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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해방전쟁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2110년. 1910년의 한일합방 국치일로부터 200년 후. 조선 해방전쟁이 시작된다. 초인병기라 명명된 하얀색 초경세라믹 장갑의 거대 2족 보행병기를 앞세우고.

 
17. 원산 항
작성일 : 19-11-08 19:06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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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원산 항

 

 

 어두운 밤바다가 펼쳐진 원산의 군용 부두에 대낮 같이 휘황한 조명이 밝혀져 있고 수많은 군인들과 군속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여러 척의 군함들이 정박된 항구 부두 중 가운데 부분이 비어 있었고 각종 장비들과 인원들이 그쪽으로 몰리고 있었다.

 홋카이도의 오타루 항구를 비밀리에 떠난 일본 해군 수송선이 조선 반도의 원산에 위치한 일본군 전용 항구에 들어선 것은 새벽 두시. 사위가 암흑에 잠겨 있는 심야였다. 만 오천 톤급의 수송선은 홀로가 아니었다. 일본 해군의 주력 구축함과 호위함 각각 한척씩, 그리고 해수면 위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잠수함 한 척 역시 호위 대열에 포함된 상황이었다.

 수송선의 접안이 진행되는 가운데 갑판 위 한쪽에서 오야마 나오마사 중좌가 군용 망토를 바람에 휘날리며 새로이 밟게 되는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 밟는 땅이었다. 일본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여름방학을 이용한 연수 여행도 진행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나마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오마사는 말로만 들었던 대일본제국의 대륙 쪽 교두보에 이제야 발을 내딛는 셈이었다. 육지에 다가서던 수송선 위에서 바라 본 어둠 속의 원산은 가늠되지 않았지만 멀리 도시 배후로 달빛 아래 희미하게 보이는 산줄기들은 억센 모습들이었다.

 수송선의 접안이 완료되자 곧바로 아라와시의 하역이 시작되었다. 아라와시의 거대한 동체는 홋카이도의 병기창에서 여러 부분으로 분해되어 특수 컨테이너에 적재되었다. 그리고 37식 보행병기 공용의 여러 부품들과 예비 장갑, 미사일, 탄약 등의 물자들과 함께 실려 왔다. 일본 육군 표준 컨테이너 여러 개가 크레인으로 내려지고 37식의 몸체부분이 실린 초대형 컨테이너를 하역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화역은 끝났고 나오마사는 하역을 같이 지켜보던 수송선의 함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내렸다. 처음 밟는 조선 땅에 내리자 꽃향기 섞인 바람이 불어왔다. 라일락이었다. 라일락 꽃의 진한 향이 그를 반기다니. 나오마사는 왠지 상념에 빠져들었다. 이곳 조선에도 라일락이 피는구나. 사람들이 살 것이고 사랑하며 미워하며 태어나고 죽어가는 곳이겠구나.

 그때 수더분한 해군 작업복 차림의 장교가 그에게 다가왔다.

 

 “오야마 중좌님이죠? 여기 부두를 담당하고 있는 아오키 소좌입니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수고가 많으시군요.”

 “별 말씀을.. 하튼 일 년 중 가장 신경 쓰이고 긴장되는 일이긴 합니다마는.”

 

 그러면서도 그의 눈은 온 사방에서 벌어지는 작업들을 빈틈없이 살피고 있었다. 이제 수송선을 호위해 온 다른 군함들이 접안을 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송선에서 내려진 37식 수송 컨테이너들은 부두까지 연결된 철도의 화물열차에 차례로 적재되고 있었다.

 

 “여기서 기차로 통화 현까지는 열 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고생이 좀 되실 거에요. 아무래도 화물 전용열차다보니까.”

 

 나오마사와 아라와시의 최종 목적지는 만주 지역에 배치된 관동군 제 12 장갑사단이 자리잡은 통화 현 인근이었다.

 

 “상관없습니다. 그보다 열차 무장 상태를 점검하고 싶습니다.”

 “뭐가 그렇게 급합니까? 열차 출발은 아직 네 시간 남았어요. 좀 쉬다가 열차에 오를 때 하시죠. 자, 저를 따라오십시오. 간단히 요기를 하든지 커피를 하든지.. 뭐 술 한 잔도 좋죠.”

 

 아오키 소좌는 군함들의 접안이 완료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나오마사를 등지고 걷기 시작했다. 그의 걸음은 군인의 그것은 아니었고 한가하기 그지없는 사무원의 그것이었다. 나오마사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부두 내의 장교 휴게소는 잘 꾸며져 있었다. 아오키 소좌는 묻지도 않고 위스키 병을 들고 와 잔에 따랐다. 나오마사는 말없이 잔을 들었지만 아오키 소좌는 건배를 청해왔다.

