 존재유무를 알 수 없는 길도 여럿 있었지만 임기응변으로 대응했다.

 대충 훑어서 없다 싶으면 그냥 내달렸다.

 가기로 결정했다면 판단은 빠를수록 좋았다.

 망설이면 시간만 축낼 뿐이었다.

 게다가 지도에 표시된 장소로 곧 군인들이 올 것이기 때문에 숨어들자면 그 전에 도착해야만 했다.

 이미 군인들이 자리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주위를 끌어서 몰래 들어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위험 요소는 가능한 줄이는 것이 좋았다.

 얼마간을 달렸을까 통로 앞에 있는 갈래 길의 오른쪽 모퉁이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군중의 발자국 소리였다.

 

 ‘혹시 이 앞이 집결지인가?’

 

 집결지가 어디인지에 대한 정보는 지도에 없었기 때문에 시해는 예상치 못하고 얼어붙었다.

 그러나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근처의 기둥으로 몸을 숨겼다.

 다행히 시해가 있는 통로로 가까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 앞에는 넓은 공간이 있는지 작은 발자국 소리가 크게 울려서 들려왔다.

 시해는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바닥을 기어서 모퉁이로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언제나처럼 노란 방독면으로 얼굴을 가린 감시자들이 통로의 양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저 방독면은 쉬는 시간에도 벗지 않는 건가? 아니면 작전 개시 전이라 기강 때문에 못 벗는 건가?’

 

 사소한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 앞으로는 몰래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보였다.

 다시 기둥으로 돌아온 시해가 바트의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했다.

 이 길이 가장 가까운 샛길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가야 할 듯했다.

 시해가 등을 돌려 움직이려는데 갑자기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흡!’

 

 숨을 크게 들이쉬고 숨을 멈췄다.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는 두 명이었다.

 길은 두 갈래였다.

 시해가 있는 길과 없는 길.

 시해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러나 숨을 쉬지는 않았다.

 시해는 필사적으로 숨을 삼켰다.

 그리고 속으로 운이 따라준다면 끝까지 따라붙어달라고 기도했다.

 시해의 기도가 통했던 것일까 다행히 발소리는 더 이상 시해 쪽으로 가까워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었다.

 둘은 갈래 길에서 멈춰 섰다.

 이어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가 영어로 들려왔다.

 

 “왜 그러지?”

 

 잭 데이스!

 그 남자의 목소리였다.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악마의 목소리!

 시해는 분노에 치가 떨렸지만 애써 이빨을 꽉 깨물어 버텼다.

 다음으로 들려온 것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신기한 것은 그 매혹적인 목소리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영어로 말했다.

 

 “아니야, 아무것도. 갑자기 쥐새끼 생각이 나서.”

 

 의미심장한 말소리에 시해의 심장이 더욱 미칠 듯이 박차를 가했다.

 

 ‘들킨 건가?’

 

 여느 만화에서라면 쥐 목소리

 를 흉내 내서 위기를 벗어나기도 하던데 시해는 그런 멍청한 짓을 떠올리긴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잭이 반문하는 소리가 들렸다.

 

 “쥐새끼?”

 “그래, 쥐새끼. 눈여겨보고 있는 쥐새끼 한 마리가 있거든.”

 “그렇군. 안 그래도 이 휑한 건물에 숨어있는 쥐새끼가 좀 많은 것 같아서 걱정인데, 어디, 쥐약이라도 뿌려야 하나?”

 

 여자가 답했다.

 

 “아니, 괜찮아. 이 쥐새끼는 키울 거야. 겁쟁이인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본 것 같아서 이따 칭찬해주고 싶어지네.”

 “······?”

 

 잭의 답변은 조금 시간이 지난 뒤 들려왔다.

 

 “···그래?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군. 그 쥐새끼 말이야.”

 “또 모르지. 어디 내가 모르는 곳에 죽어버릴지. 살아 돌아오면 칭찬해주려고.”

 

 시해는 둘이 무언가 암호 같은 말을 주고받는다는 것 외에는 알 수가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쥐새끼라는 비유를 통해 언급하는 것이 자신은 확실히 아니라는 것이었다.

 여자는 분명히 그 쥐새끼를 알고 있다는 말투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시해는 저들과 연결점이 전혀 없었고, 그렇다면 문맥상으로 저들이 이야기하는 쥐새끼란 존재는 자신이 될 수 없었다.

 둘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발소리가 멀어져가는 것이 들려왔다.

 

 “하아하아······”

 

 참았던 숨을 몰아쉰 시해는 기둥 너머로 그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잭이 이곳에 있었다.

 시해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듯 어깨에 매달아놓은 수류탄의 감촉을 느껴보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또 기회가 올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시해가 등을 돌려 반대편 복도를 내달렸다.

 

 

 + + +

 

 

 지도에 표시된 샛길의 입구 앞에 도착한 시해는 아직 감시자가 도착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망설임 없이 입구로 다가갔다.

 

 “이게······?”

 

 샛길은 벽 안에 숨겨져 있었는데, 숨겨져 있다는 말이 무색하게 문도 달려있지 않았다.

 벽의 안쪽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사다리가 놓여있었다.

 시해는 다시금 네오 트라이앵글의 자금난을 상기했다.

 

 “이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하다고?”