 

 “새로운 제 37식의 무운장구를 빕니다.”

 

 나오마사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답례를 하고 잔을 같이 비웠다. 당번병이 치즈 등 몇 가지 안주가 담긴 접시를 가져다 내려놨다. 아오키 소좌는 빈 잔을 다시 채우고는 치즈를 입에 가져갔다.

 

 “조선 반도는 처음이십니까?”

 “그렇소. 난생 처음이오.”

 “하긴 뭐 곧 기차를 타면 몇 시간 후에 다시 떠나실 땅이죠. 그다지 재밌는 곳은 아니에요.”

 “오래 됐소?”

 “여기 근무 말입니까? 이제 삼 년 되네요. 이거 참, 해군은 배를 타야 되는데.”

 “어떻소? 만주 쪽 분위기는?”

 “아.. 잘 모르시겠군요. 요즘 분위기는..”

 “그렇소. 육군대학에 이어서 홋카이도에만 있었더니.”

 

 일본 군부의 내부적인 정보 소통부재는 뿌리 깊은 것이었다. 꼭 필요한 것만 전파한다는 군부 수뇌부의 인식은 절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육군과 해군 사이의 해묵은 반목 역시. 하지만 아오키 소좌는 원산 항구의 군수물류 담당자였다. 원산은 일본 본토와 만주를 오가는 모든 물자와 장비와 인원들이 거치는 곳이었다. 당연히 모든 소식과 정보와 소문 역시 거쳐서 가는 곳이기도 했다,

 

 “요즘 전투식량하고 탄약이 엄청 들어가고 있어요. 조만간 한판 벌이려는 것 아닌지, 부상병들이 후송되는 경우도 많아지고.”

 “그렇군요.”

 

 이것으로 충분했다. 만주 지역에 전운이 피어오른다는 소문은 그냥 소문만이 아니었다. 관동군 수뇌부가 만주 일대의 비무장 회랑을 탈취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몰랐다. 지난 수백 년간 전략적 중요성을 제외한다면 별다른 자원이나 경제적 이익이 없던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엄청난 희토류 매장량이 확인되면서 이미 수많은 광산 채굴이 시작되고 있었다. 세라믹과 초전도체 분야가 지금의 세계를 움직이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제 만주 지역은 그야말로 인류의 보고로 떠오른 것이다. 그것을 눈앞에 두고 보고만 있을 일본이 아니었고 관동군이 아니었다. 대규모 전쟁이 조만간 벌어질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오키 소좌가 잔을 연신 비우더니 한 마디를 더해 왔다.

 

 “군도조 출신이라 들었습니다. 부디 무운장구하시길 바랍니다.”

 “황공하옵게도 천황 폐하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견마의 지로를 다할 뿐입니다.”

 

 아오카 소좌는 의외로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육군 출신이라면 그렇게 담담하지는 못했을 텐데 아무래도 해군 쪽은 워낙 상관이 없는 조직이었다.

 

 “궁금해 하시니 노파심으로 하나 만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배치되어 가시는 통화 지역은 적 중화 소비에트군의 13군단과 접경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쪽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얘기지요. 최근에 그쪽에서 꽤 많은 충돌이 벌어지는 모양입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내가 그쪽으로 발령이 된 것이겠죠.”

 “소관은 해군으로서 중좌님의 37식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사실 한계가 있습니다. 지상 최강의 무기라는 거야 알고 있지만 정말 어느 정도인지. 여하튼 조심하시길.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검은 칼집에 있을 때 가장 무서운 거라고.”

 “꽤나 위험한 얘기를 하는군요. 현역 군인으로서는 말이죠. 우리는 천황 폐하의 검. 뽑고 휘두르는 건 우리가 아닙니다. 그저 벨 뿐이죠. 명령이 떨어지면.”

 “지난 이백 년간 얼마나 평화로웠습니까? 저는 그 평화가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명령이 떨어지면 저 역시 천황 폐하의 예리한 도검일 겁니다마는.”

 

 어쩌면 러시아를 상대한 일로대전 이후 이백 년의 평화가 이어졌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평화가 슬슬 지겨워진 것도 사실이었다. 도쿄 곳곳에서 이미 북벌을 주장하는 우익 단체의 시위가 끊임없는 상황이었다. 태평양 쪽으로의 진출은 포기한 지 오래. 유일하게 뻗어나갈 공간은 이곳 조선을 통한 대륙이었다. 그동안은 전쟁의 예상 비용에 비해 기대되는 소득이 없었던 관계로 평화가 유지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또 달라진 것이다.

 아오키 소좌는 인상대로 전형적인 군인이 아니었다. 공무원 스타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장사꾼 같기도 했고 학자 같기도 한 특이한 인물이었다. 그는 유럽 쪽 미국 쪽 정세에도 정통했다. 쌓인 역사 지식과 현실 인식도 정확했고. 나오마사는 그와의 대화가 생각보다 재밌고 유익하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며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아오키 소좌의 생각은 만주 대회랑 지역을 무력으로 뺏는 것보다 중화 소비에트측과 공동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첨단 기술력도 취약하고 관련 가공 산업은 아예 발달하지 않았고 무역 기반도 형편없는 중화 소비에트인지라 공동개발을 하면 이익은 온전히 우리 일본의 것인데 뭣 때문에 전쟁을 하냐는 논리였고 그 자체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군복을 입은 자가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신기하게 아오키 소좌의 말에는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어느 덧 시간이 꽤 흘렀고 슬슬 나가봐야 할 시간이었다. 아오키 소좌가 이제 바닥을 보이는 위스키 병을 들어 두 사람의 잔을 채웠다.

 

 “마지막으로 저를 위해 건배해 주십시오. 저 이제 드디어 다음 주에 함장으로 나갑니다. 이번에 같이 들어 온 호위함 아카마루 호 말이죠.”

 “호오. 그거야 말로 진정으로 축배를 나눌 일이군요. 그럼 승진도 같이?”

 “그렇게 됐습니다. 중좌 승진이 되야 함장이 되겠죠? 하하...”

 “축하합니다. 승진과 더불어 아카마루의 무운장구를 빕니다.”

 두 사람은 잔을 비우고 일어섰다.

 

 어느 덧 바깥은 여명이 움트고 있었다. 바다 쪽에서 몰려 온 아침 안개가 원산 전체를 감싸 안으며 흐르고 있었지만 동해 바다 먼 곳은 이미 분홍색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오마사는 아오키 소좌의 안내로 이제 만주로 떠날 군용 화물 열차의 앞뒤를 오가며 무장을 점검했다. 기관포로 무장하고 장갑으로 뒤덮인 무장객차가 제일 앞부분, 중간 부분, 제일 끝 부분 이렇게 세 량이 배치된 열차였다. 이제 출발 시간이 다가왔다. 작업을 마친 인부들과 군속들은 모두 사라졌고 열차 주변은 조용하기만 했고 기관차가 내뱉는 우람한 저음의 진동만이 주위를 울릴 뿐이었다.

 나오마사와 같이 열차의 이곳저곳을 점검하던 아오키 소좌는 열차의 중간 부분에서 출발 시간을 확인하고 있는 전투복 차림의 육군 소위에게 나오마사를 안내했다. 대륙의 모든 군용 열차는 관동군의 관할이었다. 나오마사는 처음으로 그가 소속될 부대를 만난 것이다. 무장한 전투 복장의 소위는 열차 호위 대대 소속의 소대장이었고 날이 선 듯 단단히 군기가 들어 있었다. 그는 절도 넘치는 자세로 거수경례를 하고는 곧바로 나오마사를 무장객차로 안내했다.

 차창 밖으로 아오키 소좌가 보였다. 나오마사와 중위가 올라타자 열차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자 아오키 소좌가 손을 들어 흔들어 주었다. 나오마사 역시 손을 들어 답례했다. 그들의 인연은 이렇게 우연처럼 시작되었다.

 수십 량이 연결된 길고도 긴 열차가 원산항을 빠져나가 잠시 원산 시내를 지나쳤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원산은 어둡고 더럽고 피폐했다. 일본의 어느 도시도 이런 모양으로 낙후된 곳은 없었다. 아직도 석탄을 때는지 도시 곳곳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슬쩍 스치는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 역시 어둡고 무거웠다. 나오마사는 마음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내지와의 격차가 너무 컸다. 일본 본토의 그들이 누리는 번영과 행복을 이들은 알고 있을까? 일본 본토의 그들은 이런 모습을 알고 있을까? 서로가 서로를 모르면 결국 파국일텐데. 나오마사는 지금 스스로 그 파국의 틈새를 지나는 느낌이었다. 그의 머리는 위스키 때문인지 무거워졌다.

 이제 열차는 광대한 산악 수림지역으로 들어섰다. 깊은 삼림이 우거진 산들이 끝없이 막아서고 있었다. 열차는 그 틈을 내달렸고 나오마사는 이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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