 

 비밀통로에 문도 다리 못 할 정도라니 놀라운 것을 넘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혹시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채고 함정을 판 건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도 해보았지만, 뭐 하러 번거롭게 함정을 파는지 상상하는 시해도 알 수가 없었기에 믿기 힘들었지만 자금난이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쨌든 더 이상 의심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던 시해는 생각해둔 예방책을 실행에 옮겼다.

 바트로부터 가져온 수류탄을 통로의 구석에 숨겼다.

 그리고 자신이 입은 옷에서 길게 뽑아낸 실(이 실은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갇혀있는 동안 미리 길게 뽑아둔 것이다.)을 수류탄의 고리에 걸었다.

 끊어지지 않도록 여러 번 꼬아 만들기는 했지만, 부실해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시해는 수류탄이 나중에 올 감시자들의 눈에 띠지 않도록 잘 감추었다.

 그리고 실을 길게 늘어뜨리며 벽 속의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향했다.

 

 

 + + +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온 시해는 진동하는 악취에 눈살을 찌푸렸다.

 지하수로는 생각보다 넓었는데, 아무래도 유사시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은 것 같았다.

 가끔 대도시는 재난 시에 사용할 목적을 겸해 지하수로를 크게 짓는 경우가 있었는데, 피난민 혹은 수재민을 수용하기 위해서 일 때도 있었고, 장마나 폭우 시에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일 때도 있었다.

 네오 트라이앵글의 입장에선 유사시에 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숨어들 장소로 만들어놓은 것일 테지만, 덕분에 크록들이 숨어들 공간을 제공한 셈이 되었으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심각한 악취에 헛구역질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낸 시해는 곧바로 움직이지 못하고 악취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현기증이 올 정도로 악취가 심각했던 것이다.

 1~2분 정도 악취에 익숙해지길 기다렸다가 수류탄의 고리에 걸어놓은 실이 어디로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계단에 묶은 뒤 에스카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할지는 알고 있었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에스카가 올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은 공장 하수구의 바로 아래였다.

 바트의 스마트폰에는 작전을 위해서였는지 지하수로의 지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시해는 샛길을 찾기 위해 사용한 지도의 모양과 지하수로 지도의 모양을 겹쳐서 지하수로에서 공장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장소가 어디인지 유추해낸 것이다.

 그곳에서 에스카를 발견한다면 시해가 에스카를 구하겠다고 여길 찾아온 이유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만약의 경우 에스카가 돌아오지 못 한다면 그 근처에서부터 에스카를 찾아다니는 것이 순서였다.

 그런데 너무 낙관적으로만 상황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시해는 이 지하수로에 에스카 외에도 크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모퉁이를 돈 시해의 앞을 거대한 촉수가 가로막았다.

 통로의 절반을 몸으로 틀어막은 그 모습은 마치······

 

 “······문어?”

 

 달팽이에, 개구리에 이어서 이젠 문어냐?

 문어의 몸통에 해당하는 부위에 달린 거대한 눈깔 하나가 이 존재가 크록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시해가 급히 입을 열었다.

 

 “잠깐······! 나는 에스카를······!”

 

 그러나 시해가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열 댓 개의 촉수가 전광석화처럼 시해를 향해 날아들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7 마녀의 계약자 2019 / 11 / 10 203 0 1211   
26 사사받은 목숨(3) 2019 / 11 / 10 203 0 8007   
25 사사받은 목숨(2) 2019 / 11 / 10 222 0 7709   
24 사사받은 목숨(1) 2019 / 11 / 9 201 0 7326   
23 음습한 둥지(4) 2019 / 11 / 9 213 0 8844   
22 음습한 둥지(3) 2019 / 11 / 7 223 0 8593   
21 음습한 둥지(2) 2019 / 11 / 7 206 0 8963   
20 음습한 둥지(1) 2019 / 10 / 29 240 2 4856   
19 마녀의 빗자루(5) 2019 / 10 / 29 203 2 3429   
18 마녀의 빗자루(4) 2019 / 10 / 29 230 2 6944   
17 마녀의 빗자루(3) 2019 / 10 / 29 205 2 6850   
16 마녀의 빗자루(2) 2019 / 10 / 29 214 2 3421   
15 마녀의 빗자루(1) 2019 / 10 / 29 225 2 4735   
14 모이라이(7) 2019 / 10 / 25 230 2 8560   
13 모이라이(6) 2019 / 10 / 25 215 2 7865   
12 모이라이(5) 2019 / 10 / 25 231 2 5236   
11 모이라이(4) 2019 / 10 / 25 239 2 6663   
10 모이라이(3) 2019 / 10 / 25 203 2 5496   
9 모이라이(2) 2019 / 10 / 25 224 2 5872   
8 모이라이(1) 2019 / 10 / 23 216 5 6328   
7 쓰레기 전쟁(6) 2019 / 10 / 23 229 5 6536   
6 쓰레기 전쟁(5) 2019 / 10 / 23 216 5 4663   
5 쓰레기 전쟁(4) 2019 / 10 / 23 216 5 6078   
4 쓰레기 전쟁(3) 2019 / 10 / 23 231 5 5228   
3 쓰레기 전쟁(2) 2019 / 10 / 23 256 5 5212   
2 쓰레기 전쟁(1) 2019 / 10 / 22 230 5 4355   
1 세계의 껍질 2019 / 10 / 22 434 6 409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우리사장님이 해
모어데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